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 108호 리뷰 2018.03.14.]

     

    혐오 사회에서 “그건 혐오예요”라고 말한다는 것
    - 책 『그건 혐오예요』

     

    숲이아(퀴어 페미니스트, 비건 베이커, 페스코 베지테리언)

     

      이 책은 쉽게 쓴 책이 아닌 것 같다. 쓰기 쉽지 않았을 책에 대해 리뷰를 써야 한다니. 잘못 청탁받은 것이 아닐까. 하지만 하겠다고 했으니 번복하지는 않았다. 『그건 혐오예요』는 저자가 여성, 장애인, 이주민, 병역거부, 성소수자, 동물권이라는 각각의 주제에 천착했던 다큐멘터리 감독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인터뷰한 내용을 글로 엮은 책이다. 책에서 홍재희 작가님이 다큐멘터리 감독들을 만나 인터뷰를 한 것처럼 나도 자신을 인터뷰 해 보았다.

     


    ▲ 책 『그건 혐오예요』 |홍재희 | 2018

     

     

      유난히 매서운 한파가 몰아닥친 겨울이 지나가고 있는 2018년 2월 말, 서교동에 있는 카페에서 숲이아를 만났다. 『그건 혐오예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였다. 숲이아는 카페에 들어서며 사장님에게 “이사하고서는 처음 오는 것 같아요”라고 인사를 했다. 바 까지 합하면 6개 테이블이 있고 커피와 관련된 도구와 액자, 원두봉지 같은 것들이 벽면을 채우고 있는 작은 공간이었다. 만나자마자 다짜고짜 책에 관해 물을 수는 없어 우선 안부를 물었다. 숲이아는 올겨울 한파에 수도가 동파돼서 고생하다가 지금은 한시름 놓은 상태라고 답했다. 요즘 주로 비정규직으로 카페에서 알바노동을 하면서 틈틈이 음악공부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안부를 나누고 본론으로 들어가 책 이야기를 꺼냈다.

     

      “혹시 비퀴미라는 말을 아세요? 비건·퀴어·페미니스트를 줄인 말이에요. 저는 비건은 아니지만 육고기를 먹지 않는 채식인이고 퀴어이면서 페미니스트 정체성을 가지고 있어요. 그냥 말만 들어도 느낌이 오지 않으시나요? ‘아, 한국 사회에서 살기 참 힘들겠다.’ 라고요. 제가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이 쉽지 않다는 것이었어요. 경순, 이길보라, 주현숙, 김경묵, 이영, 황윤이라는 여섯 명의 다큐멘터리 감독들의 작업이 그리고 삶이 쉽지 않았겠다, 작가분이 감독들을 일일이 만난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고, 책을 쓰기도 쉽지 않았겠다. 너무 제 방식대로 해석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여성, 성소수자, 비인간 동물과 채식이라는 세 주제는 저와 직접적으로 닿아있는 주제이고 이주민이나 병역거부 이슈는 살아오면서 가까이 접한 주제이거든요. 일종의 동질감이라고 해야 하나. 일단 제가 사는 게 쉽지 않아서 그런지 모르겠네요. 책에서 김경묵 감독님이 “한국 사회는 전반적으로 다 군대 체제”라고 이야기 한 부분이 나오는데, 정말 동의해요. 저도 체질상 군대 문화에 맞지 않은 사람이거든요. 책이 나오기까지 쉽지 않았을 같다는 건 다루는 주제가 다양하고 하나하나 만만치 않은 주제잖아요. 책에서 홍재희 작가님은 여섯 분의 감독을 만나면서 한국사회에서 타자들이 겪는 혐오를 드러내죠. 끊임없이 감독들의 삶과 예술세계를 이해하고 공감하려고 노력하고요. 그러면서 자기 경험과 삶을 끄집어내요. 그 과정에서 때론 자신이 갖고 있던 채식하는 사람에 대한 편견 같은 것을 여과 없이 드러내면서요. 작가님이 책을 통해 상처와 고통에 담긴 진실을 찾아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기 고통을 직면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죠. 타자에게 공감한다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저는 이 책에 관해 이야기 하는 것조차 결코 쉽지 않게 느껴져요.”

     

      『그건 혐오예요』는 여섯 감독과 여섯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관통하는 핵심단어는 소수자, 혐오라고 요약할 수 있다. 한국사회는 유난히 다름에 대해 잘 인정하지 않는다. 오죽 “모난 돌이 정 맞는다.”라는 속담도 있겠는가. 보수 정권 집권기를 10년 거치고 경기침체와 실업률 증가 등 사회적 악조건 속에서 점점 경쟁이 치열해져 갈수록 주변부에 있는 소수자들이 혐오의 타깃이 되는 것 같다.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한 탓을 돌릴 대상이 필요한 것이다. 『그건 혐오예요』는 한국사회에 퍼져있는 혐오의 공기 속에서 소수자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존재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저자는 쉽게 타자화 되며 주류사회 시선으로 포착되기 힘든 존재에 대해 “햇볕이 들지 않는 곳을 구석구석 비추는” 작업을 실행한다. 마치 스스로 소수자인 감독들이 자기 주제에 천착하며 카메라로 자신과 타인의 삶을 비추는 작업을 했듯이 말이다. 공교롭게 숲이아는 여성, 성소수자, 채식이라는 교차지점 위에 서 있는 사람이다. 한국사회의 군사주의 문화, 육식을 당연시하는 육식주의 문화, 가부장적 질서 속에서 숲이아는 그가 서 있는 위치만으로 타자가 된다.

     

      “제가 머리를 삭발한 적이 몇 번 있어요. 지금도 머리가 짧잖아요. 처음 삭발을 했을 때 여자인데 왜 삭발을 했냐 부터 어디 아프냐는 소리까지 별별 소리를 다 들었어요. 저는 화장실을 갈 때마다 긴장해요. ‘누가 또 한소리 하면 어떻게 하지?’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화장실에서 “여기 여자 화장실인데요.”라거나 길거리를 지나다가도 “여자야 남자야?” 하는 말을 듣다 보니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죠. 또 채식을 한다고 했더니 처음 본 분이 저한테 성격 나쁠 것 같다고 하는 거예요. 이런 것들이 제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차별이나 혐오가 아닌가 싶어요, 제가 작년부터 고민해오던 주제가 있어요. ‘워마드’라는 온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모여 스스로 래디컬 페미니스트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게이나 트랜스젠더를 차별하고 배제하는 말을 하는 것에 충격을 받았어요. 온라인에서 게이를 혐오하는 용어가 보이기 시작하더니 트랜스젠더를 혐오하는 말들이 나타났고, 성소수자 이슈나 다른 이슈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는 페미니스트를 ‘쓰까페미’라고 조롱하는 말이 등장하는 것 까지 지켜봤어요. 퀴어 여성이면서 페미니스트인 저는 페미니스트라고 하는 사람들이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하는 것을 보고 정말 어떻게 생각해야 하나 고민을 했죠. 한동안 정신적으로 많이 힘든 적도 있어요. 내가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어떤 페미니스트들에게 배제를 당할 수도 있다는 거잖아요.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하는데, 페미니스트 그만해야 하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어요.”

     

      한 사람의 정체성은 단일하지 않고 성, 인종, 계급, 종교 등 다양한 범주로 구성된다. 다양한 범주들 간에 겹쳐지는 정체성과 그와 관련된 억압, 차별, 구조 등을 밝히는 것이 상호 교차성 이론이다.(*주1) 『그건 혐오예요』는 교차성에 관한 텍스트로 읽어도 무방하다. 저자가 만난 감독들도 저마다 교차되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이를테면 이길보라는 고등학교를 자퇴한 로드스쿨러이자 여성이면서 코다(청각장애인의 자녀를 이르는 말)이다. 김경묵은 군사주의가 강한 나라에서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나라가 없다는 것을 지적하며 동성결혼이 합법화되지 않은 나라에서 군사주의와 성소수자가 공존할 수 없다고 말한다. 병역거부와 성소수자 이슈가 교차하는 지점이다. 차별과 혐오는 단일하지 않은 정체성의 범주에 따라 얽히고설켜 작용하기도 한다. 이영감독은 성소수자들 삶의 권리 때문만을 위해 극우 보수에 대항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며 다음과 같이 덧붙인다. 


     “그렇다면 그 피해가 단순히 성소수자들에게만 국한될까요? 아니라는 거예요. 일차적으로는 성소수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겠지만, 차별의 논리는 대상을 바꿔 가며 확장된다는 거예요. 그리고 어떤 대상을 차별해도 된다고 합리화했던 논리는 다른 상황에서 다른 대상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이 말은 사실상 우리가 모두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거예요. 이는 무엇보다 인권 지수의 후퇴를 의미하죠.”

     

      “얼마 전에 『작고 위대한 소리들』이라는 책을 읽었어요. 이 책도 저자인 데릭 젠슨이 환경운동가, 신학자, 저술가 등 여러 사람을 만나 인터뷰를 한 내용을 엮은 책이에요. 대담자 중 한 명인 케서린 켈리는 우리는 흔히 우리가 받은 고통을 타인들에게도 가한다고 이야기해요. 자신이 전에 받은 상처를 타인에게 물려주는 것이지요. 자기 자신의 고통을 알지 못하면 타인에게 그 고통을 전가하게 되는 것 같아요. 자신의 상처와 고통을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하죠. 학교에서 과제로 차별과 특권에 관한 에세이를 쓴 적이 있어요. 그걸 쓰면서 제 위치에 대해 돌아볼 수 있었죠. 저는 어느 위치에서는 차별과 혐오를 당하는 쪽이지만 늘 그렇지는 않아요. 제가 특권을 누리고 있는 부분도 분명히 있으니까요. 과제를 하면서 제 위치는 상대적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위치에 따라 상대에게 고통을 받을 수도, 줄 수도 있다는 것도요. 저는 2008년에 5개월 정도 뉴질랜드에 여행을 간 적이 있었어요. 그때 뉴질랜드사람에게 차별적인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제가 뉴질랜드에 있을 때는 잠시 이주해 있는 이주민으로서 차별을 당하고 상처받기 쉬운 위치에 있었지만, 한국으로 돌아와서 정신 차리지 않으면 한국사회의 인종차별에 무뎌질 수도 있는 거죠. 어느 순간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처음에 이 책의 ‘쉽지 않음’에 대해 이야기를 했잖아요. 그건 고통을 직시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과 연결되는 것 같아요. 고통을 바라본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죠. 어렵지만 우리가 받는 억압과 상처, 혐오를 들여다보는 작업을 해야 하는 것 같아요. 그래야 내가 받은 고통을 다른 사람에게 가하지 않을 수 있어요. 타자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도 결국 자기 고통을 제대로 바라보는 데서 출발하는 것이 아닐까요? 저는 채식을 한다고 하자 성격 안 좋을 것 같다는 말을 들었을 때 책 제목처럼 바로 “그건 혐오예요!”라고 말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두고 마음에 생채기로 남더라고요. 때론 상처가 되는 말을 듣고 스스로 방어하기 위해서 혐오를 혐오라고 말하지 못할 때도 있어요. 제가 머리가 짧고 화장을 안 하고 돌아다녀서 여자인지 남자인지 헷갈리게 만든다고 해서 사람들의 미심쩍고 불편한 눈길을 받아야 하거나 “남자야 여자야?” 하는 소리를 들을 이유는 없죠. 차별적인 시선을 보내거나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잘못된 것이고요. 타인이 조금 다르다고 해서 차별하고 혐오하는 것이 잘못되었고 부끄러운 일이라는 인식이 필요하고 교육이나 정책도 뒷받침되어야겠죠. 차별금지법 제정이 정말 시급한 것 같아요.”

     

      숲이아 말대로 법, 제도적인 차원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이나 인권조례 같은 것이 중요하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보수개신교와 우익 세력에 의해 번번이 막혀왔다. 지난 2월 2일 충남도 인권조례가 폐지되었다. 김종필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표발의 하였으며, 일부 개신교 세력의 뒷받침이 있었다. 보수 개신교계는 인권조례 폐지안의 상정을 앞두고 대규모 기도회를 열었다. 너무나 판박이인 그들의 논리는 인권조례가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것. 이런 주장을 펼치는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 “성소수자에게 인권은 목숨이다”(*주2) 한편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자신의 고통을 직시하는 것과 자기존재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고 혐오의 고리를 끊는 노력이 필요하다. 숲이아의 말을 듣자 연대라는 말이 떠올랐다. 고통을 들여다보되, 고통에 머무르지 않고 자기 고통만이 가장 크다고 여기지 않아야 한다. 또 고통을 경쟁하지 않을 수 있어야 자기 고통을 타자에게 돌려주지 않을 수 있다. 언제부터인가 인권문제를 논할 때 “챙긴다”라는 말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내 문제가 가장 심각하니 다른 존재의 인권은 챙길 수 없다는 논리는 연대를 막는 이유 중 하나이다. 누구의 인권은 챙기고 누구의 인권은 챙기지 않는 것이 가능한가. 인권은 그런 식으로 논할 문제가 아니다. 교차되는 정체성 속에서 우리는 연결된 존재이기 때문이다. 홍재희가 이야기한 대로 때론 내 관점을 내려놓고 내 존재를 버리고 타인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공감하는 것. 바로 연대가 시작되는 지점이 아닐까. 그것이 혐오에 저항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우리가 『그건 혐오예요』를 읽고 나와 다른 타자의 예술과 삶을 들여다보려고 노력한 홍재희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는 것이 연대의 시작이 될 수 있다. 또 여섯 감독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도 타자에게 공감할 수 있는 방편일 수 있다.

     

      “저에게 가장 생소한 주제는 장애였어요. 책을 읽고 일부러 이길보라 감독님의 <반짝이는 박수 소리>를 찾아봤죠. 이영 감독님의 <불온한 당신>은 작년에 개봉했을 때 본 영화에요. 사실 제 인생 영화 중 하나이고요. 황윤 감독님의 <잡식가족의 딜레마>는 상영회에 갔었는데 너무 늦게 가서 뒷부분만 살짝 보고 놓친 게 아쉬워요. <잡식가족의 딜레마>는 언젠가 다시 보고 싶고요. 경순 감독님의 <레드 마리아>는 추천받은 영화인데 아직 못 보고 있어요. 책을 읽으면서 대담자인 감독들이 만든 영화는 적어도 하나씩 같이 보면서 책을 읽어도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때로 책에서 영화가 언급되기도 하고 영화를 만든 감독의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 있어서 흥미로웠어요. 책을 읽고 보고 싶어진 영화는 주현숙 감독님의 <계속된다 – 미등록 이주노동자 기록되다>에요. 꼭 봐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감독 한 분 한 분이 해온 작업을 하나씩 따라가 보는 것도 좋을 것 같고요. 어떤 주제에 대해 알고 싶고 새로 접근할 때 영화, 다큐멘터리만큼 좋은 매체가 없잖아요. 여성, 장애인, 이주민, 병역거부, 성소수자, 비인간 동물문제에 새로 관심이 생기는 분이 있다면, 일단 책을 읽고 감독님들 작품을 챙겨보라고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저도 <반짝이는 박수 소리>를 보면서 제가 잘 몰랐던 청각장애인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거든요. 한국사회에 혐오문제에 부딪히고 있는 분들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소수자 정체성을 가진 당사자로서 나와 비슷한 문제에 대해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 공명이 되고 울림으로 다가오는 순간이 있잖아요. 각 주제에 대해 먼저 고민을 하고 삶을 영화로 만드는 작업을 해온 여섯 분의 감독들이 좋은 길잡이가 되리라는 생각이 들어요.”
     

    * 주1. 페미위키 https://femiwiki.com/w/상호교차성
    * 주2. 2014년, 서울시에서 ‘서울시민인권헌장’을 폐기했을 때 서울시청 신청사에 걸린 현수막 문구. 

     

     



    글쓴이 숲이아

     

    퀴어 페미니스트이면서 육고기를 안 먹는 채식인. 숲속과자점이라는 이름으로 가내수공업 비건 베이킹을 하고 있다. 요즘엔 음악에 빠져 살고 있으며 춤을 좋아한다. 전쟁없는세상 비폭력트레이너네트워크에서 활동하는 평화활동가이기도 하다.

     

     

    Posted by ACT! actedi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