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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27호 독립영화] cine agora - 독립영화 세상을 향해 발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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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6. 8. 17.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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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27호 / 2005년 12월 6일



cine agora - 독립영화 세상을 향해 발언하다! 


- 독립영화 국회정기상영회를 진행하며 -
 
김화범 (한국독립영화협회 배급팀장 )
 
이 글은 국회 상영회 기획과 추진 과정을 통해 얻은 결과를 두서없이 정리한 글이다. 정확한 평가는 12월 상영회를 마치고 준비단위의 간담회를 통해 종합적으로 할 계획이다. 그때쯤이면 한 해의 국회상영회를 가름할 평가가 나올 것이다. 그 평가를 바탕으로 내년 국회상영회 추진에 대한 검토가 이뤄질 예정이다.
 
독립영화 국회정기상영회를 준비하며
 
지난 9월과 10월에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두 편의 독립다큐멘터리를 상영했다. 구로구청 부정투표함 사건을 다룬 <돌 속에 갇힌 말>과 서울 YMCA의 여성참정권 문제를 다룬 <슬로브핫의 딸들>이 그것이다. 민주노동당 천영세 의원실과 함께 기획, 준비하여 진행한 국회 내 첫 정기상영회였다. 그 동안 많은 국회 상영회가 있었다. 대부분 마켓팅 차원이나 사회적인 관심도가 높은 상업영화가 대부분이었고, 소수 독립영화 몇 편이 관심이 높은 사회적 주제를 결합하여 상영되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회 상영회는 정기적인 기획행사는 아니었다. 정기적으로 독립영화를 편성하여 다양한 사회적 주제와 결합할 수 있는 상영회를 기획할 수 있다면, 비정기적이고 일회성의 상영회를 넘어서 하나의 ‘문화행사’로 자리매김하면서, 국회 내 입법 활동에 기여할 수 있도록 유도할 생각이었다. 그것은 보기보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 이유는 기존의 단순한 상영회 구조(상영회 기획 - 상영작 섭외 - 홍보 - 상영회)를 넘어서야 하는 것이었다.
 
국회에 ‘영화광장’을 만드는 것은 아직 진행 중인 사업이다
 
국회 상영회의 목적을 되돌아보면 ‘독립영화’라는 테두리 안에서 사회적 의제를 적극적으로 전달하여 국회에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시작했다. 그리고 나아가서 상업영화만이 ‘존재하는’ 혹은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는’ 영화문화에 문제를 제기하고 독립영화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제고하여 실질적으로 지원구조를 획득하고자 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이 수단적으로 활용되는 것은 아니고 정기적인 문화행사로 자리매김 하는 것이었다. 이런 취지와는 다르게 문화행사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하는 산들이 존재한다. 
국회라는 문턱 높은 공공기관에서 정기적인 문화행사 혹은 상영회를 추진할 경우는 해당 기관의 시설 담당자들이나 국회 근무자들의 문화행사에 대한 이해와 참여가 절대적이다. 하지만 독립영화에 대한 인지도나 내용을 모르고 있는 국회 내 관객들은 참여가 쉽지 않았다. 그리고 영화 내용과 관련해서 국회 밖 관객들이 참여하기에는 ‘국회’라는 건물의 접근이 쉽지 않다. 쉽게 이야기 하자면 독립영화를 상영하기 위한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지 않다. 어떻게 보면 낯선 기획인 국회상영회가 지속적으로 진행되려면 몇 가지 사전 준비들이 갖춰져 있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국회는 상영회를 진행하기엔 적합한 공간이 아니었다.

이런 단점에도 국회 안에 ‘영화 광장’을 만드는 작업은 진행 중이다. 여전히 사회적 주제에 직접적으로 다가가서 발언을 하는 매체 중에 영화가 가진 힘이 탁월하다. 영화라는 매개로 사회적 주제에 대해 광장에 나가서 발언하게 하는 것은 영화의 힘을 극대화하고, 광장에 모인 관객들에게 영화를 통해 사회적으로 발언하게 하는 작업은 그 자체로 소중한 기회이고 계기가 될 것이다. 골방에서 다운로드를 통해 소비하는 형식보다는, 단란한 데이트 코스에 들어가는 양념같은 영화 관람도 좋지만 독립영화를 관람하면서 느끼는 의미를 교환하는 작업 또한 소중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영화광장을 만드는 작업은 영화소비패턴에 일정정도 균열을 가져오고 다양한 영화의 도래를 가져오는 작은 계기가 될 것이다.
사실 국회 상영회를 통해 우리가 얻고자 했던 것들은 ‘공적 공간’에서의 독립영화 상영모델 획득이었다. 극장이 줄고 있다. 멀티플랙스 극장과 스크린 수는 늘고 있고 작은 지역의 영화관들은 소리소문없이 사라지고 있다. 이미 읍, 면 지역은 거의 영화관을 찾아볼 수 없다. 관객이 줄어들어서 수익을 남길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대로 버티기엔 힘든 상황일 것이다. 이젠 60-70년대 시대적 배경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동네 극장의 향수는 2000년대의 극장이미지는 아니다. 어두컴컴하고 화려한 조명의 멀티플랙스만이 회고될 것이다. 그렇다면 읍, 면 지역에 사는 청소년들의 영화 관람은 결국 대도시로 가야되는 상황이다. 극장은 도시의 전유물로만 기능할 것이다. 지역적인 공간에 따라서 영상문화는 더욱 불평등한 조건으로 다가갈 수밖에 없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지역에 있는 문화기반시설이나 공공 기관의 상영 시설을 활용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지역의 문화시설이나 공공 기관의 문화적 마인드는 거의 제로가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로 이런 점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활용가능한 모델의 도입과 정책지원, 배급지원이 절실하고 전문적인 인력과 지역 영상문화와 결합한 미디어교육 프로그램들이 적절히 배치되어야 가능하다.
국회를 통해 공공기관에서의 영화상영이 어떤 조건을 통해서 가능할 지 나름대로 생각하고 진행했다. 공적 공간으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내부의 조력자가 필수다. 아직까지는 어떤 공적 공간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영회를 추진하면 행정절차를 필수로 따르게 되어 있는데 그런 부분에 도움을 얻고, 내부와 함께 기획하고 준비할 주체가 있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따라서 공간 안에 같이 기획과 준비를 할 단위가 있었고(민주노동동 천영세 의원실)과 영화를 함께 선택하고 관련 인사를 초청하고 국회 내 홍보작업을 했다. 바로 그런 과정을 통해 상영회를 준비했다. 
하지만 공간에 대한 접근도는 내부의 여건이나 상황에 따른 정확한 사전 작업이 없었던 관계로 원했던 관객 수는 오지 않았다. 단순히 관객 수의 문제가 아니라, 국회라는 담장이 생각 외로 높다는 것이다. 국회의 담장을 허물고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기를 시민사회 단체에서 요구하고 있다. 이런 노력이 같이 가지 않는다면 국회상영회는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없는 좋지 않은 입지 조건이다. 하지만 상영회 내부로 보자면 원래 의도했던 바대로는 진행되었다. 그 결과가 크게 부각되지 않았을 뿐이다. 민주노동당 의원실이나 민주노동당 당직자들이 찾아와서 적극적으로 영화를 보고 의미있는 대화를 전개했고, 그 과정에서 유의미한 대화들이 오고갔다. 그리고 작지만 일반 관객들도 찾아와 적극적인 의사개진을 하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최악의 조건이지만 영화를 못 틀 상황이 아니라는 것인데, 좀 더 세밀한 기획과 장기적인 비젼을 가지고 진행해야만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해 국회상영회의 매력은 확실하다.

따라서 좀 더 분명한 기획과 사전 작업이 필요하다. 올해 12월을 끝으로 독립영화 국회정기상영회는 막을 내릴지도 모른다. 아마도 다른 형태로 진행되던지 좀 더 다른 기획으로 상영회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것은 이번 12월 상영회 마치고 정리가 될 것이다. 만약 내년의 국회상영회를 준비한다면 좀 더 구체적인 사전기획을 통해 상영회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영화와 관련되어 있는 사회적 의제들에 대한 폭넓은 공감대를 얻기 위해 토론회나 관련 입법을 준비하고 있는 국회의원들, 주제와 관련한 시민사회의 공감을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국회를 바꾸는 노력들과 동시에 진행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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