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평창 동계 올림픽이 지난 2월 25일 마무리되었습니다. 개최 전까지 여러 가지 구설수에 얽히며 많은 사람들이 대회의 운명을 비관적으로 바라봤던 것에 비하면 성황리에 행사가 끝이 났다고 봐도 과언은 아닙니다. 하지만 평창 동계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고 해서 올림픽에 대한 비판의 시선까지 막을 내린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대다수의 주류 언론들은 평창 올림픽의 경기 결과나 선수들에 얽힌 가십거리에만 주목할 뿐, 평창 올림픽에 대하여 터져 나오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다루지 않았습니다.

    이런 와중에 꾸준히 평창 동계 올림픽에 비판적으로 바라보던 시민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시선으로 올림픽을 기록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올림픽 기간은 물론 올림픽과 패럴림픽이 모두 끝난 이후에도 계속적으로 활동하겠다는 강한 의지까지 내비췄습니다.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되는 평창 올림픽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 ‘2018 시민프레스센터’의 진솔하고 생생한 이야기입니다.

     


     

     

    [ACT! 108호 이슈와 현장 2018.03.14.]

     

    시민의 눈으로 올림픽을 기록하다
    - 2018 시민프레스센터 발족

     

    송주홍 (2018 시민프레스센터 취재팀장)

     

     

     국어사전에서 ‘기록’은 ‘주로 후일에 남길 목적으로 어떤 사실을 적음’이라고 정의한다. 지나온 역사를 평가하고 반성하고 보완해서 나아갈 수 있는 건, 그 시대를 살아간 누군가가 그 시대를 기록했기 때문이리라. 2018년, 강릉 역사에 커다란 변곡점으로 기억될 사건이 벌어졌다. 강릉이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빙상경기 개최도시로 선정된 거다. 우리는 기록해야 했다.

     


    ▲ 2018 시민프레스센터의 활동을 알리는 포스터.

     

     

    객체가 아닌 주체로서 올림픽에 참여해보자

     

      시간은 2017년 연말로 거슬러간다. ‘우리’는 그즈음 망연자실해 있었다. 여기서 우리라고 하면 올림픽에 반대 목소리를 냈던 미디어 활동가, 시민단체 활동가, 학자 등이다. 지금은 ‘2018 시민프레스센터’에서 크고 작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지나온 사례를 통해 잘 알고 있었다. 올림픽이 해당 도시에 미치는 수많은 악영향에 관해서 말이다. 정부는 강원도 정선군에 알파인 스키 경기장 건설을 강행하며 가리왕산에 있던 500년 보호림을 파괴했다. 동시에 가리왕산 부근 북평면 숙암리의 28가구 주민 80여명은 알파인 스키 경기장의 주차장 건설을 명목으로 강제로 이주를 당했다. 이외에도 올림픽이 끝난 이후 예견되는 재정 파탄, 그로 인한 복지 예산 삭감 문제까지. 나가노, 시드니, 베이징, 밴쿠버, 소치, 리우 등 올림픽을 개최한 모든 도시가 같은 문제를 겪었다. 멀리 볼 필요 없이, 아시안게임 한 번 치르고 폭삭 망해버린(?) 인천만 봐도 우리는 잘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반대했다. 그럼에도 기어코 올림픽은 열리기로 결정됐다. 올림픽 개막이 다가올수록 강릉은 축제 분위기로 들떴다. 올림픽 치르고 나면 모든 강릉 시민이 부자라도 되는 양, 강릉시는 분위기를 부추겼다. 그런 마당에 이미 결정된 올림픽을 반대하는 건 무모한 싸움이었다. ‘반대할 거면 강릉을 떠나라’던 현수막 앞에, 우리는 할 말을 잃었다. 그래서 망연자실해 있었다. 
     
      2017년 연말은 그러던 차였다. 다들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우선 모였다. 어쨌거나 수수방관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첫 모임에서 어떤 형태든 올림픽에 참여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이후 수차례 준비모임을 가졌다. 참여한다면 어떤 형태로 참여해야 할지, 그 목적과 의의는 무엇인지와 같은 거대담론부터, 조직의 형태와 각자가 맡을 역할, 활동을 위한 자금 마련 등 세세한 이야기까지 오갔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내용을 정리해나갔다.

      우리가 정리한 키워드는 ‘기록’과 ‘지역’이었다. 우선 기록이라는 측면에서,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은 강릉의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여러모로 커다란 사건이다. 하지만 우리가 진짜로 원하는 이야기, 혹은 후대에 남겨야 할 이야기는 아무도 기록하지 않는다. 주류 언론에서는 경기 내용과 결과, 그에 따른 산술적 평가만을 보도한다. 주류 언론에서 주목하지 않는 이야기를 기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평창 동계 올림픽을 치러냄으로써 어떤 형태로든 변화를 맞이할 강릉의 진짜 이야기를 말이다. 

      다음은 지역적 측면이다. 평창 동계 올림픽은 세계적인 스포츠 이벤트다. 전 세계에서 수많은 선수와 이해 관계자가 강릉에 온다. 이에 정부와 지자체는 물론, 각 해당 기관에서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인적 물적 인프라를 구축했다. 여기서 아이러니한 건 강릉에 살아가는 시민이다. 세계적인 스포츠 이벤트를 기획하고, 준비하고 진행하는 과정 그 어디에도 강릉 시민은 없다. 지역에서 벌어질 커다란 사건에 주체적으로 참여해야 할 시민이 객체로 밀려나 버린 거다. 객체가 아닌 주체로서 평창 동계 올림픽에 참여해보자는 거였다.

      그런 고민 속에 ‘시민의 눈으로 올림픽을 기록하다’라는 슬로건을 만들었다. 2018년 2월 5일, 마침내 시민프레스센터를 발족했다.

     

    ▲ 2018 시민프레스센터 개소식 모습

     


    강릉의 풀뿌리언론을 갈망하는 활동가들에게 응원을!

     

      시민프레스센터는 개방과 공유, 아카이빙을 기본 운영 원칙으로 정했다. 비판을 위한 비판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비판을 위해서는 그에 합당한 근거가 필요했고, 그 근거를 위해 우선 ‘기록’하자는 거였다. 또 그 근거만 합리적이라면 올림픽에 관한 호평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모든 의견을 존중했다.

      그런 조건을 세운 가운데 시민프레스센터의 운영을 위한 회의가 계속됐다. 어떤 이야기를 기록하고, 또 어떤 형태로 기록할지 다양한 논의가 이어졌다. 우리는 올림픽이 열리는 동안 여러 주제에 관해 기사를 쓰고, 사진을 찍고, 영상을 만들기로 했다. 완성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수시로 공유하기로 했다. 패럴림픽(장애인 올림픽)까지 끝난 후에는 신문과 다큐멘터리 영상을 제작해 시민들에게 보고하는 자리를 마련하자는 데에도 뜻을 모았다. 한편으로, 해시태그 캠페인(‘#시민프레스센터’를 달고 올림픽 관련 글, 사진, 영상을 SNS에 올리는 캠페인)과 시민기자 모집 등을 통해 시민들의 참여도 독려했다.

      지금까지 시민프레스센터의 활동은 순탄하다. 생각보다 많은 분이 힘을 보태줬다. 사진 작가, 만화가, 여행 작가, 영상 활동가 등 각 분야 전문가는 물론이고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 청년, 두 아이를 둔 아버지 등 각계각층, 남녀노소가 시민기자로 참여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시민프레스센터 SNS 계정을 통해 이들이 만든 콘텐츠를 공유하는 중이다. 그뿐만 아니다. 시민프레스센터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후원으로 운영하는데, 많은 시민이 1만 원, 2만 원, 많게는 10만 원 이상 후원금을 보내주신다.

     

    ▲ 2018 시민프레스센터는 평창 동계 올림픽이 진행 중이던 지난 2월 11일,

    가리왕산에 설치된 알파인 스키 경기장 앞에서 

    가리왕산 복원 약속 이행 촉구 기자회견을 취재했다.

     

     

      그런 노력과 응원이 모여 시민프레스센터에서는 다양한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다. 가리왕산 복원 약속 이행 촉구 기자회견 현장에도 다녀왔고, 올림픽을 기록하는 캐나다 다큐멘터리 감독, 올림픽을 반대하는 일본 시민단체 활동가들도 인터뷰했다. 올림픽으로 인한 부동산값 폭등 문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숙박업이 강릉 관광 산업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도 분석했다. 올림픽을 명분으로 노동자를 착취하는 일부 사업장 문제, 올림픽 자원봉사자의 열악한 근무 환경 문제도 꼬집었다. 올림픽 기간 열리는 각종 문화예술 행사에 관한 리뷰도 준비 중이다. 알파인 스키 경기장 건설 때문에 삶의 터전을 잃고 쫓겨난 정선 숙암리 마을 이야기도 기록할 예정이다. 그밖에도 다양한 시선으로 올림픽을 평가하고, 올림픽 이후 강릉의 전망을 고민해볼 참이다.

      힘차게 달려온 시민프레스센터는 이 글을 쓰는 현재 잠시 휴식에 들어갔다. 패럴림픽이 개막하는 3월 9일에 다시 출발할 예정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우리에게 경기 내용과 결과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패럴림픽을 계기로 강릉의 장애인 인권이 지금보다는 좀 더 개선되길, 나아가 강릉이 사회적 약자까지 보듬어줄 수 있는 도시가 되길 바란다. 그런 관점에서 패럴림픽을 기록해보고자 한다.

      인구 20만이나 되는 강릉에는 여전히 풀뿌리 언론이 없다. 시민프레스센터를 발족하며 내부적으로는 이런 이야기가 오갔다. 우리의 활동이 한시적인 활동으로 끝나선 안 된다고. 풀뿌리언론으로 나아가기 위한 실험 무대로서 그 가능성을 도모해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우리의 힘으로 풀뿌리언론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이다.

      이 글의 결론은 부탁이다. 강릉에서 풀뿌리언론을 갈망하는 활동가들이 힘을 잃지 않도록 응원하고 후원해달라는 부탁 말이다. 염치없지만, 시민프레스센터 후원계좌(우체국 이마리오 200063-02-004211)를 공개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많이들 응원해주시길! □


    * 2018 시민프레스센터의 활동은 다음 링크들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publicpresscenter/
    - 블로그 https://blog.naver.com/2018press__

     

    * ‘소셜펀치’를 통해서 2018 시민프레스센터의 활동을 응원하는 캠페인이 전개되고 있다.
    https://www.socialfunch.org/2018press

     

     

    ▲ 평창 올림픽에 반대하는 국내외 시민들이 모여서 가리왕산에서 펼친 ‘미안해서 프로젝트’의 모습. 이외에도 2018 시민프레스센터는 ‘시민’의 시선으로 평창 동계 올림픽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지속적으로 취재할 예정이다.

     

     


     


    글쓴이 송주홍

     

     

    대전과 서울에서 잡지사 기자로 일했다. 때로는 함께 분노하고 때로는 함께 감동했다. 자주, 설익은 감정을 글로 옮겼다. 글을 쓴다는 건 여전히 부끄럽고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쓴다.

    Posted by ACT! actedi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