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 97호 기획대담] 미디어운동, 10년을 논하다 (13) 독립영화 유통 - 김정석(인디플러그), 문문(창작집단3355) 대담
[ACT! 97호 기획대담 2016.3.7]
기획대담 (13) 미디어운동, 10년을 논하다 - 독립영화 유통
"제작부터 배급까지, 인디플러그의 7년"
- 기획대담 : 인디플러그 + 창작집단3355
대담 참여자 : 김정석(인디플러그), 문문(창작집단3355)
진행 및 정리 : 문문(창작집단3355), 김주현(ACT!편집위원회)
인디플러그의 시작과 현재, 인디플러그가 정의하는 인디플러그
독립영화를 온라인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사이트로서만 인디플러그를 알고만 있었다. 인디플러그에 대해 마지막으로 본 기사를 다섯줄로 정리하면 이런 거였다. ‘2009년 7월 공덕동 사무실에서 시작하여 지금은 확실하게 자리 잡은 독립영화 온라인 배급사. 그해 9월 인디스토리, 시네마 달과 조금은 물렁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이제까지 그 멤버쉽이 이어져 오고 있는 회사. 2010년에 온라인 다운로드 사이트를 열었고 다음해 5월부터는 본격적으로 독립영화 전문 다운로드 사이트 정체성을 가지게 된 회사, 극장배급도 때때로 하고 있으며 현재 사무실은 강북구 공기 좋은 골짜기’에 있다.
다 안다고 절대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하고 친근하게 느끼기까지 한 ‘인디플러그’를 만나고 돌아오면서 너무 몰랐다는 생각이 다시 든다. 각자의 자리에서 여러 사람들이 고군분투 하고 있는데 그 버팀이 퍽 고단하여 우리는 다른 영역을 오랫동안 잘 보지 않고 갈 때가 있는 건 아닐까.
인디플러그를 만나러 가기 전까지만 해도 시종일관 우리가 배급과 유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올 줄 알았다. 첫 질문에서부터 오산이었다. 최근 늘어난 독립영화들의 온라인 플랫폼에 대해서 인디플러그에 물었을 때 김정석 대표에게서 ‘우린 걱정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인디플러그의 고민은 다른 지점에 있었다. 우리는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가 처음에 물었어야 할 질문을 다시 던졌다, 인디플러그가 추구하는 가치가 뭐고 무얼 하는 곳이냐고.
△ 대담을 함께 한 문문(창작집단3355, 왼쪽)과 김정석(인디플러그, 오른쪽)
주현) 사실 사이트만 봤을 때는 독립영화로 수익이 날까 걱정을 했었는데 그게 아니네요.
정석) 인디플러그 사이트는 일부분이고 교두보처럼 만들어놓은 공간이에요. 요즘 iptv에서 독립영화 못보고 이런 거 아니잖아요. 거기에 독립영화를 공급하고 있는 게 인디플러그의 역할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저희는 회사이름 그대로 독립영화를 어디든 손쉽게 보여주고 싶은 게 일단은 목표이기 때문에 그런 거죠.
사실 유통은 뒷단에 숨겨져 있죠. 언제나 앞에 나오지는 않잖아요. 근데 인디플러그가 사이트만 하는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배급을 하네, 이러니까 처음 들을 때 신선하게 느껴지신 거겠죠. 저희는 2009년부터 일관돼요 사실.
문문) 인디플러그 시작부터 일관되게 지켜온 가치가 있다면요?
정석) 저희가 하는 일이 저희가 추구하는 가치에요. “독립영화”를 어떻게 관리하고 디자인하고 컨설팅해서 그것들을 관객에게 제시하는가. 그런 다음에는 영화가 배급 유통되는 구조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제안할거냐. 그게 저희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온라인 배급과 다운로드로만 생각하셨던 부분은 많이들 그렇게 아직도 생각하세요. 같이 일 하기 전에는 모르는 게 있기도 하고요. 아무래도 선입견이 많이 작용하죠. 저희가 처음에 디지털 플랫폼과 온라인을 얘기했었기 때문에 역할을 배급에만 한정되어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근데 지금은 그냥 영화사에요. 제대로 하고 싶은 독립영화사. 우리가 무너지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뛰고 있는 선수죠, 현재의 인디플러그는요.
지금은 확실히 역할이 다양해졌어요. 그러다 보니까 그런 건 있죠.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에 대한 한계가 되게 분명해졌어요.
문문) 처음 인디플러그를 시작할 때보다 훨씬 더 분명해졌다고 판단을 하시는 거죠?
정석) 역할에 한계가 온 거죠. 왜냐면 독립영화는 변하지 않는데, 저희가 만나는 지점들은 되게 다양하게 넓어져 있잖아요. 그러니까 인디플러그라는 곳이 허리라인에서 좀 더 지평을 넓혀줬으면 좋겠는데 저희는 이미 딱딱 하게 짜여 있어서 이걸 넓힐 수가 없는 거예요. 변화가 아닌 우리들의 사욕 내지는 욕심으로 읽힐 수도 있는 부분들도 있고요. 그러니까 되게 힘들어요. 그러면서 고민들을 많이 하죠. 아차하면 변화가 아니라 변절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더 긴장하고 있으려고 하고요.
현재의 인디플러그가 하는 일을 좀 더 딱딱하게 말하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아우르면서 제작부터 유통까지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문문) 콘텐츠의 유통 과정에 대해 하나하나에 대해서 아예 다 책임을 지고 디자인을 하고 계신 거네요.
주현) 배급사가 없는 작품들도 인디플러그에서 유통을 많이 하고 있나요?
정석) 많이 한다기보다는 오프라인 배급이 거절됐는데, 저희 입장에서도 오프라인 즉, 극장배급을 할 만큼까지 아니라고 판단되는 영화의 경우 온라인에서 상영할 수 있는 방법을 같이 모색해봅니다. 예를 들어서 이런 거죠. 저희가 봤을 때 영화는 좋은데, 화제성이나 이슈성, 내지는 다른 여러 이유로 극장까지 가기에는 무리가 있는 작품은 권고를 해드려요. 디지털 배급하는 거 어떠냐고.
영화의 유통에 대해 전체적인 디자인이나 관리를 한다는 게 구체적으로 말하면 이런 것들도 있어요. 어떨 때 기획 특별전도 하고요. 매출 추이에 따라서 한 번씩 온라인 사이트에서 다운로드 가격을 변동을 주기도 해요. 이런 것들은 감독한테 설명하고, 설득하고, 양해를 구하지 않으면 사실 할 수가 없는 거죠. 저희가 요즘 DVD제작도 하고 있는데, DVD시장이 많이 축소되었지만, 의미나 담론이 있는 것들을 어떻게든 만들려고 해요. 어쨌든 판매를 하고 설사 손해가 나더라도 기획이라는 틀 안에서 계속 밀어 넣고 있는 거죠. 그런 역할을 저희 나름대로는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불만족인 사람들도 있고,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고요. 고민인 사람도 있겠지만 어쨌든 저나 고영재 대표가 회사를 운영하는 한에서는 저희는 그런 문제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섬세하고 투명하게 하려고 해요. 저희가 무너지면 안 된다는 책임감이 그런 부분이죠.
인디플러그의 현재를 듣고 나자, 그 시작을 듣고 싶었다. 몇 년 몇 월 같은 숫자들로 구성된 내용 말고 어떤 고민과 같이 한 사람들의 마음 같은 이야기들로 말이다.
정석) 인디플러그는 거대 콘텐츠 플랫폼에 대항하는 독립영화의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고 싶어서 고영재 대표가 당시 영화로 벌어들인 돈으로 만들었어요. 당시에 많은 사람들은 모든 플랫폼에서 독립영화를 받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요? 독립영화가 안 들어가 있는 플랫폼이 없어요. 이렇게 모아놓으니까 파트너쉽을 만들기가 그래도 쉽지 않습니까.
제일 처음에 인디플러그 사이트를 만드는 것도, 출구 전략을 만들어 놓고 시작했어요. 정말 오랫동안 고민하고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시작한 거죠. 자본금이 2억 정도였는데 그 중에서 1억 5천을 사이트 구축과 홍보에 들어갔어요. 당시는 독립영화가 각광 받던 때 였어요. <똥파리>나 <워낭소리> 같이 많은 관객들이 극장에서 꽉꽉 차서 보는 독립영화가 나왔었죠. 하지만 그 때 이후로 독립영화가 하향세라서 저희도 많이 어렵네요.
지금 상황 얘기를 다시 한다면, 독립영화 온라인 배급을 인디플러그가 한다면 오프라인은 인디플러스나 시네마달이 하고 있어요. 온라인 배급이 쉽지 않은 것이 독립영화의 경우 제작자들이 저작권이나 초상권을 해결하지 못한 부분이 많아서 상영이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화제 상영이나 공동체상영보다 온라인에서 상영될 때는 이런 부분이 더 정확해야 하거든요.
인디플러그 시작할 때 같이 하겠다고 한 분들이 가장 고맙죠. 예를 들어 ‘시네마 달’ 이 같이 하면서 편하게 했던 부분이 있습니다. 배급 유통을 하는 쪽에서 시네마 달이 저희가 뚫지 못한 그런 부분을 개발했어요. 노조, 생협 같이 공동체상영 할 수 있는 시장이요. 주류 문화는 언제든지 쉽게 접할 수 있으니, 자발적으로 프로그래밍 해서 보자는 것이 그 당시 생각이었죠. 로컬 커뮤니케이션을 어떻게 끌고 갈 수 있을까 했을 때 영상 콘텐츠가 주요했던 것이죠.
최근의 온라인 상영환경 변화와 그에 대한 인디플러그의 생각, 그리고 대안상영
미리 준비했던 질문지에는 ‘독립영화들의 무료 온라인 플랫폼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인디플러그와의 차이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최근 많이 이야기되고 있는 다양한 방식의 비극장 상영시도들에 대한 생각은 무엇인지’ 등이 적혀 있었다. 그건 나 자신의 고민이기도 했다.
문문) 2012년부터 지역에서 ‘3355영화제’ 라는 소규모 공동체상영방식으로 대안 상영회를 하고 있는데 배급 때문에 난감할 때도 많이 있었어요. 섭외를 하려고 물어물어 연락을 하면 감독 자신이 대안상영 자체가 대해 모르고 있는 경우도 있기도 했고 상영회 자체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고 냉담한 경우들도 있었거든요. 의외로 많은 창작자들이 배급하고 홍보하는 것에 대해 모르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러다보니 뭔가 링크가 있거나 실제로 한번이라도 얼굴을 본 관계가 아니면 선뜻 섭외를 하러 전화하기 힘들더라고요. 아, 근데 최근에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거 같아서 깜짝 놀라요. 독립영화가 예전보다 창작자는 많아지는데 상영될 수 있는 기회는 점점 적어지는 현실도 그렇고 실제로 배급과 홍보까지가 영화의 작업이라고 인식하는 분위기도 독립영화 제작자들 사이에서 더 높아진 것 같기도 하고요.
정석) 저는 직접 현장에서 많이 활동하지는 않아서 지역에서의 공동체 상영이나 오프라인에서 부딪히며 만나는 부분은 확실히는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다만 비슷한 맥락일 수도 있는데 요즘 제 고민은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자신의 영화를 어떻게 보여줄지에 대해서 고민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독립영화를 한다는 것은 아이 하나를 만드는 것과 같은 것과 같다고 생각해요. 결과물을 끝까지 책임져야할 의무가 있습니다. 자본에서 만든 영화는 자본의 논리 안에서 만드는 것이고 우리는 그런 게 아니잖아요? 만든 사람들은 물론 배급하는 사람들도 같이 능동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아쉬움이 있죠. 찍은 다음에 어떻게 할 것인지 계획이 없는 경우도 많이 봤고요.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한 번도 제작 이후의 그 영화의 인생에 대해서 설계를 하지 않는다는 건 정말 많이 아쉬운 부분입니다. 남들이 나서서 배급하겠다는 영화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요. 그렇다면 그렇지 않은 영화에 대해서 어떻게 할 것인지 만드는 사람들이 고민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배급하는 입장에서 그런 고민이나 책임감을 갖지 않은 감독들과 조우하게 되면 아무래도 힘들죠.
문문) 한 편의 영화가 만들어지고 나면 관객과 만나는 과정까지도 그 영화의 삶의 일부라는 거 너무 동감이 갑니다. 지역에서 영화를 틀 때는 아무래도 관계성에 대해서 더 고민하게 되고요. 공동체 상영 같은 경우 3,4년차 하고 나니까 하면서 저부터도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최근에는 다른 팀들의 대안상영을 보면서 좀 더 다양한 방식과 플랫폼에 대해서 고민도 많이 하게 됐고요. 저는 아무래도 관객과의 관계를 많이 고민하게 됐어요. 이런 고민들이 하나의 흐름이기도 한 거 같아요. 많은 관객도 많은 관객이지만 단 몇 명이라도 깊게 만나는 방식을 생존전략으로 취하는 영화도 문화적 다양성 차원에서 좋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 고민들이 다들 적잖이 있는 거 같아요. 다음 주에는 ‘대안상영 네트워크’ 모임을 가져보려고 해요. 저희 창작집단3355랑 모극장, 자투리 극장, 다큐유랑, 서울인권영화제랑 퀴어영화제 등 이 모여서 일단 경험과 고민을 나누는 인사 자리라도 가져보려고요.
정석) 다른 차원이기는 한데 저희도 지역 로컬 영화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합니다. 네트워크가 더 중요한 경우도 있기도 하죠. 지역 영화는 정말이지 같이 고민해야하는 숙제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방금 말한 대안상영 네크워크 같은 경우 이어져 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편협하지 않은 것도 중요한 것 같고요. 본인이 좋은 것이 기본인데 너무 일이 되어 힘들거나 어느 순간에 누군가 약간 다른 방식으로 사고하거나 그럴 때 배타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도록 잘 해야 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 스스로에게도 하는 말이기도 하고 저희를 바라보는 다른 분들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고요. 영화 산업 안에서는 혼자는 풀릴 수 없는 부분들이 많으니까요. 독립영화 배급만 하더라도 꾸준하고 즐겁게 가면서 고도로 치밀하게 머리 맞대고 고민해야 하는 문제들이고요.
문문) 케이블도 그렇고 아예 독립영화를 콘텐츠로 한 여러 온라인 플랫폼이 많이 생겼다가 사라지는데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사실 저는 저게 산업적으로 돈이 안 될 텐데 하는 의아함도 있고요 의외로 독립영화하고는 아무 접점이 없는 분들이 뛰어들어서 만드는 경우들이 많다는 게 좀 놀랍거든요.
정석) 그런 신생 플랫폼들이 왜 독립 영화를 할까요? 저는 간명하게 말해서 비싼 콘텐츠를 그들이 수용할 수도 없고 정보도 얻을 수가 없기 때문에 독립영화를 선택한 거라고 생각해요.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독립영화를 싸다고 인식하고 들어오는 거죠. ‘칩’한 콘텐츠라고 말입니다. 저는 그래서 분명한 계획을 얘기하지 않으면 같이 하지 않는다가 원칙이에요.
생각해보세요, 저희들의 속성을 이해한 사람들 예를 들어서, 문문님이나 미디액트에서 독립영화 데이터베이스 만들어가지고 imdb처럼 만들어서 전 세계 독립영화 교류하고 등등 쫙 만들겠다, 그렇게 나오는 것과 ‘칩’한 콘텐츠를 가지고 스타트업 하겠다고 하는 거랑 다르지 않나요? 표면이 같아도 지류는 다를 수밖에 없죠.
즉 방향성이 달라요. 왜냐하면 그 사람들이 이쪽에 들어와보지 않았고요, 활용할 수 있는 기재로만 생각하기 때문에 마음이 개입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는 산업이다, 유통은 산업이다는 이야기를 제가 누차 했지만 그 산업 안에서도 되게 선명해야 되는 부분들을 지켜내는 게 인디플러그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에요. 근데 그것들을 그냥 무기력하게하고 그냥 ‘칩’한 콘텐츠로 딱 내치고 이용한다면 동시에 저희는 다 깨져요.
극장에서도 독립영화가 걸리기 어려운 데 온라인마저 그럴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포털에 걸리는 다운로드 서비스 들어갈 때 저희가 싸웠던 부분이 있어요. 지금은 없어졌지만 제일 처음에는 포털 통한 다운로드 서비스 페이지에 들어가면 영화 5개 신작이 떠요. 저희는 그 중 무조건 하나는 독립영화로 해라, 우리 것이 안 들어가도 좋으니 다른데서 공급을 받아서라도 무조건 하나는 독립영화의 몫으로 20% 지켜라 라고 싸웠거든요. 그런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겁니다.
사실 어떤 무료 온라인 상영관 같인 경우 간섭현상이 생기기도 해요. 어떤 곳은 유료고 어떤 곳은 무료라면 시장에서 이건 혼돈이거든요. 감독에게 그리고 독립영화 전체적으로 어떤 게 이익인가에 대한 전망을 같이 공유하지 못하면 같이 가기 힘들죠.
문문) 최근에는 몇 개의 서비스 사이트가 더 생기던데.
정석) 저는 나쁜 뜻에서가 아니라 곧 다 없어질 거라고 생각해요. 자본이 없는 한 콘텐츠를 공급받지 못할 테니까요. 몇 군데는 좀 부당한 부분들도 있는 데 인디플러그 입장에서는 계속 볼 수밖에 없으니 소모적이에요.
문문) 최근 이슈 되고 있는 넷플릭스는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정석)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넷플릭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요. 환상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일단 넷플릭스가 글로벌한 기업은 사실이죠. 그런데 실상을 들여다보면, 로컬화까지의 과정에서 땡기는 방식들이 각자 로컬에서 다 달라요. 그리고 착각을 하는데, 이게 무슨 애플의 잡스가 아이튠스 오픈하듯이 오픈마켓이고, 7:3으로 창작자에게 권리보호를 해주고 이런 식의 대의명분을 가진 회사가 아니거든요. 넷플릭스는 오픈마켓이 아니에요. 아무나 다 넣는다고 걔네들이 받아주는 영화 시스템이 아니고요. 걔네들은 미국에 있을 때도 모든 영화를 다 하겠다가 아니었어요. 자기네들이 엄선한 영화를 자기네들의 알고리즘을 통한 매칭데이터를 통해서 그 사람들의 인포메이션과 함께 영화를 소개해주는 시스템을 가진 거죠. 걔네들이 1년에 6천편 정도를 선별해서 써요. 60만편, 전 세계에서 나오는 모든 영화를 자기네들이 틀겠다는 회사가 아니거든요.
문문) 그러면 단도직입적으로 IPTV나 넷플릭스가 있다고 해서 인디플러그가 원래 가지고 있던 어떤 영역이 침범당하거나 크게 지각변동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으신다는 거죠?
정석) 그렇죠. 인디플러그는 콘텐츠를 공급하는 곳이고요, IPTV나 넷플릭스는 서비스에요. 저희 입장에서는 one of them이에요. 저희가 줄 수 있고 안 줄 수도 있는 거죠. 예를 들어 넷플릭스 같은 경우만 보더라도 한국에 있는 인디영화를 다 빼고 할까요? 그렇게 플랫폼 완결성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막 하지 않을 거 에요. 몸을 만들고 저희한테 제안을 하겠죠. 저는 그 몸 만든 만큼의 최대한의 대응을 하면 돼요. 이 영화가 가진 가격가치 부분이라든지, 그들에 대한 가입자나 대한 걸 파악해주고, 인디 쪽이 가져가는 포션에 대해서 협상하는 능력만 준비하고 있으면 됩니다.
문문) 인디플러그 인터뷰 간다고 했을 때, 약간 주변에서 궁금해 했던 게 어떤 오해였던 것 같아요. 온라인플랫폼이 뭔가 많이 바뀌었고 무료 상영관도 등장했고 넷플렉스나 IPTV나 이런 게 등장한 것도 그렇고 요 몇 년 사이에 엄청나게 핸드폰이나 컴퓨터로 영화를 보는 게 일상화 되었잖아요. 독립영화조차도요. 이제 네이버에서도 독립영화를 보여주니까요. 그게 인디플러그에 어떤 타격을 줬는지, 그런 변화들에는 뭐가 있는지 이런 것들을 궁금해 하더라고요.
정석) 저희는 그런 데 공급을 하는 곳이나 오히려 플랫폼 자체가 많아지는 건 좋아요. 저희는 거기에 다채롭게 독립영화들이 배치가 되어서, 거기 가입자도 독립영화를 볼 수 있게, 여기 가입자도 독립영화를 볼 수 있게 하는 게 저희들 인거고요.
다만 시장에서 사실은 박탈당한 부분도 온라인에서 얼마만큼은 지켜줘야 하는 게 저희들의 역할이라 그런 부분에 대한 고민이 큰 거죠. 모두다 네거티브하게 갈 순 없어요. 근데 문제는 거기에서도 빈익빈부익부처럼 편성의 면이나 이런 부분 안에서 하다못해 기회조차에 대한 접근권이 되게 제한되어 있는 부분 안에서 싸우려는 게 저희 역할인거죠.
△ 김정석 인디플러그 대표
인디플러그의 독립영화 배급활동의 역사와 가치기준, 독립영화에 대한 정의
내침 김에 독립영화 배급과 인디플러그의 원칙에 대해 좀 더 들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왜 극장배급과 제작까지 하게 되었는지 그 일련의 흐름들에 대해서도 말이다.
정석)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하는 것과 주어진 것은 다른 거 잖아요? 영화제가 좋은 게 극장에서 다양한 영화를 보게 되는 것이었는데 아시다시피 지금은 영화제에서도 수용 자체가 어려워요.
초반에 인디플러그에서 <나는 나비>라는 영화를 배급했었는데, 그 작품 이후에 극장배급을 한동안 안했었습니다. 그러다가 물리적인 상황이 생긴 거예요. 인디스토리나 시네마달도 여력이 없어진 거죠. 예술영화 전용관도 힘들어지고요. 인디플러그도 배급을 할 수밖에 없어진 상황이 온 겁니다. 온라인 플랫폼은 추가로 진행하게 된 측면이 크죠. 저희가 극장배급을 진행한 영화는 정말 어려운 영화들이에요. 최근에 바뀐 독립영화의 환경변화에서는 큐레이션 서비스가 많은데, 콘텐츠 매니지먼트가 중요한 것 같아요. 매니지먼트가 잘 되지 않으면 대행에 대한 플로가 준비되지 않으면 혼선이 오고요 정산 문제 등에서 심각한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
문문) 인디플러그 쪽에 작품이 올 때 극장에서 다 걸리고 나서 오는 경우가 많았을 텐데, 아예 극장에서부터 유통 배급을 전체 책임지는 것이 더 관리가 유리한 면이 있나요?
정석) 유리한 부분도 있고, 각자가 역할을 분담하는 것도 있어요. 사실 극장배급이 끝나고 온다고 하더라도 어차피 결합은 유기적으로 다 합니다. 인디플러그가 온라인만 대응하기위해 만들었는데, 한동안 독립영화 제작도 하고 다 한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저희는 저희의 필요수순 보다는 각각 판단하고 있는 가치가 작동한 것이거든요. 당시의 배급사들이 하나둘씩 다 무너졌고 정체성을 분명히 하지 않고는 흔들리는 경우도 많았어요. 인디플러그는 그나마 초기 자본의 여력 덕분에 좀 버텨온 게 있었던 거고요. 그나마도 최근에는 워낙 이 판이 모두 어려워지는 추세라서 저희도 힘들지만. 아무튼 어떤 경우는 제작 투자도 하고, 직접 제작을 하기도 합니다. 독립영화를 산업적인 성격으로만 보면 저희도 성과들이 좋지는 않아요.
문문) 인디플러그에서 영화를 제작, 유통시킬 때 실질적인 수익분배에 대해서도 궁금해지네요.
정석) 제작 같은 경우 주로 고영재 대표님은 다큐멘터리를 중심으로 고민을 하고, 저는 극 영화를 중심으로 고민하죠. 둘이서 결국 결정해야 되는 부분과 스태프들과 같이 해서 결정들을 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 중 제작을 직접 하는 경우도 있고, 그 제작에 있어서 부분 투자를 하는 경우도 있고, 또 만들어진 작품들에 있어서는 배급을 투자하는 경우도 있고요.
유통을 하는 경우의 수익분배에서 대해서 저희가 굳이 자랑하자면, 저희는 ‘상생지원금’ 이라는 방식을 씁니다. 현재의 극장배급 유통방식에서 영화를 만든 감독이 10원도 가져가본 적이 없는 작품이 나오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저희가 계약서상에 상생 지원금이라는 말을 도입을 했는데, 아까처럼 100원이 있었는데 100원의 수익이 나면, 저희만 수익을 떼 가는 것이 아니라 저희가 10원을 가지는 만큼 일단 제작자한테 10원을 줘요. 그리고 다음에 또 수익이 나면 다시 나눠가지고 그걸로 조금씩 깎아가는 방식으로 단 얼마라도 감독에게 실질적으로 영화가 수익을 낼 때마다 나눠 갖는 거지요. 우리의 투자비용을 모두 회수한 다음 돌려주겠다는 방침을 고수하면 감독은 영화가 극장에 걸리고 온라인 시장으로 갈 때까지 단 한 푼도 못 받을 수도 있거든요. 그걸 없애고 싶었던 것이고 어떤 리스크를 감수하고 같이 가려는 방식이에요.
문문) 그러면 주로 어떻게 회수를 하세요?
정석) 온라인 플랫폼에 판매되는 것들을 가지고 수익이 있으면 IPTV나 이쪽에서 판매되는 것들이 정산이 들어오잖아요. 그걸로 까 나가는 거에요. 어떨 땐 KBS 독립영화관도 있고, 어떨 때는 케이블도 있고 여러 가지 판권을 가지고 판매할 수 있는 모든 행위에 대해서 저희는 노력할 수밖에 없죠. 사실 근데, 일반적인 모든 배급사들이 그렇게까지 하려고 하지 않거나 그럴 여력이 없기도 하고요.
문문) 작년에 인디플러그에서 제작한 작품은 무엇이 있나요?
정석) 작년에 <블랙딜>을 제작 했었고요, 투자했던 게 <고양이 장례식>이라는 영화도 있었고, 이런 저런 작은 영화들이 또 있었어요. 그 다음에 마케팅투자나 이런 것들은 계속 어려운 영화들 쪽에 했었죠. 예를 들면 <명령불복종교사>는 할 수밖에 없었고요.
어떻게 보면 재작년부터 저희 영화를 저희가 스스로 까야 되는 상태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배급까지 넘어온 걸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전면적으로 배급을 한다고 할 수는 없었는데, 포화상태라기보다는 해결할 수 없는 영화들이 누적된 거죠. <명령불복종교사>도 시네마달에서 기존 라인업들이 있어서 받기 어려웠고요. 근데 저희는 그 영화를 필요한 영화라고 좋게 봐서 배급하게 되었어요. 이런 식으로 각자의 역할들을 보완해주는 상호관계인거지, 누가 누구의 것을 빼앗거나 하지는 않아요. 저희 입장에서는 인디스토리나 시네마달이 하겠다는 영화에 대해서 저는 굳이 개입하고 싶지 않아요. 그건 저희가 손을 대야 될 작품이 아니고 그것과 별도의 작품들, 그러니까 저희가 좋아하는 영화들이 있을 수 있다고 봐요. 그게 올해의 라인업들이고요. 올해의 계획하는 영화들의 개봉 일정은 거의 다 끝나있는 상태에요. 여러 가지 형태의 영화들이 있죠.
문문) 올해 가장 먼저 개봉하는 영화는 뭔가요?
정석) <하프>가 지난주에 개봉을 했어요. 하프는 트랜스젠더 법정물이고, 사회드라마입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불공정함에 대한 이야기라서 개봉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올해 개봉 예정인 인디플러그 영화들과 최근 들어오고 있는 단편들에 대한 배급 방식에 대한 고민을 김정석 대표는 눈을 반짝이며 너무 고민이라고 말하면서 즐겁게 이야기 했다. 그러다 문득,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인 ‘독립영화’ 라는 그 출발지점에 대해 다시 고루한 질문이 인디플러그에 던져졌다. 독립영화란 지금 이 시점에 무엇일까.
정석) 새로운 내용을 정리해야하는데 프레임이 바뀌었어요. 어느 순간에 정치가 바뀌었다는 느낌입니다. 모두 각자의 소신으로 분명 활동하고는 있는데... 그런 차분함 안에서 같이 정비를 해야 하는데 어느 순간 수동적으로 다 얻어맞고 있는 것 같아요. 당장 저희부터도 그렇고요.
당연히 독립영화는 정권 비판적인 것도 있지만 다양한 것이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할 수 없는 가치라는 것도 있고요. 소위 ‘일베’가 영화를 찍었을 때 독립영화가 아니라고 하기는 힘들지만 그것이 우리가 같이 할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는 고민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최근에 저는 100억짜리 예산이 들었다고 해서 저건 독립영화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습니다. 그것도 독립영화일 수도 있죠. <더 테러 라이브>를 보면 독립영화만큼 아니 그보다 내용이 더 쎄요. 그 시나리오는 최초에 독립영화에서 돌았던 시나리오였어요. 아무도 못했지만 결국 영화로 나와서 사람들에게 공감을 받았고요.
행정적인 부분으로는 독립영화라는 표현을 안 쓰고 다양성 영화라고 하는데 기준이 4억 미만의 영화에요. 이것도 좀 말이 안 되죠. 4억으로는 영진위가 제시하는 표준계약서로 영화를 못 찍는다는 지적들도 많아요. 무엇보다도 지금 이 시대의 형태에 맞는 정의를 내릴 필요가 절실한 거 같아요. 법률적인 부분도 행정적인 부분도 사회적 합의도 모두 같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습니다.
아 꼭 한 마디로 해야 한다면, 분노? 불공정함이나 이 사회에 대한 분노가 담겨 있는 게 독립영화의 정신이 아닌 가 싶어요. 이건 그냥 한 개인으로서 제가 배우고 느낀 부분들입니다.
△ 문문 창작집단3355
최근 인디플러그의 고민
김정석 대표는 인터뷰 내내 인디플러그가 하고 싶은 일과 지금의 힘든 상황 사이에서 깊은 고민과 즐거움과 한숨을 내쉬었다. 산업적인 측면에서 독립영화의 내리막길이나 좀 더 공정한 독립영화배급에 관한 법률적인 미비에 대한 인디플러그의 생각과 역할에 대해 물었다.
문문) 인디플러그 관련 기사 찾아보다가 나온 건데, 독립영화 배급지원센터라고, 그게 아직도 기능을 하나요?
정석) 독립영화 배급지원센터가 최초에 인디스페이스가 만들어졌을 때 그 안에 부분으로 있었죠. 그랬다가 없어졌어요. 인디스페이스 뺏겼잖아요. 그 다음에 2014년에 인디플러스 운영문제로 심각하게 독립영화계랑 영진위가 충돌을 하게 되는데 그때 대안으로 나온 게 독립영화 유통지원센터를 만들어서 인디플러스나 인디스페이스를 그대로 지원하고 독립영화유통지원센터를 중심으로 해서 독립영화 배급환경을 개선하자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독립영화유통지원센터를 위한 준비위원회가 꾸려졌고, 제가 준비위원장을 맡으면서 거기에서 기획들을 잡았고 공청회까지 했는데 이게 기획재정부까지 올라갔는데 그냥 짤려버렸죠.
문문) 거기까지만 기사를 봤는데, 그 뒤로 진행 상황이 없어서 궁금했는데 아예 사라진거군요.
정석) 잘리고 끝났어요. 영진위가 예산 편성을 못하고 그 뒤로 독립영화계와 영진위는 계속 싸움이었고 그 바로 직후에 여러 사건들이 또 터졌잖아요. 사실 이런 이야기는 오마이뉴스정도에나 나오죠. 근데 저희는 그때 어쨌든 독립영화계의 선배들이나 다 대표주자 격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기획안을 만들었기 때문에 때가 되면 언제고 다시 밀고 들어가서 다시 보강해가지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안이 없는 것보다 있는 게 훨씬 나으니까. 문제는 그 기회를 누군가는 만들어야 되는데 주변 분들은 이렇게 하는데, 실제로 거기 들어가서 발언하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들은 그것에 대해서 준비하느냐 하는 문제는 심각하게 반성해야죠.
문문) 압박을 해야 하는 건가요?
정석) 압박이라기보다는 기회가 왔을 때 그 정보를 빨리 공유해야죠. 저는 그래서 생존이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일단은 버티고 있어줘야 나중에 뭔가라도 하는데, 쑥쑥쑥 다 날려가지고 아무도 없어요. 멈추면 그때부터 꼰대 된다고 하잖아요. 와 내가 왕년에 이거했어 내가 왕년에 이렇게 준비했어 이러면 끝나는 거거든요. 저는 그게 제일 두려워서 많이 움직이려고 해요. 눈에 보이지 않는 저희의 움직임이 있고 그렇게 버티다가 어떤 순간에 꼭 그 이름이 아니더라도 어딘가에 녹아들어가 있는 그런 게 중요한 거 같아요.
문문) 이게 다 유산처럼 되는 것 같아요
정석) 내가 아니더라도 끊임없이 누군가는 하고 있어요. 아무도 안하지는 않아요. 그리고 다들 했기 때문에 언젠가는 반드시 다시 독립영화계에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해요.
문문) 인디플러그는 그 과정에서 계속 이렇게 텐션을 유지하면서 유산을 이어가는 것을 목표로? (웃음)
정석) 엄살 좀 떨면 지금은 텐션 정도가 아니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니까 숨만 붙어있어야 하는 상황이에요. 소기의 스텝별 목표를 두고 한 단계씩 가려고 하고 있어요. 그게 적중하면 우리는 성공이죠. 자본주의자는 아니지만 신자유주의 하에서 엮여있는 입장이다 보니 매번 회사 내에서도 고민이 큽니다.
영화산업은 독립영화든 뭐든 이제 배급사가 어떤 식의 아이디어를 내고 어떤 식의 파워를 발휘하느냐 게임인데, cgv는 일단 win, ok! 나머지는 이제 어떻게 할래? 가 되니까 이제 인디플러그도 전략적 판단을 해서 전략적인 움직임들을 실제로 가지고 움직이는 거거든요.
이 시장 안에서 결론적으로는 독립영화, 인디플러그가 가진 영화를 어떻게 매니징 할 거냐는 전략은 저희한테 항상 고민이고요, 옛날에는 온라인만 했다면 지금 온라인시장은 어느 정도 다 재편이 끝나고 하나로 모였어요. iptv로 매출 90%가 거의 모아져요.
그런데 이제 저희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전부 다 아우르면서 그 콘텐츠가 만들어질 때부터 유통되고 배급돼서 저기 끝까지 가서 존재하는 그 때까지 하나의 라이프를 전체 관리하는 거잖아요. 그런 관리 프로세스 툴,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게 독립영화계에서 사실은 인디플러그라고 지금은 단언할 수밖에 없는 거죠. 그런 마음으로 버티는 거고 그래서 더 무겁고 신중해져요.
저는 독립영화가 산업적인 부분 안에서 녹여낼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하는 쪽으로 사실 넘어온 사람인 것 같아요. 예전처럼 지역을 디테일하게 훑어보면서 하기에는 여력이 안 되는 부분도 있지만 이미 아닌 다른 역할이 되어 버렸기 때문에 그 부분을 지지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을 고민하는 게 저한테 훨씬 빠른 거죠. 그런 차원에서 이런 만남이나 또 독립영화계 차원에서의 포럼이 중요한 거 같아요.
미디액트도 제가 알기로 지난 10년 동안 격동기를 겪었는데 계속 버티는 건 정말 중요한 거 같습니다. 물론 버팀이 능사는 아니지만 많은 얘기를 할 필요는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다시 김정석 대표는 덧붙였다.
정석) 버티는 건 우리 내부의 숙명인 것 같고요, 문문씨도 주현씨도 이렇게 뵙지만, 가끔씩 저도 한독협 회의 등등 때문에 미디액트에 가면 이제 다른 활동가는 거의 모르겠더라고요. 완전히 이제 세대가 바뀌어서 저도 상황 파악이 안 되는데, 그런 때라도 가서 이렇게 얘기도 좀 하고 그래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근데 생각보다 마음에 비해서 물리적 시간은 한계가 있고 그러면 뭔가 꺼리를 만들어야 되겠구나고 해요. 이런 부분은 정말 스스로 고민을 해봐야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ACT!>에서 인터뷰 요청 와서 반가운 마음도 컸고 지난 <ACT!> 글들 쭉 보면서도 나도 제안할 부분이 있으면 이야기하고 그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네트워크가 현실적으로 약간 단절이 온 것도 있잖아요. 왜냐면 저희세대의 네트웍과 지금의 세대의 네트웍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부분을 접점으로 만들거냐에 따라 완전히 각도가 다르니까요. 그런 부분들은 고민하고 자리를 만들고 여러 가지로 같이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에필로그
밝을 때 도착했는데 일어설 때는 이미 밖이 어두워져있었다. 정류장까지 어떻게 내려가나하는 생각에 마음이 어두워졌다.
문문) 아까 주현씨랑 여기 찾아오면서 계속 얘기했던 건데 왜 이렇게 찾기 어려운 곳에 은밀하게 회사를 구했는지 오자마자 따지자고 그랬거든요(웃음).
주현) 무슨 비밀작전을 하시길래, 사무실을 이렇게 외진 곳에... 지도가 자꾸 다른 데를 가리켜요(웃음). 직원들은 멀다고 안 하나요?
정석) 직원이 7명인데 집이 다들 여기서 멀어요. 옛날에 한독협 1층에 있다가, 방배동으로 이사 갔다가 그냥 여기로 온 거에요. 방배동은 사무실 월세가 너무 비싸니까 전세로 좀 구해보자 하고요. 지금은 반전세긴 하지만 여기 오고 나서 편두통이 사라졌어요. 공기가 좋아서요.(웃음)
다행히 집으로 돌아가는 길 어둑한 길을 걸어내려가거나 헤메지 않고 김정석 대표의 차를 얻어 타고 큰 길까지 내려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주현씨는 2월 달에 사회진보연대 서울지부 영화모임에서 <쪽방>이라는 영화를 보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나는 2월 달 <드로잉극장> 프로그램으로 대안상영 네크워크 때 온 팀들과 작게라도 먼저 뭔가를 같이 해보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게 우리의 1월 대화였다. 각자의 자리에는 각자의 선수들이 있다. 우리는 능동적으로 버티고 있고 보이는 것들이 흐르고 있는데 오늘은 역시 1월이다. 그래서 날이 너무 빨리 어두워진다는 엉뚱한 생각을 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많이 만나고 싶다. □
[필자소개]
문문 (창작집단3355)
만드는 사람. 축제기획과 예술치유교육을 직업으로 가지고 있고 시와 희곡을 다양한 방식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지역과 예술, 자립과 공존이 이 도시에서 가능한지 내 생활로 가져와서 연구하려 합니다. 대안상영도 그 방법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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