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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108호 미디어 인터내셔널] 교실로 들어간 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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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8. 3. 6.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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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108호 미디어 인터내셔널 2018.03.14.]



교실로 들어온 독립다큐멘터리

- 해외 다큐멘터리 아카이빙 및 활용교육 프로그램 소개


김주현 (미디액트)


 오늘날 독립 다큐멘터리가 관객과 만나는 자리는 어디인가. 독립다큐멘터리의 배급에 대한 여러 시도들이 되고 있지만 여전히 현실은 열악하다. 제작비에 상응하는 수백만원의 돈을 들여서 극장에 개봉을 해도 독립영화 흥행 분기점으로 얘기되는 1만 관객 수를 넘기는 경우는 좀처럼 보기 힘들어졌다. 독립다큐멘터리를 극장과 인터넷 IPTV 등을 넘어서 좀 더 가까이, 그리고 그 목적에 맞게, 관객과 더 잘 만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나아가 독립다큐멘터리가 다루고 있는 여러 사회적인 주제들을 함께 얘기하고 해결해나갈 수 있는 플랫폼으로 발전할 수는 없을까. 이 글에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미국의 다큐멘터리 플랫폼이자 지원 프로그램인 ‘POV’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개인적인 에피소드로 시작하고자 한다. 영상미디어센터에 일하고 있으니 주변 친구들이 종종 전화를 걸어올 때가 있다. 학교 선생님인 한 친구는 ‘다음 주에 기말고사 끝나는데 청소년 인권에 대해 다룬 영화로 아이들이랑 같이 볼 영화 좋은 거 뭐 없을까’하고 문의가 오기도 하고. 노동조합 활동가인 친구는 내일 갑자기 비가 와서 집회 일정이 펑크 났는데, 조합원들이랑 같이 볼만한 좋은 영화 없는지 다급한 요청이 온다. 운이 좋으면 기존에 알고 있거나 재밌게 봤던 영화를 추천해주기도 한다. 많은 경우에는 나도 급하게 인터넷에 검색을 해서 찾아보고는 한다. 그 과정이 영화를 전공하고 독립 다큐멘터리에 관심이 있는 나에게도 쉽지는 않다. 수많은 영화들을 다 보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영화를 보고 머릿속에 주제별 아카이브를 정리해놓고, 바로바로 찾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을 드물다.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다큐멘터리들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독립 다큐멘터리를 잘 모르는 사람이더라도, 좋은 다큐멘터리를, 쉽게 찾아서, 함께 보고, 같이 얘기할 수는 없을까? 간단해보이지만 사실 여기엔 여러 단계가 필요하다. 작품을 찾기도 힘들고, 보고 싶은 작품이 있어도 어떻게 볼 수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막상 영화를 보더라도 보고나서 영화만 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이야기를 진행할지 모른다. 각 단계에 필요한 점을 구체화해보면 아카이브(작품 찾기), 상영 플랫폼(보는 방법), 토론 가이드(후속 활동)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이제부터 이 단계를 잘 체계화 해놓은 해외사례를 살펴보겠다.


교육자를 위한 안내


 해외 자료를 찾아보면서 놀란 것은 해외 다큐멘터리 혹은 영화 플랫폼에는 대부분의 사이트에서 ‘교육자’를 위한 메뉴가 들어가 있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캐나다 국립영화위원회 홈페이지에는 교육자를 위한 카테고리가 있고, 여기서 다큐멘터리를 비롯한 영화,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자료가 주제별로 잘 분류되어있다. 교사로 등록하면 바로 영화를 온라인에서 볼 수도 있으며, 작품별 스터디 가이드가 제공되기도 한다.



▲ 캐나다 국립영화위원회 사이트 중 교육자를 위한 페이지 메인화면

https://www.nfb.ca/education/



 POV는 미국 공영방송인 PBS에서 만든 독립다큐멘터리 지원 프로그램이다. 여러 사회적인 주제를 다룬 독립 다큐멘터리 제작지원을 하고, 제작지원을 통해서 발굴된 다큐멘터리를 방송 등에 배급하는 역할을 한다. POV의 제작지원 프로그램 그 중에서도 해커톤을 통한 제작지원에 대해서는 지난 ACT! 기사에서 한 차례 다룬 적이 있다. 이번 글에서는 제작지원보다도 그 이후에 배급과정에 더 중점을 두고 살펴보고자 한다.


▲ POV 교육자를 위한 페이지 메인화면

http://www.pbs.org/pov/educators/



 독립다큐멘터리 영화에 좀 더 특화된 POV를 좀 더 상세하게 살펴보자. POV 역시 교육자를 위한 사이트가 있는데 여기에 들어가면 주제별, 시청 적합 연령대별로 굉장히 분류가 잘 되어있다. 개별 영화를 클릭하면 상세한 학습 가이드가 있는데 마침 우리에게 익숙한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도 올라와있어서 이를 예시로 설명 하고자 한다. 개별 작품 설명페이지를 보면 작품소개, 영화를 활용한 수업의 목표, 온라인 상영 링크가 있다. 다음 페이지에는 이 학습이 몇 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게 좋은지 준비물은 뭐가 필요한지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가 상세하게 설명되어있다. 같이 볼 수 있는 클립 링크도 볼 수 있고. 학습을 진행하기 위한 굉장히 상세한 가이드도 볼 수 있다. 이 영화의 경우 노화와 죽음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일부 학생들이 최근에 가족의 죽음을 겪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 유의해야한다고 적혀있다.



▲ POV 중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교육 가이드 페이지



 그 다음에는 토론을 진행하는 방법이 굉장히 상세하게 나와있다. 영화를 보고 나서 낼 수 있는 숙제에 대한 가이드도 있는데, <님아..>의 경우 학생들이 지역사회의 노인들을 면담하게 하는 숙제를 제시하고 있다. 참고 자료나 이 문제를 좀 더 알아보거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천활동까지 나와있다. 상영 방법에 대한 가이드도 주고 있는데 가까운 곳에서 열리는 상영회를 찾거나 스스로 상영회를 주최하거나 도서관을 통해서 DVD를 대여하는 방법도 안내 되어있다. 공동체 상영에 막연한 사람들도 직접 상영회를 기획하고 진행할 수 있도록 가이드북도 제공하고 있다. 즉, POV는 좋은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작 이후 관객과 만나는 전 과정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 제작지원과 (극장개봉 중심의) 배급지원 제도가 분절적으로 되어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독립영화가 넘어서야 할 극장배급


 한국의 상황을 다시 살펴보자. 배급, 즉 영화를 관객들과 어떻게 더 쉽게 만나게 할 수 있을까. 흔히 배급은 극장 개봉 및 상영과 동일시되는 측면이 있지만, 사실 극장 배급에 국한되는 말은 아니다. 오늘날 영화가 관객을 만나는 방법은 다변화되어있다. 독립다큐멘터리에는 영화제가 있기는 하지만 영화제는 그 시기가 아니면 다시 그 영화를 접하기 힘들다는 한계가 있다. 최근에는 IPTV나 OTT서비스에 올라가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지만, 그것 또한 극장 배급을 이미 했거나, 배급사가 있는 경우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펀딩을 통해서 극장 배급 비용을 마련하고, 극장개봉을 하는 독립다큐멘터리가 많아졌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독립다큐멘터리에게 극장은 높은 벽이다. 문제는 제작지원이나 펀딩을 통해서 수백만원의 개봉 비용을 마련해서 그 높은 벽을 넘더라도, 극장을 잡기도 쉽지 않다. 극장을 잡는다고 해도 하루에 1~2번 상영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한국 독립영화 진영에서는 극장배급을 넘어서서 지역사회에서 영화를 함께 보고, 얘기하기 위한 공동체상영을 통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한독협에 있던 공동체상영배급지원센터가 활동을 중단한 이후에는 공동체 상영에 대해 잘 정리된 자료를 찾기도 힘들다. 최근에 한국에서 '팝업시네마'가 이런 역할을 하려고 하지만 가이드 부분에서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 모두를 위한 극장에서 진행한 공동체 상영 모습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는 아직도 소수 문화로만 여겨지는 것 같다. 독립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의 어려운 현실은 말할 것도 없고, 독립 다큐멘터리가 사회적 임팩트를 충분히 주고 있는지,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만 보고 마는 것은 아닌지. 여러 질문에 대한 고민과 성찰이 필요하다. 그 고민을 하기 위해서 위에서 설명한 POV 사례를 잘 참조해본다면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 본 글은 2017년 9월 15일 미디액트 15주년 기념포럼에서 진행된 발표를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

- 교실로 들어온 독립다큐멘터리 쇼미더액트 발표자료


※ 함께 보면 좋을 자료

- 독립영화 배급에도 다양성이 필요하다 [ACT! 27호 독립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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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김주현 (ACT!편집위원회)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이론과를 졸업하고, 미디액트 마을미디어교육실에서 일하고 있다.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 운동에 관심이 많고, 앞으로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의 좋은 관객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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