[ACT! 79호 2012. 06. 25 기획]

    그런 느낌적인 느낌

    석보경(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사무국)

      얼마 전 6월 15-16일,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이하 전미네)의 14회 워크숍이 끝났다. 연초부터 ‘전미네 향후 5년, 비전 워크숍’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던 워크숍 준비가 2012년이 절반 가까이 지나도록 진행이 되지 못하던 것은 함께 공유할 만한 그 ‘비전’을 잡아내는 것이 너무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어떤 주제여야 전미네 향후 5년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과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을 때, ACT!편집위원회에서 미디어운동 세미나에 이은 미디어운동의 전략과 프레임을 논의하는 포럼이 기획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앗싸! 큰 일 하나 덜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세미나 및 포럼 준비에 참여했던 걸로 기억한다. 앞으로 진행될 이 글의 내용에 대해 약간의 방어를 하자면, 이것은 개인의 입장일 뿐 사무국 전체의 입장은 아니라는 남들 다 하는 변명을 일단 해 본다.

    왜 이런 포럼을 기획했을까?

      포럼은 미디어운동의 프레임과 한계, 그것을 바탕으로 한 현재 미디어운동 진영 내의 상황, 공공영역-특히 미디어센터-의 위치 및 역할 재설정 등의 내용이 논의된 박민욱 한국영상미디어센터협의회 사업팀원의 발제와 ‘과연, ‘지금’ 이 ‘상황’에서 이 ‘프레임’이라는 것이 적절한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지역 활동가들의 토론으로 이루어졌다.

      짧게 수첩에 적어놓은 토론 내용을 보면 권용협 부산 평상필름 대표는 “주류-공공-독립의 프레임은 적합한가? 한 줌밖에 안 되는 독립미디어영역 활동가들이 자의적으로 내리고 있는 판단 아닌가? 여기서 살짝만 비켜 서 있는 사람이 이 프레임에 동의 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지역의 미디어운동에서는 프레임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하는 내용으로, 이진행 익산공공영상미디어센터 재미 미디어 연구소장은 “공공영역이 지원이라면 지원일 수는 있지만, 미디어 운동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 낼 수도 있지 않은가? 지금 구축되어 있는 제도들이 독립영역과 만나는 경로들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라는 내용으로, 최성은 전주시민미디어센터 영시미 사무국장은 “미디어운동의 출발점이 중앙 집중적이다. 기존의 프레임에 중앙-지역의 프레임을 추가해야 한다. 프레임의 각 부분들은 항상 똑같은 게 아니라 가변적이다.”하는 내용으로, 김명준 미디액트 소장은 “프레임에 갇혀있을 필요가 없다. 시대와 상황은 변하고 프레임으로 포착되지 않는 변수도 생기고, 새로운 운동을 해 볼 수 있는 때가 되었으니 프레임 보다는 그런 논의들이 필요하다.”라는 내용으로 말씀을 해 주신 것 같다.

     
    ▲ 왼쪽부터 최성은, 이진행, 김명준, 권용협, 박민욱

      발제와 토론이 모두 이루어지고 난 뒤에 했던 생각은 ‘발제의 내용도 어느 정도 동의 할 수 있고 토론의 내용도 어느 정도 동의할 수 있는데 왜 이 둘이 따로 노는 것 같은 묘한 그런 느낌적인 느낌이 드는 것인가!’였다.

      왜 그랬을까? 무엇이 이런 오랜만이고 즐거웠어야 하는 반가운 포럼을 묘하게 만들었을까? 발제자와 토론자 설정이 잘못 되었을까? 더 많은 곳에 홍보도 하고 조직도 하고 초대도 해서 좀 더 많은 사람들과 논의를 할 수 있도록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을까? 토론자 모두가 이야기 했듯이 방대한 내용의 발제문을 너무 늦게 받아봐 그 내용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적었기 때문이었을까? 이런 어렵고도 복잡한 내용을 담을 수밖에 없는 포럼을 기획 하는 게 아니었나? 아니, 대체 왜 이런 포럼을 기획 한 것일까?

    미디어 운동의 새로운 전략과 프레임?

      포럼 당일에 주로 논의가 된 지점은 프레임이었지만 다시 발제의 내용을 상기해 봤을 때 논의의 지점이 될 수 있는 건 크게 두 가지였던 것 같다. 하나는 현재 미디어 운동의 문제점으로 지적된 것들에 대한 발제자의 평가가 합당한가이고, 또 하나는 새로운 프레임으로 제시한 것이 적절한가이다. 주로 미디어센터와 미디어교육을 중심으로 한 공공영역의 성과와 한계 지점에 대한 평가 및 논의들은 전미네 5주년 토론회 이후, 혹은 그 이전부터 몇 번이나 논쟁이 된 지점이었다. 지역마다의 차이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국의 영상미디어센터와 미디어교육 전반의 ‘현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상황’만을 놓고 본다면 발제의 문제제기에 어느 정도 수준에서 동의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그러한 상황에 대해서 어떤 평가나 의미화를 할 수 있는가,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다른 지점들이 존재하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상황이 이렇게 된 게 초기 프레임에서 공공영역이라는 것을 설정했기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영향력이 없었다고 얘기할 수도 없을 것이다. ‘복지’라는 단어에 대해 생각했을 때 정책으로서의 복지를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처럼 ‘공공’이라는 단어에 대해 들었을 때에도 국가의 어떤 역할 같은 것들을 떠올리게 되니까 말이다.

      어느 수준에서의 동의 및 인정이 있어서 일까, 토론은 주로 발제자가 제시한 공공영역을 재위치 시킨 새로운 프레임에 집중되었던 것 같다. 전미네 내부에서도 새로운 ‘비전’이 필요하지 않은가 하는 이야기들이 오고 가는 걸 보면 그 어떤 게 필요한 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 하지만 지금 당장 앞으로 미디어운동이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어떤 방향으로, 어떤 비전과 프레임을 갖고, 전략을 수립하여 움직일 것인가를 세울 수 있을까? 나는 그것에 대해 다소 회의적이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가 만들어졌을 때와 지금의 상황은 너무나도 다르다. 지역의 상황들은 늘 다르고, 앞으로도 계속 혹은 점점 더 달라질 것이다. 어떤 지역에서는 새로운 비전을 갖고 새롭고도 다양한 실험들이 전개되고 있으며, 어떤 지역에서는 이제까지의 변화를 보며 막 운동의 집중 지점을 찾은 것 같은 느낌을 갖기도 하고, 어떤 지역에서는 이후에 어떻게 될지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일단은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있기도 하고, 지역 내에서 소소한 갈등을 겪기도 하는 등 말로 다 할 수 없는 변화와 발전, 방향 재설정과 위치 재설정을 거듭하고 있다. 전미네 또한 새로운 주체와 다양한 주제를 가진 사람들이 많아져 초기의 주제별 네트워크와 주체들만으로 지금의 네트워크를 모두 포괄 할 수 없게 점점 다변화 되고 있다. 그래서 모두가 혹은 대다수가 동의하는 미디어 운동의 키워드를 찾기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그럼 지금은 미디어운동이라는 게 나침반 없이 방향을 잃고 표류하는 때일까? 그렇지 않다. 지금은 각자의 바다를 만나고 있는 때인 것 같다. 어떤 바다는 암초투성이고, 어떤 바다에서는 상선을 만나고, 어떤 바다에서는 배를 갈아타고, 어떤 바다에는 섬을 만나 식량과 선원을 공급받고 등등등. 비유가 너무 식상한가? 어쨌거나 어떠한 준비, 성과의 축적, 다양한 실험들을 각 지역에서 열심히 차곡차곡 쌓고 있는 때, 그게 지금이 아닌가 싶다.

      그럼 지역에서 뭔가를 ‘각자’ 축적하고 있는 동안 ‘같이’는 뭘 해야 할까? 미디어운동의 비전, 프레임과 전략 수립 따위는 지금 하기 어려운 얘기이니 놓아버릴까? 포럼 때 나왔던 얘기처럼 프레임을 다각화, 즉 2D에서 3D로 만드는 작업들을 해야 할까? 중앙 중심의 전략을 이제까지 해 왔으니 프레임을 지역으로 이동시키는 작업을 해야 할까? 사실 포럼에서 나왔던 이야기 하나하나가 중요한 지점이며 이에 대한 어떠한 작업들은 필요하다. 그런데 사실 어렵다. 그렇지만 꾸준한 논의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 어떻게 할까?

     
    ▲ 2012. 5. 11 미디액트 / ‘ACT! 포럼 미디어운동의 새로운 프레임과 전략 수립을 위하여’

    그렇다면 이렇게 해보는 건 어떨까 하는 느낌적인 느낌

      ‘미디어운동’이라는 것의 전체를 관통하는 프레임, 비전, 전략에 관한 얘기들을 앞으로 해 나가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의 자리들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자리들이 지금 그에 관한 고민을 가진 몇몇의 활동가가 모여 머리 싸매고 우리의 앞날을 전망하며 그것에 맞는 프레임들을 만들어 제시하는 논의의 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지역의 활동을 돌아보고 의미화 하는 작업들,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는 지역이 함께 모여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공부하는 시간들, 지역이 함께 모여 진행해 볼 수 있는 색다른 시도들, 다르다고 생각되는 영역과의 연계를 모색하는 노력들이 엮여 각자의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다양한 실험과 활동들을 소소하게나마 공유하는 자리들이 많아지는 것이 필요한 때가 지금이 아닐까? 중요한 것은 꾸준한 소통과 조금씩 확장되어 가는 논의들이며 이를 바탕으로 해야 앞으로의 프레임이든 전략이든 비전이든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이 과정들이 ‘재미’ 없을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앞서 포럼에서 발제와 토론이 따로 노는 것 같다는 얘기를 적었다. 사실 포럼에서의 느낌이 그것만은 아니었다. 문득 드는 생각은 그날 논의 되었던 것들이 그렇게 아주 다르기만 한 이야기인가, 사실 따지고 보면 비슷한 상들을 갖고 있는 거 아닌가 하는 것이다. 어쨌거나 그곳에 모인 사람들 모두 ‘미디어운동’이라는 것을 고민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 본다. 그러니 좀 더 지역 활동에서 고민되는 그 지점이나 재미있고 활기찬 그 영역의 활동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꾸준한 만남들을 가져 보는 게 어떨까? 지금은 의미가 별 의미가 없어 보이고, 재미도 없고, 그게 그거고, 딴 세상 얘기하는 것 같을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것들을 통해 언젠가 접점을 찾아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느낌적인 느낌을 그런 생각, 활동, 상황들로 구현해 내는 것, 가능하지 않을까? 이번 포럼이 그러한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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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소개] 석보경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사무국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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