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교육 스토리텔링 – 나의 미교 이야기 12화]


      최근 교육 영역의 확장과 매체의 다양화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는 미디어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소개하고자 [미디어교육 스토리텔링- 나의 미교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이 글을 통해 전국 각지에 다양한 영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미디어교육자들이 교육의 경험과 고민을 공유함으로써 미디어교육의 오늘을 파악하고 발전적 내일을 위한 담론을 만들어가기를 기대합니다. 

      이번은 그 열두 번째 순서로 미디어교육자 정수진 선생님의 마을공동체미디어교육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제주시 우도에서 진행된 마을신문 제작기를 통해 마을미디어가 마을 안에서 어떤 가치를 실현하는지, 이를 가능하게 하는 미디어교육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지를 함께 고민해보면 좋겠습니다. (이수미 ACT! 편집위원)




    [ACT! 108호 나의 미교 이야기 2018.05.30.]


    우도에 가면 마을신문이 있다


    정수진(미디어교육자)



    그 섬이 나를 불렀다


      무엇이 나를 여기까지 이끌었을까? 2017년 9월 나는 우도에 있었다. 제주에서 마을미디어 교육을 하는데 맡아 줄 수 있겠냐는 전화를 받았을 때 무슨 마음으로 덥석 그러겠노라 했는지 모르겠다. 평소 믿음을 주셨던 선생님의 청이기도 했지만 그 무렵 나는 정말 어디라도 떠나고 싶었다. 하루하루 안간힘을 다해 살아내고 있는데 늘 제자리 같았고 사람들은 버거웠다. 그런 내 귀에 ‘제주’라는 말이 콕 박혔다. “네, 한번 해볼게요.” 나는 엄청난 약속을 하고 말았다. 우여곡절 끝에 일정을 조율하고 5일 동안 우도에 머무르며 교육을 하기로 했다. 제주공항에서 내려 급행버스를 타고 1시간, 성산포항에서 다시 배를 타고 30분을 더 가야 섬 속의 섬 우도를 만날 수 있다. 마을공동체미디어교육을 하다 보면 마을마다 찾아가야 하는 일이 많아 동선이 만만찮다. 산 넘고 물 건너라는 말이 딱 맞을 만큼 꽁꽁 숨어서 찾기 힘든 교육장이 많고 부산에서는 제법 먼 경남 지역으로 교육을 가야 할 일도 있지만 제주, 그것도 우도라니! 미디어교육 13년 경험에서 가장 먼 곳으로 온 것이었다. 


      늘 바다를 가까이 두고 사는 부산사람이지만 제주의 바다는 또 다른 느낌을 주었다. 복잡한 일상의 일들을 고스란히 접어 두고 도망치는 것 같아 오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는데 배 위에 서서 우도를 바라보는 순간, 마음이 손바닥 뒤집듯 달라졌다. ‘우도는 어떤 곳일까? 교육에 오는 주민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그들은 왜 마을신문을 만들고 싶은 걸까?’ 새로운 교육에 대한 기대로 설레기까지 했다. 


    ▲ 섬 속에 섬, 우도

    ※ 우도란 이름은 섬의 모습이 소가 누워 있는 것 같다고 해서 붙여졌다.

    섬 면적은 6.18km², 인구는 2014년 9월 말 기준 1,663명이다.(출처: 위키백과)



    첫 수업은 늘 설레게 한다


      배에서 내려 숙소로 머물게 될 우영팟갤러리 게스트하우스를 찾아갔다. 이 게스트하우스의 주인장이 바로 이번 교육을 신청한 주민이기도 했다. 주인장은 출타 중이었고 대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이렇게 대문을 활짝 열어 두고 다니는 주인의 대범함에 놀랐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것이 우도였다. 대문을 열어 두고 다녀도 괜찮은 마을, 대문을 잠그고 다녀야 할 이유를 모르는 동네였다. 


      청진동항에 석양이 내려앉을 무렵, 우도면 천진리에 있는 정보화교육센터로 주민들이 모여 들었다. 이번 교육을 함께 할 보조강사 종호씨도 만났다. 그는 제주에서 나서 제주에서 자라고 대학을 마치고 직장을 다니고 외국 생활을 하다가 다시 제주로 내려와 이런 저런 활동을 하는 중이라고 했다. 제주사람이면서도 우도에 머무르기는 처음이라며 인사를 했다. 우도중학교에 다니는 아이들과 열혈 선생님, 우도에서 유일한 책방을 운영하는 젊은 주인, 자연이 좋아 우도에 눌러 앉은 게하지기(게스트하우스지기), 어머니의 뒤를 잇기 위해 우도로 돌아온 카페 사장님, 해녀들의 사진 작업을 꾸준히 해오고 있는 사진작가, 우도에서 작은 도서관을 꾸려가고 있는 열혈주부, 또 우도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 50대 주민까지 정말 다양한 개성의 주인공들이 모였다. 


    ▲ 이야기의 시작, 첫 수업

    2017년 9월, 우도 정보화교육센터



      첫 수업은 늘 나를 설레게 한다. 이 다양한 색깔의 사람들과 어떻게 어우러질 수 있을까? 관계열기 수업으로 서로의 얼굴을 관찰하면서 그리면서 눈을 맞추었다. 그리고 누군가가 그려 준 그림을 들고 나와서 자기에 대해 이야기했다. 누군가는 우도라는 작은 섬에 살면서도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 것이 처음이라고 했다. 어쩌면 또 다른 섬에서 살고 있었던 것 같다고. 우도에 산다는 것, 우도의 사람이 된다는 것, 그런 이야기들이 오갔던 것 같다. 나는 멀리 부산에서 여기까지 오게 된 이야기와 마을미디어를 통해 내가 사는 세상을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와 그동안 만났던 마을의 이야기와 그들이 만든 작은 변화와 또...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수업 내내 세모눈으로 앉아 있던 한 주민의 눈이 점점 동그라미로 변한다. 아니나 다를까, 수업이 끝나자 아이들을 챙겨 보내고 다 같이 막걸리나 한잔 하자며 앞장을 선다. 이럴 때 마을미디어교육 할 맛 난다!


      마을미디어교육은 수업보다 뒷풀이에서 진짜 공부를 하게 된다. 주민들의 속내 깊은 이야기가 오간다. 우도에는 신문 하나 없다. 제주에서 발행된 신문들이 배로 들어오지만 그 신문 어디에도 우도 이야기는 없다. 마을에 행사가 있어도 면사무소 게시판에 붙는 안내나 배  내리는 항에 걸어 두는 플랜카드가 고작이고 주민들에게 알릴 것이 있으면 한낮에 잠시 안내 방송을 하는 게 전부라고 했다. 그런 우도에 사라지고 있는 것들이 너무 많은데, 지켜야 할 것이 너무 많은데, 이야기할 데가 없었다. 그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신들의 미디어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 “우도에는 신문 하나 없다. 제주에서 발행된 신문들이 배로 들어오지만 

    그 신문 어디에도 우도 이야기는 없다.”



    우도에 산다는 것, 우도의 사람이 된다는 것


      지금 우도는 그야말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우도의 아름다운 자연이 알려지면서 관광객들이 몰려오고, 해안선을 따라 카페, 식당, 가게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그 와중에 개발업자들이 몰려와 우도는 하루가 다르게 제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한 주민은 그런 농담을 했다. “선생님, 밭담길 지날 때 잘 보세요. 우도의 개들은 오만 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녀요.” 웃으며 말했지만 그 마음은 울고 있는 것 같았다. 어디나 그렇지만 우도에도 원주민과 이주민 사이의 보이지 않는 갈등도 있었다. 어떻게 하면 마음의 벽을 허물 수 있을까? 함께 어울려 사는 우도를 만들고 싶다고도 했다. 또 누군가는 우도의 역사와 문화를 아쉬워했다. 우도만의 색깔을 오래 오래 기억하고 해녀삼춘들의 삶을 기록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작은 섬에 산다는 것, 그것은 생각보다 많은 제약을 갖게 하는 일이었다. 누군가의 시선, 누군가의 평가, 그리고 누군가의 배제를 감수해야 하는 일이기도 해서 망설이는 마음도 컸다. 그래서 미디어교사로서 내가 할 일이 더 뚜렷하게 보였다. 하고 싶은 마음들을 잘 다독여 지치지 않고 끝까지 가보게 하는 것. 많이 앞서지 말고 서두르지도 말고 그들만의 길을 잘 안내할 것. 가슴이 두근두근 잠이 오지 않는 첫날밤이었다. 


    ▲ 숙소 우영팟 게스트하우스에서 교육 준비 중인 모습



      해가 뜨고 본격적인 우도의 일상이 시작되었다. 교육이 저녁시간이라서 낮에는 혼자 여행자 모드로 어슬렁어슬렁 산책도 하고 책도 읽고 하면서 시간을 보내리라는 상상은 나만의 꿈이었다. 우도 마을미디어교육에는 생각지도 않은 미션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우선 우도를 이리 저리 소개하고 싶은 열혈 게하지기 덕분에 잠시 아침산책이나 할까 하고 나섰던 길로 우도의 절경을 모두 둘러 봐야 했다. 세수도 안한 상태였지만 뭐 어떠랴. 여긴 우도니까. 하루 만에 현지인 모드로 적응하고 나니 다음날부터 가정방문(?)이 이어졌다. 주민의 점심 초대를 받기도 했고 교육에 오는 주민이 일하는 카페를 방문하거나 책방에 들러서 가만히 그들의 일상을 느껴보기도 했다. 


    ▲ “하루 만에 현지인 모드로 적응하고 나니 

    다음날부터 가정방문(?)이 이어졌다”

      

    ▲ “마을미디어교육은 수업보다 

    뒷풀이에서 진짜 공부를 하게 된다”



      하루가 어떻게 갔는지 모르게 지내고 나면 어김없이 저녁이 찾아오고 함께 머리를 맞대고 신문을 고민하고 또 수업이 끝나면 밤늦도록 차를 마시고 막걸리를 마셨다. 그리고 우도에 대한 이야기, 삶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가끔은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어느 밤은 달을 보며 서빈백사의 곱디고운 모래를 밟다가 단체 입수를 했던 것도 같다. 바람은 좀 서늘했지만 바닷물은 참 따뜻했다. 소중한 것을 잃어가는 우도를 사랑하는 그들의 마음 같았다. 가끔은 바쁜 일손을 돕기도 했다. 우도의 대표상품인 우도땅콩을 서울에 있는 행사장에 가서 판매하기로 했는데, 포장할 일손이 부족하다는 얘기에 종호씨와 내가 자원했다. 짬짬이 고소한 땅콩을 입에 넣어가며 함께 손을 거들다가 이왕이면 많이 팔아야 하지 않겠냐며 뒤편 땅콩 밭을 배경으로 즉석 홍보 CF도 찍었다. 대학시절 철마다 떠났던 농활이 생각났다. 농민들과 먹고 자고 일하면서 그들의 삶을 이해하는 것처럼 온전히 우도 주민들의 일상에 스며드는 그 느낌이 참 좋았다. 복잡했던 머리는 맑아졌고 내가 하려는 미디어교육의 의미도 새삼 다시 새겨졌다.  


    마을미디어는 마을에서 무엇을 하는가 

     

      어느새 교육은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서로 지면을 맡고 취재를 하기로 했다. 창간호 1면에 들어갈 멋진 사진을 고르는 일도 주민들의 몫이었다. 창간호에 들어갈 인터뷰로 우도에 처음으로 새마을문고를 만들고 40년이 넘도록 이어오신 동네 어르신을 만나러 주민들과 함께 갔다. 주민들이 신문을 만든다 하니 반가워하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려 주셨다. 학교도 못가고 물질을 해야 했던 누이들이 안쓰러워 야학을 열었던 이야기부터 우도의 아픈 역사도 전해 들었다. 사라지기 전에 잊지 않고 기록해야 할 이야기를 듣는 주민기자들의 눈이 빛났다. 우도중학교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맡은 지면을 꾸미느라 바빴다. 그림을 그리고 학교에서 있었던 소식을 기사로 쓰기로 했다. 


      마지막 수업을 남겨 두고 태풍 탈림 소식이 들려 왔다. 태풍이 오면 사나흘 배가 뜨지 않기 때문에 그 다음 일정이 문제였다. 교육을 마치지 못하고 가는 마음이 죄송스러워 어떻게 해야 하나 망설이는데 주민들은 자주 겪는 일이라 명쾌했다. 발이 묶여서 낭패를 보느니 다시 기회를 봐서 오면 되지 않느냐고. 교육을 주관한 제주영상위원회에서도 신문이 발간되려면 멘토링이 더 필요하니 추가 교육을 기획하자고 했다. 기사를 쓰고 마무리를 하려면 주민들한테도 시간이 필요하니 숙제를 남겨 두고 우도를 떠나 왔다. 


    ▲ 제주시 우도 마을미디어 스토리텔링 콘텐츠 제작 및 교육 단체사진



      그 후로 9월 말에 다시 우도를 찾아 2박 3일의 추가 교육이 있었고 기사쓰기와 편집을 교육했다. 교육 시작하면서부터 고민이었던 신문의 이름을 정하는 것도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교육이 끝난 후에 주민들은 치열한 고민과 토론 끝에 「달그리안」이라는 이름의 우도 문화지를 2017년 12월에 창간했다. 


    ▲ 우도 주민들은 마을미디어교육을 통해

    우도만의 이야기를 담은 「달그리안」을 창간했다.


    ▲ 우도문화지 「달그리안」 창간호 표지 (2017)



      나를 우도로 이끈 것은 내 마음의 갈증이었던 것 같다. 마을미디어를 이야기하고 마을미디어를 찾는 사람들은 훨씬 많아졌지만 정작 마을미디어가 마을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을 나눌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나는 조금 지쳐 있었던 것 같다. 우도에서의 시간들은 나에게 마을미디어가 왜 필요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분명하게 말해 주었다.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게 하는 것, 그래서 다른 누가 아닌 내가 주인임을 알게 하는 것. 거기서 변화의 주체가 되는 것. 우도 사람들이 나에게 준 답이었다. 마을미디어교육은 언제나 가르치는 것보다 배우는 것이 많다! □





    글쓴이  정수진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 마을미디어연구소 소장)



    - 2005년부터 미디어교육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미디어로부터 소외되는 사람이 없기를 바란다. 누구라도 맘껏 생각하고 표현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일이라 믿고 오늘도 미디어로 사람들을 만난다.   




    * 우도 마을공동체미디어교육 커리큘럼을 소개합니다. 

    자료를 공개해준 필자에게 감사드립니다. 

    2017 제주시 우도 마을미디어 스토리텔링 콘텐츠 제작 및 교육 커리큘럼

    강사: 정수진(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 마을미디어연구소 소장)

    차시

    교육 주제

    교육 내용

    교육자료 및 과제물

    1

    오리엔테이션

    마을미디어의 이해

    강사소개 및 교육과정 설명

    마을미디어의 개념과 현황

    우리 마을의 미디어를 상상해 보기

    PPT

    A4

    2

    마을탐색과

    마을신문 기획

    마을 탐색을 통한 자원 조사

    참여자들의 자원 파악과 공유

    우리 마을 신문 기획하기(가치, 목표, 방향, 제호, 지면 등)

    마을신문 제작과정 이해하기

    마을에서 기삿거리 찾기

    PPT

    A4

    포스트잇

    3

    취재 연습

    취재 방법 알아보기

    취재 계획 짜기

    인터뷰 실습

    과제: 현장 취재하기

    PPT

    취재계획서

    4

    기사 작성

    기사 작성 방법 알아보기

    기사 작성하기

    기사 제목 달기

    교정과 교열

    A4

    5

    지면 구성과 편집

    평가와 공유

    지면 구성해 보기

    편집과 디자인

    종이 편집하기

    종이 편집본 보면서 평가하기

    앞으로의 활동 계획 공유

    B4

    가위,



    Posted by ACT! actedi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