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이 다르거나 활동하고 있는 분야가 다름으로 해서 서로의 처지를 잘 모르고 자신의 과제에만 매몰되기 쉬운 고립된 활동을 경계하며, 서로의 의제에 귀 기울이며 지속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자 하는 이러한 시도들은 어떤 형태로든 계속될 것이다. 그런 순간에 무엇보다 생생하게 서로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현장 영상들이 활동가들의 경계를 넘는 만남과 연대를 위한 발판이 되길 기대한다."
"생중계 현장의 속도와 비례하여 빠르게 이어지는 의견과 반박, 비판의 트윗을 보며 문득 궁금해졌다. 이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트윗을 남기는 것일까? 여기서 출발한 기획은 TV토론을 트위터로 생중계하는 것에 관한 의문을 넘어, 트위터를 통해 전개되는 다양한 운동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졌다."
"퀴어임에 가장 좋은 점은 내가 언제나 본질적으로 나로서 존재해 왔다는 것이다. 너무나 많은 이가 그들의 변화(evolution), 커밍아웃, 트랜지션의 뼈아픈 일부인 죽은 이름을 가진다는 것을 생각하면 나는 정말 운 좋은 편이었다. 어째 나는 이름 복이 있었고, 항상 나라는 느낌을 받았다. 비록 그 사람이 누구인지 편하게 터놓을 수 있는 곳에 도달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지만."
"마음 속 멍에가 될 불명예를 지니고 싶지 않았던 영태가 어떤 숙고를 거듭하는 시간. 그래서 걸음을 되돌리는 순간. 그 애달픈 고독은 끝내 존엄이나 숭고와는 거리가 멀겠지만, 적어도 무언가를 악화시키지 않는 방향을 환기한다. 나빠지지 않기. 그것이 우리의 일상이자 상태라면."
"우리는 더 많은 이야기를 보고 들어야 한다. 위성지도와 스트리트뷰를 통한 여행으로 현장을 방문하고 당시의 기억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는 것보다 더 내밀한 대화가 필요하다. 참사 유가족들이 투쟁 과정에서 그랬던 것처럼, 유경근이 팟캐스트를 진행하며 앞장선 것처럼, <세월>은 더 내밀한, 더 큰 목소리의, 더 많은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참사에 관한 사적인 이야기들이 밧줄 다발처럼 엮일 때, 그것이야말로 연대의 장소를 지탱할 수 있는 도구이자 무기라고, <세월>을 보고 난 뒤 생각하고 있다."
"<개청춘>은 시대의 불안과 오래된 청춘론, 청년 세대론 사이에서, 청년 당사자인 감독이 ‘청춘은 원래 불안하다’는 말에 의문을 던지며, 또 다른 청년들의 이야기를 하는 영화다. ‘여성영상집단 반이다’의 세 감독은 민희, 인식, 승희 님의 일상을 교차하며 따라간다. 주인공들이 느끼는 불안은 청년이기 때문이 아니라, 시대와 사회에 있음이 드러난다. ‘경제위기’ ‘실업률’이란 이유에 한정되지 않는 직장 내 여성/학력 차별 등 다층적 문제 속에서, 이들은 각자의 삶을 역동적으로 고민하고 구성해나간다."
"지갑 사정을 걱정하고 시장 논리를 운운하면서 아직도 머리는 질문을 던진다. 왜 여태껏 독립영화사에 다니고 있냐고, 왜 구태여 극장으로 향하고 있냐고. ‘알아주지 않아도, 보이지 않아도, 이 일에 진심인 사람들이 거기에 있으니까’. 제대로 된 답변이 되지 않을 걸 알면서도 지금으로서 할 수 있는 답은 이게 전부이다. 너무도 연약하고 부실한 답인 터라 언제까지 이 답변으로 응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오래도록 이 답변이 내 마음에 유효하게 남아있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러니 본인이 의심이 많다고 생각하면 할수록 근처 의심쟁이 친구들을 믿고 무턱대고 믿어보는 것은 어떨까. 또, 반대로 자신이 정말 소년만화의 주인공만큼 확신이 넘치는 순간만 살아 왔다면 이제 한번 의심쟁이 친구들의 말을 들어보자. 그런 방식으로 우린 가끔 영웅이 되고 자주 조력자가 된다. 의심하는 너와 나를 믿고, 확신하는 너와 나를 의심한다는 것. 그리고 가장 두렵고 중요한 순간에는 그냥 아무 근거없이 믿어버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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