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 95호 특집] 즐거운 라디오 (성남FM)

[ACT! 95호 특집 2015.11.15]

공동체라디오 10주년 기념 기획 <내 삶의 라디오>

즐거운 라디오

김소영(성남FM)

<공동체라디오 10주년 기념 기획 - 내 삶의 라디오>는 공동체라디오 운영 10주년을 맞아 각 공동체라디오를 이끌어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삶 속에 녹아 있는 공동체라디오의 역사와 의미를 되짚어보고자 기획되었다. 전국 7개 공동체라디오에서 방송을 제작하고 진행하며 라디오를 이끌어온 7개 방송국 8명의 인물이 쓴 에세이를 소개한다.

 "안녕하세요? [성남 FM] 10주년 특별 방송 진행을 맡은 김소영입니다!"

 지난 9월 11일 오후 5시, 내 방송 첫 멘트였다. 2015년 9월 11일은 [성남FM]으로서도 의미 있는 날이었지만 나 개인적으로도 의미 있는 날이었다. 라디오 방송을 시작한 지 만 10년이 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 성남FM 10주년 특별방송 – 성남이모저모

꿈, 일상이 되다

 어렸을 때부터 나의 꿈은 아나운서였다. 대학 졸업 후 잠시 아나운서 생활을 했지만 이후 학교 선생님으로, 개인 과외 선생님으로 일하던 나는 2005년 지역 신문에서 [성남 FM]의 진행자 모집 공고를 보는 순간 '이거다! 이게, 내가 방송을 다시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싶었고 1초의 망설임 없이 지원해 면접과 간단한 오디션을 통과하고 라디오 방송을 시작하게 됐다.

 이전에 아나운서 생활을 했지만 주로 야구장에서 현장 중계만 해봤기 때문에 라디오는 내게 생소했고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혼자서 라디오프로그램을 만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공동체라디오의 경우 1인이 DJ 역할뿐 아니라 PD, 엔지니어, 작가의 역할까지도 해야 한다. 어느 날 갑자기 라디오 진행자가 된 나는 프로그램 제목 결정은 물론 시그널 음악 선정과 게스트 섭외, 대본 작성, 기계 조작까지 모두 혼자의 힘으로 해야 했다. 시그널 음악은 가사가 없는 것으로 정해야 하는데 가사 없는 음악에 익숙하지 않아 어디에서 찾아야 할지 막막했고, 낯설기만 한 기계 조작을 해가며 멘트를 하는 건 두렵기만 한 일이었다. 

 하지만 다른 진행자들과 호흡을 맞춰가며 라디오방송을 하나씩 알아가고 터득해 나갈 수 있었다. 그 과정은 지금 생각해도 돈 주고 살 수 없을 정도로 값진 경험이었다. 그 10년간의 경험으로 지금은 어느덧 라디오방송이 나의 평범한 일상이 되어 버렸다.

▲ 성남FM 10주년 특별방송 – 벌써10년

즐거운 라디오

 그동안 의사 선생님을 게스트로 초청해 질병에 대해 알아보는 <분당메디컬>을 비롯해 음악 방송인 <상쾌한 하루>, 지역 소식을 전하는 <굿모닝 성남>을 거쳐, 현재는 매주 수요일 오후 5시에 여행전문 프로그램 <즐거운 라디오>를 진행하고 있다. 

 <즐거운 라디오>를 처음 맡게 되었을 때, 나는 내가 가장 즐거울 때가 언제인가를 고민해봤다.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가 ‘여행’이었다. 그래서 주제를 여행으로 정하고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내가 행복하다면 아마 청취자들도 즐거울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국내, 국외를 망라해 여행지를 소개하고, 여행 준비 팁과 여행 중에 에피소드 등을 게스트와 얘기하다 보면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 그것도 모자라 2편, 3편으로 나누어 진행할 정도로 여행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흥미진진한 시간이 된다. 방송 시작 전부터 게스트와 그리고 청취자와 여행 얘기를 나눌 생각을 하면 기대감에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 2005년 5월 진행자회의

▲ 2008년 성남FM 워크샵

 ▲ 2014 방송진행자 정기교육

즐기는 라디오

 공동체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매력은 무엇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지역에 여러 사람과 함께 나눌 수 있는 것이다. 날씨에 관한 얘기라든가, 출근하면서 있었던 일, 어제 친구들을 만나서 나눴던 대화, 음악에 얽힌 사연들. 이런 일상의 소소한 일들을 이웃과 함께 나누는 즐거움이 있다.   

 또 다른 매력은 원하는 노래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것이다. 공동체라디오의 경우 진행자가 PD 역할까지 해서 진행자의 취향에 따른 선곡이 가능하다. 가요는 물론이고 팝송이나 클래식까지 본인의 취향에 맞는 선곡을 할 수 있고 노래가 나가는 동안 헤드폰을 끼고 마음껏 음악 감상도 할 수 있다.   

 자신이 해보지 못한 경험을 간접적으로 할 수 있는 것도 라디오를 진행하며 느낄 수 있는 매력 중 하나다. 현재 내가 진행하고 있는 여행 프로그램의 경우 직접 가보지 못한 나라의 여행 얘기를 나누며 상상 여행을 할 수 있고 게스트가 만났던 많은 세계인까지 함께 만날 수 있다. 이런 간접 경험 속에서 타인을 보는 관점도 너그러워지는 것을 느낀다.

 지금까지 방송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청취자는 서현동에 있는 한 베이커리 사장님이다. 아침 방송을 할 때였는데 그 사장님도 아침에 빵을 구우며 자주 내가 진행하는 방송을 듣는다며 가끔 신청곡을 남겨주시곤 했다. 나의 방송이 청취자의 편안한 일상 속에 한 부분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10년 전, 운명처럼 신문 한 장에 모집 소식을 통해 만나게 된 [성남FM]은 어느새 나에게 가장 소중한 친구이자 동료가 되었다. 매주 수요일 오후 5시가 되면 그 친구는 어김없이 나에게 말을 건넨다. 

  "오늘은 기분 어때? 그럼, 오늘도 기운 내서 방송 시작해볼까?" □

* 성남FM : http://www.fmnara.com/

[필자소개] 김소영 (성남FM)

방송을 좋아하고 여행을 좋아하고 사진을 좋아하고   빵을 좋아하고... 좋아하는 것만 나열해도 끝이 없는 수다쟁이^^ 

철이 안 들고 깊이가 없다 해도 

영원한 어린아이로 남고 싶은 행복 바이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