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 99호 이슈와 현장 2016.7.20]


    미디어로 노동하자!

    -미디어로 행동하라 in 충북 후기


    김슬기(청소년문화예술커뮤니티 세손가락, 강릉씨네마떼끄)


    <편집자 주>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미디어 활동가들의 축제라고 말해도 괜찮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미디어로 행동하라는 전국의 미디어 활동가들이 모여서 함께 교류하고 놀고 활동할 수 있는 장으로 자리 잡았다. 2014년 삼척, 2015년 밀양에 이어서 올해는 충북이다. 미디어로 노동하자! 라는 타이틀을 가진 올 해 행사는 5월 22일(일)부터 26일(목)까지 총 4박 5일의 기간동안 충북지역의 노동조합의 활동을 모습을 담고 현장을 기록했다고 한다. <ACT!>에서도 취재 기사를 싣는다. 강릉에서 활동 중인 김슬기 씨가 다채로운 사진과 함께 생생한 활동기를 전해주었다.




     더 이상 겉옷이 필요하지 않은 날씨의 5월, <미디어로 행동하라>는 다시 우리에게 찾아왔습니다. 미행 프로젝트 중 4번째인 <미디어로 행동하라 in 충북>은 5월 22일(일)부터 26일(목)까지 총 4박 5일간 진행되었으며, 주제는 충북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노조파괴 현장을 담는 것이었습니다. 함께 한 곳은 청주노인전문병원, 보쉬전장, 콘티넨탈. 유성기업, PLA 까지 총 5곳이었습니다.



     이번 미행의 슬로건 “미디어로 노동하자!” 



     4월 29일, 생활교육공동체 공룡에서 노조 활동가들과 미행 활동가가 사전간담회를 가졌다.



     첫날, 미행의 활동가들은 청주 생활교육공동체 공룡에 오후 2시쯤 모였습니다. 이번에 3번째로 미행에 참여하는 저는 새로운 분들보다 익숙한 얼굴의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아, 저 분은 삼척 때 뵜던 그 분이구나.’

    ‘저분은 밀양에서 그 영상을 만드셨었지.’


     작년 미행에서 만났거나 올해 초 미행MT에서 만난 이후로 첫 만남이지만, 어쩐지 다들 편하고 반갑게 느껴졌습니다. 물론 <미행>을 하는 내내 각자의 작업을 하느라 다들 바쁠 테지만 전체적으로 다같이 한 팀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습니다.

     활동가 각자의 자기소개와 오리엔테이션이 끝나고 이어 충북지역의 노조 파괴현장에 대한 강의가 있었습니다. 충북에 있는 노동조합들이 어떻게 싸워왔는지, 기업들은 그들에게 어떤 횡포와 억지를 부리는 지,언론과 공공기관이 어떻게 그들을 외면하는지, 듣기만 해도 기가 막힌 이야기들을 들으며 다들 바쁘게 펜으로 놀려 메모들을 하고 질의응답을 나누었습니다. 도중에는 벌써 취재할 곳을 정했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라디오를 말이야. 이런 식으로.” 정말 듣기에도 솔깃한 작업거리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긴긴 질의응답 시간과 저녁식사가 끝나고 활동가들은 라디오팀/영상팀/잡지팀으로 나뉘어 앞으로 각자의 작업공간이 될 곳에 따로 모여 작업방향에 대한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어떤 걸 만들 것인지, 내일, 그리고 전체적인 작업일정은 어떻게 할 것인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 날 잡지팀에는 따로 운전을 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노동현장에 따라 나뉘어진 영상팀 등 다른 팀의 취재시간과 맞추어 가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모이는 시각은 바로 아침 6시.

     와, 정말 시작이구나 싶으면서도 눈 앞이 깜깜해졌습니다.


     둘째 날에는 보통 사전 인터뷰 혹은 바로 촬영, 취재를 들어가는 등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됩니다. 짧은 기간 동안 작업을 끝내야 하는 <미행>의  특성상 제작팀도 물론 힘들지만 그 일정에 맞춰 취재를 응하는 쪽도 힘들 것입니다.. 그럼에도 노동조합에 계신 분들은 취재에 잘 응해 주셨고 현장에서 공룡으로 직접 데려다주시거나 하는 도움도 많이 주셨습니다. 덕분에 더 걱정없이 간담회에서 들은 이야기들에 더 나아가 직접 현장을 만나고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뭔가 그 분들에게 다가가기보다 쭈뼛대기 바빴습니다. 좀 더 서로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면 좋을텐데. 생각만 하는 중에 같이 취재를 나갔던 라디오팀의 수수님은 스스럼없이, 자연스럽게 그분들과 녹아들고 계셨습니다. 마치 어느 무림에 들어가 고수들의 내공과 기술을 보게 되는 것처럼, 미행을 하면 다른 활동가분들의 작업 방식이나 태도를 살짝 엿보게 되는 일도 있습니다.



     올해 미행 활동가들이 작업하고 모이는 공간(청주 생활교육공동체 '공룡')



     “참여자들이 살 찌우면 찌웠지 살 빠지게 하는 일은 없게 하겠다”는 각오의 멋진 요리사님 에스더 양


    “커피 마실 분 있으신가요?”


     둘째날의 저녁은 전 날과 달리 한층 긴장감이 있습니다. 미행의 요리사인 공룡의 에스더 양의 애정이 가득한 커피를 마시면서 그 날의 작업을 정리하는 녹취작업과 앞으로의 작업을 점검하는 회의들이 이루어졌습니다. 조금 피곤한 표정들과 바쁜 키보드 소리가 한층 더 공간의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었습니다.

     터질 듯한 머리를 잠시 식히고자 가끔은 다른 작업하는 활동가에게 다가가 “오늘 어땠어요?”라고 질문을 건넸습니다. 물론 각자 곧 작업을 해야 한다는 걸 알기에 수다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지만, 앞으로 작업이 이만큼 남았네,  큰일 났네 잠시 투정 부리는 건 즐겁습니다. 끝나버린 수다의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고 다시 잡지팀의 공간에 들어서는 저에게 같은 잡지팀이자 친구인 유민아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김슬기, 내일 유성기업 가는 영상팀이랑 같이 가는데.”


    네, 다음날도 우리는 6시에 출발해야 했습니다. 으아악.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오전, 유성기업을 맡은 영상팀의 차를 타고 저와 같은 잡지팀 친구 유민아는 유성기업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빨간 깃대, 빨간 글씨, 2층 컨테이너로 지어진 노동조합 사무실의 모습은 마치 그 옛날 전쟁 중에 있는 어느 성의 모습 같았습니다. 비장함과 답답합과 긴장감, 무거운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유성기업 노동조합 사무실 옆에는 검은 천막으로 임시로 만들어진 공간이 있습니다. 그 곳은주로 조합원분들이 커피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랑방 같은 공간인데 사진 촬영을 끝낸 저는 그 곳에서 유성기업 영상팀을 기다리며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같이 커피를 드시던 다른 조합원분들이 사무실 혹은 공장으로 가시고 아까 전 잡지의 사진촬영을 위해 조끼를 빌려주셨던 한 조합원분과 단 둘이 남았습니다. 한참 침묵이 흐르다가 그분이 먼저 저에게 말을 거셨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취재도 아니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건네주셨던 거라 그 순간이 기억에 많이 남았습니다.


    “차라리 나를 건드리면 모르겠는데.” 


     조합원 아저씨는 노동조합에 몸을 담게 되면서 겪었던 여러 일들을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자신의 선택으로 인해 가족이 상처를 받는 것, 그럼에도 그 선택을 응원해주는 가족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 사측의 횡포에 받은 상처. 노동조합 동료들에 대한 여러 감정들. ‘그래도 결국 버텨나가야지,’ 라는 말로 모든  감정을 마무리하곤 하셨습니다. 마치 그 말은 힘든 자신을 지탱해야 하기에 하는 주문 같았습니다.



     잡지에 사용된 김인용 조합원님의 조끼 사진


     전 날 다른 곳을 갔던 순간들도 그랬습니다. 하하호호 후원주점용 장아찌를 담그다가도 전사처럼 시청 입구에서 시위를 시작하는 청주시노인전문병원 노조원분들의 모습도, 물도 전기도 끊긴 빈 공장에서 묵으며 예전의 일하던 그리움과 계속 마주해야 하는 PLA 분들도, 아침 ~을 가지고 동료의 외면을 묵묵히 바라보는 보쉬전장 분들, 취재하면서 계속 봐온 여러가지 모습들이 더욱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습니다. 왜 이 사람들은 그런 감정들을 느껴야 하는 걸까? 왜? 그들이 노동조합 조끼를 걸치는 것을 선택함으로써 또한, 그들에게 잃어버린 것도, 안고 가야하는 것들이 너무 많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더욱 그 날의 작업이 더 길게 느껴진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라디오팀의 작업물은 <미디어로 행동하라 in> 페이스북에 업로드되어있다.


     잡지작업을 끝내고 인쇄소로 넘기고 푹 잠든 날, 저는 잠에서 깬 후, 마저 작업 중인 영상팀/라디오팀을 제외하고 설해님, 잡지팀 사람들과 함께 청주 시내에서 하는 유성기업의 한광호 열사 추모 충북촛불문화제를 갔습니다. 그 곳에는 유성기업 사람들 뿐만 아니라 그 전에 취재했을 때 뵈었던 청주시노인전문병원, 보쉬전장 등 익숙한 얼굴의 사람들이 함께 자리를 지키고 계셨습니다. 


     청주 성안길 입구에서 모두들 들고 있는 촛불을 가지고 앉아 한분한분 마이크를 들고 말하시는 걸 경청하고 있었습니다. 동시에 가게에서 울려퍼지는 최신 음악이 들리고 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였습니다. 그들이 받는 외면이 실감났습니다. 이런 생각에 지나가는 사람들은 몇몇 괜히 서운하다는 감정이 들 쯤 그들에게서 분명 어딘가 내 모습이 겹쳐 보였습니다. 내가 공감할 수 없는 상황과 당장 마주한 일들에 급급한 채 발걸음을 홀랑 옮겨버린 적은 많았으니까요. 


     미디어로 행동하라의 첫 날, 강의로 보여주신 노조파괴현장 영상을 보고 저는 마음이 답답해졌습니다. 나라도 언론도 도와주긴 커녕 한껏 막아선 듯한 이 상황에서 노동조합 사람들 혹은 저나 제 주변 사람들이 불합리함을 외면하지 않고 부딪힌다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 같아서,  너무 막막하게 느껴졌습니다. 그 생각을 수수님께 말씀드렸더니 수수님은 이렇게 얘기해주셨습니다.


     그 부딪히고 실패하는 순간들이 있더라도 결국 끝나고 그 순간은 다른 식으로 그들에게 남으면 되는 일이라고. 이 순간 이후로도 사람은 계속 살아야 한다고. 그래서 미행은 더더욱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에게 힘든 순간으로만 기억 남지 않게 하기 위해선 ‘정말 이건 남의 일이 아닙니다’ 라고 알리고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려고 노력하는 건 중요한 거 같습니다. 실제로 저에게도 미행을 참가하는 것은 다큐멘터리 속 장면을 벗어나 그들의 아픔을 좀 더 내 안으로 갖고 들어와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문득 미행 활동이 끝나가던 즈음이 생각납니다. 잡지일이 ‘다음에는 어디로 가게 될까?’

    ‘아니 이 사람들! 그렇게 전자파를 쐬고 작업 때문에 골머리 앓던 사람들이 또 다시 다음을 이야기하다니!’


     하지만 미디어로 행동하라가 ‘다음’을 떠올리기 즐거운 활동이라는 건 사실입니다. 다음에는 어떤 사람들과 미행을 하게 될까요? 우리는 어떤, 외면하고 몰랐을 사람들, 일들을 만나게 될 까요? 또 그 속에서 우린 어떤 마음을 얻어가게 될까요? 무엇이든 다음에도 많은 사람들과 함께 즐겁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 5월 26일 (목) 문화공간 예술나눔에서 <미디어로 행동하라 in 충북 시사회&청음회>가 열렸다.



    [필자소개] 김슬기

    강릉에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이것저것 일 벌이고 있는 사람.

    강릉 청소년 문화예술커뮤니티 <세손가락>과 강릉씨네마떼끄에서 활동 중.

    영화 제작과 청소년 무대만들기 활동과 상영회 등의 일을 하고 있다.

    언젠가 네덜란드에서 1년 이상 살고 싶다는 소망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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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ACT! actedi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