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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고 착한 강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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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424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인디스페이스에서 이강길 감독 추모식이 열렸습니다. 현장에서 추모사를 해주신 분들 중, 두 분의 허락을 얻어 추모사를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ACT! 이강길을 기억하며 2020.4.24.]

착하고 착한 강길에게

  이헌명

 

  그저 한동안 소식 없이 신림동 저 언저리에서 잘 지내고 있을 것 같은 이 기분은, 아직도 널 보내질 못하고 내 마음 한 곁에 네가 살아있다는 기억의 습관이겠지.

  오늘 이렇게 너의 추도식을 보니 이젠 만남의 종지부를 찍어야하나 보다. 너를 위해 애써주신 모든 분께 참 고맙고도 야속한 날이다. 긴 인연의 매듭 같아 이 자리가 참 낯설다.

  96년 너와 인연을 맺어 25년이란 오랜 시간 동안 소소한 얘기를 참 많이 나누었다는 생각이 든다. 가족 얘기며, 삶의 가치관에 대한 얘기며, 먹고사는 문제며, 학교에서 아이들 가르치는 방식이며, 너 장가가는 얘기며, 심지어 내 푸념 같은 삶의 방편까지도, 그때마다 묵묵히 들으며 에이 선배님~”하며 빙긋이 미소 짓던 네 모습이 선하다. 적어도 너는 나보단 항상 관대하게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곤 해서 쑥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나 역시 다큐멘터리 제작을 동경했던 한 사람으로서 실제 제작은 함께 하지 못했지만, 너의 작품을 두고 이런저런 얘기를 선배랍시고 마구 떠들어 댔던 기억도 이젠 모두 추억으로 되었구나.

  그렇게 25년의 세월이 흘렀다.

  12월 초 내 개인전에 너의 작품을 전시장에 틀어놓고 너와 스탠리(STANLEY) 사장인 유해연 친구와 늦은 시간까지 고량주를 마시며 좋은 얘기를 나누고 헤어졌는데, 한 달도 되지 않아 네가 그렇게 아파하며 떠났다는 것이 도무지 믿기질 않았다.

  지난 겨울 너의 마지막 작품이 되어버린 설악산을 다녀왔다. 

  너의 발자취를 따라 숨기운을 느껴보진 못했지만 먼발치에서나마 너에게 이별 아닌 이별의 인사만 차가운 바람에 실었다.

  오늘 이 자릴 꼼꼼히 챙기며 준비해준 단체, 동료들을 보니 넌 참 잘 살았었구나 라는 생각에 너와 함께했던 시간이 자랑스럽다.

  수고했다. 강길아.

  잘 가라.  

- 동문 이헌명 드림


글쓴이. 이헌명

- 청강문화산업대학교 애니메이션스쿨 교수, 이강길 감독 작품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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