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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99호 길라잡이] 개와 돼지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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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6. 7. 15.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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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99호 길라잡이 2016.7.20]


개와 돼지의 시간



개미(ACT!편집위원회)


 2016년 7월 11일, 중앙일보사의 종합편성채널 jTBC [뉴스룸] 방송 ‘앵커브리핑’을 통해 손석희 앵커(이하 손 앵커)는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발언 당시, 이하 나 전 기획관)의 막말 파문을 다뤘다. 나 전 기획관은 지난 7월 7일, 신문기자들과의 식사자리에서 신분제를 옹호하고 99% 계층을 개, 돼지로 비하하는 내용의 망언을 하였고, 이로 인해 대중의 공분을 산 바 있다.(*주1) 이후 교육부는 13일 중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에 나 전 기획관의 징계의결을 요구하는 동시에 그를 직위해제 처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필자 주 : 현재는 그의 파면이 정식으로 결정되었다.)




 다시 손 앵커의 브리핑으로 돌아가보자. 그는 이번 앵커브리핑에서 “개와 늑대를 분간하기 어려운 순간을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고 부른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리고 "이번에 알려진 기막힌 발언, 영화를 통해 유명해진 그 대사는 국민의 세금으로 녹을 받는 교육부 공무원의 입에서 영화보다 더 잔인하게 실제화 됐다"며 "시민은 계도의 대상이며 깃발을 세우면 따라오고 배부르고 등 따스우면 불만은 있을 수 없다는 교육부 고위 공무원의 위험한 생각이었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손 앵커는 "우리는 '개와 늑대의 시간'을 수없이 지나왔고 그때마다 시민을 위해 존재하는 줄 알았던 국가가 거꾸로 시민의 적이 되었던 기억을 잊지 않고 있다"며 "어스름 속에서 개와 늑대를 구분할 줄 알게 된 혜안은 한낱 교육부의 고위 관리 한 사람이 내뱉은 개와 돼지라는 단어들에 의해서 훼손될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개와 늑대를 구분할 줄 아는 현명한 우리 민중들한테 그런 말을 하다니 적절치 않다고 일침을 날려준 것.





 나 전 기획관의 망언에 대해서는 jTBC 외에도 많은 언론사에서 다뤘다. 하지만 곧 그가 술을 너무 많이 마셔 실언을 했다는, 변명인듯 변명아닌 변명같은 보도들이 줄을 이었다. (마치 술마시고 성폭행하면 감형해주는 그런 느낌?) 그런 상황에서 속 시원한 언급을 해버린 손 앵커의 브리핑에 많은 누리꾼들은 환호했다.

 하지만 나 전 기획관의 이번 망언은 빙산의 일각일뿐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이번 발언은 워낙에 적나라(솔직)했고, 특히 이번 경우는 그의 부주의함과 한 기자의 고발정신(?)이 하필 맞아떨어지면서 세상에 공개된 케이스였던 거다. 그러나 이번뿐이었겠나, 이 인간뿐이겠는가.

 우리같은 (그의 인용을 인용하면) 개, 돼지들은 이번 건을 폭로한 기자만 아니었다면, 이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몰랐을 것이다. 게다가 이런 열받는 일이 터졌을 때 속 시원한 보도를 해주는 대표적 언론이 중앙일보사의 종합편성채널 jTBC라는 것도 참 아이러니하다.



jTBC 대신 우리의 채널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나도 손석희 앵커를 참 바른 언론인이라 생각하고, 또 꽤 좋아하는 편이다. 그런데 그 분의 말대로 우리는 정말 개와 늑대를 구분할 줄 아는 걸까? 요즘 jTBC에서 재미있는 예능도 많이 하고, 뉴스도 공중파보다 훨씬 볼만하다. 덕분에 jTBC에 대한 인식이 참 좋아졌다는 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 채널이 언제까지나 민중의 입맛에, 장단에 맞춰줄까.

 처음 종편 채널이 등장했을 때의 우려를 다시 한 번 떠올려보자. 지금은 보도부문 사장으로 손석희 앵커가 앉아 끌고 가고 있지만, 결국은 중앙일보의 자본이 운영하는 채널이다. 요즘 같이 모두가 미디어인 시대에 우리가 뭐가 부족해서 속풀이 대행을 하필 중앙일보를 시키나. 우리가 채널이 없지 미디어 제작 능력이 없나?

 사실 기회는 몇 년 사이 두 번이나 지나갔다. 종합편성채널 만들 때도, 700Mhz 주파수 대역이 또 남아서 재분배 논의할 때-이건 현재진행형이긴 하나 공중파와 통신사 둘 사이의 싸움만으로 치부되고 있다-도... 소수의 전문가들만이 아니라 일반 시민들, 독립제작자들에게 진정으로 열려있는 채널을 요구하고 싸웠다면 어땠을까속상한 마음 반, 맹랑한 마음 반으로 이미 흘려보낸 기회를 곱씹게 된다.

 전파는 국민의 것이고, 정부는 국민의 권리를 위임받은 것 뿐 아닌가. 하지만 정작 주인인 국민에게는 채널 하나가 없는 오늘을 우리는 살고 있다. 아마도 그래서 개, 돼지 취급받고도 여전히 jTBC에 분노를 의탁해야 하나보다. □





(*주1) 2016.7.11.일자 경향신문 사설 http://i.huffpost.com/gen/4500466/original.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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