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 90호 기획대담] 미디어운동, 10년을 논하다 (9) 정보통신운동 "사회운동의 정보화를 꿈꾸다" : 진보네트워크 오병일+덩야핑 대담
[ACT! 90호 기획대담 2014.9.22]
액트 기획대담(9) 미디어운동 10년을 논하다 - 정보통신운동 (진보네트워크)
“사회운동의 정보화를 꿈꾸다”
: 진보네트워크 오병일 + 덩야핑 대담
대담 진행 및 정리 : 최은정 (대안학교 교사), 김주현 (액트편집위원회)
ACT: 정보통신운동이라는 게 독자에게 생소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대담 초반에는 각자 하고 있는 활동에 대해서 얘기를 해주면 좋을 것 같다. 먼저 각자 소개를 부탁드린다.
오병일(이하 오): 진보넷 활동하고 있는 오병일이다. 진보넷은 1998년 11월 14일에 설립이 되었다. 초창기 설립멤버로 참여를 했다. 98년 초부터 준비를 하기 시작했는데, 그 때부터 계속 함께 했었다.
90년대 중반에 정보화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았다. 처음에는 사회운동 영역에서 정보사회를 어떻게 볼 건지에 대한 스터디 모임으로 시작을 했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 통신연대였다. 한 달에 한 번씩 월례포럼을 통해 토론하는 형태였다. 그렇게 모이다 보니 현실적 이슈에 대응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검열 반대 운동이라던가 전자주민카드 반대 운동과 같은 활동을 하게 되었다.
통신연대를 통해서 당시의 ‘PC통신 참세상’과도 알게 되었다. 그 ‘PC통신 참세상’이 네트워크 측면에서 보면 진보네트워크의 전신이다. 하다 보니 제 소개가 아닌 진보넷 소개가 되어 버렸는데, 98년도에 진보넷 설립이 제안이 되어서, 진보넷 설립운동에 참여를 했고, 지금까지 이렇게 활동을 하고 있다.
덩야핑(이하 덩): 전 덩야핑이다. 진보넷에서 일한 지 5년이 되어서 되게 민망하다. 신입활동가를 못 구해서 제가 하게 되었다.(웃음)
ACT: 지금 일하시는 분들 중에서 제일 어리신 건지?
오: 아니다. 이후에 다시 설명 드리겠지만 저희가 크게 정보통신 정책 쪽 활동과 네트워크 서비스를 운영하는 쪽으로 나뉜다. 저는 주로 정책 쪽 활동을 하고 있고, 덩야핑은 네트워크 서비스 쪽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분야가 너무 신입이면 오히려 얘기하기가 힘들 것 같았다. 덩야핑은 오랫동안 해왔기 때문에 진보넷이 가진 고민이나 문제의식에 대해서 잘 얘기해줄 수 있을 것 같아서 같이 하게 되었다.
덩: 저는 독립 네트워크 팀에서 일하고 있다. 팀이 두 개가 있는데, 하는 일의 성격이 많이 다르다. 저희 팀은 사회운동이 네트워크 자원을 어떻게 잘 활용하여 운동을 더 대중적으로 잘 할 수 있는가, 그리고 운동을 우리가 어떻게 지원할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예를 들어 단체 활동을 할 때 아주 기본적인 메일링 리스트 서비스라던가, 사회운동가끼리 서로 소식을 공유할 수 있는 속보 공연 게시판 같은 서비스를 진보넷 초기부터 제공을 해왔었다. 사실 상업서비스에서도 이용할 수 있는 내용들인데, 저희는 사회운동을 지원하기 위해서 한국 사회운동에 특화되게 지원하는 네트워크 서비스들을 해오고 있다.
전통적으로 해오던 것 외에 최근에는 ‘소셜펀치’라고 운동하는 사람들이 모금을 하고, 모금한 돈을 집행하는 과정을 사람들과 투명하게 공개하는 플랫폼도 진행하고 있다.
처음에는 진보넷이 운영하는 블로그 같은 웹 서비스를 통해 진보넷을 알게 되었다. 진보넷에서 하는 일이 개인들이나 사회운동간의 네트워크를 이어주는 활동인 것 같아서 같이 일해보고 싶어서 들어왔다.
▲ 진보네트워크 오병일 활동가(왼쪽)와 덩야핑 활동가(오른쪽)
오: 원래 덩야핑은 진보넷 블로그에서 파워 블로거였다. 물론 지금도 파워블로거이긴 하다.(웃음) 저희가 상근자 모집공고를 할 때 지원을 했다. 서비스를 잘 운영하려면 기술적 작업뿐만 아니라, 그 서비스를 운영하는 사람들과 소통을 잘 해야한다. 진보넷 블로그의 파워블로거로서 혼자만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블로거와 관계를 잘 할 것 같아서 뽑게 되었다.
ACT: 그럼 전공을 컴퓨터나 이쪽으로 하셨던 건가?
덩: 그랬던 건 아니다. 진보넷에 들어와서 배웠다.
오: 밖에서 진보넷을 볼 때, 가장 많이 오해하는 것 중 하나가, 진보넷을 들어가려면 기술을 많이 알아야 하냐는 것이다. 사실 진보넷 활동가들도 컴맹이 많다. 물론 활동을 하면서 다른 단체에 새로운 활동방식을 전파하기 위해선 실험을 해보기도 한다. 기술적으로 서버관리를 누구나 다 한다거나 컴퓨터 시스템에 대해 잘 안다거나 프로그래밍에 대해 잘 안다거나 그런 건 아니다. 물론 그걸 잘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상당히 많은 활동가들은 전문적인 기술 없이도 각자 할 수 있는 영역이 있으니 다르다. 정책 쪽은 기술적인 부분과 연관이 되긴 하지만, 법이나 이런 부분과도 연관이 되고.
다른 단체 활동가들과 마찬가지로 경험을 통해서 언론과의 대응이라던가, 국회와의 대응이라던가 대중적인 캠페인이라던가, 진보넷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단체들이 공유하고 있는 그런 역할들을 배워나간다.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프로그래밍이나 서버관리 같은 부분만 있는 게 아니라, 예컨대 기획이란 것도 있고. 다른 단체나 이용자와 소통하는 부분에 대한 것도 있고, 디자인 관련해 업무를 보는 분도 계시고, 다양하다.
ACT: 진보넷에는 총 몇 명이 일하고 있나?
덩: 대표까지 9명, 상근자는 8명이다. 저희 독립네트워크 팀이 5명이 있는데, 처음 들어왔을 땐 정원이 3명이었다. 개발자 1명, 서버관리자 1명. 나머지는 다 제가 해야 했는데, 제가 너무 힘들어서 사람을 계속 뽑았다. 그래서 지금은 디자이너도 따로 있고. 굉장히 역할이 많다.
오 : 저희가 예전에는 한 20명까지도 있었던 적이 있었다. 왜냐하면 그 때는, 민중언론 참세상이 진보넷 내에 있었다. 그런데 참세상은 2005년도에 독립을 시켰다. 2005년도 이전에는 참세상 기자까지 포함을 해서, 한 20명 가까이 있었던 적도 있었다.
덩: 독립 네크워크 팀은 몇 명이었나?
오: 계속 변했다. 과거에는 정책 쪽에서 네트워커라는 월간지를 냈었다. 지금은 3명이지만, 네트워커 편집도 있고 하니까 훨씬 더 많았었다. 독립네트워크 쪽은 기존 한 3~4명 정도에서 유지가 되어왔던 것 같다. 기본적으로 서버관리 하고, 웹 호스팅 관리하고. 또 웹 사이트를 관리해주는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 98년도 출범 직후엔, 정책팀이 없었다. 지금으로 치면 다 독립네트워크 쪽이었다.
그 전 얘기부터 드리면, 인터넷이 일반에게 도입된 건 94년도이다. 90년대 말부터 초고속인터넷 망이 보급되면서 급속도로 인터넷이 확대가 되었지만, 사실 중후반까지만 해도 인터넷 보다는 PC통신을 많이 사용했었다. 요즘으로 치면 다음카페나 네이버 카페 같은 것을 PC통신 안에 개설을 했다. PC통신은 오픈된 공간이 아니라, 폐쇄된 공간이었다.
당시 PC통신은 3개 혹은 4개의 거대 상업 통신망이 장악을 하고 있었다. 천리안, 하이텔, 나우누리, 나중에 유니텔이 생겼다. 그런데 아마 93~94년 PC통신 시절에 사회운동 특히 노동운동의 정보를 온라인을 통해서 체계적으로 축적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겠다라는 취지로 'PC통신 참세상'이 시작이 되었다.
그런데 이 PC통신 참세상은 상업 통신망에 비해 자금이나 이런 것들이 훨씬 작으니까 소규모로 운영이 되어 왔었다. 그러다가 97~98년도에 참세상 운영하시던 분이, 당시에 아까 말씀드린 통신연대 활동가들에게 이 PC통신 참세상을 기증을 할 테니까 이걸로 사회운동에 독립적인 네트워크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제안을 하셨다. 또 정보통신운동 입장에선 통신연대에서 검열반대 운동을 하면서 ‘아 뭔가, 상업적인 통신망이 아니라 검열이 없는 사회운동을 위한 독립적인 네트워크가 있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했었다. 물론 검열은 정부에서 하는 거지만, PC통신 회사 자체가 자체 검열을 하는 경우도 있고. 혹은 이용자 개인정보를 요구할 때, 꼭 주지 않아도 됨에도 불구하고 제공을 한다거나, 그런 경우가 되게 많았다. 그래서 상업적인 통신망은 검열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생각을 했던 거다. 그래서 이런 독립적인 네트워크에 대한 필요성이 있었다.
96-97년 말에 총파업 통신지원단 활동이 있었다. 96년 말에 노동법, 안기부 법이 국회에서 기습통과가 되었다. 그 당시에 새누리당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신한국당에서 새벽에 기습으로 통과시켰다. 그 이후에 민주노총에서 총파업을 했는데, 당시에 통신연대를 중심으로 해서 파업에 대한 지지여론을 확산시켜볼 수 없을까 이런 고민을 했던 거다. 당시에도 주류 언론들은 파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었는데, 통신망을 통해서 여론을 확산시켜보자는 얘기가 나왔다. 그래서 PC통신 참세상 채팅방에서 채팅을 하다가, 총파업 통신지원단을 만들어보자고 했다.
이건, 민주노총에서 의도적으로 꾸렸다기보다는 자발적인 모임으로 한 거다. 현장에 가서 파업속보도 전하고, 그걸 뉴스레터로 정리해서 각 통신망에 뿌리기도 하고. PC통신이나 인터넷에서 서명운동을 하기도 하고. 다양한 활동을 했었다. 이걸 계기로 해서 사회운동에 전반적으로 정보화에, 정보통신 기술을 사회운동에 잘 활용할 필요가 있겠다는 문제의식이 많이 싹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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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무실 풍경들
ACT: 이런 건 다 이미, 예전에 많이 들으셨던 건가?
덩: 진보넷 들어올 때 교육을 한번 받아서.
오: 입사교육을 하죠. 하하하.
오: 저희가 처음 출발할 때부터 PC통신 서비스를 했지만, 웹 호스팅 서비스도 하고, 메일도 제공하고, 이런 서비스를 제공했다. 해외에도 그런 단체들이 있는데 그런 단체들이 모여서 만든 게 ‘APC’라는 국제 네트워크이다. 1990년 정도부터 시작해서 상당히 오래되었다. 그런데 많은 나라들에서 비영리적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들이 많이 사라져갔다. 일단 상업적인 서비스 업체들이 많이 등장을 하면서 경쟁 자체가 안 되는 거다. 문을 닫거나, 아니면 그 자체가 영리적 회사가 되거나, 그렇게 변해갔다. APC도 처음에는 이런 비영리적인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들의 연합체에서 2000년 이후에는 아예 정보화와 관련된 활동을 하는 것으로 문을 넓혔다. 예를 들어서 개발도상국과 같은 경우는 교육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을 거다. 사람들에게 정보통신 교육을 시키고, 지역에 미디어센터 같은 것을 만들고. 그래서 사람들이 오면, 인터넷 사용할 수 있게 하고, 활용법 같은 걸 교육을 하는 역할을 하거나 아니면 진보넷이 지금 하고 있는 것처럼 여러 가지 정보통신 정책과 관련된 활동을 하거나. 표현의 자유문제니, 프라이버시 문제니, 아니면 저작권과 관련된 활동처럼 다양한 정책과 관련한 활동을 하는 단체도 있고. 2000년 후반에는 아예 개인들도 APC회원으로 할 수 있도록 허용을 했다. 그래서 APC의 성격도 계속 변해가고 있는데, 어쨌든 지금정보통신 영역에선 선진국 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까지 포함하는 전 세계적인 규모의 네트워크로서는 가장 크다.
덩: 제가 듣기로는, 독립네트워크와 같은 활동을 하는 팀이 외국에도 많았는데, 그걸 수익모델로 잡았을 때, 다른 상업서비스와 경쟁이 안 돼서 그 이후로 사업을 접어야 했던 곳이 여러 군데가 있다고 들었다.
오: 그만 둔 곳도 있지만 여전히 서비스 하는 곳도 있다. 각 단체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이런 서비스 제공의 댓가로 돈을 받기도 하고, 해외단체 같은 경우는 재단에서 펀딩 같은 걸 많이 받아서 운영을 하기도 한다.
덩: 검열 문제 때문에 동남아시아에 있는 활동가들은 여전히 실제로 살해위협을 당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 제가 느끼기에 세계적으론 독립적인 서버를 사는 추세가 많이 수그러들었는데 오히려 동남아시아 쪽에서는 검열에서 안전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 것 같다. APC 회의에 가서 만난 활동가들을 보면 개인들끼리 모여서 호스팅을 하는 것 같더라.
ACT: 이집트 같은 중동 국가는 이런 움직임이 없나? 최근에 이집트 혁명을 겪으면서 거기도 독립네트워크에 대한 요구가 있을 것 같다.
오: 사실 억압적인 나라에서는 이런 운동을 하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당연히 정부의 탄압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집트나 아랍국가 운동에선 대부분 상업적 네트워크를 많이 사용했다. 그리고 자국 내에서 통제되는 것이 아니라, 해외에 있는 그런 서비스들을 사용을 했다. 물론 요즈음 정부는 그것도 국내 인터넷과 해외로 가는 경로 자체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대응을 하고 있다.
APC에는 아랍쪽 멤버들은 없고, 최근에 APC 총회가 있어서 관련된 얘기를 들었다. APC에 서버를 가지고 있는 단체들이 있다. 그런데 영국의 그린넷이 디도스 공격을 받아서 며칠 간 다운이 된 적이 있다. 왜 받았냐면 그린넷이 서비스하고 있는 한 단체의 홈페이지가 일종의 정치적 반대의 세력에 의해서 공격을 받은 거다. 법률적인 차원의 정부의 탄압도 있을 수 있고, 기술적인 공격도 있을 수 있고, 정치적 목적으로 공격을 받을 수도 있다. 서비스를 계속 안전하게 유지/관리하기 위해서 국제적으로 같이 서로 협력해서 빨리 대응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한 것 같다. 예를 들어 한 쪽이 공격을 받으면 다른 쪽에서 긴급하게 서비스를 옮겨서 서비스를 계속 한다던가, 기술적인 도움을 준다던가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그런 방안에 대한 논의를 하기도 했었다.
덩: 그런데 독립네트워크가 그런 곳에서 서기에는 한국보다 훨씬 더 좁을 것 같다. 한국은 그래도 노동운동으로 대변되는 시민사회에서 네트워크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조직을 했던 것이었다. 그 때는 단순히 상업적인 서비스도 마땅한 게 없었다. 그런데 지금 아랍혁명 같은 걸 보면 외국계 서비스가 이미 있다. 페이스북 같은 외국의 서비스가 검열의 위험에서 상대적으로 더 자유롭다. 사실 자국에서 뭘 해도 서버 들고 가버리면 끝이니까, 오히려 해외에 있는 상업서비스를 쓰는 게 더 안전할 것 같다. 실제로도 아랍 회의할 때, 딱히 독립적인 네트워크를 만들자 이런 것보다 ‘있는 걸 어떻게 잘 쓰지?’ 이런 매뉴얼도 돌고 그랬었다. 스카이프 같은 걸로 감청 당하지 않고 통화하는 방법이라던가. 페이스북이 검열 당한다는 의혹이 되게 많아서, 그거에 대해서 법률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다른 대안을 만드는 것보다 있는 자원을 활용하는 방식이 많았던 것 같다.
▲ 진보네트워크 오병일 활동가
ACT: 다시 진보넷 이야기로 돌아가자.
오: 진보넷이 처음에는 독립네트워크를 만들자는 것으로부터 시작을 했다. 진보넷 이전에 통신연대 활동을 하던 사람들은 검열반대와 같은 운동을 했는데, 진보넷 활동에 매진을 하다보니까, 정보통신 정책 쪽 활동이 위축이 되었다, 우리가 정책 쪽 활동도 강화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칫하면 진보넷이 다른 사회단체와 연대 관계가 아니라, 공급자와 소비자와 같은 관계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정책 쪽 활동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또 당시에는 교육사업 같은 것도 했었는데, 20명이 들어갈 컴퓨터 교육장도 만들어서 교육도 진행했다. 지금도 많이 그렇긴 하지만 사회운동을 하는 단체들은 정보통신 기술에 비전문적인 분들이 많고 또 홈페이지를 각 단체에서 만들기 시작하는데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를 모르니까 수요가 되게 많았다. 그래서 교육도 했었는데, 그 이후에는 각 단체에 꼭 홈페이지를 만들지 않고, 블로그나 카페를 활용하기도 하고, 또 그 다음에 쉽게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 수 있는 도구들도 많이 생기고 해서 저희도 이제 교육사업을 2000년대 초반에 접게 되었다.
저희가 PC통신을 99년까지는 유지를 하다가 2000년대에 들어서, 저희 가장 큰 고민이 있었다. 당시에 완전히 인터넷과 웹으로 전환되는 상황이었다. 저희뿐만 아니라 기존의 상업통신망도 2000년을 전후해서 급속도로 축소가 되었다. 왜냐하면 집에 초고속 인터넷 들어오고, 마음대로 인터넷 접속할 수 있는데 굳이 폐쇄적인 인터넷 통신망에 한 달에 만원씩 주면서 접속할 이유가 없는 거다. 인터넷에 더 많은 정보가 있는데, 그리고 ‘다음’에 가면 ‘카페’를 공짜로 만들 수 있는데, 굳이 내가 PC통신에 들어가서 방을 만들 필요가 없는 거지 않나.
그래서 2000년을 전후해서 완전히 웹 환경으로 전환이 되었고, 저희도 이젠 어떻게 할 거냐는 고민을 하게 된 거다. 그런데 웹으로 전환을 하면서 돈을 받을 수 없지 않나. 당시엔 저희가 PC통신 참세상을 이월을 받으면서 어쨌든 그 이용자들도 그대로 받았기 때문에 이용료를 받고 있었다. 그런데 웹환경으로 되면 이용료를 받을 수 없다. 받아도 더 이상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그 다음에 PC통신은 텍스트 환경이었지 않나, 모뎀으로 접속을 하면 텍스트로 보는 건데. 웹 환경으로 가야한다. 두 가지 과제가 있었던 거다. 그래서 웹 환경으로 갈 수 밖에 없다, 무료화 해야된다, 이게 저희가 내린 결론이었다. 그런데 이제 재정문제는 어떻게 할 거냐. 가는 건 좋은데, 우리가 망하면 아무 의미가 없는 거니까. 그래서 그러면 우리도 단체니까 이용자 중심이 아니라, 회원 기관으로 가자. 그래서 2000년대부터 회원모집을 시작을 했고. 당시에 참세상 이용자였던 분들이 상당히 많이 회원으로 전환을 했다. 이용자는 아무래도 서비스의 댓가로 이용료를 내는 거고, 회원은 사실 댓가라기보다, 단체의 활동을 지원/지지하기 때문에 내가 회비를 내는 것이지 않나. 그래서 2000년대부터 회원체계로 변화가 되게 된 것이다.
2000년 중반까지 독립 네트워크 쪽의 목표가 사회운동 포털을 만드는 것이었다. 초기에 천리안, 하이텔 이런 데에 대항해서 참세상이 있었던 것처럼, 현재의 네이버, 다음, 야후 이런 데가 있는 거지 않나. 기본적인 건 갖추고 있었다. 메일, 카페 같은 서비스도 제공을 하고 있었고. 아까 참 세상이 진보넷 안에 있었다고 했었는데 뉴스 서비스를 제공을 한 거다, 야후가 처음에 여러 가지 디렉토리룰 가지고 있지 않았나, 홈페이지에 대한 디렉토리 서비스. 저희도 그런 디렉토리 서비스를 제공을 했었고. 그래서 이젠 그런 기본적으로 사회운동 포털로서의 역할을 하려고 했는데, 사실 결과적으로 보면 잘 안되었다. 왜냐하면 일단 포털하고, 기술적/경제적으로 경쟁하기가 힘들었다. 메일이나 카페 같은 경우는 상업 포털들이 훨씬 더 이용자 편의적으로 개발을 할 수 있지 않나. 개발인력도 훨씬 많고. 우리는 검색 서비스 개발을 할 수는 없고, 이걸 사서 쓰는 건 엄청나게 비싸다. 그래서 저희는 검색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었던 거다. 그리고 이제 인터넷 환경에서 각 단체들이 다 홈페이지를 가지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에는 PC통신처럼 폐쇄된 네트워크이니까 다 이쪽으로 들어와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 인터넷 상에서 서버위치는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게 된 거다. 어디에 있건 인터넷은 다 접근할 수 있는 거니까. 분산된 네트워크여야 하는데 한 군데로 모이게 할 필요가 있을까, 그런 게 의미가 있을까 이런 생각을 했었던 거다. 그러다가 2003년도에는 다시 판단을 하기도 했다. 인터넷에도 길이 있구나, 어디나 접속가능한 건 맞지만, 사실 사람들이 자주 가는 사이트들은 한정되어 있더라. 그런 의미에서의 포털이란 것이, 사실은 의미가 있는 거다. 거기에 올라간 컨텐츠가 주목을 받을 수 있는 건데. 저희도 2003년부터 사회운동 포털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많이 했다. 그래서 참세상 뉴스 같은 경우도 강화했다. 왜냐하면 뉴스가 있어야 사람들이 올 테니까. 사회운동 뉴스를 강화하려는 노력도 하고, 검색서비스를 잘해보려는 노력도 하고 했다. 그럼에도 포털은 확실히 규모의 경제다 이런 판단을 하게 되었다. 2005년 전후로 하여 진보넷 블로그가 생겼다. 사회운동 포털 전략은 접고, 블로그와 같은 커뮤니티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갔다.
덩 : 제가 들어왔을 땐 이미, 포털전략은 폐기된 상태였다. 각 사회단체들은 각각 자기네 핵심 대중을 가지고 있지 않나. 예를 들면 노동운동 같은 경우엔 기본적으로 조합원이 있다. 하지만 진보넷은 특별한 대중이 없고, 우리의 대중은 활동가들이다. 활동가들이 네트워크 장을 어떻게 잘 쓸 수 있게 할 것인가, 그걸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그게 고민인데. 제가 딱 들어왔을 땐 호스팅 서비스도 상업적으로 하다가, 딱 바꾼 참이었다. 진보넷이 단체인데, 상업적으로 서비스를 하는 건 옳지 않다고 해서.
오: 블로그나 카페나 메일이나 이런 건 다 진보넷만 제공하는 건 아니지 않나. 그리고 예를 들어 카페라고 하면, 이제는 진보넷에 만드는 것보다 네이버나 다음에 만드는 게 기술적인 이유 뿐만 아니라, 다른 측면. 더 많은 일반 시민들을 만날 수 있다, 거기서. 똑같은 글을 하나 올려도 더 많은 사람들이 본다. 이런 것 때문에 그쪽으로 많이 간다. 사회단체일 경우 보안이 요구될 때 진보넷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좀 더 많은 대중들을 만나고 싶다고 하면, 네이버/다음 카페를 만들기도 하거나 아니면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이용을 한다.
덩 : 그런데 2010년 전후로 해서는 우리가 인터넷 관련한 기술들을 활용해서 좀 더 사회운동 관련 컨텐츠들을 일반 대중들이 좀더 쉽게 이해하거나 재미있게 접할 수 있는 그런 방식으로 표현할 수는 없을까 생각을 하게 되었다. 텍스트를 기반으로 하여 성명서를 뿌리는 게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잘 꾸밀 수 있는 것. 그걸 요즘에 큐레이션이라고 한다. 그걸 만들 수 있는 플랫폼 같은 걸 만들 수 없을까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 개별적 이슈에 적용을 한 게 세월호와 관련해서 촛불 현황을 지도로 보여준다거나. 밀양의 상황을 텍스트에서 어떤 지역의 이름만 봐서는 감이 안 오지 않나. 송전탑이 어디어디에 건설되고 있고 어디에서 싸움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런 걸 지도로 쉽게 볼 수 있도록 한다거나. 쌍용자동차 노조 싸움과 관련해서도 작년에 차 만드는 프로젝트를 했었지 않나. 그것도 단순히 “차 만들어요”라고 하기 보다는, 뭔가 사람들이 조금씩 기여를 해서 자동차라는 퍼즐이 조금씩 조금씩 맞춰가는 형식으로 표현을 하면 사람들한테 시각적으로 ‘아, 내가 이만큼 기여를 하고 있고. 혹은 이 프로젝트가 이만큼 진행되고 있구나’ 라는 걸 보여줄 수가 있는 거지 않나. 그런데 그걸 각 단체가 구현하기는 힘들다. 그런 것들을 저희가 지원을 하고 있다. 그와 함께 플랫폼으로 내어놓은 게 ‘소셜펀치’다. 이건 대부분의 단체들이 활동을 하고 사업을 하는 데에 돈이 필요하지 않나. 후원이라는 것이 사람들이 단순히 돈을 주는 것만이 아니라, 그 과정을 통해서 운동에 참여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운동하는 사회단체 입장에서도 당신의 돈만 받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들이 정말 이 이슈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임을 인식할 수 있는 거다. 그래서 소셜펀치라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사회단체가 ‘나 어떤 사업을 하려고 하는데 돈이 필요하다’ 하면 여기에 공감하는 시민들이 전자결제로 후원을 하는 거다. 그러면 저희가 그 후원금을 전달을 해주고. 이 플랫폼이 2년 정도 되었는데, 총액규모로 한 3억 넘게 모금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다른 플랫폼도 구상을 하고 있다.
▲ 진보네트워크 덩야핑 활동가
오: 지금까지는 독립 네트워크쪽 이야기를 했고 이제부터는 정책 쪽 관련해서 얘기를 해볼까 한다. 환경단체가 환경이슈에 대응 하듯이, 저희는 정보통신 정책과 관련한 활동을 하고 있다. 크게 보면 인터넷에서의 표현의 자유 문제, 프라이버시 문제, 저작권과 관련한 문제, 인터넷 거버넌스 등이 있고 이 안에서도 영역이 굉장히 많다. 따지고 보면 인터넷만의 문제는 아니다, 정보사회전반에 관련된 문제이다. CCTV 문제라던가, 유전자 데이터베이스 문제라던가, 인터넷 이상의 정보통신 기술 발전에 따른 여러 가지 정보인권과 관련한 문제들에 대응을 하고 있다. 애초에 진보넷 시작이전부터 PC통신이든 인터넷이든 네트워크상의 검열문제는 계속 있어 왔다. 특히 한국 같은 경우는 여전히 권위주의적인 검열과 직접적인 컨텐츠에 대한 규제가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방송통신심위위원회라는 검열기구가 존재하고 있고, 인터넷 실명제처럼 그 자체로 컨텐츠에 대한 건 아니지만 사람들을 위축시키는 효과를 가지는 제도도 시행이 되고 있다.
인터넷 실명제 같은 경우는 위헌 결정을 받긴 했지만, 지금 보면 대부분의 포털사이트나 쇼핑사이트나 이런 데는 여전히 다 본인확인을 한다. 법으로도 남아있고. 게임 실명제, 청소년 연령확인 등도 있다. 연령확인을 하려면 결국 본인확인을 할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여전히 인터넷 실명제가 관행적으로 혹은 법제도적으로 이루어지는 상황이다. 그 외에 명예훼손이라던가 허위사실이라던가 이런 걸로 정보규제가 있는 상황이다. 프라이버시 쪽은 너무나 광범위해서 짧은 시간에 이야기하긴 힘들다. 통신에 대한 감청문제도 있다. 물론 어느 나라나 감청이 있지만, 법제도적으로 얼마나 자의적인 감청을 제한하느냐의 문제가 있다. 한국은 위치추적 같은 것이 가능한데, 통신사에서 수사기관에 5분에 한번씩, 10분에 한 번 씩 위치를 전달을 해준다. 또 기지국 수사라고 특정시점에 잡힌 모든 전화번호에 대해서 수사를 하는 그런 방식의 수사도 이루어지고 있다. 또 패킷 감청이라고 해서, 인터넷 이용자체를 다 감청하는 방식도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주민등록제도다. 올해 초에 대량주민번호 유출 사고가 나면서 주민등록문제가 많이 붉어졌다. 어느 나라나 물론 개인을 식별하는 제도는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문제점은 주민등록번호가 다목적으로 쓰이는 번호체계가 되어있단 것이다. 주민등록번호는 병원에 가도 본인확인이 가능하고. 금융, 통신, 교육 할 거 없이 사회 모든 영역에서 주민번호를 사용하고 있다. 주민번호만 알면 서로 다른 데이터베이스를 연결할 수 있는 일종의 열쇠가 되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주민번호 유출 위험성이 크고, 정부가 주민번호만 알면, 개인의 신상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거다.
우리가 올해 특히 열심히 하는 활동 중의 하나가 주민등록번호 문제에 대한 것이다. 주민등록번호의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바꿔야한다. 모든 국민들에게 주민번호를 새로이 발급하고, 새로 발급할 때는 무작위 일련번호로 발급을 해야한다. 주민번호는 제한된 목적으로만 사용하고, 서로 다른 영역에서는 다른 번호를 써야한다. 외국 같은 경우를 보면 납세자 번호가 따로 있다. 그렇게 세금 관련해서는 납세자 번호를 쓰고, 민간업체는 자기네들 고객번호를 쓰면 되는 거다, 서로 각자 목적에 맞는 다양한 번호체계로 바뀌어야 하고, 주민번호 이용은 아주 제한적으로 해야한다.
지적재산권과 관련해서도 저작권 문제가 크게 붉어지고 있다. 우리는 최근 추세가 저작권이 너무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서 나를 표현하거나 혹은 상호소통하는 그런 것들이 제한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서, 무슨 드라마 사이트에서 내가 좋아하는 사진 하나 올리는 것도 저작권 침해를 걱정해야 하는데, 사실 그런 건 비영리적으로 이루어지는 거다. 사실 창작자 입장에서도 비영리적이거나 독립적인 창작자 같은 경우. 모든 창작이라는 게 사실은 다른 저작물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것들이 제한이 되게 되면, 거대 자본이 잇는 제작자들이 훨씬 더 유리하고, 현행 저작권 내에서는 주요 제작자들이 이익을 받는 그런 상황이라 보고 있다.
ACT!: 전에 진보넷 회원인 이동길 변호사가 미디액트에서 저작권과 관련해 특강을 한번 했었다. 그 중 재미있었던 이야기가 한국에서 정보인권 관련해서 활동하기 너무 힘든 게, 사람들이 이미 자포자기를 해버렸기 때문이라는 얘기였다. 한국에선 이미 더 유출되기도 힘드니까...(웃음) 주민등록번호와 관련한 이슈도 2000년대 초반에 공론화가 한번 되었다가, 최근에 되게 큰 유출사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크게 공론화가 되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오: 주민등록 이슈 같은 경우는 국가 보안법과 같은 문제다. 국가보안법 문제는 사회적으로 공감대가 많이 형성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분단체제라던가 많은 것과 연결이 되어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쉽게 바뀌지 않는다. 주민번호 같은 경우도 우리사회의 여러 영역과 연결이 되어 있다. 주민번호를 바꾼다는 것은, 그 번호만 바꾼다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돌아가는 방식자체가 바뀐다는 의미다. 은행이나 통신이나 이런 모든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식이 다 바뀌는 것이므로, 사실 간단한 것은 아니다. 주민번호제도로만 보자면 사실 이것이 바뀐다면, 엄청난 사회적 변화인 거고, 또 그만큼 힘든 건 사실이다. 한편으로는 한국은 여전히 사회전반적인 민주화의 과제가 너무 많이 있는 것 같다. 세월호만 하더라도, 사회의 어떤 구시대적인 구조의 문제가 이 세월호라는 것으로 표현이 되는 것이지 않나. 워낙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들이 많기 때문에, 정보통신 이슈가 상대적으로 마이너하게 보이는 그런 측면이 있다.
덩: 진보넷이 다루는 의제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검열이나 감시는 오히려 강화되고 있고. 저작권 문제나 인터넷의 표현의 자유, 이런 건 다 사회운동하는 사람들도 다 똑같이 가지고 있는 문제이지 않나. 그런데 왜 정보통신 운동은 축소되는 걸까?
오: 더 축소된다고 보기는 힘들 것 같다. 과거에 비해선 여기에 관심 있는 전문가들이나 다른 단체들도 여기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공동대응을 하지 않나. 이름만 넣어주는 수준이 아니라 같이 참여를 해서 공동활동을 한다. 정보화가 심화되면 될수록, 새로운 이슈들이 나타나기도 하고.
예컨대 프라이버시 문제 같은 경우도 단순히 개인정보 보호 이런 문제가 아니라, 과거에는 사실 존재하지 않았었던 새로운 문제들을 야기한다. 그에 맞춰서 이와 관련된 정책적인 고민을 사회운동 차원에서 고민하는 사람들도 많아져야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저희가 해야될 일은 많고 다뤄야 할 이슈는 많은데 사람들은 부족하다. 크게 보면 이런 것들을 다룰 수 있는 단체들이 많아지면 좋지 않나. 외국의 경우에는 프라이버시나 지적재산권 문제만 전담하는 단체가 있다. 이렇게 분화가 될 수도 있고.
진보넷에는 정책 쪽에 활동가들이 3명이 있는데 활동가들이 좀 더 많아지면 좋겠다. 소수의 사람이 여러 가지 잡다한 걸 맡다 보니까 어려움이 있다.
덩: 저도 방금 이야기했던 상황과 비슷하다. 이건 모든 단체들이 그럴 것 같은데, 해야되는 일은 너무 많고 사람은 없다. 그걸 다 하자니 하나도 제대로 못하는 것 같고. 다른 거 안하고 하나만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항상 있다.
오: 그런데 하다보면, 그게 잘 안 된다. 세월호 같은 경우도 올해 초에 예측이나 했겠냐. 예측 못 했는데, 빵 터지니까 올해 상반기에는 세월호에만 집중하게 되었다.
덩: 세월호 사건 이후에는 자체적인 프로젝트를 모두 중단하고, 세월호만 지원 했다. 그런데 메인 프로젝트가 중단되는 것도 사실 스트레스다. 전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가 생길 때마다 중단된다. 진보넷 같은 경우에는 우리 밖에 이걸 기술적으로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없다. 물론 우리가 안 하면 돈을 많이 들여서 다르게 할 수 있겠지만 운동을 할 수 있는 그룹이 여전히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점이 힘들다. 이걸 하기 위해서 원래 하던 걸 못하게 되거나 아니면 이걸 하면서도 다른 걸 계속 해야한다. 그런데 정책팀도 보면 이슈를 계속 늘린다. 그래서 진보넷에서는 서로 평가를 할 때, 정책팀은 다루는 게 너무 많다 보니 대중사업을 전혀 못한다.항상 캠페인 쪽이 부족해서 아쉽다.
오: 서로 그런다. 일을 좀 잘라야 한다, 전략적으로 선택을 해서. 그런데 이것도 욕심이라면 욕심인데, 이것도 우리에게 주어진, 우리가 해야하는 사명이 아닐까 하면서 일을 넓혀간다.
덩: 정책이슈는 특히 진보넷에서 안하면 아무도 안하니까. 그냥 그게 통과가 되는 거지 않나. 그러니 대응을 안 할 수가 없다.
▲ 진보네트워크 오병일 활동가(왼쪽)와 덩야핑 활동가(오른쪽)
ACT!: 그러면 진보넷 운영비는 회비로만 충당되는 건가?
오: 한 70~80 퍼센트가 회비에서 나오고, 그 다음에 일시적인 후원금이나. 아니면 저희가 자주 하지는 않는데, 정책이나 기술 쪽이 프로젝트를 받을 때가 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은 좀 불규칙 하다. 안정적인 건 회비 수입인데, 재정이 어려워질 때마다 프로젝트들을 하긴 했었다. 그런데 프로젝트를 하면 자체 사업을 하기 힘들지 않나. 가능한 한 하지 말고 일단 자체사업부터 빨리 끝내자고 해서 최근 2-3년은 외부프로젝트를 가급적 안하고 내부사업 중심으로 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재정적으론 힘들어지는 상황이 생긴다,
ACT!: 앞으로 진보넷에서 어떤 일을 하고 싶나?
덩: 사회운동의 정보화를 지원하다고 하면서, 같은 진보넷의 정책팀 정보화는 너무 지원을 안 하는 채로 있었다. 다른 사회운동은 지원하고, 정책팀은 지원을 안 해서 정책팀 내에서 불만이 몇 년 동안 계속 나왔다. 왜 우리는 안 해주고 다른 데는 해주냐고. (웃음) 그래서 진보넷의 정책이슈를 가지고 새로운 걸 보여주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을 해서 정책팀과 함께 고민하고 있는 것이 있다. 아직까지 성공적인 게 나온 거 없지만, 국정원 문제를 가지고 타임라인을 만들거나, 애니메이션을 만들려다가 국정원 이슈가 넘어가서 약간 정체되어있는 상태이다. 그래서 아직 애니메이션은 못 나왔다.
또 인터넷 거버넌스라는 특정이슈를 정해서, 새로운 방식으로 의제를 보여줄 수 있는 그런 걸 고민하고 있다. 아주 최근에는 지금 카카오톡 같은 메신져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사회운동에서 많아서 고민 중이다. 카카오톡보다 보안성이 좋은 텔레그램이란 채팅 툴이 있어서. 이 메신저 툴을 한글화 하여 사람들한테 쓰게 해볼까 생각하며 테스트 중이다. 이런 식으로 좋은 게 있으면 소개해서 꼭 기술력을 가진 사람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들이 쓸 수 있도록 소개를 하려 한다.
사회운동이 말하는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매일 이런 이야기 많이 듣지 않나. 사회운동은 너무 일방적으로 계몽하듯이 가르치려 든다고. 그래서 몇 가지 기획을 하고 있는데, 그 기획 중 하나가 소셜 펀치였다. 기존에는 모금을 받고 그냥 끝이었는데, 돈을 받은 걸 어떻게 집행했는지를 공유하고 과정 자체를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큐레이션을 잘 하여 그 스토리를 잘 가공할 수 있게 해서 좀 더 사람들이 보기 쉽게 하는 것. 이런 걸 하고자 한다.
▲ 진보네트워크 사무실 풍경
ACT!: 기획했던 흐름은 다 짚은 것 같다. 끝으로 좀 더 첨언하고 싶으신 부분이 있다면?
오: 저도 할 얘기는 다 한 것 같고, 세부적 이슈까지 다 다루기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릴 것 같아서 그건 다음 기회에 했으면 좋겠다. 다루어줘서 감사하다.
덩: 조금만 나중에 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원래는 저희 자원활동가가 거의 없다시피 한데, 최근에 자원활동가 2분이 생겼다. 아주 최근에 오신 분들이라서 약간 시간이 지났으면 그분들이 해주셨으면 좋았을 거란 아쉬움이 든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하면 좋겠다. □
관련 사이트
- 진보넷 : http://www.jinbo.net/
- 소셜 펀치 : http://socialfunch.org/
- 세월호를 기억하는 시민네트워크 : http://sewolho-archive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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