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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 산양의 땅 사람들> 관객과의 대화 - 2020.1.15 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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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15일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진행된 <설악, 산양의 땅 사람들> 관객과의 대화입니다. 흐름상 일부 수정된 내용이 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ACT! 118호 이강길을 기억하며 2020.03.13.]

 

 <설악, 산양의 땅 사람들> 관객과의 대화

with 이강길, 황윤 - Jeonju Showcase 1월 상영

 

전주영화제작소 제공

 

= 김선중(프로그래머) : 네, 바로 관객과의 대화를 시작하겠습니다. 영화 <설악, 산양의 땅 사람들>을 만드신 이강길 감독님과 오늘 특별히 진행을 맡아주신 황윤 감독님 두 분 모두 앞으로 모시겠습니다. 박수 부탁드릴게요.

- 이강길(감독) : 안녕하십니까.

 

= 황윤(모더레이터)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녁 시간에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독님은 서울에서 오셨죠?

- 이강길 : 예, 오늘 서울에서 왔습니다. 

 

= 황윤 : 감독님, 오늘 건강 상태가 안 좋으신 것 같은데.


- 이강길 : 사실 저희가 5일부터 설악산에 들어갔다가 거기서 땀을 좀 많이 흘려서 감기에 걸린 것 같아요. 그래서 한 보름 넘게 고생하다가 왔습니다. 

 

= 황윤 : 네, 아무튼 먼 길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 이강길 : 아닙니다. 여기가 고향 같은 곳이어서요.

 

= 황윤 : 왜 전주가 고향 같아요?

- 이강길 : 제가 여기 태생은 아닌데요, 새만금 때문에 부안에서 한 10여 년간 살다시피 했습니다. 그래서 여기가 매우 낯이 익습니다.

 

▲ 2020.1.15.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 (왼쪽부터) 관객과의 대화 중인 황윤 감독과 이강길 감독

 

= 황윤 : 감독님이랑 저의 교집합이 새만금이랑 박그림이에요. 이강길 감독님이 설악산 전에 여러 작품을 하셨는데, 대표적인 작품이 새만금에서 만든 <어부로 살고 싶다> 시리즈 1, 2, 3이에요. 거의 한 10년? 굉장히 긴 작업이었죠. 그 작업 이후에 박그림 선생님과 설악산에 대한 다큐를 만드셨고요. 
  저 같은 경우는 지금 새만금에 대한 작품을 찍고 있고, 박그림 선생님은 제가 2004년인가 <침묵의 숲>이라는 영화를 만들 때 등장하신 적이 있을 뿐 아니라 개인적인 인연으로 제 주례를 서 주신 굉장히 존경하는 선생님입니다. 
  아무튼, 감독님과 여러 가지 이야기 나누어 보겠습니다. 일단 가장 먼저 이 작품을 언제, 어떻게 시작하셨는지 여쭤볼까 합니다.  

- 이강길 : 이 작품을 시작한 게, 한 5년 전, 제가 한 작품 막 끝내고 쉬고 있을 때 환경과 생명을 생각하는 교사들의 모임, 줄여서 ‘환생교’라는 중·고등학교 선생님 모임에서 DMZ 연수를 함께 가자는 제안을 받았어요. 거기에서 박그림 대표를 만났습니다. 그 전에도 어떤 분인지 알고는 있었지만 그렇게 뭐 친한 관계는 아니었는데, 그때 거기 오셔서 설악산 케이블카가 3번째, 다시 또 신청이 될 것 같다 그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그때 2차 부결된 건 알고 있었는데 3차라니, 말이 안 되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뭔가 도움을 좀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제가 부안에서 10년 동안 살면서 작품을 만들 때마다 제 작품의 카테고리는 늘 환경 쪽이었어요. 물론 분명히 환경을 소재로 해서 만들었지만 저는 생존이라고 하는 주제를 얘기 했다고 생각하는데, 꼭 그렇게 분류되는 게 기분 나쁘거나 그렇지는 않지만 의아 했어요. 그럼 나한테 그럼 환경이라는 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 기회를 통해서 그 이야기를 한번 풀어내 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시작하게 됐고요. 1년 정도면 끝날 줄 알았던 게 거의 한 4년 넘게 진행 되고 있네요.

 

= 황윤 : 예상보다 훨씬 긴 시간 동안 작업을 하시면서 영화의 제작 방향이나 계획이 많이 바뀌었다고 알고 있는데요, 어떻게 수정된 건지 왜 바꾸셨는지 듣고 싶어요. 

- 이강길 : 저도 이런 버전이 나오리라고는 예상 못 했어요. 황윤 감독님도 다큐멘터리를 하고 계시니까 뭐 다들 똑같을 거라 생각해요. 처음에 가구성안을 잡으면서 이런 식의 내용이 될 것이라 상상은 하지만 다큐멘터리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아 같아요. 배우에게 연기를 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주인공들이 가는 방향을 감독이 취사선택하는 거기 때문에 겉으로는 객관적으로 보이지만 사실 감독의 주관이 매우 많은, 되게 주관적인 그런 장르이기도 하고요. 
  원래는 저도 이번에는 다른 방향으로 제작을 하려 했는데, 재작년에 다들 싸움이 너무 지친 거예요. 우리가 왜 싸우고 있지? 1년이면 끝날 줄 알았던 싸움이 3년 넘어가니까 다들 왜 싸우는지, 우리가 지금 여기서 뭐 하고 있는지 그 조차도 다 잃어버린 상태가 되었어요. 그래서 분위기를 좀 반전 시켜야겠다, 이분들에게 힘을 좀 드릴 수 있는 영상물이 뭐가 없을까 생각했어요. 그렇다면 지금까지 우리가 해왔던 것들을 한번 쭉 나열해 보자, 그럼 우리가 왜 싸우려고 했는지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이렇게 해서 제작하게 된 거고요. 
  그렇게 만들던 중에 행정심판위원회가 문화재청에서 부결된 걸 뒤집어 엎어버려요. 그러면서 저희들이 상당히 힘을 잃었거든요. 그때까지 저는 열심히 편집하고 있었어요.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게, 저만의 생각을 더불어서. 근데 갑자기 이게 뒤집어지다 보니까 완전히 패닉이 온 거에요. 큰일 났다, 이거 어떻게 해야 하지? 이러면서. 뭐 어떡하긴요, 다시 만들어야죠. 5월 정도에 다시 환경부가 부결 시킨 거에 대한 행정심판 결과가 나와서. 그걸 보고 마지막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 것 같아요.

 

= 황윤 : 정말 길고도 지난한 싸움인거 같아요. 제가 작년 가을 박그림 선생님한테 듣기로는 그 때 환경부에서 하는 결정이 최종이라고 하셨거든요. 그 때 안 하는 걸로 결론이 나면은 안심해도 되는 걸로. 그래서 이제 정말 이겼다고 생각했는데, 남은 불씨가 있었던 거예요. 그게 바로 지금 진행 중인 행정심판이죠? 2월에 결정이 나는 건가요?

- 이강길 : 네, 하지만 또 한 번 재소를 할 수 있어요. 만약 2월에 설악산 케이블카 대해서 부 동의를 한다 해도, 신청을 하고 싶어 하는 양양 쪽에서 다시 재소할 수 있기 때문에 최소 5월까지 좀 지켜봐야 해요. 문화재청의 결과를 통해서 봤을 때, 지금 이게 마지막 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다시 또 뒤집어 질 수 있을 것 같아 계속 지켜보고 있어요.

 

= 황윤 :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네요. 영화의 끝이 어떻게 될지 계속 관심 갖고 지켜보고 응원해야 할 것 같아요. 근데 지난 1월 초에 설악산에는 왜 가신 거예요?

- 이강길 : 좀 답답했어요. 제가 사실은 외모하고 다르게 산에 다니거나 이런 거 엄청 싫어하거든요.

 

= 황윤 : 산을 싫어하시는데 산 영화 찍으셨네요.

- 이강길 : 제가 산에 올라가는 산꾼들을 만나면 늘 "왜 올라가요?"하고 물어요. 힘들게 올라갔다가도 내려 올 거면서 뭐 하러 올라 가냐고. 솔직히 설악산 대청봉까지의 노선을 최단기간에 제가 박그림 선생님 다음으로 가장 많이 갔을 거예요. 근데 올라갈 때마다 느끼는 게 있어요. 아, 그냥 케이블카 타고 올라가면 얼마나 편할까? 정말이에요. 제 짐에다가 카메라 2~3대, 장비 등까지 하면 30키로가 넘어요. 처음에는 올라갈 만 한데 중간쯤 올라가다 보면 하나씩 버리고 싶어요. 그러다 나중엔 그냥 케이블카 타고 쓱 올라가서 편하게 찍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정도로 제가 산에 올라가는 걸 싫어하는데, 설악산이라고 하는 곳, 그리고 국립공원들 이런 게 대체 무엇일까 생각하게 되었어요. 예를 들어서 설악산이 명산이라는 건 다 알잖아요. 여기 계신 분들도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산이라 생각 하실 거고요. 그런데 설악산이 아니고, 산양이라고 하는 보호종도 살지 않는다면 막 개발해도 되나? 하는 그런 생각들을 정리하러 갔어요.
  부안의 갯벌이 처음엔 몰랐는데 알고 보니 세계적인 갯벌이더라고요. 세계 4대 갯벌이니,  5대 갯벌이니. 근데 저는 사실 그 때 10년 동안 갯벌에 있으면서도 갯벌이 아름답다고 하나,  그런 걸 느껴 본 적이 없어요. 거기에 살고 계신 분들이 있다는 것 자체가 정말 마음에 와 닿았었거든요. 항상 갯벌에서 자신의 노동력을 이용하여 조개를 캐고 하는 그 분들 만나고, 얘기하는 게 되게 좋았어요. 그런데 어느 한순간에 그걸 콘크리트로 막았어요. 정말 위대하죠. 새만금 방조제 위를 차로 달려보면 "아! 진짜 이거 괜찮은데...." 싶어요. 하지만 그 안에 들어가 보면, 지금 새만금에 온 거 하나도 없잖아요. 군장산업단지 50%도 못 채우고 있는데 새만금에 산업단지 만들겠다고 하고 있잖아요.

  근데 지금 들어온 거 뭐 있습니까? 오히려 거기 살던 3만명 가량의 주민들만 쫓겨났어요. 그분들이 지금 뭐 하고 있을지 생각해보세요. 그분들은 남한테 빚 안 지고 그냥 있는 갯벌에 살면서 IMF때 서울에서 다들 돈 없다고 해도 그런 걱정 안 하고 살았는데, 어느 순간 개발한다며 쭉 막아놓은 뒤로 겉으로 보기에는 좋을지 몰라도 그분들의 진짜 삶은 피폐해졌어요. 여기 전주 계신 분들도 지금 몇 년 째입니까? 새만금이라며 황금빛 이야기를 늘어놓더니 하나도 된 건 없고, 오히려 거기에서부터 흙먼지 날려서 봄 황사철만 되면 미세먼지가 더욱 심각해지는 등의 피해를 보고 있잖아요.

  하지만 이런 것들이 계속 반복되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일까 설악산에 가서 조용히 생각해 봤어요. 과연 진짜 설악산이 명산이기 때문에 지켜야 하는 것인가, 그럼 명산이 아니면 우리가 어떻게 해야 될 것인가? 저도 답은 없습니다. 그냥 끊임없이 물음을 던지고 이야기를 할 뿐입니다.

 

= 황윤 : 후반부에 새만금과 설악산의 교집합이 많아서 이런 얘기를 여쭤 보려고 했는데 말씀을 잘 해주신 것 같아요. 보는 내내 새만금이 떠올랐거든요. 설악산만 새만금으로 바꿔서 영화를 본다고 하더라도 전혀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개발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논리로 자연이 그리고 주민들이 정치적으로 계속 이용 되고, 결국 그 안에 살고 있었던 주민들은 피폐해지는 너무 똑같은 이야기들이 전국 곳곳에서 반복 되는 것 같아요.
  그럼 이쯤에서 관객 분들께 마이크를 넘기도록 하겠습니다. 질문이나 보신 느낌 등을 손 들고 말씀 해 주시겠어요?

 

▲ 다큐멘터리 <설악, 산양의 땅 사람들> (이강길, 2019)

 

= 관객1 : 영화 잘 봤습니다. 산을 싫어하시는데, 고생이 많으셨을 것 같아요. 제가 계속 보면서 계속 걸렸던 건 찬성하시는 주민 분들이거든요. 정치적이든 경제적으로든 이득을 얻는 사람들이 계속 찬성 할 것 같은데, 결국은 그들을 움직여야 변할 수 있잖아요. 그분들의 생각을 바꾸려면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할지 개인적으로 고민이 됩니다.

- 이강길 : 제가 하려고 했던 이야기 중에서 못 풀어낸 부분이 바로 그 지점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아마, 주요한 분들하고는 얘기하더라도 말도 안 통하고 그 분들의 생각을 움직이지 못 할 것이라 봐요. 영화에서 보면 마을 이장님 같은 경우, 저랑 친해요. 제 장점 중 하나가 찬성이든 반대든 주민들과 쉽게 동화 되고 형님 동생 할 수 있는 건데, 이건 아마 외적인 면에서 풍기는 동질감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아무리 얘기해도 그 분들 하고는 대립각을 좁힐 수 없었어요. 그분들은 진짜 그거에 목숨을 걸고, 그게 아니면 자기들이 생존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데 거기 그냥 계시는 분들 있잖아요. 예를 들어 군산 방폐장 같으면 지역의 모든 사람들의 핵심 인물은 아니잖아요. 이거 해야 한 대, 이게 군산이 발전하는 길이래, 그러니까 다들 플랜카드 들고 나와 하니까 나오시는 분들, 이 분들 하고는 얘기가 된다고 생각해요. 그 분들하고 끊임없이 저희가 대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제가 70년대에 초등학교 다닐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노래가 <새벽종이 울렸네>에요. 새마을 운동이 다 때려 부수고 새 거 만들자는 거잖아요? 그런 교육을 받고 자라서 그 것 말고 대안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무슨 이야기를 하겠어요? 개발이라고 하는 것이 잘 살 수 있는 가장 빠른, 최선의 길이니까 무조건 다 때려 부수고 무언가를 갖다가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요. 거기다 대고 이거 지켜야 됩니다, 하면 그럼 누가 돈을 주냐, 쌀을 주냐, 밥을 주냐고 하십니다. 그래도 그 분들에게 환경을 생각하는 분들이 먼저 손 내밀고 계속 이야기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 황윤 : 감독님 말씀을 들으니까 영화를 만든 의도가 더 잘 이해가네요. 보통의 어떤 환경 주제의 다큐멘터리들은 찬성, 개발 쪽 이야기를 되도록이면 최소화 하고 그로 인해 피해를 받는 약자들의 목소리로 거의 영화를 채우는 경우가 많잖아요. 하지만 이 영화는 다른 독립 다큐멘터리보다 개발 세력의 목소리를 많이 배치했어요. 거의 한 절반쯤 되지 않나요? 이 영화를 계기로 중간 지대에 있는 분들, 멋모르고 저 쪽에 서 계신 분들과 한번 쯤 대화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 관객2 : 저는 환경의 가치를 굉장히 강조하시는 분들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지는 않았지만, 이 영화 보면서 생각 좀 해봐야겠다,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근데 왜 제목을 하필이면 산양으로 하셨나요? 산양으로만 해 놓으니까 너무 의미가 좁혀지는 것 같아서요. 

- 이강길 : ‘설악’하고 ‘산양’이 들어간 이유는 요즘 전지적 시점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있잖아요? 그런 신의 영역이나 전지적 작가의 시점으로 봤을 때 인간사라고 하는 게, 찬성이 됐든 반대가 됐든 간에 되게 우습게 보일 것 같아요. 그렇다면 그냥 거기 있는 산인 설악산과 산양들이 우리들의 모습을 봤을 때 어떨까 하는 생각에 재미있을 것 같아서 타이틀에 넣어보았고요, ‘사람들’이라고 하는 용어는 예전에 부안에서 작업할 때 <새만금 간척 사업을 반대하는 사람들>이라는 타이틀로 작품을 만든 적 있어요. 그 때는 새만금을 찬성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기 때문에 일부러 많아 보이려고 반대하는 사람들이라 했는데, 그때 그 느낌이 참 좋더라고요. 사람들이라고 하는 게. 그게 다시 떠올라서 넣었습니다. 

 

= 황윤 : 어부로 살고 싶다가 3편까지 갔었는데, 혹시 이것도 다음 편이 있나요?

- 이강길 : 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산 진짜 싫습니다.

 

= 황윤 : 영화는 마무리 됐지만, 계속 고민이 많으신 것 같은데요?

- 이강길 : 끝날 때까지 고민은 해야 하지만, 새만금에서 계속 작업을 했던 것도 새만금이 안 끝나서 그런 거지, 저 바다도 싫어하거든요. 배타는 것도 제일 싫어요.

 

= 관객3 : 케이블카 논란이 시작된 시점부터 지금까지 몇 년 걸렸나요?

- 이강길 : 첫 번째는 97년인가 그럴 겁니다.

 

= 관객3 : 총 10년 넘지요? 그동안 사람들의 의식이 변한 걸 관찰한 게 있나요?

- 이강길 : 12월 '서울독립영화제'에 양양에서 저하고 친해진 친구 다섯 명이 왔는데, 관객과의 대화 할 때 제가 일부러 그 친구들한테 질문을 했어요. 도대체 양양 사람들은 왜 케이블카에 찬성 하냐니까 한 친구가, 우리 사실 관심 없다 근데 군에서 해야 된다고 하니까 다 하는 거다, 얘기하는 거예요. 이건 제가 그 부안에 있으면서도 군산에 있으면서도 봤던 거예요. 근데 군산에서 만났던 분들, 핵심에 있는 사람들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 밑에서 움직였던 친구들인데 요새 만나면 방폐장 안 하길 잘 했다고 얘기 하세요. 돌이켜 보니까 그게 지역 사회의 이득이 아니라고. 그럼 제가 속으로 그래요. 그러면 그때는 왜 해야 된다고 나 붙들고 매번 그렇게 뺨 때리고, 카메라 뺏고, 그랬냐고. 정말 얄밉거든요. 그런데 한편으로 또 근데 경주는 방폐장 만들어서 엄청 잘 산다면서? 라고 이야기해요. 잘 살긴 뭐 잘 살아요. 제가 경주에 지금도 가고 있는데 똑같아요, 옛날이나 지금이나. 개가 만 원짜리 물고 다닌다고요? 개가 만 원짜리 물고 다니면 아마 TV에 특종 그런데 나올 건데 안 나와요. 그런 거 없어요. 그러니까 그냥 막연하게 찬성 하는 거예요.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우리가 끊임없이 토론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관객 4 : 저는 5월이 판결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결과가 어떻게 될까요?

- 이강길 : 설악산 케이블카는 분명히 부결되야 된다고 생각해요. 이런 게 다 정치적인 것과 얽혀 있어서 약간 좀 잔불씨는 남아 있습니다만 그래도 그렇게 쉽게 되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산에다가 케이블카 놓는 것을 마치 집에 빨랫줄 하나 거는 것처럼 얘기하는 경우가 있어요. 지금 지리산 남원에서 여기 가까운 진안 마이산에서도 케이블카를 놓으려 하고 있어요. 케이블카 하나만 본다면 단해 사업으로 규모는 매우 작아요. 하지만 그것들이 모여 엄청나게 커지는 거죠. 하나가 풀리고 풀리면서 그 개발이라고 하는 거 자체가 상당히 보편화되고 당연시 되거든요. 그 ‘경제논리’라고 하는 것들을 우리가 좀 더 냉정하게 이야기해 봐야 할 것 같아요.

 

= 황윤 : 영화를 해피엔딩으로 다시 수정 하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남은 배급 계획, 다음 작품 계획 등을 말씀 해 주세요.

- 이강길 : 항상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입장이라 뭘 그렇게 뚜렷하게 결정 해놓고 살지는 않고 있고요. 닥쳤을 때, 그냥 내가 해야 한다는 느낌이 오는 게 있으면 그걸 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런 것 같아요. 그냥 각자가 자기 일을 묵묵하게 하고 있을 때, 언젠가는 우리가 원하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다만 그게 늦게 와서 답답함을 많이 느끼는 사람이 더 노력하는 수밖에요. 그게 제 방법입니다. 고맙습니다.

= 황윤 : 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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