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ACT! 98호 인터내셔널] 아시아 다큐멘터리의 새로운 미래 -우리는 어떻게 연대할 것인가

전체 기사보기/미디어인터내셔널

by acteditor 2016. 5. 12. 18:07

본문

[ACT! 98호 인터내셔널 2016.5.19]


아시아 다큐멘터리의 새로운 미래

-우리는 어떻게 연대할 것인가


정수은(다큐멘터리 감독)


  

 인디다큐페스티발 2016에서는 올해 오픈토크의 주제를 ‘아시아 다큐멘터리의 새로운 미래’로 정하고, 아시아의 젊은 작가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을 통해 우리가 공동으로 직면한 현실에 대해 들여다보고자 했다. 3월 27일 공중캠프에서 진행된 오픈토크는 허은광 인천문화재단 기획경영본부장의 사회로 진행되었으며 패널로는 <스네이크 스킨(Snakeskin)>의 다니엘 휘 감독과 <빼앗긴 거리(Road Not Taken)>의 공동 연출인 노라 람, 사유엘 웡 감독이 참석했다. 

 <스네이크 스킨(Snakeskin)>을 연출한 다니엘 휘 감독은 싱가포르에서 작업을 하고 있으며, 캘리포니아 종합예술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했다. 이번 인디다큐페스티발 2016의 아시아의 초점 섹션에 초청된 <스네이크 스킨>은 1950년대 싱가포르의 정치적 상황을 담고 있다. 현재 싱가포르와는 다른 과거의 상황을 보여줌으로써 싱가포르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했다고 감독은 전했다. <빼앗긴 거리(Road Not Taken)>의 두 연출자인 사무엘 감독과 노라 람 감독은 홍콩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대학생들이다. 2014년에 홍콩에서 일어난 우산 혁명을 다루고 있는 <빼앗긴 거리>에서는 혁명에 참여했던 두 명의 학생들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젊은 세대가 주도했던 혁명을 통해 진정한 민주주의가 어떻게 가능하고, 홍콩의 사회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자 했던 영화이다. 



▲<빼앗긴 거리(Road Not Taken)>

                                                      

▲<스네이크 스킨(Snakeskin)>


지금 우리는


 현재 아시아의 다큐멘터리 제작 상황은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갈수록 개인의 자유와 민주주의의 가치가 훼손되어 가는 국가의 정치적 상황과 자본주의, 그로 인해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는 정치적 검열과 제작자의 자기 검열은 아시아의 작업자들이 함께 마주하고 있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특히 이번 오픈토크에 참여한 싱가포르와 홍콩, 한국은 현재 매우 유사한 정치적 배경을 갖고 있었다. 싱가포르의 경우 장기간에 걸친 리콴유 시대를 거쳐 그의 아들인 리센룽이 총리를 이어 받으며 장기 집권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런 정치적 상황 때문에 싱가포르에서는 언론이나 예술적 표현의 자유가 극히 제약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홍콩 또한 중국 본토로의 반환이 이루어진 뒤, 기존의 기본적 이념이었던 일국양제의 체제에서 벗어나 중국이 홍콩의 정치에 직간접적으로 간섭하는 경향이 생겨났다. 이에 2014년,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며 홍콩에서는 우산혁명이 일어났다. 


▲<우산혁명 당시 사진1>


▲<우산혁명 당시 사진2>


 우산혁명은 대학생들이 주도해서 이루어진 혁명으로 그동안 정치에 무관심했던 젊은 세대들이 정치의 전면에 나섰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한국 또한 얼마 전 2016년 3월 2일 테러방지법이 통과 되면서 테러위험 인물로 분류될 경우 개인의 정보와 위치 정보를 국가에서 추적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심각한 개인의 자유와 인권 침해의 우려를 낳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정치적인 상황들을 배경으로 아시아의 각국에서 만들어지는 다큐멘터리가 검열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 또한 우리가 마주한 현실이다. 다니엘 휘 감독은 싱가포르에서의 영화에 대한 검열은 매우 좋지 않은 상황이며 해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이러한 국가 차원의 검열은 제작과 펀딩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영화 자체를 제작하는 제작자들의 자기검열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우려했다.



“자본주의 자체야 말로 검열의 최고형태다.”


 아시아 각 국의 정치적 상황과 자본주의는 서로 맞물려 다큐멘터리 제작 현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치적 검열은 공적 기금에 영향을 미치고, 이와 더불어 자본주의는 주류적 영화 산업과 펀딩 시스템에 영향을 미친다. 오픈 토크에 참석했던 오정훈 인디다큐페스티발 집행위원장은 이러한 현 상황에 대해 세 가지의 원인을 들어 이야기 하였다. 첫 번째는 상업영화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미디어 산업으로 인해 영화 자체를 상영할 수 있는 영화 환경의 한계를 이야기 하였고, 두 번째로는 정부 자체가 제도적 압박을 통해 정치적 검열을 함으로써 공적 지원금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을 들었으며 마지막으로 자본주의가 영화의 목적 자체를 잃게 함으로써 관객이 선호하는 영화만을 만들게 되는 구조에 대해 지적하였다. 

 영화제의 독립성과 자율성 보장을 요구하며 부산국제영화제(BIFF) 지지 선언을 한 독립 영화감독들이 최근에 있었던 영화진흥위원회의 ‘2016년도 2분기 장편독립영화 후반 작업 기술지원 사업’에서 모두 탈락하면서 공적 지원금을 이용한 정치적 검열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독립영화전용관에 대한 국가적 정책과 지원이 변경되면서 인디스페이스 등 독립영화전용관의 운영이 불확실해지고 있다. 현재의 이러한 상황들은 현실 정치에 저항하는 독립 영화에 가해지는 정치적 검열과 상업영화와 주류영화의 흐름만을 쫓는 자본주의가 맞물려 발생시키고 있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제작 환경은 결국 제작자들의 제작 상황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사무엘 웡 감독은 홍콩에서 또한 주류 상업영화산업이 매우 강력하여 인디영화는 극장에서 상영되지 못하고 주로 대학 캠퍼스에서만 상영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이야기 했다. <빼앗긴 거리> 또한 스쿨투어라고 하여 캠퍼스 투어를 계획 중에 있다. 다니엘 휘 감독은 싱가포르의 펀딩이 대부분 정부 주도하의 지원으로 나오기 때문에 주제에 대한 검열이나 제약이 클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이야기 했다. 



멀고도 가까운 


 <스네이크 스킨>과 <빼앗긴 거리> 두 영화는 서로 비슷한 듯 다른 영화였다. 전형적인 액티비즘 영화에 가까운 <빼앗긴 거리>와 달리 <스네이크 스킨>은 메타포를 많이 쓰는 은유적이고 시적인 형식의 영화였다. 이러한 표현 방식에 대해 다니엘 휘 감독은 싱가포르의 정치적 상황이 지금보다 났다면 다른 형식을 취했을 것이라고 이야기 하며, 지금의 영화적 형식은 은유적으로 정부를 비판하고 위함이라고 이야기를 전했다. 영화적 표현 방식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 영화가 던지는 아시아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메시지는 비슷해 보인다. 영화를 제작하는 제작자들 뿐 아니라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까지도 자기 검열을 할 수 밖에 없는 현재의 불안정한 현실은 아시아 작업자들의 공통된 고민일 것이다. 이러한 시대에 아시아의 작업자들이 함께 하고 연대한다는 것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보인다. 노라 람 감독은 대만에서 열렸던 도시영화제에 참석했던 경험을 나누며 대만, 한국을 오가며 아시아 국가들만의 공통적인 문제가 있다고 느꼈다고 이야기했다. 권위적인 정부로 인해 비슷한 사회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 같으며, 영화가 정치적 이슈를 다루고 있고 아직 진행 중인 사안이기도하기 때문에 아시아 작업자들간의 교류와 연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다니엘 휘 감독 또한 비슷한 사람들과 국가의 상황을 보면서 많은 의미를 찾아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픈 토크를 마치며 두 작품의 감독들은 향후 영화 작업 계획에 대해 밝혔다. <빼앗긴 거리>의 사무엘 휘 감독은 아시아와 유럽, 미국 뿐 만 아니라 홍콩 국내에서의 상영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히며 올해 9월 우산혁명주도 세대가 참여한 선거와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만들 예정이라고 전했다. 다니엘 휘 감독 또한 2015년의 싱가포르의 선거 결과를 이야기 하며, 정치적 견해가 같은 이들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영화를 보여주며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상영 공간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다니엘 휘 감독은 다음 작업으로 싱가포르의 국민들과 국가의 ‘광기’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는 작업을 준비 중이다.

 아시아의 젊은 다큐멘터리 작가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는 멀고도 가까운 거리에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각 국의 역사와 문화는 다를 수 있지만, 현재 처해 있는 정치적 상황과 세계적 흐름 속에서 우리는 비슷한 고민들을 하며 작업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큰 흐름의 연대를 바로 시작할 수는 없겠지만 서로의 작업 속에 녹아 있는 이야기와 고민의 결들을 알아가며, 함께 이야기 하고 고민하는 것으로부터 우리의 연대는 시작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것이야말로 가장 현실 가능하게 우리가 꿈꿀 수 있는 새로운 아시아 다큐멘터리의 미래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


[필자소개]

정수은

글을 쓰고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