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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100호 이슈와현장] 지역 영화 제작의 새로운 실험, 독립장편영화 '오장군의 발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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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6. 10. 6.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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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100호 이슈와 현장 2016.10.14]


지역 영화 제작의 새로운 실험, 독립장편영화 <오장군의 발톱>


김재한 (독립영화감독)

 

[편집자 주] 경남 창원을 중심으로 제작되고 있는 김재한 감독의 독립장편영화 [오장군의 발톱]은 지역기반 영화제작의 새로운 방식을 실험 중이다. 이 작품은 시민펀딩 방식의 제작비 모금, 지역로케이션, 지역민들의 현물 지원과 단역 찬조 출연, 지역공동체와의 연대 등 지역민들의 지원 속에 제작되고 있다. 특히 ‘십시일반- 나도 제작자 프로젝트‘를 통해 영화제작과 배급 전반에 지역민의 직접 참여를 유도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10 만 원 이상의 주민 투자자들은 정식투자계약서를 작성하고 제작자로서 영화 전반에 참여한다. 엔딩 크레딧에 제작자로서 이름을 올리고 관객수 10만 명이 넘을 경우 수익배분을 받게 된다. 오장군의 발톱 제작위원회는 제작 현장에 필요한 물품, 엑스트라 등을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즉시 모집하고 지역민들이 이를 현지 조달하는 등 지역주민들과의 소통을 통해 영화 제작 전반이 진행되고 있다. 소액투자와 현물 지원으로 모금된 제작비는 2 억 2천 여 만원, 현재 후반제작과정을 위한 2차펀딩이 진행 중이다. 지역을 기반으로 새로운 독립장편영화 제작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오장군의 발톱>에서 지역미디어운동의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한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경남하고도 창원이다. 아직도 창원에서는 소를 끌고 다니고 논밭 팔아 서울의 대학교에 다닌다.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가면 그 동네에 자랑스럽게 플래카드가 나부낀다. 진짜다! 


  나는 독립영화감독이다. 독립영화라고 돈 없이 영화 만들 재주는 없다. 많든 적든 돈은 필요하고 그 돈이 어디서 나올까? 우리나라 4대투자사? 기업의 금고? 창원시의 빵빵한 지원? 그냥, 감독이 주변사람들 삥 뜯는 것이다. 영화 만들라고 누가 돈을 그냥 주진 않으니까. 결국 돈 들여서 돈 안 되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오해하지 마시라, 돈 안 된다는 말. 요샌 독립영화도 정말 재미있다. 단지 어떻게 독립영화를 봐야할지 모를 뿐이다. 배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음악도 배워서 알고 미술도 배워서 알듯 영화도 배워야 안다. 맨날 헐리우드영화나 상업영화만 보는 건 영양 많은 음식들 다 놔두고 짜장과 우동만 먹는 것과 같다. 더 맛좋고 몸에 좋은 음식도 정말 많다. 부디 익숙하다고 그것만 손대지 말자!


  나는 지역에서 영화로 문화예술운동을 한다. 문화란 솔직함이다. 그럴 듯해서는 우리의 문화가 될 수 없다. 문화가 되려면 죽어라 해야 한다. 그래서 난 죽어라 영화를 찍는다. 물론 주변의 많은 분들이 옆에서 지켜보고 조언하고 거들고 때론 같이 뛰기도 한다. 그리고 나도 다른 문화예술 파트에 그렇게 할 것이다. 그것이 우리의 자랑스런 품앗이 문화다. 나의 힘과 재능을 내가 필요한 다른 장르에 얹어주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운동이다. 문화는 공공성이 생명이다. 문화에 니꺼 있고 내꺼 있는 거 아니다. 우리 꺼다. 




▲ 영화 <오장군의 발톱>의 한 장면



  문화예술운동이 나에겐 미디어운동이다. 미디어란 특별한 도구가 아니라는 게 내 생각이다. 무엇을 가지고 내 목소리를 내든 그것은 중요한 게 아니다. 그것을 얼마나 잘 활용하고 강력한 전파력을 가지는가가 중요하지 않을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지금, 여기, 이 순간이 중심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고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무엇을 가지고 목소리를 내던 그것은 공허함만 가질 것이다. 그냥 말만 하는 게 아니다. 이렇게 해서 난 영화를 만들었다. 


  얼마 전 두 번째 장편영화를 찍었다. 3년 만에 두 번째 장편을 찍었으니 내가 정말 돈이 많은가보다 싶지만, 사실은 정말 가난하다. 우린 철저하게 지역과 같이 준비하고 같이 제작했다. 최대한 많은 분들이 스스로 영화의 현장으로 와 영화와 인연을 맺었다. 그렇게 우린 영화를 만들었다. 




▲ 영화 <오장군의 발톱>의 한 장면



  지금은 영화 <오장군의 발톱> 후반작업 중이다.(주1) 어떤 영화인지는 검색해보면 바로 나온다. <오장군의 발톱>은 프리단계부터 지역에서 문화예술운동으로서 자발적 참여가 가능한 제작위원회를 꾸렸다. 인터넷전문가와 카페사장, 시인, 사회복지사, 미술관 학예사 등등. 물론 나도 다른 예술 장르에 일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내가 무용이나 미술 전문가는 아니지만 지역의 문화예술운동 영역에서 보면 충분히 참여가능하고 실제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영화 기획 초기 제작위원회의 고민은 전체 프로세스를 짜는 일이었다. 한국에서의 독립영화 제작방식과 독립영화란 무엇인가를 공부하고 더 나아가 개봉전략 등을 분석하고 토론하며 대안적인 방식을 찾기 시작했다. 하나의 아이디어가 나오면 제작위원들이 눈을 반짝이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물고 뜯고 조각내서 고민을 한다. 그 결과 나온 방식이 개인투자자. 즉, 시민들의 참여를 극대화하자는 것이다. 지역에서 시민들이 참여하고 투자하여 만든 시민들의 영화. 멋지지 않은가? 


  법률자문을 받아 투자계약서를 만들고 시민들을 조직하기 시작했다. 제작자는 스스로를 영업사원이라 부르며 십 만 원 이상 투자 받아 영화라는 벽돌을 쌓아나가기 시작했다. 대기업이 만드는 상업영화에서도 간혹 소액투자자를 모집하는 방법을 썼지만 홍보&마케팅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했다. 독립영화인 우리는 이 방법으로 촬영까지의 제작비를 모았으니 어찌 눈물이 나지 않겠는가. 


  십만 원 이상 개인 투자자 700여명과 현물을 지원해준 분들 포함 천여 명, 그렇게 모인 금액이 2억 2 천이면, 조그마한 영화로는 초대박이지 않을까? 물론 현재도 후반작업에 필요한 제작비 8천을 모으기 위해 닭을 삶고 장군이 카페에서 커피를 팔고, 또 무얼 팔까 고민하고 있지만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그렇게 우리 〈오장군의 발톱〉은 수익형 크라우딩 펀딩을 기본으로 하고 지역의 문화예술과 연계하고 사람과 연계하고 단체와 단체를 조직해 내면서 새로운 제작방식이 되었다. 사람만이 할 수 있는. 




▲ 영화 <오장군의 발톱>의 한 장면


  자신의 두발로 지탱하고 서 있는 이곳에서 현재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예술은 지금, 이곳의 시대를 비추어야 한다. 그게 영화가 가지는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한다. 설령 〈오장군의 발톱〉처럼 미래든 과거든 설정된 어떤 시점의 이야기라 할지라도 예술로서의 현재는 가장 기본이 되어야한다. 


  미디어운동이란 뭘까?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 사상의 자유, 서로 간의 커뮤니케이션이다. 예전에 비하면 지금은 지역에서 미디어운동이라고 할 수 있는 활동이 많이 없어진 건 사실이다. 없어졌다고 사라진 건 아니다. 그때와는 다른 모습으로, 여전히 소외되고 왜곡되어 있는 세상 속에서 권력에 맞서 표현의 자유를 부르짖고 서로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99%의 서울과 1%의 대한민국이라고 한다. 많은 것이 수도서울에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변방이라 아무것도 없는 듯하여도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사람이다. 한두 명이 아니다. 그것도 겁나 목소리가 큰! □


   


[필자 소개] 김재한 (독립영화 감독)


영화감독. 상남영화제작소 대표/감독. 

작품으로 <조용한 남자>(2011), <안녕, 투이>(2013),   <오장군의 발톱>(2016) 등이 있다.

madeinfilm@empas.com



*주1: <오장군의 발톱>은 극작가 박조열의 1974년 동명 희곡을 영화화했다. 이십여 년 간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상의 나라를 배경으로 ‘오장군’이라는 순박한 청년의 비극을 통해 전쟁의 야만성과 폭력성을 고발하는 내용으로 오장군 역에 배우 맹세창, 오장군 여자친구 꽃분이역에 조혜정, 오장군의 엄마 역에 서갑숙이 연기한다. 현재 모든 촬영을 마치고 후반제작과정 중에 있다. 


■ 오장군의 발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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