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 111호 이슈와 현장 2018.10.05.]
미디어의 가치를 묻다
- 광주 사회적경제 미디어 혁신 컨퍼런스 ‘모두’
최은정(ACT! 편집위원)
지난 9월 11일 ‘2018 광주 사회적경제 미디어 혁신 컨퍼런스 – 모두’가 열렸다. 광주 광산구에 위치한 광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열린 이번 컨퍼런스는 전국 16개 단체가 함께 주관했다. 10여 년 동안 꾸준히 버텨온 영역별 사례 소개와 미디어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토론이 진행된 자리였다. 지속가능한 미디어 생태계를 가늠한 컨퍼런스 ‘모두’ 현장을 소개한다.
▲ 2018.9.11. 광주 사회적경제 미디어 혁신 컨퍼런스 ‘모두’
컨퍼런스는 2007년 7월 ‘사회적기업 육성법’ 시행을 계기로 국내에 사회적경제 기반이 마련됐지만, 미디어 분야에 대한 면밀한 평가와 지원이 부족했다는 문제의식 속에서 출발했다.
이순학 문화콘텐츠그룹 잇다 대표는 “11년 동안 재능을 키울 기회조차 박탈당한 채 재원 조성 사각지대에 있었다.”며, 사회적경제 내 미디어 분야에 대한 현황 조사나 지표 수립조차 없는 현실을 꼬집었다. 그리고 컨퍼런스를 통해 “미디어단체가 얼마나 있고 어떤 꿈을 꾸며 생존했는지 공유”될 수 있길 바란다며, 다양성과 일할 권리 존중을 바탕으로 가능성을 “함께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염신규 한국문화정책연구소 소장은 복지 후퇴와 실업에 따라 “시민들이 스스로 지켜야 하는 상황” 속에서 등장한 사회적경제의 역사와 개념에 대한 소개와 함께, 국내 사회적경제 정책의 문제점을 짚었다. 염신규 소장은 “숲이 없는데 3년 먹거리를 풀고 살아남으라.”고 한다며, 자율적 성장 기반 없이 자립성만을 강조하는 정책을 비판했다. 또한 문화예술분야는 공공성과 긴밀하게 연결됨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숫자에만 집중할 뿐, 일관성과 철학, 현장과의 소통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공공 구매나 통합적이면서도 다양한 경로를 통한 지원, 체계적 연구 등 “시장 자체의 내공을 키울 수 있는 장기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디어 분야 사회적 가치 지표 개발 방안을 주제로 한 박성훈 사회가치연구원 수석연구원의 발표는 많은 토론 거리를 만들었다. 박성훈 연구원은 “미디어 분야 성과 측정 지표는 어떻게 접근할지 막막한 상황이지만 같이 고민하자”며, “연말에는 좀 더 발전된 안이 나올 것”임을 전제로 발표를 시작했다. 박 연구원은 “미디어는 눈에 보이진 않지만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가치”가 있다며, 이를 경제적 개념으로는 ‘자산’으로 보고 경제적 효과는 기본 자산에 조회 수나 공유 수 등을 수치로 환산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어서 “영리 기업들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관심과 투자 의지가 높아지고 있다”며 민간 지원 확대도 고려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이 발표에 대한 의견은 분분할 수밖에 없었는데, 지표 개발은 곧 평가로 이어지며 이에 따라 지원 형태나 규모가 결정될 수도 있는 예민한 사항이기 때문이다. 발표 이후에도 많은 질문과 의견이 이어진 만큼, 현장 의견을 바탕으로 한 면밀한 토론과 신중한 결정이 필요해 보인다.
▲ 2018.9.11. 광주 사회적경제 미디어 혁신 컨퍼런스 ‘모두’
전국 사례도 소개됐다. 미디어센터, 상영, 미디어교육, 마을 영화 및 신문, 공동체라디오 등 영역별로 고르게 배치됐으며, 현장 활동가들이 사회를 맡아 토론의 중심을 잡았다. 각 사례별 세부 사업은 달랐지만 10여 년의 성과와 어려움, 공공적 의미와 안정적 지원의 필요성이 모아졌던 형태였다.
성중곤 진주시민미디어센터 대표는 “현재 사회적기업으로 인증 받은 153곳 안에 있다는 게 성과”라고 밝히며, 안정적 공적 지원 없는 센터 운영의 어려움과 함께 “적절한 사회적 가치 지표가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김남훈 모두를위한극장 이사장은 스스로를 사회적기업 지원의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을 모두 통과했다”고 소개하며, 다양한 지원 경험 속에서 싹튼 문제의식들을 풀었다. 경직된 구획에서 벗어난 유연한 정책과 부문별 성장 모델을 살리자는 것이 핵심이었다. 전철원 모씨네사회적협동조합 영상사업본부장은 인천 지역 내 비슷한 목표를 가진 단체 및 기관과의 협업 경험을 공유하면서, “동시대 삶을 가장 잘 기록할 수 있는 곳은 바로 본인이 살고 있는 그 자리”라며, 영화와 지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광주 지역 사례로는 마을영화와 마을잡지가 소개됐다. 광주 광산구와 북구에서 마을영화를 제작하고 있는 윤수안 필름에이지 대표는 “타인이 되는 경험을 제공하는 영화”가 가진 힘이 있다며, 주민들이 직접 대본을 쓰고 연기하는 현장을 영상으로 공유했다. 어르신의 목소리를 기록하고 있는 전라도닷컴의 황풍년 편집장은 “우리가 지향하는 매체는 우리가 주인공”이며, “치열한 삶의 현장에 수많은 미디어가 살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끊임없이 사람들을 구경꾼과 소비자로 만드는 큰 미디어의 결정적 결함”을 알리면서 “작은 미디어들이 자생해야 한다는 이상한 논리에서 벗어나 국가 정책 안에서 당당하게 입지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속가능한 미디어 생태계에 대한 고민은 컨퍼런스 이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 해결 방안이 갑자기 등장하진 않겠지만, 컨퍼런스 자리에서 제안되고 논의된 다양한 의견과 아이디어가 그 실마리가 될 것이다. 10여 년 동안 사회적경제와 미디어의 공적 역할을 고민해온 단체들을 응원하며, 정책적 반영과 가치 있는 미디어 활동의 확대를 기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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