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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85호 인터뷰] 구로를 잇는 구로FM, 대를 잇는 구로F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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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3. 9. 12.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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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85호 인터뷰 2013.09.09] 
 
구로를 잇는 구로FM, 대를 잇는 구로FM
 
인터뷰진행및정리: 현(ACT!편집위원회)
 
 

구로FM은 대를 잇는 방송이다. 미디어교육에 관심 있었던 마을의 미디어활동가 몇몇이 2012년 서울시에서 지원하는 우리마을미디어문화교실을 열어 교육생을 배출했고, 그 교육생 주민들이 의기투합해 올해 3월 개국방송을 했다. 그리고 지금은 이들이 다시 미디어교실을 열어 주민들을 교육한다. 처음 교육을 시작했던 주현숙 감독은 이것이 진정한 임파워먼트가 아니겠느냐며 놀라워한다. 지금 교육받는 주민들 역시 ‘구로FM’ 시즌2에 한몫 단단히 할 거라는 기대도 크다. 구로FM의 원조(?)이자 다큐멘터리 감독인 주현숙 감독부터 만나서 처음 시작할 때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구로FM

 
ACT!: 처음에 구로 지역에서 미디어교육을 시작한 계기는?
 
주현숙: 다큐멘터리를 만들다보니까 여기저기서 미디어교육을 많이 했다. 미디어교육은 또 다른 활동이고 운동이라고 배웠는데, 다른 지역에서 교육을 할 때는 지속되지 못하고 단발성으로 끝나는 게 아쉬웠다. 그런데 마침 서울시에서 마을미디어문화교실을 열었고, 우리 동네에서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구로에는 문화활동가들이 꽤 있다. 이들을 엮으면 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시작했다.
 
ACT!: 다큐 감독이신데 특별히 라디오를 택한 이유가 있었나?
 
주현숙: 미디어교육 1기 시작할 때 라디오도 하고 영상도 해서 맞는 게 뭔지 찾아보자고 했다. 1기 끝나고 나서 라디오가 정말 편하고 누구한테나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상은 비싼 장비도 많이 필요하고, 기술 배우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리니까. 마을미디어는 누구나 쉽게 접근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에 라디오를 택했다.  
 
ACT!: 라디오 방송국 운영은 어떻게 하고 있는가? 특별히 지원을 받는 데가 있는지?
 
주현숙: 여기 공간(구로FM은 구로 민중의 집 공간을 빌려 쓰고 있다)을 무료로 쓰게 해주는 것이 큰 지원이다. 또 진행 및 운영하는 분들이 대가 없이 자발적으로 하는 것도. 덕분에 장비 렌탈비 외에는 특별히 들어가는 것은 없다. 물론 그게 다 빚이지만.
 
ACT!: 고정인력은?
 
주현숙: 상근자는 없다. 주로 활동하시는 분들은 5명 정도. 각자 프로그램 하나씩 맡아서 하고 있다.
 

▲ 인터뷰하는 주현숙 감독

 
ACT!: 잠시 본업이신 다큐 이야기를 해보자. 주로 이주노동자 이야기를 다큐로 만드신다고 알고 있다(주현숙 감독은 우리나라로 이주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꾸준히 다큐로 만드는 독립다큐멘터리 감독이다. <계속된다> <멋진 그녀들> <가난뱅이의 역습>과 같은 작품이 있다). 공동체 라디오는 다큐와 어떻게 다를까?
 
주현숙: 나는 다큐 작업을 할 때도 내가 궁금한 일상의 이야기를 영화에 담는다. 하지만 다큐는 긴 호흡으로 가야 한다. 그때그때 떠오르는 일상의 사소한 질문들을 바로바로 영화에 담아내기는 어렵지 않은가. 라디오는 그게 가능하다. 수다 떠는 것처럼 동네 사람들과 이야기할 수 있다. 라디오도 사실 처음에는 익명성이 없어서 불편하고 힘들었다. 그런데 오히려 거리를 적당히 둬서 다른 사람들과 삶을 나누는 기술을 터득하게 되더라. 아예 그런 게 없다면 삶은 심플하겠지만, 그만큼 단조로울 것이다. 사람들과 자잘한 것을 나누다보니까, 다른 사람들이 이런 고민을 하는구나 하고 알게 되고, 내 생각을 전할 수도 있고. 나 혼자 세제를 덜 쓴다고 세상이 바뀌는 건 아니지 않은가. 같이 덜 써야지. 독립다큐도 잘 하면 그게 가능하긴 하지만, 크게 가야 하니까.
 
ACT!: 지금 구로FM은 미디어교육을 받은 교육생 주민들이 주축이 되어 운영한다고 들었다.
 
주현숙: 그렇다. 마을미디어 교육 1, 2기 교육생들이 배운 것을 활용해보자고 구로FM을 시작했다. 또 주변에서 교육을 받고 싶다는 사람도 있고 하니까, 이분들이 알아서 스스로 교육 준비를 하셨다. 강의도 기획하고 세미나도 하고 커리큘럼도 만들고 해서 기획서를 내게 된 거다. 나는 서포트를 하고, 이런 거 해봅시다 얘기는 하지만 선택하고 실제 실행에 옮기는 것은 이분들이다.  
이거야말로 진정한 임파워먼트구나 생각했다. 지역 사람들이 마을미디어를 배워서 해보니 재밌고, 재밌으니 다른 사람들을 가르치는 것.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구로만의 흥미로운 특징인 것 같다.
 
ACT!: 지금 마을미디어교실 3기가 진행되고 있다. 3기를 모집할 때 성황리였다고 들었는데.
 
주현숙: 서른 명이나 몰렸다. 그래서 다 수용할 수가 없어서 18명으로 제한하고 나머지 분들은 올 9월에 다시 교육을 하기로 했다.  
 
ACT!: 구로FM이 이런 인기(?)를 누리는 이유가 뭘까?
 
주현숙: 글쎄. 구로FM 활동하는 분들이 다 자기가 주체라고 생각해서 그런 게 아닐까. 주변에 이거 재밌는데 한번 해볼래? 하고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고 다닌 결과라고 생각하고 있다.
 
ACT!: 구로FM에서 <생활의 발견>이라는 코너를 맡고 계신다. 어떤 내용인가?
 
주현숙: 생활의 수상한 것들에 대해 수상하게 이야기하는 시간? ㅎㅎ 우리는 일상에서 아무 생각 없이 뭔가를 사고 쓰고 하지만 그 안에는 다 논리가 있지 않은가. 자본의 논리 같은 거. 의식 못 하는 사이에 그런 논리들이 우리를 잠식하는 것 같다. 이처럼 우리를 옥죄는 것들에 대해, 수상하지 않아? 하고 소곤거리는 시간이다. 뭐 기획의도는 그런데, 이제 겨우 3회째라.(웃음) 지금까지는 텃밭 이야기를 많이 했다.
 

구로FM은 올 1월 1일 첫 모임을 갖고 <깐죽깐죽 동화> 1편을 시작으로 시험방송을 본격 가동했다. 그리고 ‘구로를 잇는 구로FM’을 내걸고 3월 13일 정식 개국했다. 개국방송에 따르면, 방송 조회 수는 평균 300~400회라고 한다.

프로그램은 전래동화를 통해 세상과 만나는 <깐죽깐죽 동화>를 비롯, 책을 읽고 같이 생각하는 <책 속으로 떠나는 여행>, 마을 주민과 이야기를 나누는 <두근두근 소개팅> <우리 동네 노동자> 그리고 <생활의 발견> 등이 있다.

마을미디어교육 1, 2기생이었고 지금은 구로FM 총괄PD(CP)를 맡고 있는 김상정 CP를 만나 얘기를 나눴다.

 

 

▲ 인터뷰하는 김상정 cp

 

ACT!:  처음에 어떻게 미디어교실을 찾게 되었나?

 
김상정: 난 ‘서당개’다. (웃음) 당시에 큰 애는 세 돌이 안 되었고 둘째는 첫 돌도 안 된 상태였다. 다 알다시피 돌도 안 지난 아기 엄마가 마을에서 뭔가를 하기는 어렵지 않은가. 애 보는 거 말고는. 그런데 마을미디어교육이 있다는 걸 알았고, 그것도 시작된 후에 참관만 해도 되느냐고 물었더니 그러라고 하더라. 그래서 애 업고 가서 참관하다가 너무 재밌어서 열심히 듣게 됐다. 그랬더니 선생님들이, 그러지 말고 정식으로 해라, 교육생이 돼라, 해서 서당개가 서당 안으로 아예 들어간 거다. ㅎㅎ 선생님들과 운영진들이 우리 애기를 위해 없는 돈 쪼개서 베이비시터를 구해주시기까지 했다. 그렇게 얼떨결에 하게 된 거다. ㅎㅎ
 
ACT!:  다섯 분 정도가 활동하고 있다고 들었다. 총괄자로서 가장 고민되는 것은?
 
김상정: 지속가능한 틀을 만드는 것. 지금 장소는 민중의 집에서 무상 제공 받고 있고, 인건비는 안 나가고 장비는 장기 대여료를 이미 지불했기 때문에 얼마간 버티고 있다. 자잘한 경비는 각자가 사비로 하고 있고.후원금도 고민스러운 게, 다들 여러 군데 후원하고 있으니까 우리까지 후원해달라는 말을 차마 못 하겠더라. 지금 개국한 지 한 6개월 가까이 되다보니까, 지속가능하기 위해선 안정적인 재정을 마련할 수 있는 제도가 가장 필요하다고 느낀다. 멤버십을 가진 사람들에게 회비를 걷는다든가 하는. 아직 정식 논의하지 못했다.
 
ACT!: 방송국은 1인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들었다.
 
김상정: 그렇다. 한 사람이 방송을 진행하면서 기술과 편집도 혼자 하는 시스템이다. 물론 아직 음질 조정이라든가 그런 게 혼자 안 되는 분들도 있다. 그런 경우엔 옆에서 도와주지만, 기본 지향은 1인 시스템이다. 그렇지 않으면 기술이라든가 편집 등을 도맡아서 해주는 어느 한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가 돈이 많아서 그 분의 수고에 대한 대가를 지불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그 한 사람은 방송 일이 언제까지나 행복하진 않을 것이다. 우리는 듣는 사람도 하는 사람도 행복한 방송을 하려 하고, 그러려면 어느 한 사람의 희생을 필요로 해서는 안 된다. 
처음엔 혼자 방송하는 게 힘들 거라 생각했다. 근데 삼사 개월 하다보니까 전혀 안 힘들고 재밌다. 물론 어떤 부분에 좀 뛰어난 사람이 다른 사람들 가르치고 하는 협동학습은 계속하고 있다. 
 
ACT!: <두근두근 소개팅> 코너를 진행하신다. 주민들 인터뷰인데, 주민들 참여도가 높은가? 인터뷰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을 구하기가 어렵진 않은가?
 
김상정: 전혀. 오히려 넘쳐나고 있다. (주위에서 같은 진행자들이 ‘능력자다!’라며 감탄한다.) 소개팅에 나오고 싶다는 사람, 이 사람 소개팅에 내보내라고 추천하는 사람, 소개팅에 나온 사람이 거기 되게 좋다고, 한번 해보라고 주위에 권하기도 하고. ㅋ 나는 가서 취재만 하면 된다. 저번주는 녹음을 두 번이나 했다. 소개팅에 나오겠단 분들이 많아서. 
 
ACT!:  진행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김상정: 개인적으로 굉장히 힘들 때가 있었다. 나는 소개팅이라는 게 꼭 사람을 만나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외국 가수를 소개한다거나 음악을 소개해준다거나, 다양한 소개팅을 시도하고 있다. 근데 그때는 그것도 안 되더라. 딱 막혀버려서. 한 주인가 두 주를 못했다. 이게 마을공동체라디오니까 가능하단 생각을 그때 했다. 공동체니까 기다려줄 줄 아는구나, 하는 생각. 그러고 나서 다음 방송 할 때, 제게 이런 일이 있었고 극복하려 노력했고 이제는 다시 만날 수 있어 기쁘다는 말을 다 했다. 울컥하더라. 라디오가 단지 매체여서 나와 청취자가 만나고 있는 게 아니고, 라디오 자체가 나를 치유해주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구로FM을 찾아갔을 때는 마침 마을미디어교육 3기 수업이 진행중이었다. 그날은 교육생들이 각자 하고 싶은 프로그램의 기획안을 쓰는 날이었다. 강사들의 지도를 받아 각자 기획안을 쓰고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수업이 끝나고 두 분 교육생에게 부탁해서 간단한 인터뷰를 했다. 한윤숙 씨와 김수연 씨는 둘 다 이전에는 구로FM 방송을 들은 적은 없지만 지역 신문에 난 모집 기사를 보고 지원하게 됐다고 한다.

 
▲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교육생 주민, 한윤숙 씨와 김수연 씨
 
한윤숙: 지역 신문을 보고 구로구에서 드디어? 하는 생각을 했다. 사실 구로 아리랑 이미지가 구로구에 대해 그렇게 밝고 희망차고 한 건 아니잖은가. 그런데 이런 교육 한다고 하니까, 드디어 구로구도 다른 지역과 발 맞춰 나가나보다, 나도 가봐야지, 했다.
김수연: 나는 구로에서 태어났고 여기서 오래 살았다. 구로 안에서 내가 놀이터로 삼을 수 있는 곳을 찾아보자는 마음으로 왔다. 구로 안에서 코드가 맞는 역할을 찾을 수 있을 거 같은 생각이 들었다. 
 
ACT!: 교육이 끝나면 진행하고 싶은 프로그램은?
 
한윤숙:지금 경제가 어렵지 않나. 이자가 높고 실업률도 높고, 청년은 청년대로 장년은 장년대로 힘들다. 우리는 재정 문제를 어떻게 풀며 살아갈 것인가. 나는 여기에 대한 답을 성경에서 발견했다. 그걸 청취자들과 공유하고 싶다. 재정 문제에 대한 성경의 원리를 나누고 싶다. (특정 종교나 특정 정치 이야기는 지역 방송에서 하기엔 곤란한 부분이 있다. 한윤숙 씨는 교회 공동체라디오에서 이런 방송을 하도록 권유받을 것이다.)
 
김수연: 나는 머물거나 머물 수 없었던 하루의 길모퉁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하루를 마감하다보면 직책이나 세상에 엮여 있던 끈을 풀어놓고 자기 존재만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검색을 끊고 사색을 하는 시간. 잠시나마 하루의 사소한 키워드에 빠져보는 시간 말이다. 나는 내 존재에 대한 생각이 많이 부족해서 중간에 삐그덕하는 사고를 겪었다. 나 스스로 가치중심이 흔들리다보니까 많이 고뇌하게 되더라. 고뇌할 때가 나의 가장 진실스러운 모습이었다. 
세상에서 많이 회자되는 이슈보다 내 존재가 얼마나 성장하는가, 내 영혼이 얼만큼 자라고 있는가, 잠시나마 멈추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 그런 시간을 어떻게 만들지는 아직 모른다. 디테일한 형태는 차차 다듬어나가되, 참 사소하면서 질기구나, 하는 느낌을 주는 방송을 하고 싶다.
 

주파수도 없고 돈도 없는데 굳이 시간을 내서 서로 생각을 나누려는 사람들이 모여 방송을 만들어나간다. 다들 김수연 씨처럼 돈과 스펙과 신상과 검색어 베스트에 지친 사람들이 서로 영혼을 달래고 성장시키기 위해 라디오를 통해 책도 읽고 수다도 떨고 하는 걸 거다. 나라는 주민들이 스스로 알아서 잘 살도록 보탬은 못 될지언정 방해나 하지 말고 주파수나 빨리 풀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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