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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107호 길라잡이] 미래는 스스로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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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7. 11. 6.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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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107호 길라잡이 2017.11.22.]


미래는 스스로 오지 않는다. 


김주현 (ACT! 편집위원)

 

 


 ▲ 미디어 개혁을 요구하는 아르헨티나 방송민주연합(CRD) 시위

 Media reform protesters in Buenos Aires.
(Photo by Beatrice Murch and available on Flickr. 
Licensed via Creative Commons - CC BY 2.0)

 지난 10월 31일 청주 ‘생활교육공동체 공룡’이 진행한 체인지 온 컨퍼런스에 다녀왔다. 다른 발표들도 재밌었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아르헨티나의 공동체 33프로 전략을 다룬 기조 발표였다. 미디어 주파수를 3분할하고 그 중에 하나를 공동체미디어에 할당하고 지원하는 33프로 전략은 이미 이전 호 ACT!에서도 소개된 바가 있다(민중에게 33퍼센트를!(개미, 2004.3, ACT! 88호). 당시에는 어떻게 이렇게 갑자기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었을까 신기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그런데 이날 발표에서 흥미로웠던 것은 이러한 변화가 하루아침에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2004년 아르헨티나에 좌파 정권이 들어선 이후 미디어활동가들은 단계별로 시기를 나눠서 공동체 미디어의 혁신을 위해서 10년 동안 준비했다고 한다. 각종 시민단체를 조직하고, 공동체 미디어 의제를 설립하고 이를 사회적으로 확산하기 위해 토론과 각종 포럼, 대중집회를 병행한다. 2008년부터는 법을 상정하고 통과하기 위해서 각계에서 노력을 한다. 그 기간이 약 10년이었다. 10년이라니. 그 전까지 허가된 공동체 방송이 하나도 없던 곳에서 다소 갑작스럽게 보였던 ‘33퍼센트 전략’이 이제서야 이해가 됐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아르헨티나의 변화를 통해서 한국의 상황을 돌아본다. 주파수를 거대 방송사와 통신사 자본이 꽉 잡고 있는 곳. 10년도 넘게 공동체 라디오에 할당된 주파수가 1와트로 변함이 없는 곳(1와트는 빌딩이 많은 서울지역에서 한 자치구도 전파하기 힘들다고 한다). 정권이 교체되고 여러 분야에서 적폐 청산 그리고 변화의 에너지가 끓고 있지만 공동체라디오 부분에 대한 변화는 아직은 본격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100대 과제 중에서는 미디어생태계의 선순환을 테제로 공동체라디오 활성화 과제도 들어 가있다. 공영방송 정상화 등 미디어 생태계의 발전을 위해서 다양한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 각 지역의 공동체라디오는 지난 10여년 동안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여러 활동가들의 헌신과 열정으로 그 가치를 지켜왔다. 이즈음하면 한국의 공동체 라디오도 아르헨티나 못지않은 변화가 있어야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당연히도 그러한 미래가 스스로 오지 않는다. 개혁에 대한 열망이 곳곳에서 들끓고는 있지만, 거대 야당에게 언제 발목이 잡힐 지도 모른다. 또한 산적해있는 여러 과제들 중에서 공동체 미디어 부분은 언제 뒤로 밀릴지도 모른다. 따라서 아르헨티나에서의 사례를 교훈삼아서 우리의 미래를 스스로 앞당기려는 노력을 그치지 않아야 한다. 이번 호 ACT! 역시 그러한 마음으로 알차게 준비했다.


 [이슈와 현장]에는 취재 글 두 편과 기고 두 편을 실었다.  취재 글 중 첫 번째는 이번 호 길라잡이 제목을 따온 체인지 온 컨퍼런스 @공룡 소식이다. 위에서 기조 발제에 대한 소개를 하기는 했지만, 다른 한국의 사례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았다. 공동체 미디어 영역에서 오래 활동해오며 여러 고민이 담긴 글을 보면서 발표내용을 다시 돌아보면 좋을 것 같다.

 두 번째 글은 지난 9월 23일에 진행된 미디액트 15주년 행사를 담았다. 행사는 크게 2부로 진행되었는데 1부는 독립, 대안 미디어의 혁신적인 해외사례를 소개하는 미디액트 활동가들의 발표였다. 2부는 마을미디어의 발전 방향 모색을 위한 각 지역 활동가들의 토론회로 진행됐다. 대안미디어와 마을미디어라는 구성에 걸맞게 두 가지 영역을 넘나들며 활동을 하고 있는 독립다큐멘터리 감독이자 구로FM에서 활동하고 있는 최종호 씨가 글을 써주었다. 두 활동 영역을 넘나들며 다양한 활동을 해 온 만큼 미디액트 활동 방향에 대한 고민의 결을 잘 헤아린 글을 본인의 경험을 살려서 잘 정리해주었다.


 [이슈와 현장]에 실린 나머지 2개의 기고 두 편은 공교롭게도 각각의 다르지만 비슷한 비극적 사건에 대한 글이다. 첫 번째 글은 얼마 전 갑작스런 병으로 유명을 달리한 故박종필 독립다큐멘터리 감독의 죽음으로 시작한다. 지난 9월 26일 미디어 활동가들이 스스로의 건강권을 함께 고민해보자는 취지에서 DMZ 영화제 기간에 토론회를 열었다. 이 글은 토론회에서 나온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고찰하고 있다. 다른 하나의 글은 작년에 방송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폭로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故이한빛 PD 사건에 관한 글이다. 이 사건 이후로 그동안 관행으로 여겨졌던 여러 불합리한 제도를 고치기 위해 다양한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리뷰] 에는 독립영화 <춘천, 춘천>, <누에치던 방>에 대한 글을 실었다. 좋은 영화라는 소문은 자자했지만 비평 글은 만나기가 쉽지 않았는데 권진경, 손시내 두 필자가 좋은 글을 보내주었다. 책 『영화와 공간』 리뷰는 독립다큐멘터리에서 공간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고찰하며, 독립다큐멘터리가 공간을 다루는 방식, 나아가 한국 사회의 변화에 징후를 읽어낸다.


 [인터뷰] 에서는 부산에서 독립 영화를 배급해보겠다고 모인 청년들을 만났다. [페미니즘 미디어 탐방]에서는 마포FM에서 진행하고 있는 비혼 여성 페미니스트를 위한 프로그램 ‘야성의 꽃다방’의 세 진행자를 만나보았다.


 [작지만 큰 영화관]에는 부산 지역에서 오랫동안 독립영화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인 국도예술관 소식을 담았다. [나의 미교이야기]는 학교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안용순 교사가 현장의 이야기를 담은 생생한 글을 보내주었다.


 마지막으로 알고리듬을 다룬 [학습소설]과 [미,디어]도 꼭 읽어보시길 바란다. 특히 학습소설은 자칫 어렵게만 느껴지는 알고리듬이라는 용어를 소설을 통해서 풀어주었다. 알고리즘이 뭐야 하면서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미 알고리즘은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있다는 것을 소설을 읽으면 자연스레 알 수 있다.


 끝으로 편집위원 변동에 대한 소개를 하고자 한다. 공동체 라디오에서 오랫동안 활동했고,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담은 동화책 만들기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우야 님이 신입 편집위원으로 합류했다. 최근에는 청년 식생활 문화에 대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 함께 ACT! 미래를 만들어 갈 예정이니 많은 기대와 응원을 부탁드리며 글을 마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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