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ACT! 92호 이슈와 현장]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전체 기사보기/이슈와 현장

by acteditor 2015. 1. 29. 19:20

본문

[ACT! 92호 이슈와 현장 2015.03.23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 비영리 미디어 컨퍼런스 체인지온@공룡에 다녀와서


변규리 (미디어활동가)


 지난 11월 1일~2일 청주에서 생활공동체 공룡이 주최한 2014 청주 비영리 미디어컨퍼런스가 열렸다. 이 행사는 미디어, 책, 미술, 음악 이라는 다양한 매체들이 시민사회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또한 이 매체들이 퍼블릭 액세스라는 방식으로 어떻게 살아남고 있는지에 대해 각자의 사례를 발표 하고 나누는 장이었다. 나는 지난 10월 복지갈구 화적단의 '미디어로 행동하라 in 삼척' 프로젝트팀에 함께 했던 터라, 그 결과물이 상영되기도 한다고 하여 참여하게 되었다. 덕분에 1박 2일동안 비영리 시민사회 단체들이 어떤 일을 하고 어떻게 네트워크를 모색하는지 볼 수 있었다. 1박 2일동안 내가 보고 느낀 것을 짧게나마 정리해 보고자 한다. 




▲ 비영리 미디어 컨퍼런스 체인지온@공룡은 생활교육공동체 공룡에서 주최하고,

땡땡책 협동조합, 퍼블릭 액세스 네트워크가 파트너로 참여했다. (출처: 체인지온@공룡 페이스북)


 컨퍼런스는 공룡의 마스코트인 이혜린 님의 발표로 시작되었다. 생활교육공동체 공룡은 8명의 청주 사람들이 사직동에 위치한 '공룡'이라는 공간에서 활동한다. 공룡은 “공부해서 용 되자”는 말을 줄인 것이다. 8명의 활동가들이 농사+교육+카페+미디어제작+공동체상영 등을 하며 함께 살고 있다. 공룡의 정신은 반자본주의, 일상성, 공동체성인데, 이 정신을 이어 살아온 지 벌써 4년차라고 한다. 화폐에 의존하는 삶에서 시선을 돌려 다른 방식의 삶을 생각해 보고 있다는 것이다. 공룡은 그런 고민과 활동, 관계들이 일상에 함께 녹아나는 공동체성이 상호작용으로 이어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먹고 사는 문제도 중요하기에 농사를 지어 농산물들을 팔기도 한다. 사회적 작업, 공동체 교육, 연대 활동, 콘텐츠를 생산이 주로 하는 일이란다. 공룡에게 마을과 지역이란 '거주'하는 문제고, 일상적으로 '관계'를 유지하는 일이다.

 공룡하면 생각나는 키워드가 하나 더 있다. 미디어. 콘텐츠를 생산해 내는 도구. 공룡에게 미디어란 교육을 할 때 사용하는 도구이기도 하고 공룡 스스로 사회적 발언을 표현하는 방식이자 그들이 연대하는 방식이다. 공룡은 왜곡된 미디어 구조, 생산 방식, 유통을 우려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퍼블릭 액세스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퍼블릭 액세스는 공동체 교육의 도구이자 연대 및 사회적 발언의 매개체이고, 그 자체로서 미디어 운동적 성격을 갖는다. 공룡은 미디어를 교육으로, 연대의 차원으로, 또한 표현의 방식으로 보고 있다. 

 또한 '누구나 영상제작' 이라는 방식을 통해 여성, 비정규, 4대강 사업, 한진중공업 희망버스와 밀양, 유성 희망버스 등에 연대해왔다. 또한 HCN이라는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의 금속노조 미디어 제작단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이 프로젝트는 노동자 당사자가 직접 미디어를 활용하여 목소리낼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었다. 그 외에도 복지갈구 화적단 프로젝트, 밀양 미디어팀에도 연대해 왔다. 이번 '미디어로 행동하라 in 삼척' 프로젝트에서도 공동 액션을 했다. 이처럼 공룡이 마을에서 활동하면서도 다른 지역과 연대하려 하는 이유는 교육, 발언, 미디어가 공생관계에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단순히 기획을 하고 진행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음을 확인하고 함께 발언하고 행동하면서, 결과물 이전에 그 과정에서 연대의 힘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두 번째 사례로는 파견미술팀의 전미영 님의 발표가 이어졌다. 전미영 님은 발표 이전에 "평등한 삶을 위해 쓰린 삶을 마다하지 않고 앞장서서 싸우는 이들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전미영 님은 현재 파견미술보다는 협동조합에 힘을 싣고 있다고 하셨지만, 파견미술팀으로 나오신만큼 파견미술팀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파견미술은 민족미술+민중미술의 정신을 물려받았다. 파견미술은 사람, 상황 안에서 나타나는 미술을 가리킨다. 파견미술은 파견 노동자라는 말에서 어원을 가져왔다.(정규직-비정규직-하청-하청-파견) 파견 노동자의 삶처럼. 하청의 하청을 받는 것처럼. GM대우에서 농성을 할 때 처음으로 파견미술이라는 용어가 나왔고, 노동자들이 싫어할 때까지 하자고 생각했다고 한다. 왜곡된 권력에 의해 소외되는 곳이 생길 때. 그 공간에 꽂힐 때, 스스로가 파견되는 과정에서 그 공간에 이미지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파견미술은 진행된다. 몸으로 남는 기억으로만 존재하는 미술, 그것이 파견미술이다.

 2010년 기륭 비정규직 투쟁 당시 파견미술팀에서는 천막 미술관을 만들었다. 파견미술은 구체적인 조직, 지속적인 모양을 대하며 주도적인(관리+운영+진행) 활동을 위해 게릴라 식으로 움직인다. 특정 사안에 따라서만 모인다. 때로는 전공자가 아닌 이가 결합하기도 한다. 어떤 사안이 생겼을 때 누가 "시간 되냐"고 연락을 하고, 이에 응한 사람들이 모이면 작업이 진행되는 식이다. 이런 방식이 파견미술의 핵심이다. 이 활동은 몸으로 기록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현장에 실제로 모일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용산 참사의 기록, 2009.1.20. <여기 사람이 있다>라는 작업도 이러한 작업 방식을 지키며 진행했다. 당시 이들은 추모공원과 추모탑까지 세웠다. (<여기 사람이 있다, 삶창, 2009> 참고)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10년에는 용산 참사 1주기를 추모하며 <끝나지 않는 전시>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이 책에는 '파견미술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한다. 파견미술팀은 '현장'이라는 공간과 다른 이들을 작가, 작품이라는 매개를 통해 연결하고, 서로의 온도를 전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파견미술팀의 중요한 정신은 무엇이 되고자 하지 않고 오로지 같이 하고자 하는, 연대를 가장 최우선으로 둔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다시 태어나는 매 순간이 혁명이라고 생각한다는 파견미술팀. 이후 그들의 작품을 인터넷에서 찾아보며 몸으로 기록한다는 것, 현장을 잊지 않으려는 노력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 체인지온@공룡 1부 행사의 이모저모 (출처: 체인지온@공룡 페이스북)   


 다음 발표는 책을 통해 사람들과 만나고 싶어하는 '땡땡책 협동조합' 전유미 님의 이야기였다. 전유미 님은 땡땡책 협동조합이 책을 미끼로 네트워크를 형성해 나가는 곳이라고 소개한다. 6개월의 준비기간을 통해 2013년 10월 협동조합 형태로 모임을 만들었고, 협동조합인 만큼 정관도 만들었다. 그러면서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해 보았다고 한다. 그렇게 잡은 땡땡책 협동조합의 목표는 바로 "함께 책읽기를 바탕으로 스스로의 삶을 성찰하고 이웃과 연대하여 자율과 자치를 추구하는 독서 공동체로 건강한 노동으로 책을 만들고 합당한 방식으로 나눌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땡땡책 협동조합의 사업은 음주 독서회 등의 조합원들이 만들어 간다. 이를 위해 조합원의 날도 갖는다. '노동운동', '기본소득', '파국 이후의 삶' 등 15개 정도의 사업이 굴러간다. 불편한 소비가 세상을 바꾼다고 생각하며 도서 직거래도 실시하고 있다. 혐동조합에서는 출판도 하는데, 노출되기가 어려운 책들을 주로 낸다. 대표적인 예로, "책 이전에 책이 있었다"라는 주제로 시작한 소책자 운동이 있다. 소책자를 만들어서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인데, 어디서도 잘 다뤄주지 않는 밀양 송전탑 투쟁의 이야기를 담기도 했다. 조합에서는 출판 외에 공동체 상영회도 하는데, 민영화의 위험성을 담은 다큐멘터리 '블랙딜'을 상영하기도 했다.

 이처럼 땡땡책 협동조합에서는 꽂히는 일에 연대 활동을 한다. 앞서 언급한 밀양 송전탑 투쟁에 대해서도 소책자 발행과 더불어 여러가지 연대를 했다. 일례로 조합원들 사이에서 밀양투쟁에 연대를 표하고 싶은 마음이 모였고, 그 중 밀양에 직접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나 도시에서 연대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행동독서회를 열었다. 행동독서회란, 어딘가에 모여서 "책을 읽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이러한 독서시위가 비폭력 시위의 하나로 꽤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만나고 싶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땡땡책 협동조합은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자신들 혹은 노출되기 어려운 이들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도록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세월호 문화제를 꾸준히 열고 있는 피터 님의 발표가 이어졌다. 세월호 문화제는 늘 신촌서당이라는 공간에서 열린다. 피터 님은 이 문화제를 "어떻게 하면 이 기억을 잊지 않고 기릴 수 있을까?"라는 고민으로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타인의 고통'을 생생하게 목격하는 것. 세월호가 그랬다. 그래서 '이것의 의미가 무엇일까?'라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 세월호 참사의 기억을 잊지 않기 위해 신촌 음악가들이 버스킹을 시작했다. 이 버스킹이 계속되려면 문화제를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리하여 2014년 5월 21일, 첫 세월호 문화제를 시도했다. 어찌 보면 자기들끼리 즐기고 추모하는 "그들만의 문화제"가 되지 않을지 고민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이 문화제를 이어 나가는 것이 더 의미 있다고 결론을 내렸고, 지금도 문화제는 계속되고 있다.




▲ 밀양 송전탑 투쟁 미디어팀의 박배일 감독 (출처: 체인지온@공룡 페이스북) 


 1부가 끝나고 2부에서는 미디어를 연대의 도구로 활용하는 미디어활동가, 다큐멘터리 감독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첫 번째 발표는 박배일 님의 밀양 송전탑 투쟁에 대한 이야기였다. 

 2012년 1월 16일 이치우 어르신의 분신을 계기로 미디어 활동가들이 밀양에 모이게 되었다고 한다. 이경희(미디어핀다)님, 박배일(오지필름)님, 허성룡 님이 한 주씩 번갈아 가며 밀양에 상주했다. 속보영상과 연대를 호소하는 영상을 제작했다. 현장에 카메라를 가져간다는 것은 주민들을 보호한다는 의미가 컸다. 카메라가 지키고 있으면 공권력이 주민들에게 모멸감이나 치욕감을 주는 일이 줄어들었다. 처음에는 밀양에 미디어 활동가들이 많이 결합하지 않아 고민이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대안 미디어 활동, 콘텐츠의 스타일은 무엇일까, 더 결합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등을 고민했다. 그 결과,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해 밀양에 방을 얻어 상주 공간을 만들었고, 그렇게 활동을 이어가다 보니 70명 정도의 미디어 활동가들이 모여 작업을 하게 되었다. 속보영상을 만들어 내는 것이 주 목적이었지만 카메라가 현장에 있다는 것 자체가 투쟁에 도움이 되기도 했고, 이후 법적 대응자료로서 찍어둔다는 의미도 있었다. 

 그 기록물을 토대로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가 박배일 감독님의 <밀양전>이다. <밀양전>은 공동체 상영을 무척 많이 했다. 요청이 워낙 많았던 것이다. 박배일 감독님은 <밀양전>이라는 다큐멘터리가 수많은 공동체 상영을 통해 자기 몫을 다 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그리고 "지금은 밀양투쟁을 힘써 하셨던 어르신들과 대면하는 것이 서로 힘든 부분이 있어 밀양에 자주 가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밀양투쟁에 대한 이야기는 활동가로서 감독으로서 계속 해 나가고 싶다”며 의지를 표현하기도 했다.


 2부 두 번째 순서는 '복지갈구 화적단' 이마리오 님의 발표였다. 복지갈구 화적단은 2012년 동영상 팟캐스트로 시작했다. 2012년. TV에 나오지 않는 이야기들을 누구나 할 수 있는 광범위의 복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고 "너네동네 살만하니?"라는 문구를 내걸고 여러 동네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복지갈구 화적단에서 생각한 활동은 대안 미디어, 콘텐츠, 팟캐스팅이었고, 그렇게 풀뿌리 시민제작자들이 만든 다양한 콘텐츠를 이어 네트워크 모임을 꾸려보자는 데까지 나아갔다. 물론 만들어낸 콘텐츠들을 어떻게 틀지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서울 밖 지역에서 지역의 뉴스를 보면 참 시시하게 나온다. 화적단은 그것이 불만스러웠다. 내가 사는 지역 이야기를 내가 직접 하고, 그 유통 구조를 전국으로 확대해보기로 했다. 이를 위한 프로젝트들 중 하나가 바로 "미디어로 행동하라 in 삼척"인데, 이는 2014년 10월 강원도 삼척에서 열린 핵발전소 유치 찬반 투표의 역사적인 현장을 기록하는 프로젝트였다.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된 이유는 첫째가 '동네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것'이었고, 둘째가 '지역의 흩어진 미디어 활동가들의 연대를 이끌어 내는 것'이었다. 지역 미디어 활동가들은 각자의 지역에서 외롭게 움직이기 때문에 고립감을 느끼기 쉽다. 그래서 일단은 만나자, 모이면 무엇을 해낼 수 있는지 확인해보자, 서로 힘 받아보자는 의미에서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삼척시 대진리는 과거 핵발전소 유치를 투쟁으로 막아낸 경험이 있는 곳이다. 그런 곳에 다시 핵발전소 유치 논란이 일어나는 것이 안타까웠고, 그 현장을 기록해보고 싶었다. 다양한 지역의 미디어 활동가들과 만나 영상을 만들고, 그 영상을 삼척 주민들과 함께 보며 순간의 감정을 공유했던 일은 소중한 기억이 되었다.

 미디어 활동가들의 네트워크를 만들고, 모여서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여전히 과제는 남아있다. 바로 플랫폼의 문제다. 온라인 팟캐스트만으로는 여전히 유통에 있어서 좋은 성과를 내기가 어렵다. 이마리오 감독님은 미디어 활동가들이 플랫폼에 대해 더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여러 해외의 미디어 플랫폼들을 사례로 들었다. 덧붙여 지역 미디어활동가들과 상생하며 가야 할 각 지역의 미디어센터들은 정체성을 분명히 하지 못하여, 미디어활동가들의 기반이 되어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꼬집기도 했다. 이마리오 감독님은 앞으로 미디어 활동가들이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실질적인 활동 영역의 폭을 넓혀가야 한다고 방향을 제시하며 발표를 마쳤다.




▲ 일본 다큐 제작집단 NDS의 김임만 감독 (오른쪽) (출처: 체인지온@공룡 페이스북) 


 마지막 순서로 일본에서 오신 김임만 님과 공룡 김설해 님의 대담이 이어졌다. 김임만 님은 일본의 NDS라는 다큐멘터리 제작 집단에서 상주하며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다. NDS는 2006년 만들어진 단체로, N(Nagasaki나가사키조: 오사카에 있는 동네) D(Documentary다큐멘터리) S(Space공간)의 줄임말인데, 즉 나가사키에서 다큐멘터리 하는 공간이라는 뜻이다. 김임만 님은 8년 전 우연히 다큐멘터리를 찍어야겠다며 카메라를 샀고, 그 이후로 쭉 다큐멘터리를 하고 있단다. 그 당시는(다큐멘터리를 시작하기 전) 지금보다는 돈이 있어서 방을 빌려 작업실도 만들고 활동도 제법 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보다 돈이 더 없다는 등 설해 님의 각종 질문에 시종일관 유쾌한 대답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NDS의 작업을 맛보기로 보여주기도 했는데, 그 내용은 2006~7년에 벌어진 "가마가사키 권리찾기"라는 투쟁의 기록이었다. 오사카에는 일본에서 가장 많은 수의 노숙노동자들이 살고 있는데, 영화는 그들이 정부에게 투표권을 요구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일본은 노숙자들, 즉 서류상 거주지가 불분명한 사람에게는 투표권을 주지 않는다고 한다.) 당시 투쟁을 기록하는 과정에서 멤버가 많이 늘어났고, 촬영과 편집을 함께 해주어 영화를 마무리지을 수 있었다고 한다.

 김임만 님은 재일조선인이다. 처음 카메라를 들게 된 이유도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단다. 지금은 본인의 어머니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다. 재일조선인 1세대인 어머니의 삶을 추적하다보면 2세대인 자신의 뿌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고, 전부터 어머니 이야기를 찍어보고 싶기도 했다고 한다.


 모든 순서가 끝나고 멀지 않은 공룡의 활동 공간으로 자리를 옮겨 네트워크 파티를 시작했다. 서로 몰랐던 사람들끼리 안면을 트고 오랜만에 만난 동료들끼리는 안부를 묻는 모습에서 소박한 즐거움이 묻어났다. 

 이번 비영리 미디어 컨퍼런스 체인지온은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이라는 주제로 전국의 활동가, 다른 나라의 활동가까지 서로 만나 자신의 사는 이야기, 활동이야기를 주고받았다. 1박2일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 시간동안 다른 사람들의 삶의 방식, 목표, 이유들을 들을 수 있어, 나에게는 참 다행이었다. 때로는 방안에 처박혀 혼자 골몰하고, 술자리에서 사람들을 만나 내 생각을 말하는 것이 덧없이 느껴지고, "나 혼자만 뚱딴지같은 생각을 하나?"라며 집에 돌아와 움츠린 스스로를 발견할 때가 많았다. 모두가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일을 하며 살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같은 곳을 바라보고 비슷한 그림을 그리려 애쓰는 사람들은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다. 이번 컨퍼런스에서 확인할 수 있던 것은 마음으로 함께하고자 한 여러 발자취들이었다. 이들의 활동의 동력은 고립된 이들을 밖으로 끌어내고, 표현을 독려하고, 그 힘으로 연대하고자 하는 의지였다. 그러기 위해 발버둥치며 때로는 웃으며 때로는 어려움을 감수하고 있었다. 이들이 그렇게 앞서서 걸어가고 있었기에 내가 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나 또한 연대의 힘을 믿으며 하루하루 묵묵히 최선을 다 할 수 있기를 바라 본다. □




▲ 체인지온@공룡 첫째날 행사를 마치고 다같이 한 컷 (출처: 체인지온@공룡 페이스북) 


* 발표자료 및 현장영상 보기 http://changeon.org/180564




[필자소개] 변규리(미디어활동가)


카메라를 가지고 아이들과 방과후 수업에서 만나고, 구로공동체라디오에서도 활동하며, 사람들의 소중한 모습을 기록하고 있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