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 100호 길라잡이 2016.10.12]
100번째 소식, 서로를 잇는 ACT!
최은정(ACT! 편집위원)
2003년 7월 발행을 시작한 진보적 미디어운동 연구 저널 ‘ACT!’가 100호를 맞았습니다. 13년 동안 꾸준히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자신의 활동을 기록한 미디어 활동가들, 그 기록을 열정적으로 기획한 편집위원들, 그리고 틈틈이 존재감을 드러내며 힘을 실어준 독자들이 곁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100호 길라잡이를 시작하며 감사의 마음을 먼저 전합니다. “늘 함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ACT!’를 하면서 가장 놀라운 순간은 활동가들이 글을 쓰겠다고 수락할 때입니다. 마감이 다가오면 머리를 쥐어뜯으며 후회하고 저의 전화를 어렵게 받으면서도, 결국에는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소중한 글이 나오고 심지어 스크롤 압박이 심할 정도로 길기까지 합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저 또한 그랬던 것 같습니다. 미래는 뻔히 보이지만 스스로의 활동을 반강제로라도 정리하고 기록한다는 묘하게 달콤한 유혹을 쉽사리 뿌리치지 못했습니다.
편집위원들도 마찬가지일까요. 그 동안 많은 사람들이 ‘ACT!’를 오갔고 그 때마다 편집회의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긴 했지만, 적은 활동비와 장시간 회의는 언제나 같았던 것 같습니다.
기획회의는 보통 3~4시간, 밥 때를 훌쩍 넘긴 적이 부지기수입니다. 다루고 싶은 이야기도 많고, 만나고 싶은 사람도 많습니다. 원고 방향 논의와 점검은 정말 오래 걸리고, 여러 글을 스스로 쓰겠다고 자청한 편집위원을 말려야 할 때도 있습니다.
무엇이 편집위원들의 열정을 깨우는 것일까요. 저와 같은 이유일까요.
가끔 ‘ACT!’를 인용하고 싶다거나 필자의 연락처를 물어오는 전화를 받습니다. 기사 링크가 깨져서 볼 수 없다는 불만도 듣고 있으며, 온라인으로 읽기 힘들다며 몇 년 전 ‘ACT!’ 책자를 전권 구입하신 분도 있었습니다. 가끔 “잘 읽었다.”는 말을 듣기도 하고 “거기에만 그 내용이 있었어.”라는 말도 몇 번 들었습니다.
다수의 독자를 바로 만나지는 못하지만 틈틈이 느끼는 독자의 존재감은 ‘과연 누가 읽을까’라는 의심을 뒤로 하고 다시 편집회의를 시작하게 만듭니다. ‘ACT!’가 유일한 기록이 될지도 모를 - 현장과 활동가들을 찾으며 말입니다.
아마도 ‘ACT!’는 앞으로도 넉넉한 지원 없이 달려갈 것입니다. 원고비와 편집위원비 현실화는 일상적 과제가 될 것입니다.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형형색색의 매체 속에서 언제나 스크롤 압박과 싸우고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발행될 수 있을 것인가? 계속 발행될 가치가 있을 것인가?
‘ACT!’가 거절할 수 없는 달콤한 기획과 제안으로 활동가들의 마음을 움직인다면, 그것이 활동가들의 답답한 마음을 여는 열쇠가 되고,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무언가를 자극하는 계기가 된다면, 그리고 그것이 다시 편집위원과 독자를 잇는 힘이 된다면 – 조금씩 늦더라도 - 아마도 ‘ACT!’는 늘 우리 곁에 의미 있게 있을 것입니다.
감사 인사를 마치며 이제야 본격적으로 100호를 소개합니다.
100호 특집은 ‘ACT!’를 돌아보는 시간입니다. ‘ACT!로 본 미디어운동의 역사’는 지난 13년 동안 발행된 ‘ACT!’ 기사를 바탕으로 미디어운동을 타임라인으로 구성한 작업입니다. 성상민 편집위원의 장인 정신이 담겨 있는 따오기 타임라인을 통해 지난 흐름을 한 눈에 볼 수 있길 바랍니다. 코너 신설로 이어질지도 모르는 ‘다시 보는 ACT! 기사’는 편집위원들이 뽑은 이전 기사를 추천하는 글로,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활동가들의 고민을 친근하게 엿볼 수 있습니다. 그간 소개된 해외 사례의 현황을 추적한 ‘인터내셔널의 어제와 오늘’ 역시 놓치면 안 될 기사 중 하나입니다. 2002년 발간된 『영화 운동의 역사』를 현 시점에서 분석한 ‘지워진 가능성의 역사를 돌아보며’를 통해 미디어운동에 대한 상상력을 복원하는 단초를 찾을 수 있길 바라며, ‘ACT!’의 유년기를 채워준 초기 필자들의 응원이 담긴 ‘숨겨진 필자를 찾아서’를 통해 다시 힘을 얻을 수 있길 바랍니다.
100호 ‘이슈와 현장’은 위기에 처한 독립영화 정책을 진단한 ‘독립과 자본 사이’, 마을미디어에 대한 담담한 소회와 운동적 관점의 제안을 담은 ‘진보적 미디어운동의 새로운 물결, 마을미디어’, 지역민들의 지원 속에서 제작되고 있는 <오장군의 발톱> 사례를 담은 ‘변방에서 울리는 북소리’를 담았습니다. 다소 낯선 단어들이 많지만 ‘이고잉 오픈튜토리얼 운영자 인터뷰’는 공공재로서의 플랫폼 지향이라는 점에서 미디어운동과의 공통점을 찾는 재미를 느끼게 만듭니다. 오랜 친구처럼 느껴지는 한국독립영화협회 선후배 활동가의 이야기는 ‘기획대담’을 통해 들을 수 있으며, 여성 감독 4명의 유쾌함과 다큐멘터리에 대한 열정은 ‘릴레이 인터뷰 공동작업실 탐방기’를 통해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언제나 돋보이는 고정 연재 코너는 보다 풍성해졌습니다. ‘작지만 큰 영화제’는 10년 동안 개최된 ‘이주민영화제’와 ‘모두의 사이를 걷는 디아스포라영화제’를 소개합니다. 두 영화제가 나란히 소개되면서 발현되는 같으면서도 다른 문제의식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나의 미교이야기’는 장애 자녀 부모 팟캐스트 ‘요맘조맘’ 사례를 통해 ‘평범한 세상을 꿈꾸는 특별한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100호 학습소설 ‘꺼먼 안경 고이 쓰고 나빌레라’는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고전 문학 형식으로 독특하게 풀어냈습니다. 길지만 쉽게 읽히는 마법 같은 힘을 가진 글이기도 합니다. 일단 쟁여두고 보게 되는 ‘우리 곁의 영화’는 영화의 얼굴인 이미지, 쇼트에 대해 분석했습니다. 제목 그대로 ‘신비로움을 구축하는 전략’을 알 수 있게 만드는 글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100호라는 숫자가 주는 무게감을, 때로는 말로 때로는 글로 때로는 장시간 회의로 채워준, 동시에 100호 책임 편집위원이라는 영광을 양보해준, 현 편집위원들 모두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앞서 밝히지 못한 사람들 - 현재까지 소셜펀치 후원함을 채워준 소중한 독자 10인, 수두룩한 원고 목록을 보며 한숨을 내쉬고 있을 디자이너와 언제나 조용한 지지를 보내고 있는 미디액트 스탭들, 멀리서 응원의 메시지를 던져준 독자들, 글쓰기와 코딩으로 시달렸던 전 정책연구실 스탭들, 각자의 자리에서 ‘ACT!’를 기억하고 있을 전 편집위원들, 자신의 과거 사진을 지우고 싶을 미디어 활동가들, 이름만으로 몇 페이지는 채울 것 같은 ‘ACT!’의 필자들에게 -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앞으로도 늘 곁에 있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 ACT! 100호 후원 소셜펀치
https://www.socialfunch.org/act100
* ACT! 100호 후원 (총 24명, 1,036,000원)
- 강은주, 개미, 김지현, 김진율, 박민욱, 박수현, 박혜미, 보람, 성상민, 신두란, 아리, 안용순, 이경희, 이조훈, 이진행
이혜리, 이희랑, 장민경, 차한바, 최민아, 허브, 홍은애, 황지은, 진보네트워크센터, 그 외 이름을 밝혀주지 않으신 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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