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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95호 특집] 2015년 나는 다시 한 번 도전한다! (서울, 관악F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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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5. 10. 27.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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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95호 특집 2015.11.15]


공동체라디오 10주년 기념 기획 <내 삶의 라디오>

내 삶과 라디오


박현숙 (서울, 관악FM)



<공동체라디오 10주년 기념 기획 - 내 삶의 라디오>는 공동체라디오 운영 10주년을 맞아 각 공동체라디오를 이끌어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삶 속에 녹아 있는 공동체라디오의 역사와 의미를 되짚어보고자 기획되었다. 전국 7개 공동체라디오에서 방송을 제작하고 진행하며 라디오를 이끌어온 7개 방송국 8명의 인물이 쓴 에세이를 소개한다.



"혹시 관악fm에서 일해보시는 것은 어떠세요?"

"네, 생각해 볼게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잘 생각하고 잘 결정한 것 같다. 그 이후로 나는 관악FM에 반상근직으로 입사해 올해로 4년째 일하고 있으며, 지금은 상근직으로 일하고 있다.

 처음 대표님의 제의에 조금은 망설였었다. '내가 라디오방송국에 가서 뭘 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당시 40대 중반이었던 나는 직장생활을 오래 하지도 않았으며, 아이들도 아직 초등학생이었다. 말하자면 일에 대하여 자신감이 없었고, 아이들 육아문제도 걱정이 되었다.

 안병천 대표님은 "일은 하면서 배우시면 되고요, 아이들 돌보는 것도 중요한 일이니, 주 20시간씩 일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라고 제안하셨고 결국 나는 일을 하기로 결정했다.

 지금은 관악FM에서 기자활동 및 방송제작(엔지니어, 편집) 지원, 마을미디어 관련사업, 다문화사업 등을 담당하고 있다. 이렇게 일도 점차 익숙해졌고, 아이들도 오히려 "일하는 엄마가 더 좋다"며 엄마의 잔소리에서 벗어나 자신의 일은 스스로 해결해나가는 힘이 길러졌다.





 2011년 5월에 관악영유아통합지원센터 '시소와 그네'에서 부모교육의 일환으로 '블로그 주부기자단'을 모집했고 '책.꿈.맘'이라는 독서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던 나는 기자활동과 글쓰기에 대한 호기심으로 주부기자단 교육을 신청했다. 기자교육을 담당했던 곳이 관악FM이었고 그때 처음으로 관악FM, 관악공동체라디오라는 곳을 알게 됐다.

 기자교육을 마치고, '옥수수와 팝콘'이라는 주부기자단을 발족해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나 영유아 관련 이슈들을 기사로 썼고, 관악FM 생방송 프로그램 중 ‘관악포커스’라는 코너를 통해 지역뉴스를 전달하며 방송에도 참여하게 됐다. 또 '미녀주부기자들의 수다'라는 라디오 방송도 진행하게 되었다.   

 기사를 쓴다는 것은 많은 훈련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었고, 주부라는 위치는 안팎으로 예상하기 어려운 일들이 생기곤 해서 어려움도 많았지만, 라디오방송을 병행하면서 재미나 지속성을 갖게 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공동체라디오'란 기존의 지상파 라디오와 마찬가지로 전파를 통해 방송되지만, 지역민이 직접 제작하고 운영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특히 학생이나 장애인, 어르신, 다문화 이주여성, 주부 등 지역의 다양한 소외된 계층들이 라디오방송을 통해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전달하는 방송이다. 실제로 관악FM에서는 자원활동가들에 의해 방송이 운영되고, 그 중에서 다문화이주여성들이 자국의 언어로 방송을 하는 '굿모닝 세상의 아줌마들'이라는 프로그램은 현재 필리핀어, 중국어, 일본어, 베트남어, 한국어 등 5개 국어로 방송되고 있다. 벌써 4년 이상 방송이 이어지면서,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방송내용도 더 풍부해지고, 방송기술도 배워서 각각의 방송을 스스로 제작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녹음, 편집을 돕거나 편성을 하면서 각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이야기를 통해 언어는 모르지만 그들의 문화를 이해할 수가 있었다. 심지어 내 마음에 쏙 드는 노래를 발견하기도 한다.

 이주민여성들은 방송하는 것이 재미있다고 한다. "왜, 재밌어요?"라고 물으면 "얼마나 고향이 그리운지 아세요? 그럴 땐 우리나라 노래도 듣고 싶고, 또 우리나라 말로 얘기도 하고 싶어요. 방송으로 노래도 듣고 얘기도 하고 한국에 사는데 필요한 정보도 알려주고 하면 얼마나 좋은데요"라고 말한다.

 또, 어르신 방송인 '쾌지나 청춘'도 벌써 8년째 이어져 오고 있는데, 이성화 선생님이 진행하시는 월요일 '인생은 즐거워' 코너에서는 전직 아나운서 출신 이성화 선생님이 노년기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내는 어르신들을 게스트로 모시고 이야기를 나눈다. 같이 방송을 녹음하면서 노년이 되어서도 삶을 열심히 풍요롭게 보내시는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통해 나의 노년을 어떻게 살아야할지를 배우게 된다. 어르신들도 자신들의 삶을 나누고, 방송을 통해 함께 하는 것을 행복해하신다.


 나는 우연한 기회로 관악FM에서 활동하게 되면서 지역에 대한 관심도 가지게 되었고, 지역의 여러 계층의 자원활동가들이 라디오방송을 통해 자신들의 세계를 실현해 가고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 또한 많이 성장했다. 하지만 내 나이를 생각하면 한편으로는 불안하기도 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젊은 청년들에 비해서 느리고 열정적으로 일할 수 없을 것 같아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올해 8월 가나에서 열린 11번째 세계 AMARC 콘퍼런스(AMARC11)에 참여하게 되면서 언어의 장벽으로 고생도 많았다. 하지만 가나의 수도인 아크라 주변 공동체라디오 'STUDIO'에 직접 방문해 작은 마을의 주민들이 운영하고 있는 방송국을 보면서 공동체라디오의 필요성과 이해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고, 도시에서의 공동체라디오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또,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아온 내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미래를 계획하며 살아야 한다는 당연한 진리를 되새길 수 있었고, 세계의 많은 공동체라디오 관계자들이 열심히 활동하는 모습을 통해 스스로 ‘나이’라는 장애물을 만들어 게으름을 피우고 있던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2015년 나는 다시 한 번 도전한다! □


* 관악FM : http://www.radiogf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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