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 94호 미디어인터내셔널 2015.8.20]
항공촬영 에피소드2 : 드론의 습격
주일(청부기고업자)
그림1. 유튜브 ‘drone’ 검색 결과
1 지금 당장 유튜브 검색창에 드론(drone)을 입력해보자. 6월 18일자로 3,750,000개의 관련 영상이 나온다. 이중 일부는 군용 무인정찰기 영상이지만 대부분은 최근에 각광받고 있는 쿼드콥터 형식의 무인항공기가 촬영한 영상이다. 굳이 해외까지 갈 필요도 없다. tvN의 ’꽃보다’ 시리즈나 MBC ’무한도전’과 같은 한국 예능 프로그램만 보더라도 드론을 이용한 촬영이 부쩍 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예전에도 엄연히 존재하던 항공촬영과 무엇이 다르길래 1, 2년 사이에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일까.
2 드론의 장점을 꼽으라면 무엇보다 저비용을 들 수 있다. 과거 비행기나 헬리콥터를 이용한 항공촬영이 수백만원 이상의 비용이 들고 수많은 제약 속에서 일부의 촬영팀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다면, 드론을 이용한 항공촬영은 수십 만원 수준에서 ‘드론’ 자체를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시도할 수 있는 ‘열린’ 촬영도구로 여겨도 무방하다.
처음에는 캠코더, DSLR, 고프로 같은 전용카메라를 부착하고 날아야 했기 때문에 드론 조종과 카메라 조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느라 2인 이상의 인력이 붙어야 했는데, 최근에는 전문가용 카메라에 못지 않은 성능을 지닌 카메라를 탑재했으면서 조작도 간편한 저가 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에 소규모 제작팀, 심지어는 1인 제작 시스템에서도 충분히 항공촬영을 시도해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림2. 항공촬영비용에 비하면 엄청나게 저렴한 가격으로 드론을 소유할 수 있다.
그림3. 최신 제품 [고스트 드론]의 장점은 항공기 조종에 자신이 없는 사람이라도
스마트폰 조종앱의 지도 위로 드론이 움직일 경로만 지정해주면
근사한 영상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출처: https://www.indiegogo.com/projects/ghost-drone-aerial-filming-has-never-been-easier#/story
3 유튜브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듯 드론은 때와 장소와 목적을 가리지 않고 여기저기서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새처럼 자유로운 시선으로 하늘에서 내려다 보기 위해 쓰기도 하고, 기존에는 시도할 수 없었던 엄청난 롱테이크를 위해서 사용하기도 하고(‘삼시세끼’ 영상 참고), 셀카(selfies)와 드론을 합친 드로니(Dronies)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아무 이유 없이 유행이니까 남발하기도 한다. 하지만 드론의 장점은 소규모 제작과 빠른 보도에서 비로소 빛을 발한다.
두 개의 영상이 있다. 하나는 네팔의 풍경을 아름답게 기록한 영상(https://youtu.be/vaG-LcKQ_xI)이고, 다른 하나는 2015년 4월 25일에 발생한 네팔 지진 이후의 폐허를 담은 영상(https://youtu.be/01aJcpVOdwQ)이다. 첫번째 영상은 일반적인 항공촬영으로 명절에 하늘에서 귀성길 고속도로 풍경과 성묘객들의 모습을 보여주듯 지상과 멀찌감치 거리를 둔 채 날아다닌다. 하지만 두번째 영상은 마치 희생자의 유령이 부유하듯 건물과 건물, 폐허와 잔해 사이를 천천히 날아다닌다. 기존의 헬리콥터를 이용한 항공촬영이나 지상을 발을 딛고 찍는 촬영자는 절대 담지 못할 그림을 포착한 것이다.
또 두 개의 영상이 있다. 태국 시위 모습을 담은 영상(https://youtu.be/c_63LqLIyds)과 터키 시위 모습을 담은 영상(https://vimeo.com/68229603)이다. 시내에서 벌어지는 집회나 시위의 전체적인 모습은 동영상으로 감상하기가 힘들다. 언론사의 취재는 보통 땅에서 이뤄지거나 조망하기 좋은 건물에서 뻔한 앵글로만 내려다 찍기 때문에 두 세력의 대치 같은 역동적인 상황을 한눈에 파악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드론이 출동한다면 어떨까. 두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단조로운 언론사들의 사진과 동영상보다 훨씬 생생한 느낌을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요즘 나오는 드론은 여행용 가방에 쏙 들어갈 정도의 크기라서 시위현장이든 재난현장이든 인적 끊긴 오지든 마음만 먹으면 바로 달려 가서 촬영할 수 있으니 어쩌면 신속하게 진실을 알리길 원하는 독립제작자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축복이리라. 물론 촬영을 방해하는 지상의 시도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다는 장점도….
만약 세월호 사고현장에서 이 영상(https://youtu.be/ESYr2y-WOeE)에서처럼 드론을 이용한 현장 조사가 선행되었다면 어땠을까. 창문을 통해 승객들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접근할 수 있는 경로를 찾는 데에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아니면, 시청률에 목을 매는 방송사들이라도 바다 속으로 가라 앉는 거대한 쇳덩어리가 아닌 울부짖는 승객들의 표정을 전국의 시청자들에게 중계해줬다면 적어도 지금과는 다른 결과를 얻지 않았을까.
4 지금의 분위기를 봐서는 드론의 앞날에는 그린라이트가 켜져 있을 것 같지만, 대답은 아니오다. 미국 백악관과 충돌한 드론(https://youtu.be/z2tZLBZ1QJE)이나 일본 총리관저에 추락한 드론(https://youtu.be/wuJdmYr-QKQ) 사건처럼 테러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위험성을 갖고 있으며, 결혼 사진 촬영 중에 드론이 신랑에게 ‘달려 든’ 사고(https://youtu.be/C-0MA6QNj6g)나 도심에서 추락한 수많은 사례들처럼 의도는 없더라도 실수로 인명이나 재산에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소지가 있기 때문에 드론의 천국인 미국에서조차 비행 제한과 관련된 규정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드론을 제조할 때부터 중앙처리장치(CPU)에 비행과 접근이 불가능한 영역의 GPS 좌표를 의무적으로 삽입하여 실수로라도 특정 장소에는 다가갈 수 없게 막고 있으니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자유로운’ 비행이 불가능하다고 봐야 하겠다.
육지와 바다를 넘어 하늘도 이념 대결의 무대인 분단국가 대한민국의 경우에는 어떨까. 청와대와 군부대, 공항 같은 군사적 요충지 위로는 당연히 날 수 없겠지만, 그 이외의 지역에서도 비행은 철저히 제한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특수한 상황 때문이라는 것은 이해하지만 서울 도심의 모습을 방송국이나 영화팀 이외에는 자유롭게 찍을 수 없다는 사실은 애초부터 드론이 활약할 틈을 조금도 열어 두지 않고 있다고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그림4. 5월부터 서울 시내에 붙기 시작한 안내문. 시민들이 승인 받은 비행인지 아닌지 알 방법은?
5 지금으로선, 한때 스테디캠이 달리의 자리를 잠식한 것처럼 드론이 스테디캠과 지미집의 영역에 발을 들이는 것 정도로 만족해야 할 것이다. 아니면 상대적으로 규제가 약한 지방으로 내려가서 촬영을 하면 될 것이다. 갖가지 장비를 설치하느라 몇 시간씩 들이지 않고도, 또 제작비의 많은 부분을 항공촬영에 쏟아 붓지 않고도 근사한 영상을 빠르게 담아낼 수 있다는 장점만으로도 저예산 제작자들에겐 축복 아닌가. 조금만 기다려 보자. 비용절감이라는 절대 가치를 추구하는 자본주의 하에서 관련 산업이 커나갈수록 규제는 줄어들기 마련이니까.
어찌되었건 영상제작자를 향한 드론의 습격은 시작되었다. □
전기로 돌아가는 것을 좋아하고 라면을 좋아하는 혼자 사는 남자
* 참고자료
-드론이 있어서 가능한 촬영의 좋은 사례. ’삼시세끼’ 중 한 에피소드(2015년 1월 23일 방영분) 13:00부터.
http://www.dailymotion.com/video/x2fe77f_%EC%82%BC%EC%8B%9C%EC%84%B8%EB
%81%BC-%EC%96%B4%EC%B4%8C%ED%8E%B8-e01-150123-hdtv-h264-720p_tv&start=781
-동영상 사이트 VIMEO의 드론 촬영 소개 페이지
https://vimeo.com/videoschool/lesson/541/all-about-drones-n-dronies
-쿼드콥터 전문업체의 드론 비행 안전수칙(영문)
http://www.quadrocopter.com/Safety_ep_59-1.html
-국토교통부 비행 제한 규정
http://www.molit.go.kr/USR/policyTarget/m_24066/dtl.jsp?idx=584
-드론을 이용한 항공 촬영 사례 기사
http://www.huffingtonpost.kr/2014/08/05/story_n_5653114.html?&ncid=tweetlnkushpmg00000067
-독특한 제품 Sprite에 대한 정보
[ACT! 98호 인터내셔널] 아시아 다큐멘터리의 새로운 미래 -우리는 어떻게 연대할 것인가 (0) | 2016.05.12 |
---|---|
[ACT! 95호 미디어인터내셔널] 힘겹지만 과감하게, 태국 공동체 미디어의 고단한 진전 (0) | 2015.10.27 |
[ACT! 93호 미디어인터내셔널] 영국에서 공동체 미디어 하는 법 (0) | 2015.05.13 |
[ACT! 92호 미디어인터내셔널] 영국 지역공동체 TV 장려 정책과 성공적 사례들 (0) | 2015.01.29 |
[ACT! 91호 미디어인터내셔널] 그들이 책임을 인정할 때까지, 우리는 거부한다 (0) | 2014.11.14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