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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93호 이슈와 현장] 독립영화와 자본 사이(1) 2014년 한국 독립영화의 빈익빈부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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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5. 5. 13.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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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93호 이슈와 현장 2015.5.6]


2014년 한국 독립영화의 빈익빈부익부

- 독립영화와 자본 사이 (1)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흥행, 그 뒤에 있는 씁쓸한 현실들


성상민(ACT! 편집위원회)


편집자 주 : 작년에 개봉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한공주>에 이어 올해 개봉한 <소셜포비아>, <파울볼>에 이르기까지 많은 한국 독립영화들이 좋은 흥행성적을 거두고 있습니다. 여러 언론에서도 한국 독립영화의 흥행을 주목하고 있죠. 하지만 과연 이 흥행은 한국 독립영화의 현실을 얼마나 담고 있을까요? 한국 독립영화가 흥행하고 있다는 말은 많지만, 정작 그 뒤에 존재하는 독립영화와 자본의 관계에 대한 진실은 그다지 언급되지 않습니다. 이렇게 분명 존재하지만 주목받지 못했던 ‘독립영화와 자본 사이’에 대해 이번 호와 다음 호, 총 두 번에 걸쳐 다룰 예정입니다. 특히 다음 호에서는 이번 호에서 다룬 대형 배급사 문제 외에도 다양한 지점들, 그리고 한국 독립영화 배급의 대안을 모색해 보고자 합니다. 다음 호 기사도 많이 기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종전까지 한국 독립영화 최다 관객 기록을 보유하고 있던 <워낭소리>, 그리고 그 기록을 넘어선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두 영화 모두 기록적인 흥행을 선보였지만 두 영화의 흥행과 파급 효과는 결코 같지 않다.


 2009년, 단 6개관에서 개봉한 영화가 한국 독립영화를 이야기하는데 있어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영화가 되리라는 것을 누가 알았을까. 심지어 그 영화는 보통 극장에서 비주류 영화로 분류하여 스크린에 올리기를 꺼리는 다큐멘터리 장르였다. 하지만 이러한 불안요소에도 불구하고 상영관은 금세 20여개로 늘어났고, 최종적으로 274개 스크린에 걸리게 되었다. 독립영화로써는 물론 다큐멘터리 영화로써 도저히 상상하기 어려운 성적인 296만 명의 관객, 192억의 초대박 성적을 거둔 이 영화는 바로 <워낭소리>였다. 모든 언론이 <워낭소리>의 흥행에 주목했고, <무한도전>처럼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 영화를 패러디할 정도로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그리고 작년 겨울, 도저히 깨지지 않을 것 같던 <워낭소리>의 흥행 성적을 넘어선 영화가 등장했다. 우연의 일치일까, 그 영화의 장르 역시 다큐멘터리였다. 최종적으로 이 영화는 806개 스크린 480만 명의 관객, 375억의 흥행 수익을 거뒀다. <워낭소리>보다 약 2배가량의 흥행을 거둔 셈이다. <워낭소리> 외에도, 2014년 한국 독립영화들은 이전과는 다른 성적을 보이기 시작했다. 1만 명만 넘어도 ‘대박’이라고 인정받는 한국 독립영화에서 관객 수 10만 이상의 영화가 3편이나 나온 것이다. <워낭소리>가 개봉했던 2009년 당시 <워낭소리>와 <똥파리>, 이렇게 2작품을 합쳐야 관객 수 10만을 넘었던 것을 생각하면 이러한 흥행 성적은 분명 압도적이다.


 그런데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다. <워낭소리>는 영화에 대한 평가는 다양했지만 흥행성적 자체는 긍정적인 결과라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이에 비하면 2014년 <워낭소리> 이상의 흥행을 거둔 이 작품에 대해서는 흥행 자체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목소리가 상당하다. 심지어 이 작품의 흥행이 독립영화 전반에는 별 영양가가 없다거나, 이 영화를 독립영화로 부를 수 있느냐는 쓴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모두 이미 눈치 챘겠지만 이 영화의 제목은 바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이하 <님아…>)이다. 작품성으로는 별 문제가 없었던 이 영화는 왜 묘한 반응들을 낳고 있는 것일까. 이러한 분위기는 역대 최대 흥행 기록이라는 포장지에 가려진 한국 독립영화의 배급과 유통의 문제적 현실에 기인한다.



6개관 대 199개관, 너무나도 달랐던 두 영화의 출발선




▲ <워낭소리>와 <님아…>의 개봉 후 스크린 수 변화추이를 비교한 그래프.

<님아…>는 일반적인 한국 독립영화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초반부터 대량의 스크린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스크린 수가 완만하게 늘어나고 줄어드는 <워낭소리>에 비해 <님아…> 상영관 수는 상대적으로 급격한 변동 폭을 보인다.


 <워낭소리>가 흥행하게 된 과정은 미국, 유럽 등지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제한적 개봉’(Limited Release)과 비슷하다. 제한적 개봉이란 개봉 첫 주 소수의 영화관에서 상영된 영화가 입소문과 흥행 성적을 바탕으로 상영관을 점점 확장하는 현상을 말한다. 당시 인디스토리와 독립영화배급지원센터가 공동 배급했던 <워낭소리>는 앞서 말했듯이 개봉 첫 주에는 단 6개의 극장에만 걸렸다. 이렇게 제한적인 상황에도 불구하고 <워낭소리>는 개봉 첫 주 계속 10위권 안에 꾸준하게 진입하는 좋은 성적을 보였다. 그리고 개봉 24일 후에는 처음으로 100개 이상의 스크린을, 개봉 38일차에는 200개 이상의 스크린을 확보하게 되었고 마침내 45일차에 274개 스크린에 걸리면서 상영관 수는 정점을 찍었다. 이후 점점 다른 영화들에게 밀리면서 상영관을 내주게 되었지만 그 뒤로도 32일 동안이나 100개 이상의 스크린을 통해 상영되었다.


 하지만 <님아…>는 <워낭소리>는 물론 다른 독립영화들과 상황이 전혀 달랐다. <님아…>는 개봉 첫 주부터 199개 스크린을 통해 관객을 맞이했다. 중급 규모의 상업영화가 대체적으로 200~400여개의 개봉관을 확보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다른 상업영화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시작한 셈이다. 이렇게 상당한 수의 개봉관을 통해 첫 주 관객 수 6~7위에서 시작한 <님아…>는 바로 그 다음 주부터 공격적인 스크린 확보를 개시한다. 그리고 단 18일 만에 804개의 스크린을 확보하며 흥행의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급격하게 늘어난 스크린은 줄어드는 속도 역시 급격했다. 비교적 안정적으로 상영관이 줄어들었던 <워낭소리>와 달리 <님아…>는 위의 그래프와 같이 새로운 영화들이 개봉할 때마다 적게는 100개에서 많게는 200여개씩 스크린 수가 감소했다. 그 결과 개봉 77일차까지 스크린을 100개 이상 유지했던 <워낭소리>와는 달리, 불과 59일 만에 스크린 수가 100개 이하로 떨어졌다.


 이렇게 <님아…>는 상영을 종료하는 과정도 독립영화보다는 상업영화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90년대 한정된 영화관을 위주로 소위 ‘로드쇼’를 돌던 시절과 달리 멀티플렉스가 보편화 된 현재 한국의 상엽영화는 소위 ‘와이드 릴리즈’라 불리는 전국 동시개봉이 일반적이다. 대부분의 상업영화는 최소한 10억 이상의 거액을 투자해 제작하는 만큼 빠른 투자비 회수가 중요해진다. 이 때문에 개봉 첫 주에 많은 상영관을 확보하여 짧은 시간에 치고 빠지는 흥행 전략을 구사하게 된다. 멀티플렉스가 처음으로 정착한 미국에서 주로 사용했던 이 같은 전략은 한국에도 비슷한 극장-영화 산업 환경이 조성되면서 그대로 옮겨오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런 배급방식 때문에 상업영화는 독립영화나 작은 영화들의 스크린을 침범한다는 면에서 많은 비판을 들어왔다. 그런데 이 자본집약적 배급전략을 <님아…>가 구사한 것이다.


 사실 이러한 흥행 전략을 사용한 독립영화는 <님아…>만은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작년에 <님아…>를 배급했던 ‘CGV 아트하우스’를 통해 배급된 대다수의 한국 독립영화가 같은 흥행전략을 취했다. <님아…>에 이어 2014년 한국 독립영화 흥행 2위를 차지한 <한공주> 역시 CGV 아트하우스에서 배급을 맡았다. <한공주>는 개봉 첫 주 <님아…>보다 더 많은 224개의 스크린을 차지했다. 흥행의 임팩트는 <님아…>에 비하면 약한 편이었지만 약 한 달 동안 100개 이상의 스크린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 다음 순위를 차지한 <도희야> 역시 CGV 아트하우스에서 배급한 작품이었고, 개봉 첫 주 무려 310개의 스크린을 확보했다. 또 다른 대형 배급사 ‘인벤트디’를 통해 개봉한 장률 감독의 <경주> 역시 318개 스크린에서 상영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작년 한국 독립영화 흥행 4위라는 성적이었다. 5위를 차지한 시네마달 배급의 <다이빙벨>을 제외하면 2014년에 높은 흥행 성적을 거둔 한국 독립영화 대부분은 상업영화의 전략을 통해 배급되었던 것이다.



소수 독립영화의 화려한 흥행, 다른 독립영화에 역풍을 일으키다


 이렇게 초반부터 많은 상영관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관객을 모으는 배급전략은 양날의 칼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배급 전략의 수혜자가 되는 영화는 지금도 한국 독립영화판에서 대박으로 여겨지는 ‘1만 명’을 가뿐하게 넘는 것은 물론 그 이상의 성적을 바라볼 수 있는 가능성이 늘어난다. 독립영화판에서는 결코 쉽지 않은 ‘제작비 회수’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관 수는 한정되어 있고, 특히 독립영화 전용관은 전국적으로 50개 내외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하나의 독립영화가 많은 스크린을 확보할수록 다른 독립영화가 확보할 수 있는 스크린의 수는 줄어든다는 것이다.


 당장 <님아…>만 해도,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던 독립영화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입었다. <님아…>와 같은 날에 개봉한 독립영화 <안녕, 투이>는 개봉 첫 날 단 9개의 스크린에서 상영되었다. <안녕, 투이> 김재한 감독 역시 난관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김 감독의 지인들 역시 독립영화를 만들어 개봉했지만 1만은커녕 5천 관객 모으기도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는 상영관 2~30개 정도는 확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훨씬 더 냉혹했다. <안녕, 투이>는 경남 지역의 문제를 다루고, 경남 사람들이 투자해서 만든 영화였지만 경남지역 중 CGV 창원 단 한 곳에만 걸렸다. 그나마도 감독이 겨우 사정사정하면서 얻은 것이었지만, 상영시간 역시 오전이나 심야에만 배치되는 등 도저히 관객이 접근하기 어려운 시간대뿐이었다. “감독인 저로써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더라고요.” 김재한 감독은 푸념을 내뱉었다. 개봉 첫 주 <안녕, 투이>가 경남지역 극장 한 곳에 겨우 걸리는 동안 <님아…>는 경남에서만 22개 스크린을 확보했다.


 그렇다고 <님아…> 이후에 개봉한 영화들이 개봉관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던 것도 아니다. 인디 음악인들의 모임인 ‘자립음악생산조합’에 대한 다큐멘터리 <파티51>은 개봉 전부터 각종 영화제를 통해 주목을 받다 <님아…> 개봉 약 2주 후인 2014년 12월 11일 개봉했다. 하지만 <파티51> 역시 <안녕, 투이>와 같은 길을 걸었다. <안녕, 투이>보다는 좀 더 오래 걸렸지만, 단 한 번도 10개 이상의 스크린에서 상영되지 못했다. <파티51>의 정용택 감독 역시 이렇게까지 상영관을 확보 못할 줄은 몰랐다고 답했다. 보통의 독립영화들이 못해도 20개 이상의 개봉관을 잡아왔기에 정 감독 역시 그럴 것으로 짐짓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개봉관 수가 예상에 크게 못 미치자 그는 배급사에게 사정을 물었다. 배급사로부터 돌아온 답변은 사회적인 주제를 다룬 다큐멘터리들의 흥행 실적이 저조해서 극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때 <님아…>는 40만 관객을 돌파하고 있었다.



독립영화의 성장? ‘대형 배급사를 통해 배급되는’ 독립영화의 성장!


 앞에서 예로든 상황을 수치로 따져보면 결코 예외적인 한두 사례로 그칠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워낭소리>, <똥파리>, <낮술> 등 독립영화가 본격적으로 흥행하기 시작한 2009년에는 총 46개의 한국 독립영화 중 12개 작품만이 개봉 첫 주 20개 이상의 스크린을 확보했다. 이 중 CJ E&M이나 롯데엔터테인먼트 같이 대형 영화 배급사를 통해서 유통된 작품은 세 작품에 불과했다. 이후에도 첫 주에 스크린을 20개 이상 확보한 영화들 중 대형 배급사가 배급한 작품은 연간 한 개에서 세 개 정도에 불과했지만, 2012년부터는 상황이 조금 달라진다. 2012년 NEW(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가 김기덕의 <피에타>를 150여개 스크린에서 개봉한 것이 시작이었다. NEW는 이듬해 김기덕의 <뫼비우스>를 끝으로 독립영화를 100개 스크린 이상에서 상영하지 않았지만, CJ는 본격적으로 자사 계열의 영화사에서 배급하는 독립영화의 스크린 수를 점차 늘리기 시작한다.


 2012년까지 인디스토리와 공동 배급한 독립 애니메이션 <파닥파닥>을 제외하면 첫 주 50개 이상 스크린에서 개봉한 적이 없던 CJ는, 2013년 계열사를 통해 <소녀>와 <잉투기>를 각각 첫 주 73개, 94개 스크린을 통해 개봉했다. 두 작품이 제법 좋은 성과를 거둔 덕분이었을까. CJ는 <님아…>, <한공주>, <도희야>를 포함해 7개 작품을 첫 주 50개 스크린 이상을 통해 개봉했다. 다른 배급작들도 개봉관 50개를 넘지 않았을 뿐 거의 50개에 가까운 스크린을 첫 주에 확보했다. 곧 다른 대형 배급사들도 CJ의 뒤를 이었다. 결국 2014년 총 14개의 한국 독립영화가 대형 배급사를 통해 유통되었고, 첫 주 20개 이상의 스크린을 확보하게 된다.




▲ 2009~2014년 극장을 통해 정식 배급된 한국 독립영화 개수와

이 중 개봉 첫 주 상영관을 20개 이상 확보한 영화 수,

다시 이 중에서 대형 배급사를 통해 유통된 영화의 수를 산출해보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개봉편수가 증가하고 20개 이상의 상영관을 통해 공개되는 독립영화도 늘어나지만,

동시에 대형 배급사를 통해 개봉하는 독립영화도 증가한다.


 이렇게 대형 배급사들이 독립영화 배급에 뛰어들면서 표면적으로 개봉 첫 주 스크린을 최소 20개 이상 확보하는 한국 독립영화 수는 늘어났다. 2009년에 이 같은 경우는 단 12작품에 불과했지만, 6년이 지난 2014년에는 총 41개의 작품이 20개 이상의 개봉관을 확보했다. 하지만 그 수혜자는 이전부터 독립영화를 제작하고 배급해온 이들이 아니라 대형 영화사, 배급사들이다. 한국 독립영화 시장은 분명히 늘어났지만, 그렇게 늘어난 시장은 독립영화 전용관과는 무관하게 여기저기 개봉관을 많이 잡은 영화, 또는 ‘아트하우스’나 ‘아르떼 클래식’등을 소유한 대형 영화사의 자리가 되었다. 독립영화 역시 상업영화와 마찬가지로 상영관만 많이 잡으면 관객은 많이 든다는 사실을 씁쓸하게 입증하고 만 것이다.


 독립영화 내부의 빈익빈부익부 심화 경향은 다른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하단의 두 표는 2009년부터 2014년까지 한국 독립영화 흥행 상황을 세 가지 기준에 따라 비교한 것이다. [표1]에서는 첫 주 스크린 수를 기준으로 평균 관객 수를 비교했고, [표2]에서는 반대로 관객 수 기준 첫 주 스크린 수를 비교했다. 많은 극장에 걸리면 많이 본다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개봉 첫 주 스크린 수 규모에 따라 독립영화 간의 격차가 점차 벌어지는 현상이 나타남을 알 수 있다. 그나마 이전에는 <워낭소리>처럼 첫 주 스크린 수가 적더라도 입소문 등의 요소가 작용하여 흥행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점차 그러한 현상이 사라지는 모습도 관찰된다. 그리고 마지막 [표3]에서는 독립영화 배급 시장을 CGV 아트하우스나 NEW, 인벤트디 등의 대형 배급사가 점차 잠식해가는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 [표1] 한국 독립영화는 평균적으로 첫 주 20개 내외의 스크린을 통해 개봉한다.

2009년부터 2014년까지 개봉한 한국 독립영화 중 첫 주에 스크린 20개 이상을 확보한 작품과

그렇지 못한 작품을 나누어 관객 수 평균을 비교해보았다.

※ 단, <워낭소리>, <피에타>, <님아…>의 경우는 이례적으로 흥행한 사례이므로 이를 제외한 평균을 따로 산출하였다.




▲ [표2]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첫 주 2개관 이상에서 개봉한 한국 독립영화를

흥행 성적(총 관객 수) 기준으로 상, 하위 각 3편씩 뽑아 첫 주 스크린 수를 비교했다.

이 중 제목을 굵게 표시한 영화는 대형 영화사를 통해 배급된 영화이며, 괄호 안의 회사는 당시 이 영화를 배급한 영화사이다.

 단, 하위 3편의 경우 최소한의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를 대상으로 하였음.




▲ [표3] 2009년부터 2014년까지 배급사의 규모에 따른 한국 독립영화의

평균 관객 수와 평균 첫 주 스크린 수를 비교했다. 표1, 2와 마찬가지로

<워낭소리>, <피에타>, <님아…>의 경우는 이례적으로 흥행한 사례이므로

이를 제외한 평균을 별도 산출하였다.



언론은 ‘독립영화 흥행’을 말하지만…. 갈수록 열악해지는 현장


 앞서 자료 분석을 통해 독립영화도 상업영화의 흥행 조건과 무관하지 않음을 알아보았다. 즉, 많은 개봉관을 확보해 초반 노출도를 높일수록 좋은 흥행을 거둘 수 있다. 물론 독립영화를 배급하는 사람들도 이러한 사정을 몰랐던 것은 아니다. 바로 위 [표3]에서도 알 수 있듯, 독립영화 전문 배급사에서도 가능한 상영관을 많이 잡으려 노력했다. 한국에 존재하는 예술영화, 독립영화 전용관 50여개는 물론 그렇지 일반 영화관도 섭외하려 백방으로 뛴 결과 매년 두세 작품은 6~80개 내외의 개봉관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대형 배급사가 독립영화 배급을 시작한 2012년부터 상황은 달라졌다. 간신히 노력해야 상영관 80개를 잡을 수 있는 독립영화 전문 배급사들과 달리, CJ E&M과 CGV 아트하우스, NEW를 위시한 대형 배급사들은 회사의 크기와 자사 소유 극장을 이용하여 손쉽게 많은 스크린을 잡을 수 있었다. 그나마 일반 상영관에서만 상영되면 다행이지만, 이렇게 배급되는 영화들은 당연히 ‘독립영화’라는 작품의 특성을 이용해 독립영화 전용관에서도 상영되었다. 개봉하는 한국 독립영화의 수도 해마다 늘어나고, 해외에서 수입되는 예술영화 수도 계속 증가했다. 하지만 정작 이러한 영화를 받아줄 독립영화/예술영화 전용관의 수는 매우 더디게 늘어났다. 그나마 늘어난 극장도 태반이 CGV와 롯데시네마에서 운영하는 전용관 ‘아트하우스’와 ‘아르떼 클래식’이 전부였다. 멀티플렉스에서 운영하는 독립영화/예술영화 전용관이 자사에서 직접 배급하거나 투자한 작품들 위주로 수급한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이들과 연관 없는 독립영화들이 상영될 수 있는 자리는 너무나 좁다.


 이렇게 한국의 독립영화는 매우 다층적인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극장 상영을 준비하는 작품은 늘어났지만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상영관은 많지 않아, 흥행을 위해서는 상영 시간대를 하나라도 더 빼앗아 와야 한다. 만약 조금이라도 흥행에서 불리할 것 같거나, 큰 영향력을 지닌 배급사를 끼지 못하면 매우 적은 상영관에만 걸리거나 아예 개봉 자체를 포기하는 수순에 이르게 된다. 언론은 <님아…>를 비롯한 몇몇 작품이 흥행한 것을 두고 <워낭소리>에 이어 다시 한 번 한국 독립영화의 부흥기라고 표현했지만, 정작 그 혜택을 받는 작품은 한정되어 있고, 아이러니하게도 일부의 흥행은 그 자체로 나머지 대다수 독립영화들을 더욱 어렵게 만든 측면이 있다. 


 독립영화가 이렇게 상업영화의 흥행 전략대로 개봉하는 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파티51>의 정용택 감독과 김재한 감독은 <님아…>처럼 대형 배급사를 끼고 100개 이상의 개봉관을 통해 대량 배급되는 작품이 독립영화로 분류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영화진흥위원회의 ‘한국독립영화인정에 관한 심사운영세칙’에 의하면, 독립영화는 ‘상업영화의 제작·배급 방식으로부터 독립돼 제작 완료된 영화’라고 정의되어 있다. 또한 독립영화는 수익 정산에 있어서도 대형 투자·배급사가 아니라 영화를 만든 주체, 즉 감독이나 제작사가 주도를 해야 한다. 그러나 <님아…>를 비롯하여, 대형 배급사를 통해 유통된 작품들에는 배급사의 영향력이 어마어마하다. 상업영화와 독립영화의 경계에서 아슬아슬 외줄 타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김재한 감독은 CJ가 상업영화에 이어 독립영화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이의제기도, 대안 모색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우려했다. “영화제가 아니면 극장에 걸지도 못하는 독립영화가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걱정이죠. 제 작품도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배급 지원을 받지 못했으면 개봉 자체를 못했을 겁니다.” 비록 관객 수는 얼마 되지 않는대도 극장에서 상영하기를 바랐던 독립영화 감독들은 이제 극장 상영 자체를 포기하는 수순에 이르고 있었다.


 아직 <님아…>의 흥행 여파가 채 가시기 전인 올해 1월 22일 개봉한 독립 애니메이션 <생각보다 맑은>은 끝내 20개 스크린을 넘기지 못했다. 이 작품을 개봉한 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KIAFA)의 최유진 사무국장 역시 <님아…>의 흥행은 <워낭소리>의 흥행과는 체감 효과가 다르다고 말했다. “<워낭소리>가 개봉하기 전까지는 사람들이 ‘독립영화’의 ‘독립’을 ‘독립운동’에서 나온 말로 생각하는 일도 있었어요. 그 작품이 흥행하니 독립영화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진 게 와 닿았죠. 하지만 <님아…>의 흥행은 솔직히 말해서 우리에게 와 닿는 것이 거의 없어요.” 그녀는 독립영화를 걸 수 있는 영화관이 한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님아…>와 같은 전략을 시도하는 영화가 점점 늘어나는 현상이 가뜩이나 어려운 독립영화의 상황을 더욱 어렵게 하지 않을 지에 대해 걱정했다.


 기사를 준비하고 있을 때 쯤 CGV 아트하우스를 통해 배급한 독립영화 <소셜포비아>가 <한공주>의 흥행을 넘어서, 작년에 이어 독립영화 흥행사에 새로운 획을 긋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러나 어떤 기사에서도 언급하지 않는 사실이 있다. <소셜포비아>의 첫 주 스크린 수가 작년 최대 첫 주 스크린 수로 출발한 <경주>(318개)보다도 많은 368개라는 사실 말이다. 당연히, 그 앞뒤로 개봉한 독립영화들이 개봉관을 잡기 더욱 어려웠다는 현실도 담겨있지 않았다. (문승욱의 <망대>가 3개, 김명준의 <그라운드의 이방인>이 첫 주 28개 스크린에서 개봉했다.) 그리고 이제는 대형 영화 제작·투자·배급사인 오퍼스픽쳐스를 통해 배급되는 독립영화 <파울볼>이 첫 주 231개 스크린을 장악하며 흥행을 하고, 다시 언론은 이를 ‘독립영화의 흥행’이라 표현하고 있다. 과연 이것을 ‘독립영화의 흥행’으로 볼 수 있을까. 그렇게 언론은 작년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독립영화의 붐을 외쳤지만, 그 붐은 결코 모두의 것이 아니었다. □


※ 기사 작성에 사용한 모든 데이터는 KOBIS(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http://www.kobis.or.kr/)에서 가져 왔습니다.





[필자소개] 성상민(만화평론가)

 2005년 만화언론 <만>의 객원필진으로 데뷔한 이후 2006년 부천국제만화축제(BICOF) 강풀 특별전 전시 기획 참여와 <인터넷뉴스 바이러스>에서 2009년 문화부 기자 생활을 하며 본격적으로 글을 쓰게 되었다. 현재는 <미디어스>에서 정기적으로 만화 및 문화 평론을 하고 있다. 또한 학점 관리에 큰 문제가 생겨 경희대 사회학과를 1년 더 다니는 게 최근 확정됐다. 트위터 주소는 @skyjets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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