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 109호 작지만 큰 영화관 2018.05.30.]


    영화관을 꿈꾸는 영화관, 일시정지시네마의 2년


    유재균(일시정지시네마 주인장)



      춘천에 새로운 문화를 만들겠다며 노오란 현수막을 버젓이 달았던 것이 딱 2년 전이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이 “만날 기회만 있다면” 다른 사람에게도 분명 좋은 영화일 것이라는 자신감, 나라는 사람이 과연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더해진 산물이었다. 큰 도로와 골목길 사이 어딘가. ‘여기 영화관이 있다고?’ 물음을 던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곳에 위치한 일시정지시네마. ‘잠시 멈추고 삶을 돌아보자’며 만들었지만, 이 공간이 멈추지 않기 위해 나와 구성원들은 끊임없이 달리고 있다. 영화관이지만 영화관을 꿈꾸고 있는 우리의 모습. 함께 돌아보자.


     

    ▲ 춘천 일시정지시네마



    ▲ 사전개관 때 개최한 ‘우리동네영화’



      일시정지시네마는 단편영화관으로 시작했다. 이태원에 ‘극장판’이라는 좋은 선례가 있었기에 생각할 수 있었던 대안이자 돌파구였다. 애초에 생각한 건 전용관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이었지만 ‘대안 상영관’이라는 모호한 정체성에는 여러 장벽이 생기기 마련이었다. 언젠가는 전용관을 만들겠다고 다짐하며 전국에 몇 안 되는 단편영화관이 하나 더 생기게 된 것이다.


      단편영화에 대한 애정은 그 누구보다 깊었기에 대안이긴 했지만 그 방향성은 유효했다. ‘극장판’의 도움으로 단편영화 배급사를 알게 되었고, 단편영화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다양한 시도들과 사람들을 접했다. 어려움과 쓸쓸함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든든한 우군이었다. 하지만 다른 것이 하나 있다면, 일시정지시네마는 서울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 늘지 않는 관객 수, 수요층과 홍보의 한계. 가장 큰 난제는 역시나 먹고 살기 위한 돈. 다양한 고민들이 쌓이면 쌓일수록, ‘이게 맞나?’하는 의문은 피할 길이 없었다.


    ▲ 2018년 4월, 단편영화 <혜영> 상영 후 김용삼 감독과 관객



      2016년 11월, 사회적경제 지원사업의 도움으로 첫 장편영화 상영회를 열었다. 비록, 시간이 좀 지난 장편영화들이었지만, 이 공간을 만들게 했던 영화 <더 랍스터>와 더불어 다양한 독립예술영화를 틀 수 있었다. 프로그램을 기획하기 직전, “거기에 가면 <우리들> 볼 수 있나요?”라는 질문의 전화를 받았다. 춘천 지역에는 독립영화나 예술영화를 상영하는 전용관이 없어 개봉이 한참 지난 영화임에도 관객은 영화를 만나지 못한 것이다. 예전에는 없던 VOD나 IPTV로 영화를 볼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영화가 닿기 힘든, 또는 닿지 않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다시금 전용관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꿈틀댔다. 그 후로 단편영화관 일시정지시네마는 변화를 꾀하게 된다. “그래, 시민들이 원하는 영화를 보여주자.” 애초에 내걸었던 ‘영상문화공간’이라는 공간의 브랜딩은 폭 넓은 것을 담고자하는 나의 욕심이자 변화를 예상한 잔꾀였다. 결국 관객들이 원하는 영화를 상영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장편 배급을 위한 여정이 시작 되었다. 


      장편영화 배급을 위해 우리의 존재를 설명하기 위한 제안서를 만들었다. ‘대안 상영관’ 만으로는 이해가 안 될 것 같아 차라리 문서에 구구절절 써넣기로 마음먹고 써 내린 문장이 ‘영화관과 공동체 상영 중간 형태’이다. 통합 전산망 가입과 DCP 시스템이 없는 대안 공간으로써는 최대한 심플하게 설명하지 않으면 거절당할 것 같은 처절함도 묻어 있었다. 하나 둘 연락을 돌리며 거절도 많이 당했지만, 애초부터 우호적이거나 조금씩 마음을 열어준 배급사도 있다. 현재까지 극장과 동시 개봉하거나, 약간의 차이를 두고 개봉한 영화들은 배급사 측이 일시정지시네마에 배려를 해준 산물이다.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 아무리 생각해도 번거로운 일이다. 박스오피스 스코어에는 영향을 주지 못 할 뿐더러 파일을 주고받으며 고생한 것에 비하면 관객 수는 너무나도 적다. (5일 동안 상영하면 총 25명 정도의 관객이 든다.) 그럼에도 영화가 조금이라도 더 많은 분들께 닿길 바라는, 그들의 영화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따뜻한 순간들이다.


    ▲ 2018년 4월, 다큐멘터리 <피의 연대기> 김보람 감독 관객과의 대화



      이제 일시정지시네마는 단편영화와 더불어 장편영화도 볼 수 있는, 영화관 비슷한 영상문화공간이다. 하지만 우린 진짜 ‘영화관’을 꿈꾼다. 편안한 좌석과 빵빵한 사운드. 무엇보다 인터넷에서 홍보되고 있는 영화를 개봉 날 볼 수 있는 곳. 조금씩 개선하고는 있지만 대안공간의 한계는 아직도 명확하다. 18석에 불과한 좌석 수, 예매시스템 없음, MOV 파일 상영. 그냥 ‘영화관’이 아닌 ‘대안영화관’으로써 설명해야 하는 무수히 많은 사족들. 작은 영화관으로도 좋다는 관객 분들도 많이 계시지만, 지역과 독립영화계에 의미 있는 꿈과 욕심들을 아직은 버릴 생각이 없다. 30석 이상의, DCP 포맷의 영화가 상영되는, 통합전산망 가입이 된 ‘영화관’을 만들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2017년에 진행한 영화 여행 프로그램 ‘퍼즈그라운드 : 튼튼이의 춘천 모험’

    고봉수 감독의 영화 <튼튼이의 모험> 배우와 참여자들의 사진.



      공간의 한계에 안주 하지 않고 우리는 참 많은 ‘그 외의 것’들을 한다. 단편영화 리뷰매거진 「모먼츠 필름(Moments’ Film)」을 만들었고,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들과 함께 영화도 보고 여행도 같이하는 프로그램 ‘퍼즈그라운드(Pauseground)’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올해 8월에는 광화문 에무시네마에서 ‘필름 씨에스타’라는 영화 축제도 열어볼 예정이다. 관객이 오지 않으니 우리가 찾아가거나 독립예술영화를 좀 더 즐겁게 접하셨으면 하는 마음이다. 앞으로도 다양한 형태로 관객과 독립예술영화가 닿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2년 동안 일시정지시네마를 찾아준 2천여 관객들, 감독님들께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앞으로도 다양한 사람들과 영화로 만나고 소통하며 온기가 흐르는 공간으로 기억되길. □


    ▮ 춘천 일시정지시네마

    - 주소: 강원도 춘천시 운교동 172-11

    - 전화: 033-911-3157

    - 이메일: jack@pausecinema.kr

    - 블로그: http://blog.naver.com/pausecinema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pauseorplay/




    글쓴이   유재균(일시정지시네마 주인장)

     

     

    - 춘천에 작은 영화관을 만들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독립영화를 사랑하고 <어벤져스> 같은 영화도 곧 잘 소비합니다. 잘 웃지만 정색도 잘합니다. 춘천에서 소소하게 미디어아트 작업도 하고 있습니다.



    Posted by ACT! actedi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