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 102호 길라잡이 2017.03.10] 

      

    촛불 광장에 슬픈 태극기


     

    이 수 미 (ACT! 편집위원회)


     △사진 : 연합뉴스



     

    남쪽으로부터 꽃소식이 전해진다. 봄이다. 지난겨울 언 밤을 녹이던 촛불은 여전히 광장을 밝히고 있다. 따슨 햇살 속에 함성은 커지고, 커지고, 커져만 간다. 그러나 광장 한 켠, 날 선 구호가 엇갈리는 그 곳에, 영광과 환희를 뒤로하고 슬프게 손짓하는 깃발이 있다. 봄의 광장에 나부끼는 슬픈 태극기. 언제부턴가 광장은 촛불 대 태극기의 대립구도다. 그것은 탄핵찬성 대 탄핵반대를 대변한다. 그리고 불행히도 청년 대 노인, 문화 대 반문화, 진보 대 보수, 좌파 대 우파, 종북 대 친미, 정의 대 불의, 선 대 악의 기호로 확장하며 대립적 선택을 강제하고 있다. 


    지금 광장에는 두 개의 세계가 존재한다. 차벽 너머로 울리는 구호와 함성을 통해서만 서로를 인식하는 단절된 공간이다. 그러나 보라. 태극기를 두르고 성조기를 나풀거리며 과장된 걸음으로 행진하는 저들을. 각진 군복으로 외소한 몸을 감추고 완장과 깃발로 초라함을 가린 저들은 어쩌면 나의 부모, 당신의 조부, 경제성장과 산업화의 희생양이자, 국정농단과 정경유착의 피해자인 당신과 나, 또 다른 우리의 슬픈 초상이다.   


    진정 분노와 심판이 향해야 할 곳은 어디인가. 불신과 혐오를 통해 분열을 조장하고 극단의 대립을 선동해 양비론을 확산하고 마침내 광장을 붕괴시켜 민주화의 퇴보를 이루려는 자 누구인가. 사적이익을 위해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남용한 자, 비선의 정치로 국정을 농단한 자, 정치권력과 유착하여 재벌을 세습한 자, 세월호를 차디 찬 바다 속에 수장시킨 자, 블랙리스트로 문화예술을 핍박한 자, 그들의 경비견이자 스스로 권력이 된 언론, 그들을 비호하며 또다시 대열을 정비하는 썩은 기득권!


    봄이 오고 있다. 그러나 슬픈 태극기가 나부끼는 광장에도, 봄은 오는가.     




    *  *  *



    2017년 새해 첫 호를 여는 ACT! 편집위는 그 어느 때보다 활기찼다. [이슈와 현장] 첫 번째 소식은 미디어교육지원법 추진위원회의 출범이다. 뉴미디어의 이용 증가와 가짜뉴스의 범람으로 미디어교육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미디어교육 법제화의 현황과 선결 과제를 정리했다. 두 번째 소식은, 최근 SNS와 인터넷은 물론이고 공중파와 케이블에서도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는 1인 미디어를 다뤘다. 대안 언론에서 출발해 오락산업의 수단으로 변화하고 있는 1인 미디어의 어제와 오늘을 성상민 편집위원이 짚어본다. ‘이슈와 현장’ 다음 소식은 목욕탕으로 간다. 지난 2월 아현동 행화탕에서는 색다른 상영회가 열렸다. 젊은 문화기획자들과 독립다큐멘터리 제작자들이 만나 어떤 일을 벌였는지 차한비 편집위원이 다녀왔다. 마지막 순서는 2002년 9월에 개국해 한국 퍼블릭엑세스 운동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시민방송 RTV다. 최근 홈페이지 개편을 마치고 파일럿 프로그램을 발표하며 활동을 재개하고 있는 RTV의 준비된 오늘을 심명진 편집위원이 전한다.   


    벌써 일곱 번째 연재하는 [작지만 큰 영화제], 이번엔 관객들이 기획한 영화제인 제1회 FoFF를 소개한다. 모극장 청년기획단에서 출발해 새로운 관객중심 영화운동을 펼쳐갈 그들의 소식을 만나보자. 성상민 편집위원이 소개한다. 이번 호 [리뷰]는 좀 특별하다. 현재의 촛불광장은 어쩌면 이때부터 시작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지난 1월 개봉한 김진혁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7년-그들이 없는 언론>을 경남도민일보의 김주완 이사의 시각으로 바라본다. [인터내셔널]은 미국으로 가보자. 미국 독립영화의 새로운 판로로 급부상하고 있는 넷플릭스와 아마존, 대세는 OTT다. 미국 OTT 업체들이 일으키고 있는 파장을 어떻게 읽을 수 있을까. 국내 OTT산업의 동향까지 이어서 살펴본다. 김수지 편집위원의 글이다.  


    미디어교육 현장의 고민을 교사의 목소리를 통해 생생하게 들어보는 미디어교육 스토리텔링 [나의 미교 이야기] 여섯 번째 순서는 마을공동체미디어교육을 9년째 이어오고 있는 고영준 선생님의 교육담이다. 그의 고민과 해답에 귀 기울여보자. [우리 곁에 영화] 이번에는 영화의 영혼, 사운드에 대해 알아본다. 강의를 바탕으로 한 글답게 상세한 설명을 이어간다. 조민석 감독의 글이다. [학습소설] 시즌 2 -그 첫 순서의 주제는 가짜뉴스다. 새로운 등장인물과 구성으로 찾아온 창작자 주일의 인기 연재, 기대해도 좋다. 편집위원들의 속내를 들여다볼 수 있는 색다른 코너 [미, 디어] 이번엔 양주연 편집위원의 글을 만난다. 칼날을 품은 반짝이는 글이다. 당신의 기억을 다시 재단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길게 소개했지만, 실은 한 지점이다. 우리가 서 있는 지금 이곳. ACT!를 통해 들여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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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ACT! acteditor
    • Ssem
      2017.03.15 19:21 신고

      액트 기사가 알차네요. 첫 글의 제목이 씁쓸하면서도 멋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