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 108호 길라잡이 2018.03.14.] 

     
    침묵의 나선을 깨는 당신의 말하기


    이수미(ACT! 편집위원)

     


      2016년 5월 강남의 한 노래방 화장실에서 여성이 살해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다음 날 지하철 강남역 10번 출구에는 피해자를 추모하는 내용의 포스트잇이 붙기 시작한다. “나는 우연히 살아남았다”라는 말로 상징되는 여성혐오에 대한 고발은 이후 SNS 상에서 ‘#OO_내_성폭력’ 해시태그 운동으로 번지며 성폭력 피해자들의 말하기로 이어진다. 어쩌면 흔한 여성 대상 범죄로 묻혔을 이 일을 ‘여성혐오’의 의제로 확대시킨 것은 의외로 작은 목소리였다. 마치 연약한 나비의 날갯짓과도 같은 팔랑이는 포스트잇 한 장.

     

     

     

      그리고 2018년 오늘, 우리는 ‘미투(Me Too)’ 운동의 복판에 서 있다. 지난 1월 서지현 검사의 검찰 내 성폭력 폭로는 각계의 유명 인사들에 의해 자행된 성폭력 고발로 이어지며 가부장적 폭력 사회의 민낯을 여실히 들추어내고 있다. ‘#미투(Me Too)’, “나도 고발한다”는 용기 있는 말하기는 ‘#위드유(With You)’,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연대의 화답으로 돌아오고 있다. 나비의 날갯짓이 작은 바람을 만나 더 큰 바람이 되고 있는 것이다.

     

      커뮤니케이션 학자이자 정치학자인 노엘레-노이만(E. Noelle-Neumann)은 ‘침묵의 나선 이론’을 통해 여론 형성 과정을 설명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이 다수와 같으면 적극적으로 나서 목소리를 내지만 소수 쪽일 때는 침묵하거나 다수 쪽으로 의견을 바꾼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대중매체가 지배적인 것으로 표현하는 의견은 점점 더 커지고 그에 따라 소수의 의견은 더욱 더 작아져 여론이 한 쪽으로 쏠리는 나선 모양을 띠게 된다. 주류로부터 고립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심리와 강자 쪽에 속하고자 하는 욕망이 매스미디어와 만나 침묵의 회오리를 일으키는 것이다.

     

      그러나 용감한 말하기는 때로 침묵의 나선을 깨뜨린다. 포스트잇 한 장에 깃든 실바람이 작은 바람을 만나 더 강한 바람이 되고 이윽고 '미투(Me Too)'의 태풍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제 성폭력에 침묵하는 사회구조를 해체하기 위해 또 하나의 용감한 말하기가 더해져야 한다. 일상에 고착된 성희롱을 방관한 당신, 성폭력이라는 극단적 혐오와 인권유린을 외면한 당신, 강자에게 편승하여 스스로를 침묵의 나선 속에 가둬버린 당신. 방관자인 당신이 말할 때이다. #Me First!


      함께 외치자, #Time’s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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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론의 왜곡된 소용돌이를 깨는 작지만 단단한 말하기가 이번 호 ACT!에도 다양하다.  



      여론의 왜곡된 소용돌이를 깨는 작지만 단단한 말하기가 이번 호 ACT!에도 다양하다.   


      먼저, [이슈와 현장]. 블랙리스트 관련 문화행정 혁신방안에 대한 글과 시민의 목소리로 올림픽을 전하는 ‘시민프레스센터’의 발족 소식, 그리고 ‘미디어교육자협회’의 창립 소식을 전한다. ‘까칠남녀’ 성소수자 특집 논란을 통해 본 성소수자에 대한 미디어의 태도, 그리고 2018년 미디어정책 과제도 미리 살펴보았다.


      [미디어 인터내셔널]에서는 일본 공동체라디오 운동과 해외 다큐멘터리 활용 교육을 소개한다. 이번 호 [리뷰]에선 책 『그건 혐오에요』, 다큐멘터리 <공동정범>을 다룬다. [페미니즘 미디어 탐방]은 퀴어페미니스트 책방 ‘꼴’을 찾아갔다. [나의 미교 이야기] 11번째 순서로 미디어교육자 허장휘 선생님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작지만 큰 영화관]은 이름도 독특한 신림동의 ‘자체휴강시네마’의 이야기. 재미와 정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학습소설]의 이번 호 제목은 ‘인플루언서에게 영향을 끼치는 법’이다. 편집위원들의 에세이 [Me, Dear], 이번엔 편집위원 우야의 글이다. ACT!에 대한 10문 10답 [Re:Act!]도 놓치지 말자. 봄이 시작되는 3월, 작지만 큰 목소리, ACT!로 초대한다! □


     

     

    Posted by ACT! actedi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