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 108호 이슈와 현장 2018.03.14.]


    미디어가 성소수자 혐오에 굴복할 때에도 성소수자는 어디에나 있다.


    재윤(성소수자 활동가)



      EBS 교육방송의 젠더토크쇼 <까칠남녀>가 지난 2월 5일 방송을 마지막으로 조기종영했다. <까칠남녀>는 19일 종영예정이었다. 그런데  <까칠남녀>는 왜 조기종영 할 수 밖에 없었을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논란은 2017년 12월과 올해 1월 두 번에 나뉘어 걸쳐서 방영된 성소수자 특집에서 시작되었다. ‘EBS <까칠남녀> 성소수자 특집 논란’ 방송이 방영되고 많은 언론사에서 비슷한 제목의 기사를 발행했다. 교육방송에 성소수자가 출연해서? 성소수자가 교육방송에 출연해서 자신의 성정체성, 성적지향을 밝히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 성소수자가 교복을 입었다는 것, 사람들이 말하는 논란이라는 것은 정말 논란일까? 


    ▲ EBS <까칠남녀>의 한 장면 (출처: EBS)



      이후 EBS는 바이섹슈얼(양성애자)로 커밍아웃한 패널인 은하선씨에게 개인적 결격사유가 확인되었다며 담당 CP(류재호 부장)의 최종 판단 하에 갑작스런 하차를 통보했다. 그러나 은하선씨는 성소수자 특집 방영 이후 제기된 성소수자 혐오 집단의 여론을 이기지 못하고 본인을 하차시켰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EBS가 확인했다는 은하선씨의 결격 사유는 무엇일까? 그 사유 중 하나는 1월 26일 은하선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을 붙여 전화번호를 누르면 3천 원 후원금이 결제되는 퀴어문화축제 후원 번호를 <까칠남녀> 담당 PD 연락처라고 게시한 것이고, 또 하나는 2016년 1월 9일에 '사랑의 주님'이라는 제목으로 예수 십자가 모양의 딜도(자위행위기구) 사진을 올린 것이다. 



    ▲ EBS <까칠남녀>의 한 장면 (출처: EBS)



      이 사유는 과연 성소수자가 아닌 비성소수자가 프로그램을 갑작스럽게 하차해야 할 때도 결격 사유가 될 수 있을까? 퀴어문화축제의 번호는 유선 전화번호이고 엄연히 휴대폰 번호와는 번호의 방식 자체가 다르다. 그럼에도 그들은 성소수자 특집을 방영했던 <까칠남녀> 담당 PD를 향한 분노를 담아 문자를 발송했다. 그 문자를 발송한 행위 자체가 성소수자 혐오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런 맥락을 이해하고 살필 노력은 미디어가 행해야 할 사회적 책무이기도 하다. 


      이 글을 쓰기 전에 미디어 속의 성소수자를 생각하면 누가 떠오르는지에 대해서 친구들에게 물었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홍석천’ ‘하리수’ 두 사람의 이름이 나왔다. 한국에서 최초로 커밍아웃한 연예인 1호라는 꼬리표가 붙은 홍석천씨 그 이후로 그만큼의 영향력을 가진 연예인이 나오지 않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2000년 9월 홍석천씨는 커밍아웃을 했고 그 이후로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를 했다. 이게 자의에 의한 것이던 타의에 의한 것이던 미디어가 성소수자를 거부하는 시대였음은 분명하다. 


      그 시절에서 18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사회는 성소수자에 대한 시선이 그리 달갑지는 않다. 아니 달갑지 않다기 보다는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는 것 같다. 아주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사회적인 차별을 받는 불쌍한 사람과 성적으로 아주 문란한 사람, 문제적인 존재거나 논쟁적인 존재로만 우리 사회에 인식되도록 미디어가 그렇게 노출하고 있는 것이다. 


    ▲ 성소수자 트랜스젠더 여성 하리수씨 (출처: 유투브)



      또 다른 성소수자 트랜스젠더 여성인 하리수씨는 2001년에 화장품 광고 모델로 데뷔했다.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광고의 메인카피와 함께 목젖이 있는 하리수씨의 모습이 당시에 사회적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하지만 하리수씨는 후에 그 광고에서 보여진 목젖은 자신의 것이 아니며 그런 장면이 나오는 줄도 몰랐다고 폭로했는데 이는 당시 광고주가 트랜스젠더 여성을 어떻게 이해했던 것인지 보여주는 증언이기도 하다. 당시 미디어는 하리수씨에 대한 여자보다 예쁜 여자. 여자보다 진짜 여자 같은 여자라는 식으로만 보도했는데 이는 트랜스젠더 여성에 대한 일반화를 고착화 시켰다. 트랜스젠더 여성이 모두 하리수씨 같은 외모를 가져야 하는 것도 아니고 연예인이 되어야 하는 것도 아닌데 사람들은 트랜스젠더 여성을 생각하면 하리수씨를 떠올리면서 트랜스젠더 여성은 다 그럴 것이라 생각하는 사회에서 트랜스젠더 여성 각자가 고유한 한 개인으로서 살아가기가 힘들어지는 것이다. 미디어 역시 트랜스젠더의 존재를 가십거리로만 소비하려는 경향이 있다. 2012년 KBS JOY에서는 <XY그녀>라는 트랜스젠더 집단 토크쇼를 방영 1회 만에 폐지했다. 이때에도 성소수자 혐오세력의 항의가 빗발쳤고 방송사는 그 항의를 시청자의 의견으로 수렴한 결과로 프로그램 폐지라는 결정을 내렸다. 


      살기가 힘들어 질 때 사람들은 미디어에서 정보를 얻거나 위로받기를 바란다. 나에 대해서 알려주고 존중해주는 미디어를 원한다. 아직 한국에는 그런 미디어가 많지 않아서 성소수자들은 그런 미디어를 직접 만들어서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 몇 가지 성소수자 관련 미디어 콘텐츠를 소개하고자 한다.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 웹진 랑(http://lgbtpride.tistory.com)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소식지(https://chingusai.net/xe/newsletter) 등은 웹매거진의 형태로 발행중이며 매주 수, 목요일 24시에 마포 FM(100.7MH)을 통해서 방송되는 레즈비언 맞춤 라디오 방송 <L양장점>은 지역 라디오 속에서 자신들의 활동을 하고 있다. 이 밖에도 유튜버 중에는 성소수자인 유튜버들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게이 유튜버 이열, 퀴어 유튜버 SOO NOT SUE, 젠더퀴어이자 미국교포인 유튜버 Hayden Royalty의 유튜브 영상 콘텐츠를 추천한다. 

           

      "전 16살에 자살하려 했습니다. 전 이상한 아이였고 다른 아이였거든요. 헌데 견뎠고 오늘 이 무대에 섰습니다. 세상의 모든 이상한 다른 친구들에게 꼭 말하고 싶습니다. 계속 이상하세요. 계속 다르세요."


      이 말은 2015년 제 8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이미테이션 게임>으로 각색상을 수상한 성소수자인 그레이엄 무어의 소감이다. 요즘 시대에는 성소수자 당사자뿐만 아니라 성소수자의 살아갈 권리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사람도 간혹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게 되는 것 같다. 미디어 현장에서 이런 가치를 지키려는 사람들도 이상한 사람들 조금은 다른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도 그러하다면 계속 이상하기를 계속 소수자의 권리에 대해서 그 가치를 지키는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기를 바란다. 당신 주변에도 성소수자가 있다. 촬영 현장 안에도 카메라를 들고 붐 마이크를 잡고 스트립트를 치고 편집실에 앉아 밤샘을 하는 그 사람들 중에도 성소수자가 있다는 것을 기억해주길 그 사람들을 당신과 함께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로써 존중해주기를 요청한다. 




    글쓴이  재윤(성소수자 활동가)


    성소수자 혐오, 차별, 낙인이 없는 세상을 희망하며 투쟁합니다.
    당신도 함께 그런 세상을 희망하며 투쟁하길 바랍니다.

    Posted by ACT! actedi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