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 95호 특집] 세상에 너의 목소리를 더하라~! (광주, 북구FM)

[ACT! 95호 특집 2015.11.15]

공동체라디오 10주년 기념 기획 <내 삶의 라디오>

세상에 너의 목소리를 더하라!

이지숙 (광주, 북구FM)

<공동체라디오 10주년 기념 기획 - 내 삶의 라디오>는 공동체라디오 운영 10주년을 맞아 각 공동체라디오를 이끌어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삶 속에 녹아 있는 공동체라디오의 역사와 의미를 되짚어보고자 기획되었다. 전국 7개 공동체라디오에서 방송을 제작하고 진행하며 라디오를 이끌어온 7개 방송국 8명의 인물이 쓴 에세이를 소개한다.

 학창시절, 당시 가장 인기 있는 휴대용 기기는 당연 MP3이었다.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다들 귀에 이어폰을 끼고는, 작은 기계를 만지작거렸다. 한창 대중가요를 접하고, 아이돌에 대한 우상을 키워갈 시기. 나도 그런 아이들 중 하나였고, 더 좋은 음악과 목소리를 듣기 위해 MP3 속 라디오를 즐겨 찾았다.

 MP3 라디오 용도는 참 다양했다. 야간자율학습시간 시간 때우기, 좋아하는 가수 목소리 듣기, 좋은 노래 찾기, 영화 정보 얻기, 사연 상품에 집착하기 등등 매 저녁시간마다 FM에 접속했던 기억이 난다. 특히 심야 라디오인 '최강희의 야간비행'은 잠들기 전 나의 잠동무랄까? 최강희의 나긋한 엔딩멘트에 맞춰 잠이 들곤 하였다. 이렇게 나에게 라디오란, 항상 듣는 것에 익숙했던 매체였고, 그렇기에 라디오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무척 생소하고도 낯간지러웠다.

 주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공동체 라디오, 광주시민방송 북구FM. 07학번 선배가 PPT를 띄워놓고, 북구FM에 대해 장황히 설명하였다. 출력이 5km(광주 5구 중 북구에서만 청취 가능한 거리)밖에 안 되지만, 인터넷으로도 청취 가능하고, 무엇보다 일반 학생인 우리도 우리만의 방송을 만들 수 있다는 말에 혹했다. 그렇게 나는 학과 라디오 소모임 '하라디오'에 가입하였고, 그것이 공동체 라디오와의 첫 만남이었다.

 '하라디오'에서의 활동은 간단하였다. 라디오 기획하고, 제작하기. 회의랑 제작 모두 북구FM과 연계하여 이뤄졌고, 우리는 지역과 대학에 관련된 라디오를 제작하였다. 물론 이땐 공동체 라디오에 대한 사명감 보다는, 오락요소에 가까웠다. 멀게만 느껴졌던 라디오 제작을 나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들뜬 것이다. "내가 PD면서 DJ야?" "어떤 라디오를 만들지?" "게스트, 누굴 부를까?"라는 생각들만 둥둥 떠다녔다.

▲ 현재는 선배가 되어 후배들에게 북구FM을 소개하고 녹음도 한다

 본격적인 토크 프로그램을 제작한 건 1학년 말, 겨울이었다. 동아리 친구이자 학과 동기인 문영, 혜진과 함께 라디오를 기획하였다. 서로 좋아하는 것, 만들고 싶은 것, 청취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것 등등 이야기를 나누다, 소재를 하나로 좁혀갔다. 바로 영화. 셋 모두 신문방송학과인 만큼 영화를 좋아하기도 하고, 다양한 영화를 섭취하자는 목적 하에 선정하였다. 몇 번의 회의 끝에 대본을 써냈고, 두근두근 첫 녹음날! 결과는 최악이었다. 녹음물을 듣자 마자, 바로 구깃구깃 접어서 쓰레기통에 넣고 싶을 정도였다. 열심히 기획한 만큼의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다. 어깨에 너무 힘을 줘서 일까. 매번 정규 라디오 방송만 듣다 보니, 그 정도의, 뭔가 의미 있고 멋있는 방송을 하고 싶었던 탓일까. 영화 전문가 같은 모습은커녕 영화분석 면에서도, 라디오 제작, 그리고 전달력 면에서도 너무 볼품없었다. 그렇게 의기소침하고 있었을 때, 함께 라디오를 들은 선배가 조언을 해줬다. 전문성 있게 하려는 것보다, 본인들이 재밌게 할 수 있는 간단한 구성을 짜고, 셋이서 자유롭게 토크를 하라고…. 그런 자유로운 라디오는, 여기 공동체라디오에서만 가능하니 말이다. 좀 더 가볍게 다듬은 우리들의 첫 방송- "옆집 영화관"이 탄생하였다.

▲ 옆집영화관 녹음 후

 본격 여대생들의 무비토크인 "옆집 영화관". 코너로는, 영화 속 요소들의 법칙과 같은 영화에 관련된 짝꿍들을 알아보는 시간, "혜진이의 찰떡궁합"과 게스트가 추천하는 내 인생의 영화토크, "옆집 영화관, 문을 여시오"가 구성돼 있다. (본 방송은 20회 녹음 후 종료되었으며, 현재 옆집 영화관2로 재구성해 방송중이다)

 새롭게 구성한 옆집 영화관 녹음은 즐거웠다. 매번 대본쓰기 귀찮아 귀찮아 노래를 불러도, 막상 마이크 앞에만 앉으면 룰루랄라 떠들기 바빴다. 특히 외부 게스트를 초대해 그들이 추천 하는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아- 이런 영화도 있구나 하면서, 새로운 것에 대해 알아가는 기쁨도 있었다. 새로운 도전도 해봤다. 평소 옆집 영화관을 좋아하던 후배가 특별 DJ로 마이크 앞에 섰다. 서로의 역할 바꾸기였다. 낭랑한 목소리로 디제이를 하는 후배와 옆에서 조용히 콘솔만 만지던 내가 1부 "지숙이의 찰떡궁합"을 진행하고, 2부에서는 본래 DJ였던 문영이와 1부를 담당하던 혜진이가 추천하는 영화 이야기로 넘어갔다. 물론 결과는 성공적으로 즐거웠다.

 그저 듣기만 하다 내가 진행하게 된 라디오. 나의 이야기,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청취자들에게 전하는 그 매력은, 해본 사람만 알 것이다. 작은 스튜디오 안에서, 몇 없는 마이크로 이야기를 나누는 그 한 시간이 얼마나 즐겁고 소중하던지... 혹 기회가 된다면, 북구FM 설립취지에 맞춰 다양한 시민들과 함께하는 자리도 만들고 싶다. 장애인이 보는 영화, 성소수자가 보는 영화, 어르신들이 보는 영화, 초등학생들이 보는 영화 등등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진 친근한 옆집 영화관을 말이다. 그러기 위해선 좀 더 방송국이 북적북적해야 할 텐데…. 만약 5km라는 한정적인 구역에서 좀 더 넓게 뻗어나간다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의 피드백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만큼 라디오를 진행하면서 청취자와의 소통이 어렵다는 것을 느낀다. 간혹 팟캐스트 댓글란에 옆집영화관 이야기라도 나오면, 복권에 당첨된 기분이랄까. 이런 소소한 행복조차 공동체 라디오의 매력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방송국 인력이 부족하고, 홍보가 미흡하고, 마이크도 3개 밖에 없지만, 365일 내내 주민들의 목소리가 이어지는, 세상에서 작은 라디오 방송국. 이번 공동체라디오 10주년을 맞이하여, 주변의 관심이 끓어올라 시끌벅적한 방송국이 되었으면 한다. □

* 북구FM : http://www.icb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