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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108호 나의 미교이야기] 나의 꿈 나의 길, 미디어교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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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8. 3. 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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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교육 스토리텔링 – 나의 미교 이야기] 11화

  <ACT!>에서는 최근 교육 영역의 확장과 매체의 다양화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는 미디어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소개하고자 [미디어교육 스토리텔링- 나의 미교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영역에 걸쳐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미디어교육 교사들이 교육의 경험과 고민을 공유함으로써 미디어교육의 오늘을 파악하고, 발전적 내일을 위한 담론을 만들어가기를 기대합니다.
 이번은 그 열한 번째 순서로 미디어교육자 허장휘 선생님의 교육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교육 현장에서 다양한 경험을 겪으며 점점 더 단단해지는 교육자의 모습을 통해 제 자리에 머물지 않고 치열한 고민과 노력으로 보다 성숙해가는 교육자의 길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ACT! 108호 나의 미교 이야기 2018. 03.14]  

 

나의 꿈 나의 길, 미디어교육자


허브(미디교육자 허장휘)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

 

  나에게 반백 살이 오리란 생각을 많이 해보진 않았다. 농담으로 낼모레면 반백 살이 된다는 말을 몇 해 전부터 하긴 했지만 현실성 없는 정말 가벼운 말이었다. 그러나 반백 살은 닥쳤고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를 남은 반백 살을 나는 살아가야한다.

  인생을 살아오면서 일이라는 것을 놓아본 적이 없었다. 어릴 때는 학교를 졸업하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었고 그렇게 벌어진 수입을 부모님께 드리고 효녀 딸로 살아갔다. 결혼을 하고 자라는 아이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또 일을 해야 했다. 아이들은 자랐고 자기의 생활을 하고 있지만 난 여전히 일을 하며 살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전과는 다른 해야 하는 일이 아닌 하고 싶은 일을 하다는 차이가 있다. 일의 종류나 하는 방식에 따라 삶에 굉장한 차이가 있음을 경험했다. 그래서 나는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 한다.

 


내가 해야 할 일

 

  나는 일을 ‘해야 하는 일’로 생각하며 살았다. 덕분에 일 때문에 많이 울기도 하고 괴로워하기도 하고 참아내기도 했었다. 어쩔 수없이 해야 하는 많은 일들을 놓고 흔히 듣는 말이 누군들 안 그러냐, 다들 그렇게 산다, 살아가려면 어쩌겠냐, 먹고 살아야 하는데... 등등
  ‘어쩔 수 없다면 즐겨라!’ 라는 말로 일에 묶어두려 한다. 나는 이 말의 양면을 경험했다. ‘해야 하는 일’ 때문에 그 시간을 견뎌내기 위해 마음을 다잡으려 노력했고 즐기며 하자라는 말로 다독이며 오랜 시간을 지냈다. 그렇게 해야 하는 일을 하며 시간이 흐른 뒤 나는 병을 얻었고 해야 하는 일조차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었다. 해야 하는 일은 자연스럽게 ‘하기 싫은 일’이 되어 나를 병들게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나는 그제 서야 해야 하는 일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

 

  미디어교육은 인생의 중반 즈음 우연히 경험하게 되었다. 나에게 미디어교육이 뭐냐고 묻는다면 ‘하고 싶은 일’이라고 말하고 싶다. 미디어교육을 만나고 나의 꿈을 발견했고 그리고 그 꿈을 이루어가며 지난 7년을 살았다. 하고 싶은 일을 한다고 그 모든 시간이 행복하지는 않았다. 새롭게 도전을 하는 나에게 그 모든 과정 과정이 많이 힘들었고 좌절했고 울기도 했고 웃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 과정이 지나고 느끼는 달달함은 힘들었던 시간을 보상이라도 하듯 큰 행복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미디어교육은 일은 일이지만 해야 하는 것이 아닌 하고 싶은 것이 되어 나를 행복하게 해 주었다. 
  지금에 와서 돌아보면 난 이 미디어교육 관련 일을 내 천직이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다. 미디어교육을 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나의 만족감은 더 커져가고 있고 그만큼 자신감도, 행복감도 커지고 있다. 나는 정말 운 좋은 사람이라 생각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지금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가.
  지난해 다시 한 번 기회가 찾아왔다. 강릉시영상미디어센터에서 스텝으로 미디어교육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왔다. 나의 또 다른 ‘해보고 싶은 일’이 시작된 것이다. 나는 앞으로의 내가 기대되고 시간이 흐른 뒤 나에게 이 해보고 싶은 일이 어떤 의미로 기억될지가 궁금하다.

 


미디어교육자의 길

 

  얼마 전 ‘미디어교육자협회(Korea Media Educator Association)’(이하 미교협)가 임시총회를 거쳐 단체 출범을 했다. 나 또한 미디어교육자로서 미교협의 출범 함께하며 앞으로를 기대하고 있다. 다른 선생님들보다는 미디어교육의 경험이 풍부하지 않지만 즐겁게 교육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미디어교육현장의 열악함을 알리고 개선시켜나가기 위한 협회의 출범은 나에게 굉장히 중요한 부분으로 다가온다. 
  나는 미디어교육을 하며 지난 7년을 살았다. 강의가 많은 달에는 강의가 없는 달을 위해 작은 돈이지만 비축을 해야 했다. 교육이 아예 없는 달도 여러 달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 할 수 있을 때 열심히 일해서 벌어두지 않으면 생계가 곤란해지기도 했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생활도 해봤고 가족들에게 신세를 지기도 했다. 어떨 땐 미디어교육 강의비가 너무 적어서 교육을 거절해야 함에도 어쩔 수없이 닥치는 대로 교육에 매달리기도 했다. 그나마도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는 다른 일로 돈을 벌어야했다. 서빙, 설거지, 상담원, 배달 등.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하기 싫은 일’을 병행하며 살았다. 견뎌냈다고 하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그렇게 1년, 2년 살아가다보니 그럭저럭 살아지기도 했다.

 

  미디어교육을 하는 교육자의 상황은 미디어교육의 질적인 측면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그걸 알기에 꾸준히 교육 현황에 관심을 기울이고 개발을 하고 연구 활동을 한다. 살아가는 문제와 별개로 말이다. 그런데 그렇게 노력해도 알아주지는 않는다. 나만 아는, 나만의 노력에 그치고 만다. 이런 노력이 결국 미디어교육을 시행했을 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인데도 말이다. 결과만을 중요시하는 것이 지금의 미디어교육의 한계인 것 같다. 미디어교육자 모임을 진행하며 서로의 교육경험을 나누는 자리에서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 휴일을 휴일로 온전히 쉬어본 적이 없다고. 왜냐하면 교육이 있을 땐 그 교육에 집중하고 교육이 없는 휴일엔 다음 교육을 위해 준비하는 시간으로 휴일을 보내기 때문이다. 미디어교육자로서 너무도 공감되는 말이었다. 쉬는 날에도 머릿속은 늘 복잡하다. 교육 진행에 대한 생각으로 끈임 없이 뇌는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준비된 내용으로 교육 참여자자들은 조금 더 편안하게 효과적인 방법으로 교육을 경험하게 되고 만족한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나는 교육에 만족하는 참여자들을 보며 그동안의 노고를 보상받고 쌓인 피로를 풀었던 것 같다. 꽝꽝 얼었던 눈덩이가 따뜻한 햇살에 사르르 녹듯이 말이다.

 


미디어교육이 준 변화

 

  나에게 첫 미디어교육은 성인발달장애인 사진 미디어교육이었다. 장애인 교육 외에도 다양한 미디어교육에 참여했었고, 교육마다 각기 다른 보람과 즐거움이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첫 경험의 강렬함 때문인지 최근에 참여하는 교육의 상당부분도 장애인 관련 미디어교육이다.

 


경험 하나.  ‘행복한 사진 동아리’

- 강동지역 성인발달장애인 미디어교육


▲ 2016년 오르락내리락 전시장

 

 

  얼마 전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경모를 만났다. 강동지역 미디어교육을 할 때 간혹 지하철을 이용하며 교육 참여자들을 만나기도 했지만 교육을 하지 않는 지금으로선 정말 오랜만에 만남이었다. 경모는 먼저 말을 걸지 못했다. 시선이 마주치자 먼저 피했다. 내가 먼저 반갑게 경모에게 인사를 했고 그제 서야 경모는 “허브샘 어디가요?” 라며 인사해 주었다. 한번 말을 트자 몇 년 전 활동했던 이야기, 얼마 전 있었던 친구들과의 만남부터 앞으로의 계획까지 그리고 지금은 왜 못 만나는지 언제 만날 수 있는지 너무도 많은 궁금증을 한꺼번에 꺼내 놨다. 이렇게 하고 싶은 말도 많고 궁금한 것도 많았을 경모를 보니 조금 안타가운 생각이 들었다. 장애인미디어교육을 하며 이 친구들과 맺는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많이 느꼈다. 한번 맺은 관계는 쉽게 잊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행복한 사진 동아리’는 내가 2011년부터 참여했고 2016년까지 함께 진행했던 교육이다. 이 과정이 나에게 굉장히 큰 의미가 있었고 성장의 기회가 되었던 까닭에 그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기도 했다. 장애인영화제에 상영되었던 <느리게, 그러나 행복하게 시즌 1,2>가 그 결과물이다. 많은 내용을 담을 수는 없었다. 우리 사회가 장애인에게 편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개인을 드러낸다는 것 자체가 위험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제한된 내용으로 가능한 범위에서 담으려 노력했던 것 같다. ‘행복한 사진 동아리’와 함께 했던 5년의 시간은 미디어교육이 무엇인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진행할지에 대한 깊은 가르침을 주었고 나에게 미디어교육의 전반을 일깨워준 교육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글을 통해 함께 교육에 참여했던 희영, 다경, 수목, 넝쿨 그리고 ‘미디액트’에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그리고 부족한 선생님인 나에게 너무도 많은 사랑을 주었던 ‘행복한 사진 동아리’멤버들과 어머님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그 사랑으로 지금까지 미디어교육자로 살아온 것 같다. 그래서 우연히 만난 경모가 너무나 반가웠고 끝없는 경모의 질문이 하나도 귀찮거나 지루하지 않았다. 먼저 내리는 경모가 계속 뒤돌아보며 손 흔들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경험 둘.  ‘미디어로 소통하는 세상’

-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서 성인발달장애인그룹

 


▲ 2014년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교육 – 나를 찾는 출사사진
 

 

  다양한 연령층이 함께 했던 교육에서 참여자들은 작업장에 다니거나 개별적으로 직장을 다니는 경우가 있었다. 직장상황이나 건강상태에 따라 출결이 오락가락했던 기억이 있다. 대부분은 연구소의 공연 팀이 교육에 참여했는데 개인의 의사도 있었지만 공연 팀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진행했던 교육이었다. 자기표현의 한 방법으로 진행했던 교육에서 대부분 경계성인 참여자들이 많아서 사진으로 기록하고 사진결과물을 이용해서 영상편집까지 진행할 수 있었다. 프로그램은 포토스케이프를 이용해서 사진을 편집해 보았고 무비메이커로 동영상을 완성하였다. 진행은 강사 1인이었지만 자원봉사자가 있었고 연구소 담당자가 영상 활동경험이 있어서 서로 도와가며 진행이 되어 크게 어려움은 없었다.
  참여자들 대부분이 전화기를 가지고 있었지만 사진을 찍거나 활용은 몇몇 참여자만 가능했던 경우라 사진을 찍고 기록으로 남기고 편집하는 과정을 재미있어 했다. 교육에 갈 때마다 “미디어교육 재미있어요” “선생님 좋아요”라는 표현을 자주 했는데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늘 받을 수 있어 항상 고마웠던 기억이 있다. 참여자들은 인형극으로 자주 공연을 다님에도 불구하고 전시관을 빌려 진행했던 사진영상발표회에서 굉장히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전시회 준비부터 철수까지 역할을 함께 했고 뿌듯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경험 셋. ‘장애청소년들이 바라본 Life 프레임’
- 구립망원청소년문화센터 상암고 특수학급

 

▲ 2017년 장애청소년들이 바라본 ‘Life 프레임’ – 상암고등학교 촬영

 


  상암고등학교는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걸어서 10분이면 갈 수 있는 곳이다. 상암고등학교 담당선생님이 몇 해 전부터 특수학급 학생들과 미디어교육을 해보고 싶다는 의사를 보이셨으나 여러 여건상 진행이 어려웠다. 그러다 2016년 구립망원청소년문화센터와 함께 미디어교육을 기획운영하게 된 것이다. 담당선생님의 기대가 큰 만큼 초반 약간의 어려움이 있었다. 학교를 벗어난 학생들은 새로운 분위기와 만만한? 선생님을 만나 왠지 흐트러져 보이기도 했다. 그런 모습이 내 입장에서는 보기가 좋았지만 담당선생님은 허용하지 않았고 반듯하게 앉아야 했고 예의를 잘 지켜야했다. 그래서 수업을 하는 내내 나또한 불편함 속에 진행이 되었다. 몇 회 차가 지나고 더 이상 안 될 것 같았고 센터 담당선생님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편한 방식으로 이끌어갔다. 담임 선생님과 미디어교육 방식 사이에서 친구들이 힘들어할까 고민이 되긴 했지만 친구들은 요령껏 분위기를 잘 맞추어 따라와 주었다. 스마트폰으로 게임만 했던 친구들이 스마트폰으로 사진도 찍어 보내주고 자랑도 하고 잘 찍었네, 못 찍었네 하며 자기들끼리 깔깔대기도 했다. 2년을 진행했던 미디어교육은 참여자들에게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를 만들어 준 것 같아 뿌듯하다. 대회에 출품한 사진이 수상을 하면서 활동에 자신감을 더 싣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자심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줄도 아는 멋진 녀석들이다.

 

▲ 2017년 상암고등학교 마지막 평가 – 미디어수업 소감

 

 

경험 넷.  ‘우리들의 맑은 이야기’

- 해밀도서관 시각장애인 그룹

 

▲ 2017년 해밀도서관 – 인생곡선 만들기 우드락 작업

 

 교육을 진행하며 고민이 많았다. 시각장애인과 소통을 해본 경험이 없는 나는 소통의 방법부터 고민이 되었다. 그러나 도서관 담당자, 교육 당사자들과의 첫 만남에서 서로에게 필요한 사항, 바라는 바를 이야기하면서 고민은 한 번에 해소되었다. 이 또한 내가 가지고 있던 선입견에서 비롯된 고민이 많았었던 것이다. 이후 교육에 좀 더 집중하게 되었고 미디어를 활용할 참여자들이 자신들의 생각을 효율적으로 표현해 내기 위한 방법으로 인생 곡선 만들기를 진행하였다. ‘시각장애인과 어떻게 인생 곡선을 만들지?’ 고민하다가 만들어 낸 것이 우드락에 선과 점자를 활용한 줄로 만드는 곡선이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봐도 당시 나의 고민을 고스란히 표현해낸 것 같아 굉장히 뿌듯하다.
  최종 결과물은 메이킹 영상과 오디오콘텐츠 제작 두 가지에 맞추어져 진행되었다. 메이킹 영상은 참여자들이 교육을 진행하며 변화해 나가는 모습을 영상으로 남기는 것이다. 참여자들은 제작된 영상의 소리만을 듣고도 어떤 상황인지 알았고 웃기도 하고 당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며 즐거워했고 수업전반에 대한 소감을 나눌 수 있었다. 참여자 한사람 한 사람의 변화해가는 모습을 생생히 담겨져 있어 보기 좋았다. 오디오콘텐츠는 참여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내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소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보자는 취지이며 그 과정에서 참여자들의 삶의 이야기, 평소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고민들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결과물은 CD에 담아 참여자들에게 추억을 선물했다.

 


경험 다섯.  ‘자유학기제 미디어교육’

-부천상록학교 중학교2학년 사진미디어교육

 

▲ 2017년 부천상록학교 – 사진미디어교육

 


  ‘배작’은 미디어교육자 교육연구모임이다. 부천시민미디어센터는 2018년 자유학기제가 장애인학교에도 전면 실시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2017년 부천지역 장애인학교를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미디어교육운영을 준비했다. 이에 ‘배작’은 부천시민미디어센터의 공모사업에 지원, 연구비를 지원받아 연구모임을 시작하게 되었다. 시중에 시판 중인 장애인미디어교육 교재를 구입해 함께 공부했고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교육 아이디어를 모아 연구했다. 지역에서 장애인미디어교육을 활발히 진행한 센터를 방문하여 노하우를 배우고 교육경험이 있는 연구자들을 찾아가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이렇게 상반기 6개월 정도를 준비하여 교육 커리큘럼이 개발되었다. 개발한 커리큘럼을 가지고 시범학교에서 교육 시연을 했다. 시연 결과를 바탕으로 커리큘럼을 수정 보완하여 최종 커리큘럼이 만들어졌다. 2학년 3개 반이 동시에 같은 커리큘럼으로 교육이 진행되었다. 각 반마다 참여자들의 특성에 따라 약간씩 다름은 있었지만 중증장애인의 미디어교육의 가능성을 확인했고 미디어교육의 정규교과 시행의 가능성도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학교도 미디어센터도 교육자들도 교육 전 우려가 많았었지만 다행히 우리의 우려는 기우였다는 것을 확인했다. 미디어는 대단한 매체다. 참여한 학생들은 물론이고 미디어교육에 경험이 없었던 교사들도 진행되었던 미디어교육의 방식을 신기해했고 결과에 놀라움을 표현했다. 올 초 자유학기제가 자유학년제로 바뀌면서 학교는 미디어교육에 더욱 관심이 높아진 것 같다. 

 


그리고,  나의 길

 

  나는 내가 교육을 통해 받은 사랑을 나누고 보답하고 싶다. 장애인미디어교육의 경우 장애인 스스로 접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고 단체나 기관도 장애인을 대상으로 미디어교육의 시도 자체를 깊이 고민하지 않는 상황이기도 하다. 미디어로 소통하는 장애인들의 행복한 모습을 아는 교육자의 입장에서는 많이 안타깝다. 그래서 나는 장애인기관이나 시설에서의 교육 의뢰는 가능하면 수용했던 것 같다. 장애인들과 미디어교육을 하며 각기 다른 장애 특성에 맞는 교수법에 대한 고민이나 매체에 대한 고민, 그리고 관계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 매 교육마다 각기 다른 고민이 필요하고 상황에 맞는 아이디어가 늘 필요하기 때문이다. 같은 사람이 없듯이 같은 교육도 있을 수 없는 것 같다.

 

  가끔 이런 말을 듣곤 한다. 준비된 커리큘럼을 보고 “이걸 장애인들과 어떻게 해요?” “비장애인 교육 커리큘럼 아니에요?”라는 질문을 받는다. 지난 경험을 바탕으로 볼 때 미디어교육을 준비하며 하는 실수가 커리큘럼에서부터 차별을 고민하는 것이다. 장애인과 함께하는 미디어교육을 쉽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편견 없이 생각하고 준비해야 진심으로 그들의 입장에서 고민할 수 있는 것 같다.
 장애인미디어교육을 고민하며 늘 한계에 부딪히는 문제가 있다. 지속성이다. 다양한 교육을 진행했고 성과도 대부분이 좋았다. 그러나 미디어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도 지속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 늘 안타깝다.

  마을미디어의 붐이 지역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소규모 공동체가 스스로의 목소리를 높여낼 수 있는 시대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장애인 당사자 스스로가 목소리를 높여 내야하고 만일 스스로 내기 어렵다면 주위에서 함께 목소리 높여주어야 할 것이다. 사회적인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나는 앞으로 한동안 강릉시영상미디어센터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될 것이다. 특히 미디어접근성이 어려운 특정계층과 다양한 미디어교육을 해보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그 대상이 누구든 다양한 계층과 미디어로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배우고, 행복을 찾을 것이다. 그러면 또 한 뼘 훌쩍 성장해 있을지 모른다. 그렇게 나는 미디어교육과 함께 성장했고 앞으로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아갈 것 같다. □

 



글쓴이  허브 (미디어교육자 허장휘)

 

허브 차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향기는 좋아한다. 마당발은 아니지만 허브의 역할을 꿈꾼다. 미디어교육 현장에서 유명인 허브가 되고 싶은 욕망을 품고 산다. 2007년 노동조합에서 처음 미디어교육을 접했다. 미디액트의 <찾아가는 미디어교육>의 수해자다. 그리고 그 매력에 취해 조합원들과 영상제작을 열심히 했었다. 당시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고 힘이 되어 주었던 경화, 지민, 혜미샘 덕분에 지금의 자리에 설 수 있었다. 교육의 수혜자에서 교육자가 된 나는 2011년부터 지금까지 미디어교육현장에서 열심히 달리고 있다. 현재는 강릉시영상미디어센터 교육팀장으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편집자 주] 시각장애인과 함께하는 미디어교육. 2016 <목소리로 쓰는 나>의 커리큘럼을 소개합니다. 자료를 공개해준 필자에게 감사드립니다.


2016 찾아가는 미디어교육 '목소리로 쓰는 나'

- 시각장애인과 함께하는 미디어교육 계획서

차시

구분

목표

세부내용

1

오리엔테이션

교육 목표를 이해한다.

오디오북 제작과 아카이빙의 개념을 이해하고 이후 활동계획을 소개한다.

- 모임규칙정하기

- 베리어프리 영화감상

:소리미디어제작의 이해 설명

*숙제: 2016 최고/최악의 순간

2

녹음하기

미디어체험

소리가 녹음되는 과정을 이해한다.

-녹음/촬영장비 만져본다.

-사연을 이야기한다.

-녹음장비에 녹음 된 내용을 듣는다.

-녹음소감을 이야기 한다.

(소리강도, 음색, 소음 등)

*숙제: 장애인식개선에 대하여

3

이제는 말할 수 있다

현장발언대

참여자가 많이 이용하는 장소, 시설, 교통, 사람 등 칭찬, 제안 이야기하기

- 문화향유, 사랑, 장애, , 사회 등

*숙제: 나의 인생일대기 생각해오기

4

인생 곡선

만들기

살아온 삶을 정리한다.

나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삶을 큰 주제로 정리하고 이야기 한다.

-굵은 실로 직접 곡선을 만든다.

-곡선을 만지며 이야기 한다.

*숙제: 인생일대기 중 한 부분

5

그때는!

삶의 한 부분,

깊이 들여다본다.

살아왔던 삶의 굵직한 부분의 좀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눠본다.

-인생 곡선의 깊고 힘들었던 이야기, 행복했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숙제: 이야기 주제 생각해오기

6

무엇을 이야기할까요?

평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참여자가 생각해 온 자유주제로 녹음한다.

7

소통하기

듣기

녹음 해 놓은 생애사, 삶의 이야기 등 참여자들과 함께 듣고 평가한다.

8

오디오북

녹음하기

대본 만들기

참여자가 스스로의 이야기를 충분히 하고 내용 정리할 수 있도록 한다.

9

오디오북

녹음하기

오디오북을 녹음한다.

녹음실에서 개별 녹음한다.

10

시사회

참여자 개별 오디오북 결과물 발표

제작된 오디오북을 소개하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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