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 36호 독립영화] 공동체상영운동네트워크 활동가 학습 프로젝트 '실사구시(상영 편)' 후기 - 마을회관이 되고픈 어느 지역상영관의 사색 -
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36호 / 2006년 11월 16일
공동체상영운동네트워크 활동가 학습 프로젝트 '실사구시(상영 편)' 후기
- 마을회관이 되고픈 어느 지역상영관의 사색 -
박지선 (부산 시청자미디어센터)
40, 30, 10, 80, 8, 10, 20...부산 시청자미디어센터 상영관을 찾는 매월 관객 수. 참으로 들쑥날쑥합니다. 무엇이 문제일까요? 작품선정의 문제? 아니면 홍보부족? 접근성이 떨어지는 센터의 위치? 상영시간대? 불편한 좌석? 매달 상영회 기획의 압박에 시달리며 전전긍긍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 있을법한데 딱 꼬집어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때마침 한독협에서 상영활동가들을 대상으로 학습 프로젝트를 제안해오니, 그 이름도 다름 아닌 '실사구시'! 근본적인 뭔가를 갈구하던 나에게 '실사구시 : 사실에 입각하여 진리를 탐구한다'는, 9월 8일 온종일 상영에 대한 새롭고 신선한 고민을 던져주었습니다.
실사구시 chapter 1 : 상영에 관한 사실들
실사구시 chapter 1은 상영 전반에 걸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주제 3가지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1강은 '영화, 프로젝션의 예술, 그리고 시네마테크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상영에 관한 역사와 진실을 차분하면서도 격양된 톤으로 전수받는 시간이었고, 2강에서는 '영사의 기본적 이해와 영사요건' 이라는 다소 기술적인 사실들을 체험(?)하였습니다. 그러나 영사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다소 떨어져, 시각적인 체험에 그칠 수밖에 없었던 본인의 한계에 얕은 한숨을 내쉬고 보니, 어느새 3강! '영화제를 위한 실무' 강연이 순식간에 지나가버리더군요. 일단 상영에 관한 사실들은 이러한데, 그렇다면 미디어센터 상영관이라는 우리 지역의 실정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런지, 그때부터 본격적인 고민은 시작되었습니다.
지역 미디어센터 상영관이 가지고 있는 몇 가지 고민들
1. 첫 번째, 무엇을 위한 공간인가?
미디어센터는 미디어에 대한 교육, 제작을 위한 시설과 장비 지원 등 퍼블릭액세스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들이 펼쳐지고 있는 공간입니다. 그러하기에 미디어센터 상영관은 센터 교육생들이나 시민제작자들이 액세스를 처음으로 시도하거나, 그것을 결심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미디어교육과정에서의 영상자료를 활용하는 교육의 장, 시민제작자들의 수료작 혹은 첫 작품이 세상과 만나 소통하게 되는 시사회장, 주류미디어나 상업영화관에서는 접할 수 없는 다양한 목소리들이 담긴 독립영화, 예술영화들을 만날 수 있는 영화관 등 이 상영 공간은 지역 주민이나 수강생들에게 또 다른 교육의 장으로 기능하는 듯 합니다.
한편, 지역미디어센터 상영관은 지역에 사는 주민, 문화예술인들, 학생 등 지역공동체 문화가 다양한 형태로 생산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2006년 올 한해 시청자미디어센터 공개홀은 전시회, 공연, 미디어체험, 지방 선거 토론회장 등 그야말로 다양한 지역구성원들이 가지각색의 모습으로 채워온 공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렇듯 다양한 역할 속에서 어쩌면 상영관의 1차적 기능일 수 있는 상영과 배급에 대한 역할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하는 문제는 여전히 어려운 숙제입니다. 현재 시청자미디어센터의 주변에 자리하고 있는 부산 시네마떼크와의 역할 분배, 지역 영상산업 육성안 중 하나인 부산 영상문화도시 조성에 따라 건립될 부산영상센터(부산국제영화제 전용관, 영상문화관 및 전시 ? 문화공간)와의 차별화된 정책 등 미디어센터 상영 및 상영관을 주제로 논의와 토론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습니다.
2. 두 번째, 누구와 어떻게 함께 할 것인가?
미디어센터 상영관은 위와 같이 다양한 역할들을 하고 있긴 하지만, 그러한 역할들을 구체적으로 누구와 어떻게 함께할 것인가 하는 기획과 홍보의 문제도 짚고 넘어가야할 산입니다. 실사구시 '영화제를 위한 실무' 강연에서도 언급되었듯이 영화제의 기획단계는 '누구를 위한 어떤 영화제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것부터 시작된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개최한 정기상영회를 되돌아보면, 우습게도 '그 시기 배급되는 영화에 따라 그에 맞는 계층'을 주 관객층으로 조직화했던 과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매 월 시의성 있는 주제, 이슈가 된 작품들을 중심으로 상영이 되다보니, 전체 기획이 늦어지고 홍보도 같이 늦어져 정작 주 관객층도 많이 참여하지 못했던 시기도 간혹 있었습니다. 그래서 안정적인 라이브러리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내년에는 부산울산경남지역 상영활동가들과 공동으로 정기상영회를 위한 라이브러리를 구축해보자는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그래서 정기상영회와 관련해 매월 안정적인 기획을 통해 내년에는 발 빠른 홍보를 진행하기로 하였습니다. 대신 매 시기 배급되는 시의성 있는 작품들은 찾아가는 상영회를 통해 시민사회 단체 혹은 지역공동체로 찾아가자는 의견도 나눴습니다.
3. 지역 공동체의 오감(五感)이 편안히 충족되는 곳
농활기간이 되면 마을회관과 그 앞마당은 작은 영화관이 되었습니다. 낮에는 어린이들과 함께 마을회관 안에서 애니메이션을 보고, 저녁이 되면 마을회관 앞마당에서 어르신들과 함께 영화 한편 보면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 하다보면 어느새 100분 토론 분위기가 조성되곤 했습니다. 지역의 미디어센터 상영관이 그런 공간이 된다면 어떨까요? 9시 뉴스로만 접하던 세상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로 만난 세상. 주류미디어의 뉴스꺼리가 될만한 이벤트성 프로그램에, 연출된 등장인물이 아닌, 우리 지역의 따끈따끈한 소식을 우리지역 시민이 직접 취재한 진짜 뉴스. 그것을 위해 어르신과 아이들은 카메라를 배웁니다. 그렇게 다른 지역 소식도 그 지역시민이 직접 만든 영상으로 만납니다. 우리지역 미디어센터 상영관의 스크린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새로운 소통의 창이 됩니다.
이제 1살이 된 부산 시청자미디어센터 상영관에는 아직도 새 건물의 채취를 떨쳐내지 못한채 조금은 외로운 객석과 스크린에 빛을 쏘고 있습니다. 지역공동체에 뿌리박힌 사람냄새 물씬 나는 상영관이 되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 참고 : [공동체 상영운동네트워크 활동가 학습프로젝트 실사구시 chapter 1 : 상영] 자료집
http://www.kifv.org/zbbs/zboard.php?id=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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