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미디어교육 스토리텔링, '나의 미교 이야기' 9화
<ACT!>에서는 최근 교육 영역의 확장과 매체의 다양화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는 미디어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소개하고자 [미디어교육 스토리텔링- 나의 미교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영역에 걸쳐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미디어교육 교사들이 교육의 경험과 고민을 공유함으로써 미디어교육의 오늘을 파악하고, 발전적 내일을 위한 담론을 만들어가기를 기대합니다.
이번은 그 아홉 번째 순서로 경희령 선생님의 글을 소개합니다. 새 정부 아래 미디어교육지원정책이 재편되고 민간 주도의 미디어교육법제화가 추진되고 있는 지금, 열악한 노동환경과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미디어교육의 현장을 책임지고 있는 미디어교육 교사의 노동현실에 대한 이 글의 문제제기가 그 어느 때보다 의미심장하게 다가옵니다.
[ACT! 105호 나의 미교 이야기 2017.09.11]
새로운 미디어교육 현장에서 교사로서의 역할을 돌아보다
경희령(미디어교육 교사)
나의 새로운 미디어교육 현장, 정미소라디오
최근 몇 년 사이 미디어센터에서 교육의뢰가 점점 줄어들더니 올해는 전혀 일감이 없었다. 5년 전만 하더라도 나는 미디어센터를 주된 활동 공간이라고 생각해왔지만 최근에는 일 년에 하나, 혹은 두 개의 교육 프로젝트를 맡아 진행하면서 미디어교육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 글을 통해 소개할 미디어교육 현장은 미디어교육 공동체 자몽과 더불어 진행하고 있는 라디오교육 프로젝트이다. 현재 나는 이 프로젝트에서 3개의 프로그램을 맡아 각각 다른 정신장애인 단위들과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그 중 한 프로그램의 교육 기획 및 운영 사례를 통해 새롭게 교육 현장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경험한 미디어교사의 역할과 그에 대한 나의 생각을 풀어볼까 한다.
▲ 정신장애인 라디오교육 프로젝트 '정미소 라디오'
정미소라디오 : 정해진 것은 없어, 미디어로 소리쳐!
일감이 없어서 힘들었던 올 해 3월, 오랜만에 자몽에서 연락이 왔다. 가뭄의 단비와 같던 교육 의뢰 전화였다. 자몽과는 몇 년 전 마포지역의 작은도서관에서 어린이교육을 함께 진행했던 인연이 있었기에 큰 고민 없이 의뢰한 교육을 함께 하기로 하였다.
‘숨쉬는 미디어교육 자몽(自夢)’은 미디어 문화예술교육을 기획·연구·실행하는 미디어교육 공동체이다. 주 활동 공간인 서울지역에서 교육 활동을 펼치며 달팽이샘(유현정 선생님)과 개구리샘(장지훈 선생님) 두 사람이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왔다. 자몽에서는 문화예술교육을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젝트형 예산을 지원받아 미디어교육 현장을 기획·운영하고 있다.
‘정미소라디오’는 “정해진 것은 없어, 미디어로 소리쳐!”라는 뜻으로, 마포공동체라디오가 주관하고 숨쉬는 미디어교육 자몽이 협력하여 진행하는 정신장애인 라디오교육 프로젝트이다. 그동안 진행된 문화예술교육이나 미디어교육의 혜택을 받은 그룹은 신체장애인 중심이었다. 정신장애인은 장애인 문화예술교육과 미디어교육 영역 안에서도 다양한 기회로부터 소외되어 있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자몽은 몇 년 전부터 소규모로 정신장애인과 관련된 단위와 사진, 라디오를 중심으로 미디어교육을 진행하기 시작했고, 올 해에는 사업비가 확보되면서 서울시에 있는 정신장애인 관련 단위(복지센터, 정신장애인상담센터, 클럽하우스, 정신과병동 등) 50개소와 더불어 정신장애인 라디오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되었다.
정미소라디오 프로젝트의 목적은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라디오를 통해서 표현함으로써 정신장애인 인권개선에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20차시의 공통 커리큘럼으로 진행되는 라디오교육의 목표는 미디어를 활용한 문화예술교육 실시, 인권광고 및 라디오방송 제작, 정신장애인 방송동아리 형성에 있다.
정미소라디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기관은 약 40여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교사는 자몽 두 분과 더불어 10명이 넘는다. 참여 기관의 개수가 곧 진행되는 프로그램의 개수라서 전체 기획을 맡은 자몽의 기획자 한 명으로는 모든 기관의 욕구와 교사들의 의견을 절충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래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미디어교사들은 교육수행자로서의 역할과 더불어 해당 기관과 적극적으로 의사소통하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획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지금부터 내가 소개하는 사례는 참여자와의 의사소통과정이나 교육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교육 현장에서 미디어교사가 수행하는 역할과 관련된 이야기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새로운 교육 현장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미디어교사로서 경험했던 기획자, 운영자로서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이다.
관계 맺기_ 분명하고 명쾌하게 요구하고 거절하기
정미소라디오 프로젝트에서 내가 맡은 프로그램은 종로구정신장애인복지센터(이하 ‘종로센터’로 통일)에 등록된 정신장애인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었다. 자몽에서 제공한 사전 정보는 교육장의 크기와 참여자 인원수, 그리고 센터와 협의한 교육기간 등의 기본적인 프로그램 운영 정보였다. 아무리 공통 커리큘럼으로 운영한다 해도 참여자 개별 특성과 기관의 요구사항 등을 확인하지 않고 세부 교육 운영안을 작성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첫 교육을 2주 앞 둔 시점에서 보조교사 선생님과 함께 종로센터를 방문하였다. 물론 자몽에서 기관을 섭외하는 과정에서 센터 사전 방문을 진행했기 때문에 담당 복지사들은 정미소라디오 프로젝트에 대한 이해가 있는 상태였다.
가장 먼저 참여자들에 대한 정보를 확인해야했다. 센터 회원들(정신장애인 교육참여자)의 학습수준과 개별 특성에 대해 담당 사회복지사의 설명을 들었다. 센터에 오시는 분들은 병원 퇴원 후 후속관리를 위해 드나드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센터의 회원으로 등록을 하게 되면 정기적인 상담과 다양한 문화 활동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센터에서 운영하는 모든 활동 프로그램은 강제성이 없이 동아리활동처럼 회원의 자발적 참여로 진행된다. 참여자 개별 특징과 참여자들의 교육 참여 형태를 파악하고 나니 교사 입장에서는 교육의 연속성이 걱정되었다. 공통 커리큘럼에 차시별 독립성이 잘 유지되어 있기는 하나 연속성 있게 참여하는 분들이 있어야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다소 걱정스러웠다. 다행히 고정 참여자가 7명 이상으로 예상되어 우선 약간의 연속성을 고려하여 교육 세부 운영안을 정리하기로 하였다.
▲ 더 풍성한 사진 이야기를 위해 교사가 준비한 이미지카드
그러나 나는 교사 입장에서 수업이 일정 수준 이상 진행된 뒤에는 신규 참여자가 계속 참여하는 것은 무리하다고 판단하였다. 때문에 센터 측에 요구하여 교육이 30%이상 진행된 뒤에는 더 이상 신규 참여자가 교육에 합류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구하였다. 교육을 진행하는 사람 입장에서 센터의 상황과 참여자에 대한 이해가 우선해야 하지만 원활한 교육 운영과 내가 운영하는 교육의 질적 제고를 위한 절충안이 사전에 합의될 필요가 있다.
이어서 센터 담당자와 교육 운영에 필요한 역할분담을 진행했다. 회원들의 명찰 준비, 간식 제공, 교육장비 준비 등은 센터의 몫으로 두고 기타 운영과 관련된 전반적인 내용은 교사가 분담하는 것으로 하였다. 교육현장을 수없이 경험하는 교사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들일 수 있으나 미디어교육을 경험해보지 못한 단위들에서는 사전에 준비하고 점검해야할 것이 많은 미디어교육 현장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을 수도 있다. 교육이 진행되기 위해 필요한 일들을 잘 정리하고 세분화하여 분명하게 역할을 나눌 필요가 있다. 그밖에 교육 현장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부분이나 교육결과물을 공유하는 부분 또한 일방적으로 미디어교사가 센터에 자료를 제공하는 방식이 되지 않도록 조율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교육평가와 관련한 내용도 센터와 사전 협의가 꼭 필요한 부분 중 하나였다. 사회복지 관련 기관들에서는 간혹 참여자 1인당 개별 평가를 세밀하게 요구하는 기관들도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교육에서 사용하는 방식의 평가에 대한 사전 고지와 무리한 요구에 대한 차단이 필요하다.
교육 준비_ 가능한 모든 변수를 놓치지 않기
센터 방문을 통해 수집한 상세한 정보를 바탕으로 실제 진행될 교육의 세부 운영안을 작성하였다. 세부 운영안을 보조교사와 센터 담당 복지사와 이메일을 통해 공유하고 첫 수업 전에 확인해야할 다양한 사항들을 점검하였다. 준비물은 제대로 갖추어져 있는지, 워크북 개수는 확보되어 있는지, 휴강일정이 상세히 공유 되었는지, 센터에서 제공하는 기자재는 무리 없이 돌아가는지, 교육 직전까지 참여자가 잘 모집되었는지, 교육 공간에 변수는 없는지 등을 확인하는 것이다. 실제로 수업 시작 전까지 자몽 사무실에서 교육 준비물을 언제 어떻게 가져와야 할지, 워크북은 몇 개가 필요할지 등을 계속 생각했고, 교육 첫날에는 보조교사 선생님과 두 시간 정도 일찍 만나 세부 운영안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교육을 실행함에 있어 분명하게 역할을 나누는 회의를 진행했다.
첫 수업 뿐만 아니라 매 수업이 진행되기 전에는 교육 세부 운영안을 머릿속에서 계속 시뮬레이션해보았다. 이것은 나의 방식이지만, 수업 전에는 실제 수업이 진행될 때 생길 수 있는 변수를 모두 상상해보곤 한다. 이번 종로센터 수업에서도 혹시 수업 진행자로서 내가 말과 행동으로 실수할 수 있는 부분이 있나, 보조교사의 참여가 필요한 부분이 있나, 미리 준비해야 하는 자료는 무엇인가, 결석으로 인해 연속성이 결여된 참여자의 활동을 어떻게 대체 할까 등을 쉼 없이 고민했다.
물론 이러한 고민이 모든 교육 현장에서 같은 정도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또 이렇게 교육 준비와 관련된 고민이 다양한 것이 반드시 바람직하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나의 경우, 이렇게 많은 고민이 필요했던 것은 정신장애인분들과 직접 마주하고 교육을 진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고, 이 교육을 함께 꾸려가는 주체들(센터 담당자나 보조교사 선생님)이 미디어교육을 처음 경험하는 분들이라 부담이 컸던 이유도 있다. 조금이라도 경험이 많은 내가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변수에 열심히 대비해야 내가 계획한 과정이 원만하게 진행될 것이라 생각한 것이었다. 추측컨대, 미디어교사라면 누구나 내가 가지는 부담에 공감할 것이라 생각한다. 미디어교사는 각자가 경험하는 대부분의 교육 현장에서 항상 앞장서서 전체 과정을 끌어가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 교사가 참여자들에게 다양한 형식의 라디오 방송의 예시를 들려주고 있다.
교육 실행_ 느긋하고 여유 있게 즐겁게 교육하기
교육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온 신경을 쏟으며 많이 고민하고 행동해야 교육을 원만하게 이끌 수 있다면, 교육을 실행하는 과정에서는 결과물의 완성도와 참여자의 호응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고 느긋함을 탑재해야 교육을 제대로 진행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나는 미디어교사들도 공연 무대에 서는 사람들과 같다고 생각한다. 교육 진행에 대한 내 머릿속 시뮬레이션은 무대에 서기 전 연습 과정과 같고, 내가 교육을 진행하는 그 순간은 막이 오른 무대 위에서의 실전과도 같다.
종로정신장애인복지센터에서 진행했던 세 번째 수업을 떠올려본다. 바로 이전 수업에서 진행한 사진 촬영 활동 결과물을 출력하여 워크북에 붙여보고 사진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정리해보는 수업이었다. 하지만 두 번째 수업에 참여하지 않았던 참여자가 세 번째 수업에 출석했고, 참여자의 의지에 따라 출결석이 자유로운 수업 구조에서 이러한 일은 예상 가능한 변수였다. 이러한 변수에 대비하기 위해 나는 다양한 종류의 이미지카드를 출력해놓았다. 카드로 출력할 이미지를 고르는 기준은 첫 수업에 참여자들이 각자 자기 이야기를 하면서 언급된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 것이었다. 덕분에 세 번째 수업은 원활하게 진행되었고, 두 번째 수업에 출석하여 사진을 찍은 참여자들 중에서 자기가 촬영한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참여자도 이미지 카드를 활용하여 더 풍성하게 자기 이야기를 펼칠 수 있었다.
사실 미디어센터와 같이 성과를 명확하게 요구받는 기관의 교육에서는 결과물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기 어렵다. 특히 기획자와 교사의 결과물에 대한 기준이 명확히 다를 경우 교육 실행하는 과정에 대한 부담을 교사가 떠안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때로는 참여자들이 교육과정 안에 완성하지 못한 결과물을 교사가 교육시간 외의 개인 시간을 활용하여 완성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나의 경우, 참여자가 교육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도출한 모든 것을 교육결과물로 본다. 참여자가 찍은 사진 한 장, 노래 한 구절, 메모 한 장도 교육의 결과물이다. 하지만 기획자들의 경우, 미디어 콘텐츠의 완성도와 작품성을 원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기획자뿐만 아니라 수업에 참여한 기관 담당자들의 경우에도 이러한 관점에서 교육결과물을 사고하기도 한다.
이 교육에서 내가 교사로서 교육 실행 부분에 여유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교육 활동이 수행되는 과정에 대해 세밀하게 이해하고 있는 자몽에서 결과물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 프로그램의 경우 각 센터에서 만들어진 라디오 콘텐츠를 마포FM에 액세스하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한다. 그러나 콘텐츠의 내용이나 질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매우 자유롭다. 나는 교육결과물의 완성도와 관련하여 ‘참여자들이 할 수 있는 만큼만 교사가 지원 한다’라는 지점에 대해 자몽과 명확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미디어교사의 조건, 행정적 한계와 무리한 노동 환경까지 극복해라?!
종로정신장애인복지센터의 라디오교육은 지금까지 원활하기 진행되고 있다. 전체 과정 중 절반이 진행된 상태라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지만 나는 이 교육이 지금까지와 같이 원활하게 진행될 것이라 확신한다. 교육 현장은 여러 사람의 노력으로 만들어진다. 이 교육을 위해 자몽에서는 충분히 교사들과 소통하고, 센터 담당 복지사는 회원들이 라디오교육에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그리고 교육을 실천하는 보조교사 선생님과 나 또한 회원들이 쉽게 이해하고 즐거워할 수 있는 방향으로 라디오교육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 교육에 관여하는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역할을 꾸준히 수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알고 있고, 서로의 노력에 호응하고 있기 때문에 이 교육의 진행이 앞으로도 어렵지 않을 것임을 나는 확신한다.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새로운 하나의 미디어교육 프로그램이 실행되기까지 교사로서 내가 현장에서 했던 역할들은 사실 명확히 대가를 바라기 어려운 일들이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미디어교육 영역에서 오랫동안 미디어교사가 시간 외 노동을 하는 것이 교육의 질을 제고하기 위해 미디어교사가 당연히 수행해야하는 업무인 것처럼 여겨진 관행 탓이다. 또한 시간 외 노동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행정 절차상 어렵다는 구조적인 이유도 있다.
▲ “당신은 수당 없이 야근할 수 있는가?
당신은 의미가 아름답다는 이유만으로 대가가 지불되지 않는 노동을 언제나 기꺼이 할 수 있는가?”
사실 미디어교사의 노동조건은 매우 열악하다. 교육을 수행하는 시간에 대한 임금만 지불받기 때문에 기획이니 운영이니 하는 부분에 신경 쓰고 관여하는 것이 사실 미디어교사에게는 매우 부당하고 무리한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정미소라디오 사업에 참여하면서 이러한 과정들이 부당하거나 무리하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미디어교사의 업무와 관련하여 자몽과 명쾌한 사전 협의 과정이 있었고, 프로젝트 사업에서 책정된 교육비 기준보다 높은 금액의 임금을 받고 있으며, 교육이 운영되는 과정에서 기획 단위(자몽, 마포FM)와의 의사소통이 원활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교육 현장에서 이렇게 서로가 서로를 지지하며 아름답게 역할분담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실 대부분의 교육 현장에서 미디어교사들은 세부 교육 프로그램 기획과 참여자들에게 적합한 교육 방법 연구, 교수자료 개발, 기관 담당자와 기획자 사이에서의 의사소통 조율, 교육기록 및 결과물 정리, 보고서 작성 등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미디어교사가 아닌 사람들은 이렇게 물어볼 수 있다. 미디어교사가 교육을 수행하는 사람으로서 교육이 제대로 운영되도록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냐고 말이다. 하지만 그 질문에 나는 이렇게 되묻는다. 당신은 수당 없이 야근할 수 있는가? 당신은 의미가 아름답다는 이유만으로 대가가 지불되지 않는 노동을 언제나 기꺼이 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미디어교사들에게도 묻고 싶다. 미디어교사인 당신은 사전에 협의되지 않은 노동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교육 현장의 무리한 요구를 구분 없이 수용하고 있지는 않은가? 당신이 어떤 노동을 얼마나 하고 있는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미디어교육 지원법 발의를 앞두고 앞으로 미디어교육 현장이 어떤 방향으로 변화될지 걱정되는 지금, 그동안 미디어교육 영역에서 누가 어떤 방식으로 미디어교육 현장을 지켜 왔는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미디어교육 현장에서의 나의 경험을 떠올려본다. 실제로 미디어교사인 나에게 요구된 역할은 정해진 시간에 수행하는 교육 활동 보다 시간 외에 수행하는 기획과 준비, 운영, 정리 과정에서의 활동이 더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이러한 번외의 역할도 교육 수행만큼 중요하게 여겨졌다고 생각한다. 이는 미디어교사로 먹고 살기 힘들다는 개인의 투정이 아니다. 미디어교사들이 수행한 노동에 대한 대가를 제대로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그 동안 미디어교육 영역에서 활동 혹은 운동이라는 이름으로 지나치게 미디어교사의 교육 실천에만 기대어 온 것은 아닐까. 행정적인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미디어교사의 노동 현실을 모른 척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미디어교육 영역에서 교육을 수행하는 사람의 처우에 대한 문제의식 없이, 구조 개선에 대한 노력 없이 미디어교육의 어떤 미래를 그릴 수 있을까. 미디어교육 지원 정책에서 고려해야할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미디어교육 현장을 그리던 운동 차원에서 미디어활동을 이야기하기 위해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기본적인 조건이 무엇인지를 바로 지금 함께 생각해볼 때이다. □
[필자 소개] 경희령(미디어교육 교사)
2005년 미디액트에서 노인미디어교육을 시작으로 미디어교육에 발을 디뎠다. 잠시 미디어센터와 프로젝트 사업의 기획자로 활동한 이력이 있으나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가장 많은 시간을 미디어교사로 살아왔다. 2017년 현재까지 용케 미디어교사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미디어교육 활동으로 생계를 꾸려오고 있다. kaykira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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