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 105호 이슈와 현장 2017.9.11]
보수도시의 변화를 기대하며
- 국민마이크 in 대구
윤정록(대구MBC시청자미디어센터 운영팀장)
지난 5월 말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로부터 ‘국민마이크 in OOO’을 진행할 것이니 함께 준비하자는 연락을 받았다. '공동체라디오방송협의회'와 '우리동네TV', 미디어센터가 함께 진행하는 것을 고민 중이라는 이야기였다. 그 즈음 대구에서는 ‘대구지역 마을공동체미디어문화 활성화 정책네트워크’(이하 대구공미네)가 구성되어 활동을 막 시작할 시점이었고 ‘국민마이크’를 진행하기에 최적의 구성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대구지역 마을공동체미디어문화 활성화를 위한 정책네트워크’ 일명 ‘대구 공미네’는 4개의 단위가 결합한 네트워크로 ‘미디어+문화+마을’을 지역에서 다양한 미디어에 대한 이슈를 함께 고민하기위해 2017년 구성되었다. 참여하는 단위는 대구시마을공동체만들기지원센터, 대구경북영화영상인협동조합(오오극장), 대구MBC시청자미디어센터, 성서공동체FM, 미디어활동가 이경희로 대구지역에서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미디어활동가들의 기반이 되어온 곳이다.
보수를 대표하는 TK지역, 그곳의 중심인 대구에서 미디어운동을 전개해 온 지난 10년은 녹록치 않은 시간들이었다. 공동체라디오와 퍼블릭액세스프로그램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대폭 줄어들며 수많은 활동가들이 제대로 빛을 발해보지도 못하고 현장을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미디어활동을 위한 새로운 동력은 없었다. 그야말로 명맥만 유지해온 침울한 시기였다. 이같은 이유로 문재인 정부의 출범과 함께 대구지역에서 미디어활동 활성화를 준비하던 우리(대구공미네)는 ‘국민마이크 in 대구’의 진행에 한껏 들떠 있었고 6월 8일 마을도서관 활동가들의 발언을 시작으로 본격적인‘국만마이크 in 대구’는 시작되었다.
지난 6월 10일은 6.10항쟁이 30주년을 맞는 뜻 깊은 날이었다. 대구 최대 번화가인 동성로에서는 다양한 기념행사가 준비되고 있었고 그 곳에서 우리는 시민들에게 ‘내가 생각하는 민주주의’에 대해 들어보기로 했다. 2시간 동안 진행된 페이스북 라이브방송을 통해 20여명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 2017년 6월 10일, 6.10항쟁 기념 행사가 진행 중인 대구 동성로에서 진행된 국민마이크in 대구.
오른쪽 사진은 지역 관련 대선 공약 중 우선순위 투표다.
‘청소년 인권개선’, ‘장애인 차별금지법’, ‘청소년 선거권 확대’, ‘어린이와 청소년의 건강권 확충’, ‘젠더 위계사회의 변화’, ‘빈곤층 복지 정책’, ‘성 소수자 차별금지법’ 등 다양한 주제의 발언이 진행되었다. 이 같은 주제의 발언을 대구에서 접하는 기회는 흔치않다. 자신의 진보적 견해를 공유할 곳이 많지도 않을 뿐더러 지역사회 전반의 보수적 분위기는 시민들의 의사표현을 억압하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왔다.
▲국민마이크 in 대구에 참여한 시민들
'국민마이크 in 대구'를 준비한 우리(대구 공미네)는 진보적 성향의 우리 주변 사람들(?)이외에도 보통 대구사람들의 발언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대구의 강남이라고 불리는 수성구에 위치한 수성시니어클럽은 시니어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운영 중인 기관이다. 교육 수준과 경제력이 높은 수성구 시니어들의 발언을 통해 보수계층의 발언을 담을 수 있었다.
평균연령이 75세가 되는 어르신들이 참여해 ‘노인 일자리 정책’, ‘노인 미디어 문맹해소’, ‘노인과 젊은 층의 소통’, ‘신노인 운동’, ‘공산품의 큰 글씨 표기’ 등의 발언이 진행되었다.
▲ 대구수성시니어클럽에서 진행된 시니어 세대의 정책 제안
6월 12일 독립영화 전용관 오오극장에서 진행한 ‘국민마이크 in 대구 - 사드와 평화’는 사드배치 문제를 다룬 박문칠 감독의 <파란나비효과>상영회와 함께했다.
▲ 독립영화 전용상영관인 오오극장.
성주사드와 주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파란 나비효과'상영회를 앞두고
평화와 관련한 발언을 하고 계신 한기명 선생님
성주 주민들의 발언과 함께 ‘6.15공동선언 실천으로 평화통일의 문을 열자’는 한기명(90)선생님의 발언을 비롯해 '10.4선언 이행', '대북, 대미관계', '소파협정 개정', '위안부 합의 패기'와 같은 발언들이 줄을 이었다.
▲ 라디오와 페이스북을 통해 동시에 라이브방송 중인 성서공동체FM
공동체와 마을 일자리를 주제로 토론과 발언 진행
이 같이 전국적으로 진행된‘국민마이크 in OOO’은 단순히 시민들의 정책제안을 영상에 담아 정부에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들의 변화에 대한 열망이 이 정부를 탄생시켰고 그들은 시민들과 소통하기를 바라고 있다. 촛불의 힘을 실감한 시민들 또한 공론의 장으로 나올 준비가 되었다. 일상화된 공론장이 마련되는 기회를 시민들 스스로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지역에서는 미디어관련 이슈들이 많아지고 있다. '시니어 미디어센터', '방통위 미디어센터', '마을미디어센터' 같은 미디어 정책을 주도할 수 있는 기관들이 설립을 준비 중에 있다. 우리는 시민들이 함께 하지 못하는 많은 미디어센터들을 보아왔다. 성과를 중시하고 행정을 중시하는 관변 미디어센터의 한계는 지난 9년 동안의 존재 해 온 몇 몇 센터만으로도 충분하다.
‘국민마이크 in 대구’를 진행하며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앞으로 시민들의 목소리가 더욱 많이 터져 나올 것이라 직감할 수 있는 현장이었다. 지나가던 시민들이 스스럼없이 마이크 앞에 자리했고 바꿔야할 우리사회의 모습을 가감없이 솟아냈다.
"우리 10대들은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 학교는 서로를 친구와 경쟁해야하는 치열한 전쟁터다"
"소화암과 같은 난치병 환자들을 위한 대안학교가 필요하다. 우리 자녀들은 병과 싸우고는 있지만 학업을 이어가야할 학생들이다."
"집없이 방황하고 있는 60대입니다. 여성쉼터를 전전하고 있지만 그곳도 방이 많지 않아 찜질방을 전전합니다. 최하위 빈곤층을 위한 복지가 절실합니다."
"사드가 배치된 성주에 살고있는 주민입니다. 한반도의 평화를 만들기 위한 외교력이을 펼쳐주세요."
"재래시장 상인입니다. 시장 주변에 불법적으로 대형마트가 입점해 상인들이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재래시장 상권 활성화 공약을 조속히 실행돼야 합니다."
"문맹 문제보다 더욱 심각한 미디어 문맹으로 인해 노인들이 더욱 사회에서 고립되고 있습니다. 우리도 사회와 소통하며 살고 싶습니다."
"우리는 아직도 일할 수 있는 노인입니다.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근본적인 복지철학을 ‘시혜적 노인복지’에서 ‘사회참여를 통한 노인복지’로 바꿔야 합니다."
"아직 고등학생이지만 대학졸업 후 취업이 벌써 고민된다. 우리는 언제 행복해 질 수 있나요?"
▲ 성서공동체FM에서 라이브방송 진행 후 참여자들과 함께
우리(대구 공미네)는 ‘국민마이크 in 대구’를 마무리한 직후인 지난 8월 '대구 지역 시민미디어 활성화를 위한 오픈 테이블'을 진행했다. 미디어를 기반으로 사회참여를 고민하는 많은 시민들이 모여 지속적인 연대와 활동의 초석을 다지기 위한 자리였다. 국민마이크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아 전달하는 이벤트라는 한계가 분명했다. 우리는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단순한 발언에서 그치지 않고 시민들 스스로 사회의제를 만들고 여론을 형성할 수 있는 미디어운동을 고민하고 있다. ‘좀 변해야 해’라는 말을 쉽사리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는 ‘보수의 심장 대구’그 곳에서 우리는 가장 아래로부터의 변화를 꾀하고자 한다.‘국민마이크 in 대구’는 우리에게 충분한 동기부여가 되었고, 우리는 오랜만에 신나있었다. □
[필자소개] 윤정록
2006년부터 대구MBC시청자미디어센터 운영팀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미디어제작교육과 다큐멘터리제작을 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자유로운 방송참여가 더욱 민주화된 사회를 만드는 초석이라 굳게 믿고 있습니다.
[ACT! 107호 이슈와 현장] 독립적임에 대해서 - 미디액트 15주년 '다시 그리기' (0) | 2017.11.06 |
---|---|
[ACT! 105호 이슈와 현장] 내가 경험한 네트워크 - 미디어로 행동하라 in 성주 (0) | 2017.08.29 |
[ACT! 105호 이슈와 현장] 독립영화와 유통 사이 - <노무현입니다>와 <옥자> 이후를 고민하다 (0) | 2017.08.29 |
[ACT! 105호 이슈와 현장] 시민들이 지켜주고 싶은 4기 방통위가 되길 바란다 (0) | 2017.08.29 |
[ACT! 105호 이슈와 현장] 마을미디어가 주파수를 만났을 때 (0) | 2017.08.29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