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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18호 공동체라디오] 관악공동체라디오를 만들며...

이전호(78호 이전) 아카이브/공동체라디오

by ACT! acteditor 2016. 8. 18.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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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라디오방송국 준비 과정, 주목!


 

관악공동체라디오를 만들며...

 

 

 

안 병 천 ( 관악공동체라디오 )

 

 

 소출력라디오 시범사업자로 선정되어 만들어나가는 과정은 수많은 방정식을 풀어나가는 과정이었다. 무수한 변수와 상수 속에서 헤매어야 했고, 때로는 없던 공식과 방정식을 만들어가야 할 정도였다. 그러한 과정들 중 가장 큰 것은 장비문제와 법인설립 문제였다. 이 두 가지 과제를 풀어나가면서 느꼈던 생각들을 정리해본다.

  지금 와서 소출력라디오 시범사업자로 선정된 이후 3개월간의 활동들을 되돌아보면, '왜 그렇게 바빴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 간다는 게 다 그런 것이긴 하지만, 유난히도 '관악공동체라디오'라는 녀석을 만들어내는 것은 사람의 혼을 쏙 빼놓을 정도의 열악한 환경을 가지고 있었다. 선정된 8개 시범사업자들 중 가장 재정적 환경이 좋지않을 뿐만 아니라, 생각 외로 함께 만들어갈 사람들 역시 부족했다. 거기에다가 초반에 주어진 촉박한 시간과 '한국 최초의 시도'라는 맹점은 앞의 두 요소와 결합되어 더욱 힘든 환경들을 만들어냈다. 그런데다가 '관악'이라는 지역을 전혀 모르는 '내'가 공동체라디오를 그곳에 세우고, 지역주민과 함께 해나가겠다고 했으니 어땠겠는가?

  어느 것 하나 만족할 만한 게 없었던 3개월... 하지만, 점점 그 고난의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2년 동안 공동체라디오연구모임에서 함께 하며 귀에 박히도록 듣고, 자료를 읽어왔지만, 역시 만들어가는 것은 또 다른 층위의 것이었다. 갖가지 물리적 변수들이 독립, 종속의 관계를 가지면서 일본의 사례나 호주의 사례, 영국의 사례, 미국의 사례와는 또 다른 방정식을 제공했던 것이다. 더욱이 우리는 그 미지의 방정식을 풀어가면서 동시에 새로운 공식과 방정식을 만들어가야만 하는 '역사적 사명'을 띠고 관악이라는 땅에 던져졌으니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고사성어의 뜻을 이해하는 데에는 며칠이 걸리지 않았다.

    

  첫 번째 과제 : 장비

  처음 우리 앞에 놓였던 중요한 과제는 '최소한의 재정으로 최대한의 효과'라는 것이었다. 애초의 100%지원이라는 소문은 소문이 되었고, 실상은 장비에 대한 50% 지원만이 약속되었으니 나머지 50%를 마련하지 않는 한 다른 방법을 써서 안정적인 방송사업과 '미디어운동' 측면에서 하나의 모범사례(?)1)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역사적 사명을 만족하는 시스템 구축을 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관악공동체라디오방송국의 
스튜디오 공사 모습)

  최대한 싸면서 그러한 목표를 이뤄낼 수 있는 묘안은 역시 가장 많은 데이터베이스를 갖추는 것일 꺼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사업이 '한국 최초'라는 물리적 환경에 놓여있으니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되었을리 만무하며, 찾는다고 해서 우수수 떨어질리 만무하다. 단적인 예로, 송신장비가 있다. 송신장비에 대한 약간의 지식2)은 한국사회의 사정과 전혀 맞지 않아 유용한 자료로 작용하질 못했다. 여기 저기 수소문해 송신장비를 수입해 실험해본 업체를 찾았지만, 거기서 들은 이야기라고는 '쓸 수 없는 장비'라는 대답뿐이었다. 청계천을 찾아 새롭게 조립을 하고자 했지만, 그것 역시 쉽지 않았다. 전파에 관련된 장비들은 제조되어 유통되기 위해서 전파검사 및 등록과정을 거쳐 일종의 인증을 받아야 공식적으로 쓸 수 있고, 그러는 데에만 짧게는 한 달 길면 두 달이 걸린다고 하니 '방송위'의 일정을 쫓아 가기 위해서는 기존에 등록된 장비를 구입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우리의 재정과 일정, 목표에 맞는 송신장비를 찾는 것은 일단 실패한 것이 되어버렸다. 전파는 민중의 것이라는 명제는 맞지만, 현실에서는 무용지물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명제는 우리 앞에 풀어야 할 많은 난제들을 던져주었다. 떨어지라는 데이터베이스는 떨어지질 않고, 많은 난제들만이 우리 앞에 떨어진 것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이건 단적인 예에 불과했다. '오디오파일전송시스템'(이하 AFS)을 구축해나가는 것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어려움을 주었다. 어디를 찾아봐도 고가의 장비와 고가의 소프트웨어 뿐이었다. 기존의 방송국과 다를 바 없는 시스템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지금의 환경 속에서 과연 '공동체라디오'라는 정체성은 '지역주민의 참여'라는 것만으로 설명될 수 있는 것일까?라는 의문을 갖게 만들었다. 방송국 자체의 문턱만 낮을 것이 아니라, 방송국을 만드는 데 있어서도 문턱이 낮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임한 관악의 경우 당황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외국 사례를 분석해보고 싶어도 정확히 AFS가 갖추는 기능이 무엇이며, 최소한 이 방송을 위해 필요한 AFS의 기능은 무엇인지 알지 못했기 때문에 그 분석조차 쉽지 않았다.    그나마 인터넷 방송을 위해 외국의 장비들을 조합해 사용하고 있는 업체를 찾게 되어 우리들의 고민들을 해결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고, 그렇게 하려 했지만, 결국 '안정적'이라는 말 한마디와 시간적 제약 앞에서 우리는 기존 방송국의 장비 시스템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 내에서도 노력3)을 해서 수천만 원에 해당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었지만, 한계는 명확했다. 거대 방송국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한계 말이다.

어쨌든 열악한 재정 상황과 열악한 데이터베이스 환경은 진행을 더디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 과제 : 법인 설립

  법인설립은 아직까지 우리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재정의 열악함 때문에 방송위에서 3번에 걸쳐서 반려를 한 것이다. 방송위에서 직접 시범사업자로 선정했기 때문에 법인설립에 있어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라는 믿음은 가차 없이 깨져버렸다. 오히려 더 까다로운 절차와 높은 문턱 앞에서 답답한 마음에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물론, 거기에 덧붙여 이루 말할 수 없는 분노로 그들을 째려보며 후일을 기약하고 있다.

  어쨌든 법인을 설립하면서 '법인'이라는 것이 한국사회에서 어떤 위상과 의미를 갖는지 잘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너무 사용자 중심적이라는 느낌 역시 지울 수 없었다. 아무리 뭐라 해도 법인의 주인은 민법상으로나 행정법상으로나 '이사진'이라는 점이었다. 주파수는 민중의 것인데, 방송국은 이사진의 것!! 너무 맞지 않는 법적체계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물론, 운영원리를 어떻게 하느냐가 더욱 핵심이겠지만, 만에 하나 어떤 일이 생길 경우, 결국 이사진에 의해 좌지우지 될 수밖에 없는 법적체계는 항상 '만에 하나'라는 경우의 수를 가지고 있다. 경영과 운영의 분리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기는 하지만, 현실 속에서의 다양한 정치적 관계의 형성은 '그것이 쉽지 않지롱~~'하며 비웃고 있다. 방송국 운영자와 민중이 함께 경영하고, 운영하는 방송국은 불가능할까?

  이보다 더 많은 과제가 있었고, 풀어나가는 과정,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있었지만, 시간의 문제로 줄여야 할 듯 합니다. 많은 것을 함께 나누고픈 마음, 앞으로 있을 사례집 제작 등을 통해 만들어나가야 할 듯 합니다.

  너무나도 많은 과제를 던져주는 이놈의 애물단지 방송국... 하지만, 동시에 많은 꿈과 가능성 역시 던져주기에 꿀단지 같기도 한 방송국...

  가장 낮은 곳을 바라보는 방송국, 가장 낮은 사람들과 연대하는 방송국, 가장 낮은 문턱을 갖춘 방송국, 권력을 독점하기보다 나눌 수 있는 방송국, 대안적 삶을 생산하는 방송국, 전쟁은 없고, '싸움'이 있는 방송국, 무엇보다 체온이 느껴지는 방송국... 수많은 꿈과 가능성을 이 단지에 담아봅니다. 하지만, 좋아 보이는 것만을 담아두려는 건 하지 않으렵니다. 애물이 있기 때문에 꿀도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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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관악에서는 방송국 사례들 중 가장 문턱이 낮은 물적, 인적, 재정적인 사례를 만들어보자는 포부를 가지고 있었다. 결과적으로만 보자면, 이 포부는 '과거형'이 되어버렸다.

2) 공동체라디오연구모임에서 외국 사례를 분석해 송신장비의 구축을 위한 나름대로의 자료가 있었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전파'에 대한 제약이 워낙 많다보니 그에 따른 수요도 거의 없어 송신장비제조업체도 손에 꼽을 정도였으며, 법적인 문제 때문에 기존의 제조업체에 맡기지 않으면 안되었다.

3) 기존의 업체는 일종의 종합방송 컨설팀 업체라고 보면 될 것이다. 거의 일괄적으로 코디해주고, 일괄적으로 구입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중간마진도 많이 붙을 뿐만 아니라, 방송국이라는 기존의 거대권력에 대한 판매와 수요의 협소함 등 때문에 붙여지는 높은 마진율이 존재한다. 우리는 한 업체와 지속적인 대화와 미팅을 가져 직접 만들 수 있는 부분은 빼거나 직접 구입할 수 있는 장비 역시 빼 재정적 부담을 줄여나갔다. 특히, 안정적인 방송을 위한 컴퓨터 장비들 중 가장 비싼 장비인 '서버'는 기존의 가격에서 500만원 이상 줄일 수 있었다. 어쨌든 나중에 이런 노하우를 잘 정리해서 공유할 필요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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