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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108호 학습소설] 인플루언서에게 영향을 끼치는 법 - 인디 유튜버는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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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8. 3. 6.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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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108호 학습소설 2018.03.14] 


인플루언서에게 영향을 끼치는 법 

- 인디 유튜버는 가능할까


주일(창작자)



[그림1: 유튜브 통계 화면. 유튜브에서는 수익과 재생시간 뿐만 아니라 다양한 통계자료를 업로더에게 제공한다][그림1: 유튜브 통계 화면. 유튜브에서는 수익과 재생시간 뿐만 아니라 다양한 통계자료를 업로더에게 제공한다]

▲ 유튜브 통계 화면. 유튜브에서는 수익과 재생시간 뿐만 아니라 다양한 통계자료를 업로더에게 제공한다



1000명 : 구독자수, 조회 수, 수익의 상관관계


  아무도 없는 놀이터에서 아라가 혼자 그네에 앉아 있었다. 손에는 해온 언니가 준 스마트폰이 들려 있었다. 꽤 오래된 모델이어서 느리긴 했지만 특별히 안 되는 기능은 없었다. 통신사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공기계라 와이파이 신호가 필요했지만 놀이터 그네에 앉으면 신기하게 공유기 하나가 잘 잡혀서 아라가 심심하지 않을 수 있었다. 방학 동안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손녀를 못 마땅하게 여기는 할머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도피를 나온 아라에게 놀이터는 일종의 소도이자 해방구였다. 

  옆집 장씨 아저씨가 다가와서 옆 그네에 앉았다.


  “안녕! 유튜브 보니?”


  아저씨는 잠깐 아라의 스마트폰을 빌렸다가 뭔가 검색하더니 다시 돌려줬다. 


  “구독 좀 해줄래?”


  아라가 화면을 보니 아저씨가 방에 앉아 뭔가를 설명하는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아저씨도 유튜브 방송해요?”


  아저씨는 그렇다고 대답했지만 힘이 없어 보였다.


  “그랬는데 이제 접을까 해.”

  “왜요? 재미없어요?”

  “재미는 있지. 부업으로 돈 좀 벌어보려고 시작했는데 어설프게 해선 돈이 안 되더라고. 게다가 요즘 유튜브 정책도 바뀌어서 나 같은 인기 없는 유튜버는 돈을 벌 수 없게 됐어.”


  아저씨 채널의 구독자수는 99였다. 아라가 구독 버튼을 누르니 즉시 세 자리가 되었다.


  “100명이나 구독하는데도요?”

  “나 같은 초짜 유튜버는 100명이 광고를 중간에 넘기지 않고 다 봐줘야 1,000원이야. 그나마 2월 말부턴 1,000명의 구독자가 있어야 광고 수익을 나눠준대. 그 이하는 아무리 재미있는 영상을 열심히 올려도 광고가 안 붙어. 즉 1원도 못 버는 거지.”

  “유튜버 하면 돈이 돼요?”

  “되지. 누구나 그런 건 아니지만 잘 버는 사람은 한 달에 천만 원도 넘게 벌어. 유튜브로 유명해져서 광고나 방송 출연도 하고. 어지간한 직장인보다 잘 벌 수도 있다.”


  아라는 아저씨의 영상을 잠시 봤다. 기술 강의도 보였고 자연이나 도심 풍경이 뮤직비디오처럼 흘러가기도 했다.


  “어때? 재미없지?”


  친한 사이니까 솔직히 말해도 된다는 말에 아라는 "네, 재미없어요." 라고 대답을 했다.


  “다른 유튜버들은 잘 생기고 예쁜데 아저씨는 그쪽은 아닌 것 같고요, 말을 재밌게 잘 하지도 못하는 것 같아요. 또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에겐 유용할 수 있는 내용이겠지만 너무 길어서 지루해요. 학교에서도 재미없는 수업시간엔 엎드려 자잖아요. 다른 유튜브 영상들은 3분, 5분짜리가 대부분인데 아저씨 영상은 20분이 넘어서 끝까지 보기 어려울 것 같아요. 또….”


  아라는 너무 솔직했다. 아저씨는 뭔가 기대했다가 뒤통수를 맞은 듯 멍하게 땅만 바라보고 그네에 앉아 있었다. 한참 이어진 비평과 조언을 끝내며 아라가 마지막 충고를 했다.


  “잘 나가는 유튜버들 영상 보고 공부 좀 하시고 요즘 트렌드에 맞게 세련된 영상만 만들면 될 거예요. 아저씨 영화감독이라면서요. 영상 예쁘게 만드는 건 쉬운 일 아니에요?” 



[그림2: 포브스誌의 인플루언스 소개 페이지. 전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분야별 인플루언서를 확인할 수 있다. www.forbes.com/top-influencers ][그림2: 포브스誌의 인플루언스 소개 페이지. 전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분야별 인플루언서를 확인할 수 있다. www.forbes.com/top-influencers ]


▲ 포브스誌의 인플루언스 소개 페이지. 전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분야별 인플루언서를 확인할 수 있다. www.forbes.com/top-influencers



4,000시간: 그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려면…


  장씨는 2년 전 우연히 인터넷에 올라온 학습소설을 보고 1인 방송을 시작했다. 기존의 영화나 방송은 많은 자본과 인력이 필요하고 경쟁도 치열해서 자신 같은 별 볼일 없는 사람이 쉽게 접근할 수 없다고 생각하던 차에 휴대폰 하나만 있어도 시작할 수 있다는 1인 방송은 무척이나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특히 단순히 재미만 주는 게 아니라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유롭게 표출하고 사람들이 대중매체에서 접하지 못하는 의미 있는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기존의 올드 미디어에 편입되고자 노력하던 자신을 돌아보게까지 만들었다.

  하지만 곧 회의에 빠졌다. 나름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던 영상의 조회 수는 50을 넘기 어려웠고, 그마저도 2,3분만 보고 중단하고 있다는 통계가 나왔다. 가끔 뜨고 있는 명소에 가서 찍은 영상이나 화제가 되는 행사·집회 영상은 1,000을 넘기도 했지만 딱 그때뿐이었다. 여전히 사람들은 영상 전체를 보지도 않고 다른 페이지로 넘어갔고, 구독자수는 늘 제자리걸음이었다. ‘대체 뭐가 문제지?’ 장씨는 잘 나가는 영상들을 꼼꼼히 뒤져봤다. 몇 달간 살펴 본 결과, 모두 같진 않았지만 꽤 겹치는 특성을 찾을 수 있었다. 그의 메모 중 일부다.


  • 진행자의 말발이 엄청나다. 같은 이야기를 해도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재미가 있어서 계속 보고 싶게 만든다.

  • 시청자와 시선을 맞춘다. 일반적인 영상물에서 배우나 출연자는 시청자와 관객을 바라보지 않는다. 직접 눈을 마주치면 부담감이 느껴지고 이야기에 몰입하지 못한 채 거리를 두기 때문이다. 반면에 인기 유튜버들은 친구와 대화하듯 격의 없이 카메라 렌즈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눈다.

  • 소통 또 소통. 꼭 라이브 방송이 아니라도 친구와 대화하는 듯한 말투를 사용하고, 댓글에 질문을 하거나 다음 에피소드에 대한 의견을 남겨 달라 말하고, 실제로 그 내용들을 반영하여 다음 영상을 만든다.

  • 촬영과 그림에 신경을 많이 쓴다. 방송국 세트장까지는 아니어도 예쁘고 아기자기한 공간에서 휴대폰이나 디지털카메라 하나만 갖고는 만들 수 없는, 조명과 여러 장비를 동원해서 찍은 영상들이 유독 눈에 들어온다. 

  • 현란한 편집이 인기를 끈다.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는 굳이 필요 없지만 뭔가 ‘있어 보이는’ 효과가 등장해야 한다. 특히 해외 유튜버들이 쓰는 필터나 트랜지션 같은 플러그인을 많이 활용해야 사람들이 오래 봐준다. 귀엽고 화려한 효과, 시작부터 그게 없으면 일단 잘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 유행을 빠르게 반영한다. 인기 있는 유행어, 사회적 이슈, 게임이나 신제품, 노래와 영화 같은 내용부터 촬영이나 편집기법, 사용 장비 같은 기술적 측면까지 발 빠르게 시대를 따라간다.

  • 대체로 짧다. 몇 시간짜리 라이브 방송을 통째로 올리는 예외가 있기도 하지만, 새로운 정보를 소개하거나 멋진 곳에 여행을 가더라도 대개는 한 클립의 길이가 5분에서 10분을 넘지 않는다. 그래야 공유하기도 좋고, 다른 일을 하는 잠깐 동안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클립 수를 늘려 광고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꼼수기도 하다.

  • 꾸준히 업로드한다. 유명 유튜버들은 보통 일주일에 2,3개의 짧은 영상을 올린다. 라이브 방송을 짧게 재편집해서 올리기도 하고, 자기 채널의 핵심 주제에서 벗어난 엉뚱한 이야기나 일상 기록 영상(Vlog)이라도 쉬지 않고 올린다. 일단 올려서 자기 채널이 살아있다는 걸 구독자들에게 끊임없이 알려야 한다.

  • 허세 혹은 자뻑(swag)이 있으면 좋다. 1인 방송 진행자들은 얼핏 보면 평범한 일반인처럼 보인다. 하지만 남들에게 매력으로 보이거나 능력으로 보일만한 점을 하나 이상 가지고 있다. 특출난 장기가 있거나, 외모나 언어 구사력이 훌륭하거나, 일반인들이 가지 못하는 곳을 쉽게 놀러 다니거나, 비싼 물건을 살 수 있는 재력이 있거나, 제품이 출시되기도 전에 입수해서 리뷰를 하거나, 유명 유튜버와 인맥을 갖고 있거나. 주변에 있으면 거북하게 느꼈을 허세가 유튜브 세상에선 매력으로 다가온다.

  • 기업이나 전문가들의 영상에선 소리의 중요성이 줄어들고 있다. SNS를 쭉쭉 스크롤 하다가 발견하고 출퇴근길에 이어폰 없이 보더라도 내용을 파악할 수 있게 영상 속에서 자막이 중요하게 쓰인다. 심지어 대사가 있는 웹드라마에서조차 자막을 기본으로 입혀서 소리를 듣지 않더라도 줄거리를 파악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게 만들고 있다. 마케팅 업계에서 ‘숏 폼 비디오 short form video’라고 부르기 시작한 이런 영상들을 위해 미국 에미상에서는 별도의 시상 분야를 만들기도 했다고 한다.  

  공부가 끝난 뒤 장씨는 겸허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도 처음에는 시청자와 업로더 모두 한심하게 생각했다. 남이 음식 먹는 건 왜 보는지, 직접 게임을 하면 되지 엄청난 고수도 아닌 이의 허섭한 게임 플레이는 왜 찾아보는지, 남들이 신제품 상자를 개봉하는 건 굳이 왜 찾아보는 건지 이해가 안 갔다. 하지만 몇 달간 수십만, 수백만 조회수를 올린 영상들을 보니 예전에 자신이 가졌던 편협한 생각을 반성해야만 했다. ‘사실은 유튜버들도 엄청나게 노력하고 있구나, 시청자들도 거대 담론이나 전문가의 이야기가 아닌 자신과 같은 일반인들의 이야기에 목이 말라 있었구나’라고 깨닫기 시작했다. 단순한 흉내 내기로는 인기 유튜버들의 솜씨를 베낄 수도 없고 그 수익을 좇을 수도 없다는 깨달음이 찾아왔다. ‘내가 너무 쉽게 덤볐다.’ 장씨는 그때부터 수익을 좇기보다 의미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어차피 따라가지 못할 거 꾸준히 한 우물만 파면 언젠가 성과가 있으리란 막연한 기대를 하며….



[그림3: 유튜버 퓨디파이가 100명의 구독자를 늘리는 데 드는 시간 12분][그림3: 유튜버 퓨디파이가 100명의 구독자를 늘리는 데 드는 시간 12분]

▲ 유튜버 퓨디파이가 100명의 구독자를 늘리는 데 드는 시간 12분



100달러: 광고주 친화적인 영상을 만드세요.


  아고라 광장을 닮은 큰 공연장에 나이와 성별을 구분할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족히 천 명은 되어 보였다. 공연장을 가득 채우던 신나는 음악이 스피커 속으로 숨어 들어가자 웅성거리던 사람들은 일제히 무음 모드가 되었다. 이윽고 침묵이 무색하게 현란한 영상이 시끄러운 음악과 함께 스크린으로 쏟아졌다. 격투기 선수가 링에 등장할 때처럼 요란한 조명이 사방으로 뛰어다니는 동안 중앙 무대에선 고급스러운 정장 차림의 진행자가 등장했다. 


  “동영상의 시대입니다. 사람들이 신문과 책을 멀리하고 시선을 주는 건 티비와 컴퓨터와 스마트폰입니다. 더 이상 어렵고 지루하게 공부하지 않고 연령이나 교육 수준과 상관없이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동영상이 모든 정보의 원천이 되고 있습니다.”


  각종 통계가 진행자의 뒤쪽 화면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동영상을 보며 일상을 영위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이 이어지고 그 위로 세계 각국의 지폐가 쏟아져 내렸다.


  “평범하게 살고 싶으신가요. 아니면, 저희와 함께 저 넓은 기회의 바다로 떠나고 싶으신가요.”


  설득력 있는 목소리는 더욱 강한 에너지를 담아 사람들의 귀를 파고들고 있었다. 그리고 환호가 이어졌다. 모두 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갑자기 음악과 영상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차분하게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거룩한 종교적 분위기가 일순간 공연장을 메웠다.


  “여러분은 누구에게 가장 큰 영향을 받고 계십니까. 부모님? 선생님? 멘토? 친구? 연예인? 유튜브와 SNS가 대중화 된 지금, 세상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게 누굴까요. 바로 인플루언서입니다.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인터넷 사용자들은 기성세대보다는 SNS를 기반으로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스타, 일명 인플루언서에게 더 많은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따라서, 그들을 닮으려고 돈을 쓰고 있습니다.”


  스타들이 나온 광고가 모자이크처럼 흐르더니 낯선 사람들의 얼굴이 그 위로 하나씩 덧씌워졌다.


  “이들은 전 세계를 무대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인플루언서입니다. 모두 천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갖고 있습니다, 천만 명! 가장 인기 있는 퓨디파이(PewDiePie)는 6천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거느리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티비 드라마나 쇼 프로그램, 영화관에서 수많은 스타들이 연기하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모두가 영향력을 갖고 있나요? 또 그러기 위해서 비용은 얼마나 많이 들까요. 여러분이 유튜버가 되어 열심히 활동하고 구독자를 늘린다면 여러분도 퓨디파이가 될 수 있습니다. 영상 하나를 올리면 수 천만 명이 보고 내가 소개한 제품이 완판되고 내가 던진 말 한마디가 검색어 순위에 오를 수 있습니다. 언론은 하루종일 여러분의 SNS만 바라보고 있다가 여러분이 언급한 게 무엇인지 소개하는 기사를 쓰게 될 것입니다. 이제 세상은 기존의 스타가 아닌 인플루언서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도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함께 떠나보시죠.”


  강연 영상을 보던 장씨의 스마트폰 화면에 알림창이 떴다. 강연을 이어서 보려면 5만원의 후원금을 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장씨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5만원 벌려면 대체 몇 명이 내 영상을 클릭해줘야 할까.’ 숫자와 수익에서 초연하겠다고 마음먹었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푼돈이라도 벌고 싶은 마음에 우연히 누른 유튜버 특강 배너 광고가 여기까지 이어진 것이었다. 이미 마음은 진행자의 감언이설에 넘어간 터…. ‘에라, 모르겠다. 일단 보자.’ 후원 버튼을 클릭하자 한순간에 결제가 진행됐다. 잠시 후 결제 회원들만 볼 수 있는 비공개 채널 QR코드가 나왔다. ‘비트코인을 뛰어넘어 인플루언서로!’


  “자, 솔직히 이야기해보죠. 왜 인플루언서가 되려고 하십니까. 많은 돈을 벌고 싶어서 아닙니까. 그러기 위해선 포기해야 할 건 포기해야 합니다.”

 

  무대 화면에 유튜브 최고경영자 수잔 보이치키의 사진이 떴다.


  “유튜브 씨이오가 공식 블로그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유튜브는 전세계 이용자들이 다양한 이야기와 기술을 체험하기를 원합니다. 유튜브 커뮤니티에 사람들이 모이고 머물며 소통과 사회 변화를 위한 꿈을 키우기를 원합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지원하겠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금전적 보상도 당연히 포함됩니다.’ 유튜브의 대표가 그럴싸한 이야기로 유튜브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이게 가능할까요? 그리고 보이는 게 전부일까요? 이면에 우리가 모르는 논리가 숨어있지는 않을까요?”  


  장씨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수익 늘려주는 비법을 알려줄까 기대했는데 거창한 이야기만 해서 놀랐기 때문이다.


  “2017년 상반기에 유튜버들 사이에선 애드포칼립스 ADpocalypse 란 대란이 일어났습니다. 유튜브측에서 업로더들이 광고수익을 얻을 수 있게 해주는 애드센스 서비스 규정을 손보며 이미 업로드한 영상들 중 일부가 ‘Demonetization’, 즉 비수익화 처리가 된 것입니다. 똑같이 힘들게 만들었는데 어떤 영상은 광고가 붙고 어떤 영상은 광고가 붙지 않는다니 유튜버들에게는 날벼락과 같은 일이지요. 유튜브는 이런 설명을 했습니다. ‘광고주 친화적이지 않아서’. 좀 애매하죠. 자세히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극단적인 정치적 발언이나 혐오 발언에는 광고를 붙일 수 없다. 그랬다가 불매운동이 일어나기도 하니까. 또 일부 성인들만 즐길 수 있거나 잔인하고 선정적인 영상도 비수익화 영상으로 전환되거나 업로드가 거부될 수 있다. 어째서? 모든 접속자를 위한 광고가 붙기 어려우니까. 유튜브는 시청자들이 오랜 시간 머물며 광고를 봐줘야만 유지될 수 있는 수익구조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광고주들이 꺼리는 영상은 어지간하면 올리지 말라는 압박을 한 것입니다.”


  진행자가 다시 화면 앞으로 걸어가자 많은 유튜버들이 애드포칼립스에 대해 성토하는 영상들이 재생됐다.


  “많은 유튜버들이 걱정했습니다. 광고주 친화적인 영상이 아니면 검색에서 불이익을 받는 거냐고. 결국 자신들이 만든 영상은 사람들에게 닿지 못하고 유튜브의 입맛에 맞는 무난한 영상만 노출되는 거 아니냐고. 그러면 앞으로 유튜브 크리에이터 활동을 할 의미가 있느냐고 많은 사람들이 물었습니다. 유튜브는 반박했습니다. ‘유튜브의 동영상 검색 알고리듬과 광고 게재 알고리듬은 분리되어 있다.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죠.”


  유튜브 관계자의 발언이 커다랗게 떴다. ‘기회의 자유, 발언의 자유, 정보 접근의 자유, 유튜브 커뮤니티 안에서의 자유’. 영상이 흑백으로 바뀌며 점점 어두워지더니 양팔저울 그림이 나타났다. 한쪽에는 자유란 낱말이, 다른 쪽에는 금화가 올려져 있었다.


  “한쪽으로는 광고 수익이라는 당근을, 반대쪽으로는 비수익화 처리를 하며 유튜브는 자신들이 원하는 영상들이 올라오도록 유도하는 것이 아닐까요? 많은 창작자들에게 표현의 자유를 준다고,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은 하지만 사실은 엄격한 유튜브 파트너 프로그램으로 수많은 업로더들을 통제하려는 건 아닐까요?”


  이번엔 화면이 하얗게 바뀌었다. 백지처럼 하얀 스크린. 그 위로 뜨는 ‘1,000명’과 ‘4,000 시간’이란 자막.


  “2018년 2월부터 유튜브는 강력한 정책을 시행합니다. 구독자 수 ,1000명을 보유하고 지난 12개월간 4천 시간의 재생시간을 이뤄낸 유튜버 채널에만 광고가 붙는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지금 이곳에, 그리고 이 영상을 보고 계신 유튜버들 중 이 두 조건을 모두 통과한 분들은 얼마나 계신가요. 이제 막 크리에이터 활동을 시작한 분들에게 ,1000명과 4,000 시간은 매우 달성하기 어려운 조건입니다. 물론 비영리 성격으로 영상을 올리는 사람들에게 이런 이슈는 아무 문제가 없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정보 습득의 통로로 유튜브로 선택하고 있는 시점에 이런 검열과 줄 세우기는 결국 광고 게재를 위해 클릭을 많이 할 영상만 올리게 만들고, 그 결과 오히려 광고주 친화적인 건전한 영상을 줄이거나 넘쳐나는 영상 속에서 가치 있는 영상이 소외받는 모순적인 상황을 만들게 될지도 모릅니다.”   


  장씨는 진행자의 말에 공감했다. 누구나 인터넷을 쓸 수 있는 월드와이드웹(WWW) 시대가 되면서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이 사실인양 유포되기 시작되면서부터 필요한 정보를 찾는 일은 더욱 어려워졌는데, 유튜브에서도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지 않는 거 아닐까. 


  “이런 환경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살아남는 것을 넘어 인플루언서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많은 구독자를 모으고 높은 조회 수를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극적인 효과를 위해 진행자는 잠시 침묵을 유지했다. 청중들은 가르침을 기다리며 숨조차 참으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


  “비법은 없습니다. 일단 살아남으십시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하십시오. 사람들이 좋아하는 동물들 영상을 올리든, 멋진 여행지의 풍경을 세련된 영상으로 담아내든, 사람들이 관심 가질만한 주제를 다룬 라디오 방송을 통째로 갖다 쓰고 썸네일 그림에 섹시한 타이틀을 붙이십시오. 게시판 댓글이나 사람들의 반응도 콘텐츠가 될 수 있습니다. 적당한 그림을 배경에 깔고 좋은 음악을 배경으로 댓글들이 엔딩 크레딧처럼 올라가게 편집하십시오. 그런 영상을 만드는 데에는 대단한 기술도 필요 없습니다. 라이브 방송을 하며 사람들이 솔깃할 이야기를 하세요. 슈퍼챗으로 후원금이든 별풍선이든 받으세요. 사회적으로 악명을 떨치는 대기업의 신제품이라도 새로 출시되면 협찬을 받아서 남들보다 빠르게 리뷰 영상을 올리세요.”


  뭔가 흐름이 어색했다. 유튜브의 정책과 모순을 비판하는 듯 하다가 갑자기 돈을 위해서라면 무엇을 해도 된다는 식의 발언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았다.


  “가짜 뉴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직접 뉴스를 만드세요. 여러분이 직접 미디어가 되세요. 어차피 21세기의 대중은 얼마나 좋으냐를 가리기보다 얼마나 재밌고 시선을 사로잡느냐로 콘텐츠의 질을 판별합니다. 바이럴 영상이면 어떻고 간접광고면 어떻습니까. 사람들의 욕망을 따르고 자극하는 것만으로도 존재 가치는 충분합니다. 유튜브의 정책?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누가 알까요. 모기업인 구글의 슬로건이 ‘악해지지 말자 Don’t be evil’이든 ‘옳은 일을 하자 Do the right thing’이든 자본주의 사회의 기업인 이상 수익을 무시하진 못할 것입니다. 유튜브가 숫자로 장난을 치겠다면 그대로 되받아주죠. 사람들이 많이 볼 영상을 올리는 겁니다. 사람들의 욕망을 읽고 욕망을 담은 영상을 만들면 됩니다. 일단 구독자를 많이 모으고 매번 올리는 영상마다 엄청난 조회 수를 기록한 뒤에 여러분 하고 싶은 것을 하십시오. 돈을 벌든 사회적 영향력을 끼치든 일단 인플루언서가 된 이후에 비로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세요. 아무도 봐주지 않는 유튜버는 이미 수백 수천만 명 존재합니다. 그 사이에서 살아남아야 뭘 해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진행자 뒤 화면에서는 조회수 100이 안 되는 수많은 영상들이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누군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공유하고, 모두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업로드한 영상이지만 올린 사람 말고는 아무도 보지 않는 영상들이 너무도 많아 보였다. ‘저 중에 내 영상들도 몇 개는 들어가 있지 않을까….’ 이후 모두 인플루언서가 되길 바란다는 멘트와 함께 진행자가 내려가고 몇몇 스타 유튜버가 대신 올라와서 자신들의 사례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하필 발표자들은 선정적인 영상과 막말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유튜버들이었다. 그들이 신들린 듯 자기만의 비법을 전수할 때마다 청중은 열광했다. 강연 영상은 다섯 시간 동안 이어졌고 다음 행사 예고로 강연을 마쳤다.

  장씨는 멍했다. 돈 아까운 걸 떠나서 앞뒤도 안 맞고 말도 안 되고 전체적으로 통일성도 없는 이런 걸 강연이라 불러야 하나 고민했다. 사람들이 강연 내용에 환호하는 것을 보면서는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건가 생각하기도 했다. 압권은 연속으로 이어서 재생되는 영상의 제목이었다. 미디어 리터러시의 중요성. 그는 이 둘을 연속으로 틀어주는 유튜브의 알고리듬이 궁금했지만 이내 이해하기를 포기했다. ‘이곳은 나의 상식이 통하지 않는 곳이다.’ 

  깜깜해진 놀이터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장씨는 다음에 제작할 영상의 제목을 떠올렸다.

  ‘인디 유튜버가 되는 법’



[그림4: 어린이 유튜버 안내서 광고][그림4: 어린이 유튜버 안내서 광고]

▲ 어린이 유튜버 안내서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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