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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94호 이슈와 현장] 만남과 기억 - '미디어로 행동하라! in 밀양'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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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5. 8. 8.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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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94호 이슈와 현장 2015.8.20]


만남과 기억

- '미디어로 행동하라! in 밀양' 기록


정리 : 최종호

기록 : 미디어로 행동하라 in 밀양 기록팀

(윤가현, 윤형근, 최종호)


 "미디어로 행동하라!" 듣기만 해도 가슴이 뛰는 말입니다. 카메라를 들고 이 세상의 여러 문제들, 그 문제 한복판의 사람들을 좇다 보면, 자연스레 그 대상들의 꿈에, 소망에 '일조'하고 싶다는 마음에 사로잡힙니다. 그런 저에게 이 프로젝트는 그 이름만으로도 마음을 끌기에 충분한 것이었습니다. 나의 '기록'이 '행동'이 될 수 있다! 단 일주일의 기간으로! 이 얼마나 달콤한!


 저는 이 '미디어로 행동하라 in 밀양'에 활동기록자로서 참여했습니다. 참가자들의 일주일간의 여정이 만들어내는 의미들을 담아보고자 했습니다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저의 일주일은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제가 이렇게 '미디어로 행동하라(이하 미-행)'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이 참 부끄럽고 민망할 따름입니다. 하지만 일단은! 저자신의 실패담 따위는 뒤로 미뤄두고, 그 날들의 이야기를 전해보고자 합니다.



미-행 in 밀양 운영팀 설해

같은 현장에서 얼굴보고, 같이 밥먹고, 함께 제작을 해보는 경험을 하면서, 그렇게 만들어진 관계가 이후에도 같이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줄 것이라는 기대로...


 '미디어로 행동하라' 프로젝트의 주체인 '복지갈구화적단'은 본래 시민참여 팟캐스트를 운영하는 하는 집단입니다. 이 인터넷방송 활동을 통해 곳곳의 미디어제작자, 미디어활동가들의 네트워크를 만들어가던 중, 이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실험으로서 '미디어로 행동하라' 프로젝트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 첫번째 '행동'이 작년, 핵발전소 건설 찬반투표가 이루어졌던 삼척에서 열렸었고, 올해 초여름, 밀양에서 두번째 '행동'이 시작되었습니다.




▲ 미행에 대해 설명하는 설해




▲ 너른마당에 모인 미행 참가자들



미-행 in 밀양 잡지팀 효진

제 또래 경험 없는 사람들이 그냥 더 알아보러 오는거다 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쫄레쫄레 왔죠. 그런데 여기와서 투쟁 당시 이야기들, 영상들 접하고는 많이 놀랐어요


미-행 in 밀양 영상팀 인현

여기 오면서 솔직히 무서운 마음도 있었어. 너무 쎈 투쟁의 현장이고, 너무 많은 이야기가 있었던 곳이니까


 녹색빛 가득한 도시 밀양은 주민들과 탈핵 활동가들이 한전의 송전탑 건설추진에 맞서 10여년간의 투쟁을 이어온 공간입니다. 작년 6월, 정부 측 행정대집행이 이루어진 후, 현재는 산천 곳곳에 커다란 철탑들이 들어서 있습니다. 오랜 싸움의 시간 속에서 수많은 고통들, 죽음들을 남긴 채였습니다. '미디어로 행동하라' 참가자들이 밀양을 찾았을 때는 행정대집행 1주기를 앞둔 시기였습니다. 




▲ 밀양 산천 곳곳에 세워진 송전탑




▲ 밀양 다큐 '오래된 희망'



▲ 다큐보는 참가자들



미-행 in 밀양 소리팀 수민

현재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게 무엇일까 생각을 했을때, 투쟁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이 현재의 삶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할머님들이 어떻게들 살고 계시는지,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를 듣고 전하고 싶었어요


 촬영에 앞서 고민에 빠진 참가원들이 많았습니다. 길고 쉼 없었던 투쟁의 시간을 정리하고 새로운 시작을 바라보고 있는 주민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주민분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에 대한 팀원들간의 긴 논의의 시간이 있었습니다. 이 고민의 과정들을 바라보며, 밀양사람들의 삶과 마음들을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고자, 그리고 이들에게 힘이 되고자하는 참가자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기획회의중인 참가자들



 밀양에 온 이튿날, 걱정 반 기대 반의 마음을 안고 참가자들은 주민들을 만났습니다. 참가자들의 기록활동은 하나같이 어머님들이 차려주신 밥상과 함께 시작되었어요.




▲ 주민분들이 차려준 밥상


 인터뷰 시간은 언제나 예정보다 길어졌습니다. 주민분들은 오랜 싸움의 시간동안 쌓여온 기억들을 마치 어제일인 것처럼 조목조목 들려주셨습니다. 그 긴 이야기들이 참가자들에겐 난감한 지점이 되기도 했지만, 주민들의 마음속에 이 송전탑의 문제가 얼마나 깊이 박혀있는지 다시한번 깨닫게 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미-행 in  밀양 영상팀 상의

할머님들 각자의 일상이 있으실텐데, 이 송전탑 싸움 때문에 삶의 너무 많은 부분이 그쪽으로 가버리니까 그게 너무 안타까웠어요.


미-행 in  밀양 영상팀 인현

촬영전에 기획을 어느정도 해두었어요. 할머님에게 전할 질문들도 준비해 두었었죠. 그런데 할머니한테 그냥, "밀양에 어떻게 오셨어요?" 라고 물은 첫 질문 한마디가 오랜 투쟁의 역사 이야기로 이어지게 되었어요. 어느 정도 듣다가 끊고 제가 원하는 질문으로 넘어갈 수도 있었는데, 그럼 무슨소용인가 싶더라구요. 할머니가 진짜 하시고 싶은 이야기를 제대로 듣지도 않고, 내가 듣고 싶은 것만 듣고, 그걸 갖다 써서 무슨 영상을 만들든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 인터뷰하는 참가자들


 시간이 흐르면서 참가자들이 주민분들과 점점 더 가까워져감을 느꼈습니다. 주민분들의 일상에 함께하는 동안, 준비한 인터뷰질문들은 더이상 중요한 것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같이 밥을 먹고, 길을 걷고, 대화를 주고 받는 자연스러운 시간들 사이에 카메라 한대, 녹음기 한대가 놓여져 있을 뿐이었습니다.  


미-행 in  밀양 영상팀 수민

할머니댁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아침에 밥을 먹는데, "내가 요즘에 잠을 잘 못잤엇는데, 어제는 정말 잘잤다"고 이야기를 하셨어요.  그전날 밤에도 그렇고 얘기를 되게 많이 했었거든요. 책도 같이 보고.. 그러고 아침에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까 할머니가 많이 편안해지셨구나 싶어서, 제가 도움이 되었다는게 참 기분 좋았어요.


미-행 in  밀양 영상팀 인현

송전탑이 세워진 산에 같이 가는데, 차에서 내릴 대 할머니가 벌써 울컥하셧어요. 송전탑을 이렇게 자세히 보시더니, 철근 위에 올라서시더라구요. "내가 송전탑 저기 합판을 대가지고 고공농성을 해가지고, 송전탑을 뽑을때까지 싸움을 해야되는데" 하시면서.. 그런 생각 하시는걸 보니까, 내가 뭐 영상에 필요한거, 혹은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정말 아무런 의미도 없을수 잇구나. 그냥 할머니를 이 짧은 기간동안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는게 중요하겠다. 그리고 그러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 함께하는 주민들과 참가자들


미-행 in 밀양 잡지팀 효진

뉴스같은 매체에서 보는거랑 직접 찾아와서 듣는건 엄청 다르니까, 입소문을 많이 탔으면 좋겠어요. 제가 친구들한테 밀양송전탑 얘기도 많이 하고.. 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이 활동이 어떤 영향력을 가질지 이런건 모르겠는데, 그냥 제가 여기저기 말하고 다니고 싶어요.


미-행 in 밀양 영상팀 민아

뭘해도 전부를 만족시킨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몇명이라도 좀, 생각이 바뀌진 않더라도 이 문제에 대해서 더 알게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에요. 당장 여기 올때만 해도 부모님한테는 무슨일이 있는지 말씀드려야 되고, 그럼 거기 관심없던 부모님도, 뭔가  내 자녀들이 어딜 가는데 위험하지 않을까 하며 보게되고, 그렇게 조금씩 넓혀 간다는 생각밖엔 없어요.


미-행 in 밀양 영상팀 인현

'미디어'는 내가 할수 있는 것, '행동'은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할수있는건, 이야기 잘 듣고 영상 만드는 것.


미-행 in 밀양 운영팀 배일

제가 한진중공업,  4대강 , 광우병 촛불, 그리고 이 밀양에 이르기까지 여러 이야기들을 담아왔는데, 지금 보면 4대강도 다 닦이고, 한진에 갔던 노동자들도 결국에는 자기 권리를 찾지 못하고, 광우병 쇠고기 들어오고, 밀양에도 결국 송전탑이 세워졌잖아요. 이 결과들만 봤을때는 정말 계속 패배하는 쪽으로 가는것 같지만, 그 과정안에서 수많은 기쁨들, 작은 변화들이 있었거든요. 조금조금씩 작은 테두리 안에서 조금씩 변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결국에는 정치권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옆에 있는 사람에게 의지해서 조금더  괜찮아지지 않을까, 그런 믿음때문에 다큐멘터리를 하고 있어요.


 '미디어로 행동하라' 기록영상을 만들기로 마음먹은 뒤, 기획과정에서 제가 잡은 질문은 이 프로젝트가 보여줄 결과에 대한 것들이었습니다. "일주일간의 기록활동이 어떤 행동이 될 수 있을까?" "어떤 의미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기록을 마치고 촬영본을 정리하며, 이 질문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어떤 행동, 어떤 의미를 생각하고 있었던 걸까? 이 활동을 통해 송전탑 문제가 다시 이슈화되는 것? 밀양의 투쟁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 저는 계속해서 즉각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들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야 그 질문들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이었는지를 깨달았습니다. 밀양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던 참가자들, 밀양의 이야기를 말하고 싶었던 주민들. 서로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만남. 그로 인해 소중히 새겨진 기억. 그것이야말로 아주 분명한 행동이고 의미였습니다. 외려 커다란 결과에 집착했던 저는, 이 프로젝트의 진행과정을 기록하면서 앵글에 들어온 '상'에만 집중했을 뿐, 일주일을 함께한 '사람들'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이 글을 쓰며, 밀양에서 만난 참가원들, 주민분들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해 당시에 찍은 영상들을 뒤적이는 제모습이 참 부끄러워졌습니다.


 일주일간의 활동 이후에도 미-행 팀원들은 서로의 네트워크을 통해 잡지,소리,영상 작품들을 아름아름 배급하고 있습니다. 만남의 자리에 묵묵히 서있었던 카메라, 녹음기, 수첩들에 담겨진 기억들이 또 조금씩 조금씩 사람들에게 전해지고 있습니다. □



* 참가자 인터뷰 및 현장 기록 : 








[필자소개] 최종호


행동하지 않음에 부끄러워하며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는 청년입니다.





* 참고자료


- 미행 in 밀양 작품들을 볼 수 있는 곳

http://www.media-net.kr/hwajuck/

https://www.facebook.com/mihaeng?fref=ts


- 미행 in 밀양 작품 꾸러미 구입처

http://goo.gl/forms/6o7p3oIKE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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