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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29호 독립영화] “2005 대한민국, 미쳐가고 있다” 프로젝트 제작기-1 혹은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 지옥에서 보낸 한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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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6. 8. 16.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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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29호 / 2006년 3월 10일

“2005 대한민국, 미쳐가고 있다” 프로젝트 제작기-1

혹은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 지옥에서 보낸 한 철?
 
강준상 ( 프로메테우스 )

농민들의 분신, 쌀비준안 통과, 합법집회에서의 폭력진압과 살인, 대한한공노조에 대한 긴급조정권, 삼성의 비자금에 대한 무혐의 처리, 황우석과 광기어린 민족주의, 지율스님의 투쟁과 천성산 개발, 주민들 내모는 새만금 개발, 평택 농민들, 홍콩의 WTO 반대투쟁, 미쳐가고 있는 한국사회를 바라보며, 동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독립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사람으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다. - 프로젝트 회의록
 
카메라로 저항하고 전복하라!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다시 뭉쳤다. 그들은 독립 다큐멘터리 감독에서 인터넷매체의 기자,  단체 소속 활동가에서 가정주부 다큐감독까지 다양하다. 이것은 2년 전에 있었던 국가보안법철폐 프로젝트, 이주노동자인터뷰프로젝트, 또 작년의 신자유주의반대프로젝트 등의 연장선에 있다.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이 현실사회 문제에 대해 직접적으로 개입해 공동작업을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하지만 다른 점들도 눈에 띈다. 첫째, 이전의 프로젝트의 경우 기획의도만 동의한 상황에서 개별 감독들이 단편을 제작하고 그 결과를 옴니버스로 묶은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 작업은 ‘한 편의 장편다큐멘터리로 완성한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둘째, 참여자들의 면면이 다양하고 참여인원이 20명이 넘는다. 이전의 프로젝트는 기획자의 의도에 따라 사람이 구성된 측면이 강한 반면, 이번의 프로젝트는 한국독립영화협회 게시판의 공지를 보고 지역에서 자발적으로 모인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총연출자인 이마리오 감독에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인 이유를 묻자 “그만큼 절실하고 필요성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한다.
 
단면들에 대한 모자이크를 통해 한국사회 전체를 조망
 
셋째, 참여인원이 많은 만큼 한 명의 연출자가 담당하는 영상의 길이가 짧다. 5분 내외의 영상들을 모아 하나의 장편 다큐멘터리를 구성할 계획이다. 따라서 총연출을 맡은 이마리오 감독은 “각 사건의 심층까지 파고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각 사건이 어떻게 연결되어있는지 모자이크, 퍼즐맞추기를 하는 작업이 될 것이고, 그것을 통해 신자유주의 세계화 속의 한국사회가 어떤 모습인지를 시야를 넓혀서 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번 프로젝트의 이와 같은 특성은 무엇보다도 대화, 토론을 통해 전체의 구성을 통일적으로 구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도 어려운 점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이마리오 감독은 “한국사회의 다양한 단면들에 대해 다양한 주체들이 흐름을 짚어내고 그것을 종합하는 작업”이 될 것이라며 “하지만 각 주체들이 자유롭게 자기 스타일대로 작업하는 것이 동시에 중요하다”며 두 가지 문제를 조율해야 한다고 말한다.
여러 개의 단편이 모인다고 해서 장편다큐멘터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나하나의 영상이 아무리 잘 만들어진 것이라 해도 한 시간 반 동안 그것들이 나열되어 있어서는 그것은 작품이라고 말할 수 없다. 따라서 총연출의 역할이 중요하고 전체 참여자들의 토론이 중요하다. 현재 대한민국이 미쳐가고 있다 프로젝트팀은 총 3회에 걸친 회의를 진행했다.
그 3회에 걸친 회의를 통해 제안된 것은 각각의 사건을 통일적으로 구성할 수 있는 담론(민주주의와 국가, 한미 FTA, 신자유주의 세계화, 한미 전략적 유연성 등)을 공유하고 그것을 각각의 연출자들의 작품 사이에 브릿지로 구성한다는 것이다.
그 구성안은 아래와 같다.
씬넘버
연출
내용
S#1 김환태 오! 미친 코리아 + 타이틀 (2002년부터 시작된 병역거부와 월드컵, 보수집회 등 국가주의와 병역거부 문제를 연관지어 빠른 템포의 화면으로 몽타주)
S#2 나루 난자, 그를 말한다 (한 나라의 언론과 윤리와 인권감수성과 온 국민의 정신적 건강과 주식시장과 수험생들이 지원하고 싶어하는 전공과 태통령의 체면과 서울대와 검찰과.... 대한민국의 모든 것)
S#3 브릿지1 남대서양 주식회사와 황우석 종목
S#4 박일헌 카지노와 중독 (우리가 미쳤다고 부르는 사람이 쓴 담벼락의 낙서와 돈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폐광촌의 모습, 미친 것은 누구인가?)
S#5 최세일 원주 경마공원 (도박천국이 되어가는 강원도, 산골 어느 마을에서는 빠찡코가 열심히 숨을 쉬지 않고 돌아가고 있다. 또 어느 한 조그마한 시골 중소도시에서는 TV에서 말들이 달리고 있고 사람들은 열광한다)
S#6 브릿지2 아파트 공화국과 땅투기 공화국
S#7 강준상 지율스님과 천성산 (천성산 개발공사에 대한 지율스님의 단식투쟁에 대해 온 나라는 죽음에 대한 화두로 시끄러웠다. 하지만 그 1년 후는?)
S#8 오종환 돈이면 다여? (새만금 연안 여성어민들의 생활을 중심으로 파괴되어가는 새만금 갯벌과 마을 공동체 그리고 세계화 개발이 불러오는 여성 어민들의 감수성에 대한 죽임)
S#9 이재수 새만금과 음악다큐 (정녕 막을 것인가? 이대로 모든 희망과 생명의 외침을 죽여버릴 것인가?)
S#10 브릿지3 민주주의란 무엇이며 국가란 어떠해야 하는가?
S#11 권우정 여성농민과 한국농업 (지역 여성농민들이 바라본 한국 농업의 문제)
S#12 미디어문화행동 APEC 반대투쟁과 WTO 반대투쟁
S#13 전경진 사학법과 교육 사유화 (학교에서의 투쟁과 사학법 개정의 필요성, 지금의 사학법 개정이 충분치는 않지만 우리 아이들의 교육과 미래를 위해)
S#14 브릿지4 한미FTA : 무역은 대테러 전쟁의 일환이다
S#15 참세상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삶 또는 2005년 비정규직 투쟁)
S#16 태준식 이른바, 공인중개사 되기 (비정규직 노동자인 막내누나가 살아가는 서울 변두리의 삶, 그리고 우리들의 삶)
S#17 기륭전자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 (반복되는 정리해고, 고용불안, 노동탄압, 끝이 보이지 않는 비정규노동자들의 투쟁)
S#18 브릿지5 신자유주의 세계화 : 기업하기 좋은 나라
S#19 이수정 평택 (대추리, 도두리 마을 주민들의 한국 정부와 그 뒤에 있는 미국 정부를 상대로 한 아직 끝나지 않은 싸움)
S#20 브릿지6 헌재의 각하결정 & 전략적 유연성
S#21 정일건 엔딩 - 평택 농민들의 모습들 (일상적인. 올해도 농사 짓자)
S#22 크레딧 만든 이들
 
공격적인 배급 고민해야
 
또한 이번 프로젝트에서 주목해야할 것은 배급이다. 최근 주류영화 진영에서는 스크린쿼터 축소 문제가 재점화되었는데, 모든 영화는 그것이 제작될 때 의미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상영되어 관객과 만날 때 의미가 생산된다. 그런 지점에서 독립영화 대안배급이라는 화두가 큰 문제로 고민되고 있는데, 배급이란 기획과 제작과정 속에 이미 고민되어야 할 부분이란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프로듀서와 배급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김희철 감독은 “그간의 독립다큐멘터리들이 지나치게 한정된 곳에서 한정된 사람들에게만 상영된 것이 문제”라고 말하며 “인터넷 상영이나 영화제도 중요하지만 극장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상영되도록 하고, 지역과 국외까지 배급해야 한다”며 공격적인 배급계획을 기획, 제작 단계에서 같이 고민해야할 문제라고 말한다.
극장배급이란 작품기획의 대중성과도 연결되어있는 부분이므로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지만 지역과 국외 배급은 이번 프로젝트의 성격과도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어서 성과가 기대된다.
 
독립다큐멘터리 제작주체들의 공동작업 활성화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각자 자신이 생활해오거나 활동해온 거점의 연장선에서 참여한다. <총을 들지 않은 사람들>과 <708호, 이등병의 편지> 등 군대문제와 평화문제를 자신의 화두로 삼아온 김환태 감독은 군대와 국가주의 문제에 대해 작업하고, <길 위에서 길을 물었다>와 <계화갯벌 여전사전1>을 통해 생명과 평화를 자신의 화두로 삼았던 오종환 감독은 새만금 문제로 참여하는 방식이다.
이번 작업은 그 결과물의 완성도도 중요하겠지만 그 작업의 과정 자체에 의미가 있다. 새만금, 평택, 비정규직 노동현장, 한미 FTA를 둘러싸고 진행 중에 있는 한국사회의 흐름 안에서 카메라를 들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함께 모였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 의미는 작지 않다.
김희철 감독은 “한 사안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사회 전체의 모습을 조망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보고, 여러 제작주체들이 이후에도 이런 작업을 함께 하면서 생각을 공유, 소통하게 되길 바란다”고 말하며 이번 프로젝트의 의의를 설명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5월에 완성될 예정이다. 제작기는 4차례에 걸쳐 연재할 계획이다. 두 번째 글에선 개별 연출자들의 인터뷰와 제작진행 과정에 대해, 세 번째에선 완성될 작품의 예고편을, 마지막 글에서는 배급과 상영에 대해서 다루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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