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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101호 길라잡이] 설치고, 떠들고, 생각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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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6. 12. 22.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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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101호 길라잡이 2016.12.23]


설치고, 떠들고, 생각하고


성상민(ACT! 편집위원)


 먼 훗날 2016년을 돌이켜 생각해본다면, 2008년 이후로 간만에 사회 이곳저곳이 뜨겁게 불타올랐던 시기라고 평을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과연 누가 2016년이 5월에 발생한 ‘강남역 10번 출구 살인사건’에 대한 경악과 분노로 시작해 10월부터 서서히 불거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항의하는 촛불로 거리를 물들며 끝나리라고 상상이나 했을까요.


 이외에도 사회의 불합리한 모습에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움직인 수많은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구의역 비정규직 노동자의 사망 사건에 분노하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시민들이 남긴 무수한 포스트잇들, 학교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에 반발한 이화여대 학생들의 본관 점거 농성, 온갖 압박을 이겨낸 끝에 SNS를 통해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메시지를 남긴 문화예술 노동자들, 두려움을 이겨내고 SNS를 통해 각 영역에 만연한 성폭력을 증언한 무수한 익명의 사람들, 끝내 성과 연봉제 강행 시도를 저지한 서울대병원 노동자들…. 결코 잊어서는 안 될 모습들입니다.





[사진 1] 2015년 4월 3일 방송된 JTBC <마녀사냥>에 출연한 장동민의 발언. 배우 한혜진이 자기와 맞지 않는 이유로 내건 말 “설치고, 떠들고, 말하고 생각하는 것”은 이후 한국 페미니즘 운동을 상징하는 하나의 표어가 되었다.



 거리에 나서서 싸운 사람들은 남들과 다른 특별한 존재가 아니었습니다. 이 길라잡이 글을 볼 독자 분들처럼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보통 사람들이죠. 그러나 이들은 불의에 침묵하지 않았습니다. 당장의 어려움을 무릅쓰고서 자신들의 권리를 외치고 움직였습니다.


 물론 싸우는 모습들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 역시 있을 겁니다. 조곤조곤히 이야기하면 될 것을 가지고 괜히 일만 키운다고 생각할 이들도 있겠죠. “설치고, 떠들고, 말하고 생각하는” 여자가 싫다고 발언한 개그맨 장동민처럼 말이에요.


 하지만 작게 말해서 끝날 문제였다면 애초에 문제 자체가 발생하지도 않았겠죠, 대다수의 사회 문제들은 꾸준히 말하고 행동한 뒤에야 해결되었습니다. 가만히 구석에서 웅크리고 있거나 스스로 속에서 삭히는 대신, 적극적으로 거리에 나가 ‘설치고’ 소리 높여 ‘떠들고’ 대안을 고민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비로소 불합리를 해결하고 소중한 권리를 쟁취할 수 있었습니다.


 <ACT!>는 지난 13년 동안 격월로 꾸준히 발행되며 미디어를 통해 설치고, 떠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계속 만나왔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목소리가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설치고, 떠들고, 생각해왔습니다. 비록 그 과정에서 아쉽고 부족한 점도 많았지만, 온갖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올해 10월에 대망의 100호를 발행할 수 있었던 건 <ACT!>의 설치고, 떠들고, 생각하는 모습에 지지를 보낸 사람들이 많아서였을 것입니다.


 이번 101호에도 전국 방방곡곡에서 미디어를 통해 설치고, 떠들고, 생각하는 이들의 모습들을 최선을 다해 담아내었습니다. 특히 2016년을 계속 감싸고 있는 페미니즘 이슈에 대해서 좀 더 깊게 다루고자 노력했습니다. ‘이슈와 현장’에서는 강남역 10번 출구 살인 사건을 비롯해 한국 사회의 각종 사건, 사고에서 모습을 드러낸 ‘포스트잇’과 SNS의 ‘해쉬 태그’를 통해 사적인 미디어가 서로 뭉쳐 공적인 목소리로 발전하는 과정을 주목했습니다. ‘인터뷰’에서는 작년에 신작 <불온한 당신>을 발표하며 꾸준히 페미니즘 영상작업을 이어나가는 ‘여성영상집단 움’의 이야기를, ‘리뷰’에서는 영화평론가이자 연구자인 채희숙 님이 보내준 조세영 감독의 두 페미니즘 다큐 <자 이제 댄스타임>과 <버라이어티 생존 토크쇼>에 대한 글이 담겨 있습니다.


 페미니즘 이외의 영역에서 설치고, 떠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가득합니다. ‘작지만 큰 영화제’에서는 역사는 짧아도, 영화제를 통해 사회적 소수자들의 삶과 말을 담아내는 ‘반빈곤영화제’와 ‘서대문구 노동인권영화제’를 소개합니다. ‘나의 미교 이야기’에서는 약 9년간 노인 미디어 교육을 해온 독립영화 감독 정소희 님의 이야기가 담겨 있네요. ‘인터내셔널’에는 최근 FM 방송을 종료하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일본의 공동체 라디오 ‘FM 와이와이’, ‘릴레이 인터뷰’에서는 젊은 다큐멘터리 감독들이 뭉친 프로젝트인 ‘요것바라’의 이야기를 각각 전해줍니다.


 또한 10월 14일에 열린 <ACT!> 100호 발행을 기념하는 오픈테이블 ‘ACT! × 미디어운동 : 타임라인’의 생생한 기록도 ‘이슈와 현장’에 있습니다. 지난 100호에 이어 최은정 편집위원이 정리한 ‘기록의 연대 – ACT!로 돌아본 프로젝트 작업’도 흥미롭네요.


 이제 <ACT!>는 13년 간 쌓아 올린 100호에 이어, 새로운 100호를 만들기 위해 한 걸음 전진합니다. 여전히 부족하고 쉽지 않은 것투성이지만 <ACT!>는 계속 설치고, 떠들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리고 <ACT!>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설치고, 떠들고,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같이 두려움은 집어던지고서 함께 설치고, 떠들고, 생각해보지 않겠습니까? □



진보적 미디어운동 연구저널 ACT! 101호 : 설치고, 떠들고, 생각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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