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ACT! 105호에서 새로운 코너가 신설되었다. 바로 '작지만 큰 영화관'이다. 아쉽게도 이번 호에서 잠시 막을 내리는 '작지만 큰 영화제'에 이어 절대적인 크기는 멀티플렉스보다 작게 보여도, 극장에 담긴 고민과 생각의 크기는 어느 극장 못지 않게 큰 전국 각지의 다양한 영화관의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이번 호에서 처음으로 다루는 '작지만 큰 영화관'은 2007년에 한국 최초의 독립영화전용관인 '인디스페이스'. 개관하자마자 온갖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꿋꿋이 버티고 있는 인디스페이스가 들려주는 진솔한 이야기를 함께 살펴보자.
[ACT! 105호 작지만 큰 영화관 2017.09.11]
우리가 만드는 독립영화의 집, 인디스페이스
안소현(인디스페이스 사무국장)
액트가 보내온 편지
액트에서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의 안부를 묻는 편지를 보내왔다. 척박한 현실 속에서 꿋꿋이 버텨온 시간을 격려하며 오늘도 꾸준히 독립영화를 상영하고 있는 이 곳에 대한 지지와 연대의 마음을 전해주었다. 그에 화답으로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가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며 현재를 이야기하고, 앞으로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를 쓰려고 한다.
▲ 인디스페이스 입구, 현재 서울 종로구 서울극장에 자리잡고 있다. 서울아트시네마도 같은 곳이다.
인디스페이스는 지금 안녕합니까?
2007년 개관한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의 역사는 블랙리스트 정책의 연대기다.
블랙리스트 정책은 이명박 정권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는 영화계와 민간의 자발적 움직임으로 사업을 제안하고 운영하던 주체를 배제하기 시작했다. 10년 가까이 영화계와 논의하고 합의해서 진행한 영진위의 독립영화전용관 지원사업도 돌연 공모제로 전환했고, 인디스페이스는 2009년 12월을 끝으로 휴관했다.
그러나 이 사업안은 1년 만에 파행으로 끝이 났고, 실패한 사업에 대한 책임은 뒤로 한채 직영으로 운영하는 인디플러스를 개관했고 독립영화전용관 지원 사업 예산의 대부분을 분배했다. 인디플러스는 이후 <잼 강정 다큐>와 <다이빙벨>등의 독립영화 상영을 거부하며 독립영화전용관으로서의 제 역할을 온전히 해내지 못했다. 그리고, 지난해 말 폐관되었다.
2012년 민간의 지지와 후원의 힘으로 다시 문을 연 인디스페이스는 영진위 직영의 인디플러스보다 월등한 성과를 보였지만, 영진위의 독립영화전용관 지원사업에서는 배제되었다. 2015년 당시 지원사업에서 배제된 인디스페이스와 아리랑 시네센터는 <다이빙벨>을 상영했다. 당시 영진위는 지역의 독립영화전용관 신설을 위해 예산을 편성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2015년, 지역에서 최초로 문을 연 독립영화전용관 오오극장은 지원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오오극장은 개관하면서 <다이빙벨>을 상영했다.
▲ 특검 수사 기록
2017년 특별검사의 수사로 영진위의 ‘지역독립영화전용관 설립지원 정책’이 블랙리스트 정책이라는 것이 낱낱이 밝혀졌지만, 2017년 사업에서도 변경되지 않고 그대로 추진되고 있다. 블랙리스트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영진위의 독립영화전용관 사업안은 전면개편 되어야한다.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공간을 제대로 유지하는 것은 문화를 풍요롭게 하고, 이는 우리가 당연히 누려야할 권리다. 그리고 인디스페이스는 독립영화의 생태계를 유지하는 여러 거점들 중 하나로 정책적 고민을 이어나가야 할 공간이다. 그래서 독립영화의 진흥을 위한 제도 개선을 위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기도 하다.
변화하는 독립영화의 상영환경들
지난 10년간 독립영화전용관을 둘러싼 환경들은 크게 변화했다. 민간주도로 세워진 독립영화전용관이 점차 늘어나고 있고, 지역에서 독립영화 상영환경을 구축하려는 움직임도 끊임없이 시도되고 있다.
그리고 영화관 개봉 배급 이외에 비상설 극장과 공동체 상영을 통해 영화를 상영 배급하는 움직임이 늘고 있고 지역을 중심으로 제작한 영화를 지역의 배급사를 통해 전국으로 배급 상영하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 그리고 관객이 주체가 되어 상영회를 조직하고 서로의 네트워크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방식의 플랫폼들이 생기고 있고, 그 움직임들이 꿈틀대고 있다.
이는 독립영화의 영역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환경에 활력을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활동들 각자 역량을 강화할 수 있게 하고, 이들간의 네트워크를 원활하게 조성해 환경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정책을 생산해내야 할 것이다.
우리가 만드는 독립영화의 집
인디스페이스는 독립영화를 개봉 상영하는 극장이다. 독립영화는 동시대의 고민과 현실을 반영하고, 깨트리는 시선을 견지하고 있거나 감독 고유의 개성을 드러낸다. 우리가 현재 서있는 자리를 확인하고 성찰하게 하는 영화들은 상영공간에서 다양한 논의를 이끌어내고, 함께 보는 관객들 사이의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오늘날 영화를 보는 방식은 다양하게 변하고 있지만, 극장은 여전히 영화를 체험하게 하고, 그리고 주변의 반응도 함께 받아들일 수 있는 공간이다. 영화를 함께 보는 것은 그 순간 영화를 통해 우정의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소수자의 목소리를 담은 영화를 인디스페이스에서 관람하는 관객들은 그 영화와 함께 이 공간을 체험한다. 영화를 같이 보는 이들의 반응을 통해 순간의 연대를 확인하고, 자신이 홀로 있는 것이 아님을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한 관객은 이런 목소리를 담은 영화를 상영하는 이 공간이 자신을 받아들인다는 것을 느끼고, 이곳에서 스스로 안전하다고 느낀다고 했다. 그것을 재확인하고 힘을 얻기 위해 이 극장을 찾는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이들 관객들은 어느 순간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만들기도 한다. 인디스페이스는 독립영화를 함께보고 그것으로 우정을 확인하고, 좀더 나아가 서로의 자리를 내어주며 관객과의 연대를 꿈꾼다.
인디스페이스는 원래 독립영화를 만드는 사람들과 상영 배급하는 사람들의 공간으로 시작했다. 이들의 염원으로, 그리고 준비로 세워진 공간이다. 여전히 인디스페이스는 독립영화의 안정적인 개봉상영을 위한 공간이며 여기를 통해 극장-배급사-감독들간의 교류를 확대하고, 서로를 격려하고, 관객과 동료들을 오롯이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인디스페이스에서는 다양한 단체들과 함께 매달 정기적인 상영들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인디다큐 페스티발과 함께하는 ‘SIDOF 발견과 주목’을 통해 매달 새로운 다큐멘터리를 소개하며 관객들과 만나고 있고 돌베개 출판사와 그 달의 개봉영화나 특별상영하는 영화를 책과 묶어 이벤트를 하는 상영회인 ‘책씨’도 열고 있다. 그리고, 올해는 인디포럼과 함께하는 ‘인디포럼 월례비행’이 되돌아온다.
또한 작년 이맘때 개봉한 작품들 중 관객 투표로 선정된 영화의 생일을 챙겨주는 ‘인디돌잔치’를 매달 연다. 한편의 독립영화가 만들어지고, 개봉하기까지는 무수한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 세상에 스스로를 내보낸 소중한 영화들의 생일을 챙겨주고, 영화를 만든 이들의 안부를 묻고 다음을 기약하는 자리다.
그리고 오랫동안 독립영화를 알려내는데 주요한 역할을 한 한국독립영화협회가 주최하는 ‘독립영화쇼케이스’를 거의 매달 인디스페이스에서도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독립영화를 좀더 다양한 기획으로 알려내고, 독립영화를 만들고 배급 상영하는 수많은 이들에게 이 공간이 할 수 있는 유무형의 것들을 내어주고, 또한 이 공간은 이러한 상영회를 통해 낡지 않고 새롭게 나아간다.
독립영화를 만드는 이들과 독립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이 서로를 환대하고, 공유하는 기억과 경험들로 인디스페이스는 더욱 풍요로워진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공간이란 그러함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독립영화 창작자들과 관객들이 무시로 인디스페이스를 드나들기를. 그리고 계속 새로운 눈으로 이곳을 발견하고, 함께 만들어 가기를 꿈꾼다. □
▲ 인디스페이스 내부, 관객과의 대화가 진행 중이다.
[필자소개] 안소현(인디스페이스 사무국장)
<낮은목소리 3 : 숨결>, <밀애>등의 연출부를 했다. 현재는 인디스페이스에서 극장 문을 매일 여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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