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액티피디아에서는 온라인 중계에 그치던 과거의 비대면 여가와는 차원이 다른 기술의 진보를 느껴볼 수 있는 활동들을 몇 가지 소개할 텐데, 앞으로 더욱 발전되고 확산될 미래 시대의 여가 문화를 미리 체험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ACT! 123호 액티피디아 2020.12.16]
주일(창작자)
코로나19 시대를 살며 모두가 거리를 두며 위축된 채 살고 있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 와중에도 숨통을 틔워 줄 재밋거리를 찾고 있다. 엠라이브닷컴에서는 다양한 여가 활동을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에 따라 분류하기도 했는데 ‘밀접 접촉’과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현실이 슬프긴 하지만 꼭 외출해서 활동을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에게는 꽤 쓸모 있는 참고자료가 될 것이다.
아예 사람을 만나지 않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소위 비대면 여가 활동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번 액티피디아에서는 온라인 중계에 그치던 과거의 비대면 여가와는 차원이 다른 기술의 진보를 느껴볼 수 있는 활동들을 몇 가지 소개할 텐데, 앞으로 더욱 발전되고 확산될 미래 시대의 여가 문화를 미리 체험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장기간의 거리두기 정책 때문에 피해를 입은 건 영세 자영업자뿐만이 아니었다. 소규모 공연을 하거나 다양한 행사를 다녀야 하는 예술인들은 관객과 만날 기회 자체가 사라졌다. 수입이 0에 가깝게 감소한 것도 문제였지만 예술 활동의 동력인 관객이 없으니 도무지 힘이 날래야 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었다.
2020년 초기에는 비대면 수업이 확산되는 분위기 속에서 공연계도 인터넷 방송 시스템을 도입해서 유・무료 온라인 공연을 시도했지만 무대를 통으로 중계하는 기존 방송과 다른 점이 없었고, 오히려 기존 공연・방송 대비 저예산으로 운영해야 했기 때문에 조악한 품질 때문에 일부 마니아를 제외하곤 굳이 관심 갖는 이가 없었는데, 봄이 지나면서부터 다양한 형식과 기술을 접목한 시도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의 360도 VR 공연(https://cutt.ly/yhAL7OD)은 오케스트라 공연장 무대 위에 360 VR 카메라를 설치하여 중간중간에 원하는 곳을 돌아볼 수 있게 만들었다. 전체 무대를 바라보다가 바이올린 소리가 들리면 그쪽만 집중해서 볼 수 있고, 원한다면 그동안은 보기 힘들었던 지휘자의 정면만 바라볼 수도 있다. 공연장의 분위기를 가장 저렴하게 체험시켜 줄 수 있는 360 VR 기술은 이미 많은 공연을 기록하고 중계하는 데 쓰여왔지만 앞으로는 더욱 늘어날 것이 틀림없다.
슈퍼주니어와 방탄소년단은 대규모 비대면 콘서트를 열었다. V앱이나 위버스라는 자체 플래폼을 통해 전 세계 수십만 시청자들에게 실시간으로 콘서트를 선보였는데 단순한 공연 중계 영상이 아니라 멀티뷰 기능으로 원하는 앵글을 시청자들이 선택해서 볼 수 있게 하거나 AR 기능으로 공연 영상 위에 별도의 이미지를 덧씌워 현실에선 볼 수 없는 시각효과를 선사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무대 주변 스크린을 관객들의 실시간 영상으로 채운 뒤 시선을 맞추고 가끔 대화까지 나누는 ‘줌 화상회의’ 형식은 기존 오프라인 공연이 가질 수밖에 없던 물리적 거리를 극복하는 수단으로 유용하게 쓰이기도 했다.
온라인 게임이 공연장으로 변신하기도 했다. 2020년 4월, 힙합 가수 트래비스 스콧은 게임이었다가 가상공간 플랫폼으로 변신하고 있는 포트나이트 속에서 콘서트(https://youtu.be/wYeFAlVC8qU)를 열었다. 게임 속 공간에 거인처럼 등장한 트래비스는 신나는 노래를 불렀고, 포트나이트 이용자들은 자기만의 아바타를 무대 앞에 가져다 놓고 실제 공연장의 관객처럼 음악을 즐겼다. 이미 2003년에 등장했던 가상공간 ‘세컨드 라이프’에서도 개인과 기업의 다양한 활동이 이뤄지긴 했지만 현재와 같은 기술력이 뒷받침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제약이 많았는데, 이젠 현실의 많은 행동을 온라인 공간에서도 그대로 할 수 있게 되었다. 가령 방탄소년단의 ‘다이나마이트’ 홍보 캠페인(https://cutt.ly/rhANN1z)에서처럼 게임 속 아바타에게 아이템을 장착시켜 가수의 안무에 맞춰 직접 춤을 추거나 팬들이 플래시몹을 할 수도 있게 된 것이다. 앞으로는 또 어떤 것이 가능하게 될지 심히 궁금하다.
여행에는 비대면이란 개념이 접목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여행 욕구를 잠재우기 위해 누군가가 먼저 가서 찍어온 사진과 영상과 글을 보지만, 결국 직접 가서 체험하는 것만 못하다는 결론에 이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코로나19 시대가 되자 서서히 도입되고 있던 비대면 여행이 여행업계에 전면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시작은 에어비앤비의 온라인체험 사업(https://cutt.ly/BhSzVVg)이다. 처음에 숙박 공간 공유 서비스로 시작한 에어비앤비는 점차 현지에 거주하는 전문가를 호스트 삼아서 체험 활동을 서비스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바이러스 창궐 이후 몰락의 길을 걷는가 싶었지만, 이내 온라인 투어 상품을 추가하여 직접 가지 않더라도 다양한 체험 활동을 화면 너머로 따라하거나 기존 여행 경로를 현지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가는 간접 여행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여행자와 현지 가이드를 중계해주는 플랫폼으로 시작한 마이리얼트립이 에이비앤비와 유사한 랜선 여행 상품(https://cutt.ly/zhSz21n)을 개발하여 참여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지금이야 시국 때문에 랜선 여행이 각광받고 있지만 전 세계에 인터넷이 보급되기 시작한 21세기 초부터 세계 곳곳에 있는 박물관과 미술관들은 온라인으로 내부를 관람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지도 서비스의 로드뷰 같은 둘러보기 기능과 확대 기능만 제공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현장에서 걷는듯한 느낌을 주는 가상현실(VR) 체험을 제공하거나 미술 작품이나 전시물 위로 멀티미디어 자료를 덧씌워 보여주는 증강현실(AR)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이르렀다. 도쿄국립과학박물관(https://www.kahaku.go.jp/VR)은 박물관 전체를 360 VR 사진으로 캡처하여 원하는 곳에 멈춰 서서 꼼꼼하게 지켜볼 수 있게 해주는 성의를 보였는데, 그런 노력까진 아니더라도 구글 아트&컬처(https://cutt.ly/fhSxsPQ)와 손을 잡고 모든 작품을 둘러볼 수 있게 해주는 미술관과 박물관은 전 세계에 수백 개가 넘게 있다(단순한 관람을 넘어서는 기능을 제공하는 앱도 꼭 한 번은 설치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앞에서 언급한 세컨드라이프나 포트나이트 공연처럼 아예 처음부터 가상공간 안에 전시장을 짓고 그 안에서만 둘러볼 수 있는 버추얼 온라인 뮤지엄 오브 아트(https://visit.voma.space)도 신기한 볼거리다.
우리 문화재를 둘러볼 수 있는 곳도 있다. 문화재청에서 제공하는 ‘360VR로 보는 문화유적’ 갤러리(https://cutt.ly/zhScBOE)에 가면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던 우리의 문화재를 손에 닿을 듯한 거리에서 지켜볼 수 있다. VR용 고글이 있으면 실감나는 입체 사진으로 볼 수 있지만, QR코드를 찍어 스마트폰으로만 둘러보더라도 직접 여행을 간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구글은 이미 지구 전체를 하늘에서 촬영하여 구글 어스(https://cutt.ly/ChSvhk6)에서 입체적인 그림으로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하늘에서 아무리 고해상도로 스캔해봤자 지상에서 걸어 다니는 사람의 시선만큼 실감나긴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아예 도시 전체를 스캐닝하고 3차원 이미지로 모델링하는 프로젝트(https://cutt.ly/khSvBts)도 등장했다. 현실의 사물이나 공간을 동일하게 복사한다는 의미에서 이른바 디지털 트윈이라고 부르는데, 게임 그래픽을 구현하는 데 쓰이는 게임 엔진과 그래픽 카드 성능이 발달하면서 실사와 구분이 안 될 정도의 재현이 가능하게 되었다.
시간여행은 어떨까. 이미 실감나는 역사 고증으로 유명한 게임 ‘어쌔신 크리드’의 제작사 유비소프트는 고대 그리스의 지형과 건축물을 실감나게 구현한 ‘디스커버리 투어’(https://cutt.ly/lhSbWMG)란 소프트웨어를 판매하고 있다. 게임과 교육의 중간쯤에 있는 이 프로그램은 주인공 캐릭터를 일반적인 게임 조작 방식으로 움직이며 역사 속 실존 인물을 만나서 대화를 나누거나 주어진 미션을 수행하며 당시 사람의 입장에서 살아보도록 도와준다. 지금이야 고작 마우스를 움직이거나 게임패드를 조작할 뿐이지만 몇 년 안에 더 실감나는 컨트롤러가 저렴하게 보급되고 그리스뿐 아니라 고증 자료가 충분한 모든 도시가 사실적으로 디지털화된다면 시간을 넘나드는 이런 활동이 당당히 ‘여행’의 범주에 들어가는 날도 오지 않을까.
쇼핑을 여가라고 부를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꼭 여행과 스포츠가 아니더라도 물건을 고르고 구매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사람도 있으니 일단은 여가활동으로 분류하겠다.
온라인 쇼핑은 이미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온라인 쇼핑의 매출액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고, 코로나19로 사회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 쇼핑 거래액은 전체 온라인 매출의 절반 가까이 이를 정도로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또 파워블로거와 유튜버를 통칭하는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커지며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직접 판매하거나 구매를 대행해주는 이른바 ‘모바일 커머스’ 시장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중국의 사례(https://cutt.ly/ChSQ1mb)만 보더라도 알 수 있듯 사람들은 대기업의 쇼핑몰 사이트나 홈쇼핑 채널에서 물건을 고르기보다 자신이 구독하는 인플루언서의 추천에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몇 년 전까지는 왕홍(인플루언서의 중국식 표현)이 동대문 쇼핑몰을 방문하는 생방송을 찍으며 시청자들의 구매 수요를 확인한 뒤 현장에서 대량 구매하는 보따리상 스타일의 판매・구매가 이뤄졌지만 최근에는 각 동영상 플랫폼이 제공하는 도구를 이용하여 사전에 등록되었거나 왕홍이 언급하는 상품을 클릭만 하면 구매가 이뤄지는 최첨단 방식의 ‘라이브 커머스’가 보급되고 있고 심지어는 홈쇼핑 채널들도 라이브 커머스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 사이트인 아마존은 몇 달 전 여행과 쇼핑을 결합한 서비스 ‘아마존 익스플로어’(https://cutt.ly/3hSRhkD)를 공개했다. 홍보영상에 따르면 앞서 언급한 랜선 여행에서처럼 현지 가이드의 안내로 여행지를 둘러보다가 상점에 들어가면 물건을 둘러볼 수 있는데 이용자의 요구에 따라 가이드가 물건을 꼼꼼히 살펴본 뒤 그 자리에서 구매까지 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보인다. 라이브 커머스와의 차이점은 동시 시청자의 숫자다. 다수의 시청자를 대상으로 쇼핑 방송을 하는 라이브 커머스와는 달리 아마존의 서비스는 1인 내지는 소수의 이용자만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이다. 아무리 인플루언서가 채팅창으로 시청자의 반응을 보고 물건을 살펴본다고 하더라도 음성으로 직접 말을 거는 아마존의 방식보다 나을 순 없을 테니 여행과 쇼핑을 한꺼번에 즐기고 싶은 방구석 여행자에게는 비싼 투어 참가비가 그리 부담스럽진 않을 것이다. □
▮ 집에서 코로나19에 맞서는 몇 가지 방법 1부 (재택근무 편)
https://actmediact.tistory.com/1541
▮ 관련 사이트
- 엠라이브닷컴 기사(영문)
- 엠라이브닷컴 유튜브 영상 https://youtu.be/Waedi-Sbk0s
- 트래비스 스콧 공연 영상 https://youtu.be/wYeFAlVC8qU
- 다양한 형태의 전시를 소개하는 웹진 빌리브의 기사 https://villiv.co.kr/culture/6055
글쓴이. 주일
- 전기로 돌아가는 것을 좋아하고, 글이나 영상 짓는 사람.
숏폼 콘텐츠 - 스마트폰 화면으로도 충분하다는 디지털 원주민들의 선택 (4) | 2021.11.09 |
---|---|
낯설고도 친근한 우주, 메타버스 (0) | 2021.04.09 |
비대면 시대 일하던 습관 그대로 일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 - 집에서 코로나19 맞서는 방법 : 재택근무 편 (0) | 2020.09.29 |
게임은 영화의 미래다 - 최초이자 최후의 예술 '게임' (0) | 2020.08.03 |
세상에 없는 사람들 - 인간을 대체할 디지털 인간 (0) | 2020.06.02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