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 104호 나의 미교 이야기 2017.07.14]

        

    [미디어교육 스토리텔링 – 나의 미교 이야기] 8화

    <ACT!>에서는 최근 교육 영역의 확장과 매체의 다양화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는 미디어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소개하고자 [미디어교육 스토리텔링- 나의 미교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영역에 걸쳐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미디어교육 교사들이 교육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미디어교육의 오늘을 파악하고 발전적 내일을 위한 담론을 만들어가기를 기대합니다. 이번은 그 여덟 번째 순서로 강릉 지역에서 진행하고 있는 고등학생 대상 학교미디어교육을 유민아 선생님이 소개합니다. 

     

    생각의 힘을 만드는 영상제작교육

    - 강릉 지역 학교미디어교육


    유민아 (미디어교육 교사)


     (사진설명) 강릉 지역 학교미디어교육 현장

     

    내가 미디어교육을 하는 이유


      처음 미디어를 접하게 된 건 고등학교 시절 단순히 편집을 하고 싶어 미디어센터를 찾아갔을 때입니다. “저기 있는 편집실은 어떻게 하면 쓸 수 있나요?”라는 질문으로 미디어센터와의 인연이 시작되었고, 그 후 영상제작수업부터 시나리오 쓰기, 영화 분석, 다큐멘터리 수업 등을 들었습니다. 수업 중 자주 만나게 된 친구들과 영화동아리를 만들었고, 그렇게 학교 밖에서 친구들을 처음 사귀게 되었습니다. 생애 첫 다큐멘터리를 보며 국가의 폭력이 우리나라에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고, 영화 한 편이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다큐멘터리 <나는 열아홉이고 싶다>를 제작하며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무조건 대학에 가야해라고 강요하는 사회의 당연한 절차에 마주하였고, 그런 강요 때문에 대학에 가고 싶지는 않았던 저는 자신이 원하는 것과 앞으로 하고 싶은 것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 속에서 힘겨운 고민을 해나갔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영상 제작이 단순히 기술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몸소 깨달았습니다.

     

      영상제작은 나라는 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게 하고, 답을 찾게 하고, 그 과정에서 더 이상 다른 사람에게 흔들리지 않는 주체적인 삶을 만들어 나갈 수 있게 하였습니다. 공부라면 피하기 바빴던 제가, 영상 속에 표현하고자 하는 것들에 대한 정보를 스스로 찾게 되었습니다. 영상은 사람들과의 대립이 싫어 고립시키려 했던 제 안의 이야기와 마주하게 하고, 다른 사람과 부딪치게 함으로써 더 많은 고민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이렇듯 영상 제작 과정 속에는 생각을 갖게 해주는 힘이 있고 저는 이 힘을 좋아합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영상제작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이 힘을 나누고 싶어 미디어 강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교육의 결과물도 좋지만 그보다 먼저 교육의 과정에 집중하자는 다짐을 하며 학교에 출강하고 있습니다.

      

      (사진설명) 강릉 지역 학교미디어교육 현장

      

    조금 센(?) 학생들과의 만남


      “그 학교 이미지가 좋은 편은 아니지...”

      “폭력적이고, 잘못된 행동만 할 거 같아. 상처받고 돌아오는 거 아니야?”

      “수업하면 학생들이 들으러 오기는 하겠지?”

     

      올해, 강릉 외곽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 수업을 들어가기 전 주변 분들이 저에게 걱정스럽게 건넸던 이야기입니다. 저도 지역 외곽에 있는 학교들에 대한 비평준화 시절의 부정적 이미지들이 아직 머리에 남아있어 수업을 하러가기 머뭇거려지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이 학교를 가야겠다고 결심했던 건, 제가 그 학교에 대해 가지고 있는 부정적 이미지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었기 때문입니다. 저의 고등학교 때를 떠올려 보면 주변 분들은 저를 영상만 찍고 학교 공부를 하지 않는다고 이상한 아이로 단정 짓기도 했고, 제가 무엇을 하는지 보다는 성적이 떨어지는 것만을 보고 인생이 잘못되어가고 있는 양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 학교의 친구들도 누군가의 편견으로 인해 잘 할 수 있는데 기회를 갖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교육 첫 날, 제가 마주한 친구들은 활동도 잘 안 하고, 말도 잘 하지 않아 마음의 벽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조금 지나며 보니, 그냥 말로 할 수 있는 것을 욕으로 한다거나 서로에게 미루면서도 자신들이 한 약속을 해나가는 것을 보며 쑥스러워서 강해 보이려 한다는 느낌이 컸습니다. 5분이 지나면 집중력이 약해지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모습을 보며 그들에게 필요한 수업은 장비 조작법, 글쓰기, 표현 방법 세 가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선, 미디어교육이 어떤 수업인지 모르고 온 친구들을 위해 초반 차시에는 촬영 장비를 가지고 가 조작법을 알려줬습니다. 직접 장비를 사용하며 조작법을 익히고 스피드 퀴즈로 재미있게 할 수 있도록 유도 하여 친구들의 흥미와 관심을 이끌어냈습니다.

     

       (사진설명) 강릉 지역 학교미디어교육 현장

     

     

    생각과 감정을 이끌어 내는 글쓰기 교육


      글쓰기 교육을 하려 다짐한 건 영상제작을 위한 기획서 작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많은 친구들이 말할 때 재미있는 거요”, “그냥요”, “아무거나라는 말밖에 하지 못해서였습니다. 감정에 대한 단순한 표현이었는데 아마 자신을 숨기기 위해 많이 사용한 말인 것 같습니다. 이러한 단순한 표현은 더 발전된 이야기를 할 수 없도록 만들었습니다. 재미있다면 어떤 것이 재미있고, 재미 말고 다른 감정이 없는지 더 공유하여 이 수업 안에서 이야기의 폭을 넓히기 위한 단계별 수업이 필요했습니다.

     

    처음엔 시간 안에 생각나는 문장과 단어들로 쉼 없이 글을 적어 내게 했고(아산나눔, 어썸 스쿨 청소년 기업가 정신 교육 히어로 스쿨 교육 프로그램) 그 과정에서 여과 없는 글을 쓸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제출된 글은 강사들만 보고 발표는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을 때 제대로 된 글을 쓰도록 했습니다.

      

     

    (사진설명)  학생 글에 대한 교사 코멘트

     학생 글의 내용에 어울리는 구절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 [쥐의 똥구멍을 꿰맨 여공]에서 찾아 답장에 써주었다.

     


     강사는 학생들이 쓴 글을 받고 개인별로 답장을 써서 돌려주었고, 이 과정에서 학생들과 친밀감과 감정을 구체화 할 수 있는 질문들을 해나갔습니다. 강사는 학생들이 자신이 쓴 이야기에 대해 더 생각해볼 수 있도록 책에서 글에 어울리는 부분을 찾아 손 글씨로 답장을 써주었습니다. 몇몇 친구들은 글을 써오지 않아 그 자리에서 해결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친구들이 생각나는 이야기들을 써왔습니다.

     

      글을 자주 쓰는 친구는 한 페이지에 그림과 같이 자신의 생각을 써왔고, 또 어떤 친구는 강사의 답장이 자신의 의견과 다르다며 글을 써왔습니다. 감정에 대한 표현 연습이 가장 많이 안 된 친구들이 서툴지만 자신의 느낌을 최대한 써온 것을 보고 한 번 더 이 과정을 진행하여 지금보다 더 글을 구체화시켜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글쓰기 교육은 나중에 기획서 작성을 할 때 한결 수월하게 자신이 제작하고 싶은 영상의 내용을 쓸 수 있게 하지만 글쓰기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아 더 진행하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사진설명)  강릉 지역 학교미디어교육 현장

     

      

    스스로 찾고 공유하는 영상표현 교육


      처음 썼던 글과 비교해 많은 이야기를 담은 기획서를 보고 강사들은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기존 구성에 없었던 영상에 대한 표현방법을 어떻게 알려줄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수업 초반, 컷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에 금방 지루해 하던 친구들을 보았기에 집중력을 높일 수 있는 장치가 필요했습니다. 고민 끝에 친구들에게 인터넷에서 좋아하는 작가를 찾고, 그 작가의 컨셉을 이용하여 각 자 학교를 표현할 수 있는 사진을 찍어보자고 이야기했습니다.

     

      각자 스스로 작품을 책임지고 준비하고, 발표하고, 그 발표를 듣고 친구들이 피드백을 주는 식이었습니다. 강사들은 친구들이 발표할 때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기위해 질문을 던졌고, 친구의 발표를 듣고 피드백을 하는 친구들에게도 덧붙일 수 있는 이야기나 감정에 대한 더 구체적인 설명을 요청했습니다. 이 과정이 강사들에게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했지만, 점차 구체적이고 비판적인 의견을 말하는 친구들을 보고 있으면 기쁘기도 했습니다.

     

      같은 형식으로 좋아하는 시를 찾아 사진을 찍고 낭독도 해보며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이야기해보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친구들의 발표도 듣고, 각자 검색해보기도 하면서, 모든 사진을 플래시 터뜨려 하는 친구, 물체의 일부분만 찍는 친구, 흑백사진을 찍는 친구 등 개개인이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넓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차시 마지막에 학생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있으니 좋은 사진은 어떤 부분이 좋다, 어떤 부분은 와 닿지 않았다를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5분만 말해도 힘들어하던 학생들이 세 시간을 또랑또랑한 눈으로 친구들의 발표를 보고, 피드백을 하기 위해 메모를 하니 놀라웠습니다. 제가 이야기했으면 한 파트밖에 설명하지 못했을 부분을 각 자 스스로 공부하여 서로 공유하다보니 더 많은 파트가 설명이 되었습니다.

      

    (사진설명)  강릉 지역 학교미디어교육 현장

     


    아직 끝나지 않은 교육, 앞으로 만들어갈 교육


      아직 교육이 진행 중입니다. 앞으로 7월까지 진행할 남은 수업은 관계에 집중하게 될 것 같습니다. 친구의 키가 작고, 얼굴이 못 생겼다고 이야기 하는 팀, 동성애를 시나리오의 마지막 재미 요소와 반전으로 글을 썼던 친구들과 이야기해 나갈 생각입니다. 어떤 대상에 잘못된 비난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면 짚고 넘어갈 것입니다. 영상 제작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과정 속에서 기술만을 우선시 했던 친구들에게 내용이 중심이 되는 제작 수업을 진행하려 합니다.

     

      교육의 종반이 다가오면서 이 학생들의 성장이 눈에 보이게 되니 학교에서 이 친구들에게 앞으로도 표현하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들을 많이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깁니다. 미디어교육이 꾸준히 오래 진행될수록 이들에게 더 많은 생각과 연습의 기회가 주어질 것입니다. 이 기회는 학교가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많이 달라질 것입니다. 지금 진행하는 교육은 교육과정 중 잦은 수업 취소가 있었습니다. (의외로 학교가 수업 취소를 자주 합니다. 심지어 당일 수업 취소도 많습니다) 장비 수업을 다 하고, 2주를 그냥 쉬게 되었을 때 친구들이 수업 내용을 기억하지 못해 앞에 진행한 교육이 무의미하게 되기도 했습니다. 친구들이 대회 준비나 학교 사정으로 수업에 안 들어오기도 하는데 대회가 끝나고 다시 돌아왔을 때 수업을 계속 들었던 친구들과의 과정을 무너뜨리기도 하고, 그 동안 해왔던 것에 대한 추가 설명으로 시간을 빼앗기기도 합니다. 친밀감 높은 관계를 만들기에도 비교적 오랜 시간이 걸렸던 이유가 여기 있었던 거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영상수업을 기술교육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하지만, 12차시의 수업 중 한 차시라도 함께 하지 못하면 수업의 흐름에 치명적인 피해를 준다는 것을 정확히 인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수업을 하도록 시간을 만들어놓았다면, 이 시간은 언제든 다른 것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니라 이 수업을 듣는 친구들이 꾸준히 발전해 나갈 수 있는 시간으로 만들어 주었으면 합니다. 덧붙여, 교육을 연결해주는 미디어센터에서도 당장의 교육만을 연결하는 것이 아닌, 지역에서 우리가 미디어라는 것을 어떻게 녹여나갈 것인지를 강사들과 함께 이야기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좀 더 큰 그림을 가지고 영상미디어를 어떻게 발전시켜나갈 것인지 논의해 나갔으면 합니다.

     

      강릉에서의 영상 교육은 여러 기관과 단체에서 진행 중이지만 한계가 존재합니다. '강릉시영상미디어센터'는 영상미디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촬영 장비와 편집 프로그램이 제대로 마련되어있지 않아 미디어교육에 제한이 있습니다. 또한, 영상교육이 많이 부족한 편입니다. 한편 영상제작과 영상교육을 하는 협동조합과 청년 단체는 프로그램 진행 비용이 없습니다. 지원 사업으로 교육을 이끌어 보려하지만 기획부터 정산까지 프로그램 외적으로 해야 할 일이 많아 지속하기가 어렵습니다. 지원 사업의 연속성 역시 보장되지 않아 큰 그림을 그려나가는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기관과 시, 협동조합 및 청년 단체가 모여 이야기 중입니다. 강릉은 미디어교육의 더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현재 발전 방향을 찾아가는 중입니다



    [필자 소개유민아



    강릉 문화예술 커뮤니티 단체 '세손가락'에서 활동하고 있다세손가락은 2013년 강릉에서 음악영상 등의 페스티발로 시작하였고 지금은 손가락집이라는 공간 안에서 각 자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지내고 있다다큐멘터리 <애송이들의 브래지어>, <나는 열아홉이고 싶다>를 연출했다.




    [편집자 주] '나의 미교 이야기에서는 기사 속 교육의 커리큘럼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위 기사 속에 강릉지역 고등학생 대상 학교미디어교육의 커리큘럼입니다. 교육 자료를 공개해준 필자에게 감사드립니다.


     날짜

    수업내용

    3/29

    _1차시

    (2시간)

    OT

    ° 서로 인사

    - 아이스브레이킹

    - 선생님 소개 / 참가자 소개

    ° 수업 소개

    ° 영화분석& 영화보기

    - 극영화 분석& 강원예고(13)

    - 다큐멘터리 재빈이(6)

    ° 마무리 글쓰기

    - 수업 소개 듣고 난 후. 영상 수업을 왜 듣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영상에 대한 나의 생각, 앞으로 배우고 싶은 것 등등

     

     

     

     

    4/5

    _2차시

    (2시간)

    촬영

    ° 카메라 조작법

    ° 컷에 대한 설명

    ° 스피드 퀴즈 (카메라 조작법 익히기)

    4/12

    _3차시

    (2시간)

    사운드

     

    ° 무선마이크&붐 사용방법

    ° 인터뷰 해보기

    ° 장비 별 사운드 비교해보기

    5/10

    _4차시

    (3시간)

    표현 방법1

     

    ° 좋아하는 작가를 찾아보고 그 작가의 표현방법을 가지고 와 자신이 생각하는 학교를 찍어본다.

    5/17

    _5차시

    (3시간)

    표현 방법2

     

    ° 좋아하는 시를 골라 시에 맞는 이미지 사진 찍어보기.

    후 사진 슬라이드쇼로 낭독회진행

    5/31

    _6차시

    (2시간)

    기획 하기(짧은 영상)

    +기획서 구체적으로 써야하는 이유 설명

    6/14

    _7차시

    (2시간)

    기획 구체화하기

    6/21

    _8차시

    (3시간)

    촬영+ 편집

    7/12

    _9차시

    (2시간)

    촬영 + 편집

    7/19

    _10차시

    (2시간)

    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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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ACT! act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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