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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98호 기획대담] (14) 독립영화 감독들의 연대, 인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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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6. 5. 12.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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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98호 기획대담 2016.5.19]



기획대담 (14) 미디어운동, 10년을 논하다

"독립영화 감독들의 연대, 인디포럼"


대담 참여자 : 박홍준(인디포럼 의장), 전찬우(인디포럼 상임작가)

진행 및 정리 : 김주현(ACT!편집위원회)




 독립영화를 만들던 감독들이 자신들의 영화를 상영할 공간이 없어 스스로 영화제를 만들었다. 벌써 20년 전의 일이다. 인디포럼 작가회의에서 만든 이 영화제는 올해 21회를 맞이한다. 한국에는 수많은 영화제가 있지만 작가들이 스스로 기획하고 자율적으로 진행하는 영화제는 인디포럼이 유일무이하다. 영화제를 얼마 앞둔 시점에서 기획대담을 요청했다. 박홍준 감독은 이송희일 감독에 이어 얼마 전 인디포럼 작가회의 의장을 맡았다. 전찬우 감독은 고등학생 때 만든 첫 영화로 작년 인디포럼 영화제에 참여했고 이후 상임작가로 참여하고 있다. 두 사람의 대담은 지난 4월 11일 노원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되었다.



ACT!: 최근에 인디포럼 의장을 맡게 됐다.


박홍준(이하 박): 이송희일 감독이 2007년부터 의장을 했다. 내부 사정으로 2006년에는 영화제를 정상적으로 개최하지 못했다. 조직을 재정비하고 다시 출범한 게 2007년이다. 그때부터 이송희일 감독이 9년 동안 의장을 맡았다. 최근에 의장이 바뀐 것은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고, 인디포럼의 발전을 생각하면서 여러 고민을 하다가 의장직을 서로 돌아가면서 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영화제를 하다보면 실무적인 운영 외에는 다른 생각을 못하게 되는데 의장의 역할은 새로운 것을 제안하고 시야를 넓히는 것이다. 의장 뿐 만 아니라 여러 역할에 대해서 로테이션 체제를 만들어서 안정화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 함께 이야기를 나눈 전찬우 감독(왼쪽), 박홍준 감독(오른쪽)



ACT!: 인디포럼의 운영 체계가 궁금하다.


: 실무진은 사무국장, 프로그램 팀장, 홍보마케팅 팀장, 그리고 디자인해주시는 분이 따로 있다. 상임작가는 전체 40명 정도인데 꾸준히 참여하는 사람은 20명 정도다. 사무국은 주로 실무를 하고, 상임작가는 전반적인 기획을 같이 한다. 상임작가에서 트레일러 및 포스터를 만들고 프로그래머도 한다. 개막식, 폐막식 역시 감독들이 역할을 나눠서 매 해 바꿔가면서 진행한다. 특정 상임작가만 똑같은 일을 하게 되면 새로 오는 작가의 경험이 쌓이지 않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ACT!: 인디포럼이 시작된 계기가 궁금하다.


: 인디포럼이 시작된 90년대에는 필름만 있었다. 작품 수도 많지도 않고 상영할 수 있는 공간도 별로 없었다. 영화제도 거의 없었다. 그래서 영화를 만드는 감독들이 답답함을 느낀 것이다. 영화를 틀 곳이 없으니, 우리끼리 영화 틀고 서로 보자고 했던 것이 인디포럼의 시작이다. 처음에는 영사기 빌려서 대학교 강당에서 시작했다.

 요즈음의 고민은 좀 달라진 것 같다. 영화제는 일단 굉장히 많아졌다. 주류 영화제에서는 많은 영화들이 중복되는데, 좋은 영화들이 많이 상영되는 것도 있지만, 천편일률적인 영화들이 많은 것도 있다. 인디포럼은 미처 주목받지 못했지만 자신의 고민을 담은 영화를 더 보려고 한다. 영화의 기술적인 완성도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이 다가 아니라는 믿음이 있다. 만듦새가 떨어진다고 해서 우리가 눈여겨보지 않을 이유는 없다.



△ 박홍준 감독. 최근에 인디포럼 작가회의 의장을 맡게 되었다.



전찬우(이하 전): 인디포럼이 바라보는 영화들이 있는 것 같다. 인디포럼 영화제를 봤을 때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은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굉장히 까다롭게 영화를 선정한다는 생각도 든다. 인디포럼이 선호하는 영화의 부류가 있나?


: 각 영화제마다 특색이 있는 것 같다. 인디포럼이 선호하는 영화는 스펙트럼이 넓다. 좁아보이지만 넓다. 상임작가 2명 + 외부 심사위원 2명해서 총 4명이 심사를 본다. 예전에는 인디포럼 내부에서만 심사를 봤는데, 폐쇄적인 느낌도 있었고, 어렵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2007년부터 외부 심사위원도 들어오고 하면서 스펙트럼이 넓어졌던 것 같다.

 인디포럼에서 지지하는 영화가 무엇일까 생각했을 때 – 다 동의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 기본적으로 이야기를 바라보는 시선과 태도가 건강하고 올바른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형식적으로만 올바른 것만은 아니고, 또 소외된 계층을 바라본다고 다 되는 것만도 아니고. 일상적인 얘기를 다루더라도 정직하고 진실한 느낌이 드는 영화를 좋아한다. 뻔한 이야기라도 자신만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영화. 나아가 형식적으로도 자기 고민을 하는 영화를 좋아한다. 그런 영화가 인디포럼적인 영화라는 생각이라는 생각이 든다. 깊은 고민 없이 소재를 차용하기만하는 영화를 지양한다. 자기만의 언어로 자신의 진지한 고민을 하는 영화가 작가영화인 것 같다. 단순히 어려운 영화가 아니라.

 상영작은 프로그래머가 결정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영화제 기간에도 그렇고 영화제가 끝난 이후에도 상임작가들과 많은 얘기를 나누려고 한다. 때로는 영화제 기간에 어떤 영화를 두고 다투기도 한다.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다.



△ 전찬우 감독의 작품 <이승민, 2015년 2월 28일>(2015)의 한 장면



: 전찬우 감독은 작년에 고등학생으로서 처음 만든 영화가 선정되어 영화제에 참여했다. 어땠는지 궁금하다.


: 영화상영이 끝나고 술을 먹는 것 자체가 충격이었다(웃음). 매일 뒤풀이를 가더라. 그 자리가 좋았다. 다른 감독님 작품을 보면서 궁금했던 것을 자연스럽고 쉽게 물어볼 수 있었던 것도 좋았다. 다른 영화제를 많이 가본 것은 아니지만 부대행사가 많다고 생각했다.


박: 기본 행사가 인디포럼 작가의 밤. 개막식, 포차파티 등등. 영화제 8일 중에 기본 행사가 4번 정도 있다. 예전부터 영화제 때는 거의 매일 술을 먹었던 것 같다. 상영회 끝나면 감독끼리 모여서 먹기도 하고. 영화제 스텝이랑 같이 먹기도 하고. 사람들이 부담 없이 어울리려면 편한 자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하나는 영화제를 만들어가는 사람이 대다수가 감독들이기 때문에 오늘 본 영화나 영화 만들기에 대해서 서로 생각을 나누고 싶다는 의견도 있었던 것 같다.



△ 전찬우 감독 고등학생 때 만든 영화로 처음 인디포럼 영화제에 참여했다. 그 인연으로 현재 인디포럼 작가회의에서 상임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 인디포럼이라고 해서 정말 ‘포럼’ 형식을 기대했는데 그런 부분이 크지는 않았던 것 같다.


: 포럼에 대한 고민은 있었다. 2009년까지는 포럼 형태가 있었다. 영화를 보고 관련된 의제와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이었다. 이택광 교수, 진중권 교수 등을 초대 했었다. 그러다가 2009년도에 영화제 지원이 끊기면서 명맥이 좀 끊긴 게 있다. 포럼에 대해 고민을 다시 해볼 필요가 있다. 예산이 좀 더 안정화가 되면 내년부터 고민을 다시 시작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나도 2009년에 했던 촛불포럼이 굉장히 좋았다.


: 영화제는 보통 선정이 된 감독만 영화제에 참여하는데, 작년 상영했던 혹은 영화제에서 떨어진 감독이 참여할 기회가 별로 없는 것 같다.


: 반성이 되는 부분이 있다. 의장을 맡으면서 그런 부분에 신경을 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영화제에서 불러주지 않으면 감독이 알아서 영화제에 참여하기는 힘들다. 얘기 들으면서 작년 감독들을 초청하면 좋겠다는 생각은 든다. 포럼과 연계할 수 있으면 더 좋은데 그건 좀 더 고민이 필요한 것 같다. 꼭 상임 작가로 활동을 하진 않아도 서로 교류를 이어나가는 것은 필요하고 중요한 것 같다. 술자리에서 상임작가가 하는 일이 그런 부분이다. 끊임없이 상임작가 시스템을 순환시키고 새로운 사람을 유입하는 것.

 올해 미디액트와 제휴해서 워크숍을 하기로 했다. 시민들 대상으로 짧은 시간동안 영화 만들기 워크숍을 하고 영화제 기간 중에 제작한 영화들을 상영할 것이다. 워크숍에 참여한 상임작가 혹은 참여한 사람들이 같이 시민과 독립영화의 만남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하는 방식의 포럼도 고민 중이다. 예전에는 영화만 보고 끝났는데 같이 할 수 있는 부분을 좀 더 찾고자 한다.



: 영화제 외에도 상영회 같이 감독들이 지속적으로 교류를 할 수 있는 행사가 있나?


: 영화제가 6월에 끝나면 7월에 영화제 평가회의를 한다. 그때 새로 활동하려는 사람도 같이 만나서 영화제를 잘 치뤘는지 고칠 부분은 없는지 평가회의를 한다. 예전에는 월례비행이라는 정기상영회도 있어서 매달 인디포럼에서 힘을 실어주고 싶은 영화를 상영하면서 영화에 대해 이야기도 했다.

 매년 초가 되면 슬슬 영화제 준비에 시동을 건다. 그때 본격적으로 새로 온 상임작가도 회의에 참여한다. 그리고 3월까지는 한 달에 한번 씩 회의를 한다. 2월 달에는 공모 점검하고, 올해는 어떤 계획으로 어떤 프로그램을 구성할지 자유롭게 이야기 하는 시간도 가진다. 4월 되면서 주기가 좀 줄어든다. 참여하는 작가의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못 올 수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되는 사람들은 참여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온라인을 통해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해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같이 나누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즐거운 마음으로 하는 것이다. 영화제 준비를 같이 하면서 연대의식도 생기고 공동체 의식도 생긴다. 영화를 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 영화를 잘 안보는 경향이 있는데, 영화제를 준비하는 입장이 되면 다른 사람의 영화에도 자연스레 관심이 생기는 것 같다. 올해 어떤 영화가 있는지 미리 보기도 하고.





: 영화제에 상영되는 영화가 비슷한 것도 문제지만, 관객층도 좀 더 확대되면 좋을 것 같다.


: 관객의 문제는 현실적인 한계도 있고, 아직 독립영화 진영이 계속 고민을 해야하는 부분인 것 같다. 많은 관객들이 전형적인 내러티브 영화 보기 방식의 훈련만 많이 되어있어서 관객들에게 대중적으로 다가가기 쉽지는 않은 것 같다. 인디포럼의 영화들이 다른 영화제 영화들에 비해 더 쉽지 않은 것도 있다. 그래도 관객들의 수준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독립영화의 표현 방식에 익숙해지는 사람이 많을수록 관객층은 늘어날 거라 생각한다. 워크숍 프로그램을 중요하게 이어가려고 하는 이유도 연결된다. 나의 생각들을 영상으로 풀어내는 것을 경험해보면 다양한 문화적 체험에 대해서도 좀 더 열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교류가 중요한 것 같다. 만들었으니까 봐주세요하는 것에서 벗어나서 작가와 관객의 접점을 더 늘려야 한다.



: 인디포럼의 성과는 뭐라고 생각하나?


박: 많은 영화제들이 자신의 감독을 만든다. 처음 발굴을 해서 계속 밀어주는 방식이다. 그게 좋은 건지는 잘 모르겠다. 인디포럼은 그런 구조는 쉽지 않지만, 인디포럼에서만 볼 수 있는 영화는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곳에서는 눈여겨보지 않지만 우리가 인정하는 소수의 영화. 그런 감독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그 감독이 외롭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우리의 성과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소홀히 지나치는 옥석 같은 영화들. 보통은 그런 영화는 소통하기 부족한 영화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나 혼자 보게 되는 영화로 끝나게 되는데 그런 영화에  인디포럼이 일종의 동지가 되는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임철민 감독의 영화를 좋아한다. 임철민 감독의 경우가 인디포럼에서 발굴한 감독이 아닐까 한다. 여러가지로 지지하고 싶은 감독이다. 인디포럼 영화들의 특성을 보면 정말 잘 만든 영화들 몇 편이 있고, 인디포럼 말고는 틀지 않는 영화들이 있다.



ACT!: 영화제를 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 자원 활동가들이 정말 열심히 한다. 자원활동가들이 영화에 대한 관심도 있고, 영화제 내에 상임작가, 상영 감독과 얘기를 많이 한다. 영화제에서 자원활동을 했던 친구가 나중에 상영작가로 다시 만났을 때 기분이 좋았다.

 또 하나는 올해의 얼굴상이라고 해서  사회적인 소외된 계층 혹은 이슈에 대한 연대 차원에서 그 해에 이슈가 되는 단체 혹은 사람에게 올해의 얼굴상을 준다. 작년에는 세월호 희생자들. 그 전에는 쌍용차 동지들. 그리고 밀양할머니들에게 상을 줬다. 상금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영화라는 것 자체가 삶에 기반이 돼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영화 외적으로 지지하고 발언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 대해 권력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매 해 영화제 하면서 그런 부분은 좋은 발자취인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부산국제영화제가 잘 싸웠으면 좋겠다. 


 저녁무렵 시작된 대담은 주변이 완전히 컴컴해진 이후에 끝났다. 최근에 대안 상영과 관련된 논의와 활동이 다시금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어쩌면 인디포럼은 독립극영화 감독들이 스스로 모여 만든 최초의 대안 상영의 사례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영화제와 관련한 각종 행사와 포스터 등을 보면 인디포럼 특유의 활력과 도전정신이 보인다. 이번 제21회 인디포럼 영화제는 2016년 5월 26일부터 6월 2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와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린다. 그 연대 정신을 극장에서 직접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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