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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110호 인터뷰] 이렇게 하면 다른 1인 미디어들과 경쟁이 안 될 것 같더라 - 미디어 뻐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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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8. 7. 16.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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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110호 인터뷰 2018.07.31.]


이렇게 하면 다른 1인 미디어들과 경쟁이 안 될 것 같더라

- 1인 미디어활동가 ‘미디어뻐꾹’ 인터뷰


진행 및 정리: ACT! 편집위원회 김주현 차한비


1인 미디어의 시대다. SNS를 켜면 각종 먹방, 뷰티방송 등등이 대세다. 한편 새로운 영상 문법을 가지고 사회적인 주제를 다루는 콘텐츠 제작사들도 있다. 닷페이스, 지픽쳐스, 씨리얼, 스브스뉴스 등등 자칫 딱딱하게 느껴지기 쉬운 주제들을 재치있는 접근을 통해서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재밌게 알려준다. 

<ACT!>에서는 사회적 주제를 다루는 미디어를 찾아가보기로 했다. 첫 번째 인터뷰 대상은 ‘미디어뻐꾹’이다. 현장영상을 다루는 1인 미디어들은 여럿 있지만 미디어뻐꾹은 노동분야 특히 그 중에서도 산업재해 쪽을 주로 다룬다. 최근에는 삼성 반도체 백혈병 피해 노동자들을 지원하는 모임인 ‘반올림’에 대한 영상 작업을 주로 하고 있다. 인터뷰도 역시 반올림 농성장이 있는 강남역 인근의 한 카페에서 진행되었다.



먼저 소개를 부탁드린다


>> 미디어뻐꾹이라는 이름으로 영상을 올리고 있는 미디어 활동가다. 학교에서 보도사진을 전공했지만 사진보다는 영화가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이명박근혜’ 시대를 거치면서 미디어 활동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원래는 장편 독립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었는데 협업을 좋아하지 않아서 1인 제작 독립 다큐멘터리를 생각했다. 다큐 제작은 오래 걸리니까 작업하는 중간 중간에 짧게 영상을 편집해서 올리려고 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짧은 속보성 영상이 주 활동이 됐다.



미디어뻐꾹이 다루는 영상의 주제를 한 가지 키워드로 꼽으라면 ‘노동’인 것 같다. 노동조합 투쟁현장, 삼성 전자 백혈병 농성 현장 등 주로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미디어몽구나 길바닥저널리스트 같은 다른 1인 미디어 활동가들이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데 반해 미디어뻐꾹이 다루는 주제는 좁고 그래서인지 진득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 2014년 처음 활동을 시작했을 때 1년 동안은 다양한 현장을 쫓아다녔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다른 1인 미디어들과 경쟁이 안 될 것 같더라. 2015년도에 산업재해, 삼성 반도체 피해 노동자를 다루는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이때부터 아예 노동 쪽만 다루기로 했다. 1인 미디어에서도 상대적으로 노동 이슈에 대한 이야기는 부족하고 생각했다.


특히 삼성 반도체 백혈병 문제는 굉장히 충격 많이 받았다. 산업계의 세월호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동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도 임금, 노동시간, 노동조건 등 다양한 주제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사람의 삶을 좌지우지 하는 안전, 산업재해 문제에 대해서는 더욱 중요하게 다뤄야하지 않나 생각했다. 그러던 와중에 2015년에 반올림이 삼성 사옥 앞에서 농성을 시작했고 꾸준히 결합하고 있다.




▲ 미디어뻐꾹 (이병국)



작업한 영상을 보면 속보성 영상이 주를 이루는데 최근에 작업한 <일터24시>는 형식이 달랐다. 노동자의 일터를 하루 종일 따라다니면서 찍는 방식인데 노동과정을 밀착해서 보게 되니까 신선하기도 했다.


>> 정형화된 방식보다는 변화를 좀 주고 싶었다. 그래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라는 단체와 같이 현장밀착형 노동환경 알림용 미니다큐영상을 만들게 되었다. 참신함을 위해 못하는 나레이션을 직접했다. 현장에 가보니까 버스 기사의 노동환경이 정말 열악하더라. 화장실 문제부터 운행 횟수, 승객 신경 쓰는 것까지. 촬영하는 나도 하루 종일 버스에 타고 있으니 속이 메슥거리는데 기사님은 오랜 시간 같은 자세로 그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한다. 새벽 4시에 출근해서 12시 넘어서 퇴근하고 하니까 그분들의 하루가 굉장히 길다는 생각을 했다. 진짜 보는 거랑 경험하는 것이 확실히 다르더라.



영상으로 수익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 같다. 생계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나?

>> 여러 가지 알바를 한다. 영상 촬영, 사진 촬영 등등



활동하면서 보람을 느꼈을 때?

>> 아직 엄청난 보람은 못 느낀 것 같은데(웃음). 2016년 12월 경,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이후 재벌 청문회가 있었다. 이재용, 정몽구가 다 나와서 청문회를 하는 자리였는데 국회 앞에서 기아차 비정규직지회 분들이 정몽구 회장을 규탄하는 시위를 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사설 경비 용역들이 등장하더니 플래카드를 훔쳐서 달아나버리는 거다. 그 와중에 지회장을 넘어뜨리고 폭력을 행사했다. 그 현장이 아주 적나라하게 카메라에 잡혔다. 재빨리 편집해서 올렸는데 그게 좀 많이 알려져서 페이스북에서는 100만~150만 정도 조회수가 올랐고 다른 매체에 인용도 심심찮게 되었다. 대기업의 안하무인격 행태에 화가 나면서도 내가 그걸 알리는데 역할을 했다는 생각에 기뻤다.



작업하면서 고민은 없나?

>> 최근 활동이 적어졌다. 작업을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하는 데에 고민이 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속보성 작업보다는 좀 더 깊이 있게 계획해서 내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려면 시간과 기획이 필요하다. 현장성, 속도감 있게 하는 건 다른 미디어활동가들이 더 잘하고 또 요즘 관심사는 장편 쪽에 있다 보니 변화 중에 있는 것 같다.



▲ '미디어뻐꾹'이 봄단장을 마친 반올림 농성장을 촬영하고 있다



‘현장을 지키는 카메라들’ 사업을 통해 제작지원을 받게 됐다.

>> 일단 제작지원을 받게 되어 굉장히 기쁘다. 예전부터 삼성 반도체 직업병 관련해서 뭔가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빨리 했어야 했는데 이것저것 생각할 것도 있고 기획이 필요해서 농성과 맞물려서 늦어진 측면이 있다가 이제야 시작하게 됐다. 삼성반도체직업병과 관련한 첫 번째 영화는 극영화로 <또 하나의 약속>이 있고, 다큐에는 <탐욕의 제국>이 있다. 이전 작품이나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 좀 더 본질적으로 파고드는 작업을 하고 싶다. 왜 직업병에 걸렸고, 왜 희귀병에 걸렸는지에 대해. 목표는 두 가지다. 왜 어떤 작용에 의해서 병에 걸렸는지 얼마나 위험한 물질을 사용하는지를 자세하게 다룰 거다. 다음으로 이게 위험산업이다 보니까 제 3국으로 생산시설이 옮겨지고 있다. 그래서 이 위험성을 제3국에도 주지시키고 싶은 생각이다.



SNS용 영상과 장편 작업은 작품의 호흡이나 유통방식 등등 많은 부분에서 다를 것 같다

>> 유튜브용 짧은 영상과 장편 다큐작업의 차이점은 분명 있고 장편 다큐작업이 노력이나 돈, 시간이 더 많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지금 최선을 다 할 뿐이다. 그리고 유통에선 둘 사이의 접점을 만들고 싶다. 만약 영화제 상영이 여의치 않거나 배급사를 구하지 못하면 편집해서 유튜브로도 올릴 생각이다. 쉽게 볼 수 없는 환경에서 썩혀두기보다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제작 단계에서 부터 원소스 멀티유즈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마지막으로 향후 계획을 알려달다

>> 일단 장편 작업을 마무리해야한다. 다음으로는 좀 더 다양한 노동현장의 안전 분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지금하고 있는 <일터 24시> 같은 영상이나 유튜브 특성에 맞도록 크리에이터가 직접 출연해서 산업재해 관련 이슈를 알려주는 영상도 계획 중이다.


 인터뷰가 마무리되고 ‘미디어뻐꾹’은 다시 농성장으로 향했다. 인터뷰가 진행되고 약 2주 뒤 7월 24일에 삼성전자 측과 반올림이 극적으로 합의를 하고 농성장을 해산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약 10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피해자 측과 연대해왔기 때문에 가능한 성과였다. 그 과정에 미디어뻐꾹의 영상과 연대도 몫을 했을 것이다. 앞으로 또 다른 산업재해 피해자들이 억울하지 않도록 미디어뻐꾹의 활동은 다른 곳에서도 이어지리라 기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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