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 100호 인터뷰 2016.10.14]
콘텐츠 생산자와 소비자를 위한 공공재로서의 플랫폼을 지향한다
- ‘오픈튜토리얼스’의 운영자 이고잉 인터뷰
진행 및 정리 : 김명준 (미디액트 소장),
김수지 (미디액트 창작지원실)
▲ 생활코딩의 웹사이트 오픈튜토리얼스가 올해 4월 비영리화를 발표했다
<생활코딩>은 누구라도 돈을 들이지 않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프로그래밍 교육 콘텐츠다. 지난 5년간 꾸준히 인지도를 축적해온 <생활코딩>은 '오픈튜토리얼스(https://opentutorials.org/)'라는 사이트를 통해 사람들과 만나왔다. '오픈튜토리얼스'에는 <생활코딩>과 같은 프로그래밍에 대한 콘텐츠 외에도 영어 학습, 요리를 비롯해 각종 분야의 노하우들이 코스별로 담겨 있다. 올해 4월 ‘오픈튜토리얼스’는 비영리화를 발표했다. 발표 후 한 달 동안 오픈튜토리얼스의 소식을 이메일로 구독하는 이들은 오픈튜토리얼스라는 플랫폼을 통해 구축될 생태계에 대한 계획안을 몇 차례에 걸쳐 수신할 수 있었다. 원하는 이들만이 링크를 클릭해 들여다볼 수 있는 플랫폼의 구상도는 단순한 계획안 이상의 아름다움과 새로움을 담지하고 있었다. '공공재'로서의 플랫폼을 지향한다는 오픈튜토리얼스의 공표와 움직임은 국내에서는 드물고 낯선 시도다. 미디액트에서 미디어교육을 통해 생산된 콘텐츠들과 미디어 리터러시를 함양하는 데 필요한 도구들이 이 플랫폼과 만나게 될 때의 시너지도 조심스럽게 예측해 보게 된다. 계획한 생태계를 실현화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개인 후원회원 모집을 시작한 오픈튜토리얼스의 운영자이자 생활코딩의 제작자 이고잉을 성수역 근처 자그마치 카페에서 만났다.
오픈튜토리얼스, 비영리 단체로 거듭나다
김명준(이하 명): 이고잉 님이 <강의강의>수업을 위해 미디액트를 방문했던 6월은 마침 오픈튜토리얼스(이하 오튜)가 비영리단체로 등록을 완료한 후 여러 가지 계획을 이메일로 발신하고 있던 시기였다. 2011년 말의 민노씨와의 인터뷰가 이고잉님에 대한 자료 가운데 가장 긴 것이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시점이라 달라진 지점들이 있을 것이고, 올해 오픈튜토리얼스에서 5월에서 6월에 걸쳐 보내온 계획안들과 후원회원 모집안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어 만남을 청했다. 인터뷰도 인터뷰지만 같이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을 것이란 생각에. 우선 현재 오튜의 상황부터 확인하고 싶다.
이고잉: 후원회원 모집을 시작한 후 현재 450명 정도의 후원회원이 모인 상태다. 당분간은 후원금의 지출을 억제하고 축적할 예정이다. 현재의 재정으로는 운영자들이 풀타임으로 일 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 우리가 지속 가능한 상태에 도달했을 때까지는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해야 할 일을 하면서 때를 기다릴 생각이다. 외부자금에 의존해서 '오튜'를 운영하다가 그 자금이 없어졌을 때 원하지 않는 걸 해야 하는 위험을 피하고 싶다. 어떤 단체든지 할 수 밖에 없는 고민일 것이다. 우리는 아직 본격적인 법인으로 출범을 하지 않은 상태이고 구성원 각자 생계 수단이 따로 있는 상황이다.
명: '우리'란 누구를 지칭하는 것인가?
이고잉: 오픈튜토리얼스를 운영하는 나를 포함한 네 명을 의미한다.
명: 네 명이 어떻게 일을 분배하고 있는지?
이고잉: 한 명이 디자이너이고 나를 포함한 세 명은 개발자다. 지금까지 '오튜'를 운영하고 여러 가지 비용적인 것을 감당했던 것은 나와 디자이너인 리체, 이렇게 두 명이다. 나머지 두 분은 예전부터 오튜의 활동을 지켜보고 응원해주던 친구들이다. 오늘 저녁에 오랜만에 정기 회의가 열린다. 지금까지 우리에게 들어온 돈과 지금까지 집행한 바, 앞으로 집행할 것, 정책적인 것들을 정리하고 다음 주나 10월 중으로 우리에게 들어온 비용이랑 어떻게 돈을 쓸 것인지 사람들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김수지(이하 수):나도 민노씨 인터뷰를 통해 생활코딩을 알게 된 후, 코딩을 배울 필요가 없음에도 온라인에서 "웹어플리케이션 만들기" 수업을 들었다. 오프라인 자습 수업에도 참여했었고. 민노씨 인터뷰에서 밝히신 <생활코딩>의 기획에 매력을 느꼈다. (*주1) 풀 코스를 무료로 수강할 수 있음에도 수업의 퀄러티가 너무 좋기도 했고. 이후 계속 관심을 가지고 이고잉님의 활동을 팔로잉 했다. 민노씨와의 인터뷰에서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이고잉님이 취미로서 생활코딩을 운영한다고 밝히신 점이다. 이번에 오튜가 비영리단체가 되면서 이 기조에 변화가 생겼을 것 같다. 분명 여전이 ‘재미’를 고수하려는 기조는 보이지만 본질적인 변화가 분명히 있을 것 같다.
이고잉: 나의 활동은 크게 두가지가 있다. 생활코딩과 오픈튜토리얼스이다.
생활코딩은 나의 개인적인 활동이고 앞으로도 사람들을 조직해서 협업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생활코딩은 가급적 취미라는 관점을 유지하길 바라고 취미의 핵심은 내 맘대로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내 맘대로 하기 위해서는 혼자서 하는 것이 제일 좋은 선택인 것 같다.
반면, 오픈튜토리얼스라는 단체다. 플랫폼을 운영하는 오픈튜토리얼스는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단체가 되었다. 단체가 된 이상 민주적으로 단체를 운영하기 위해서 노력하려고 한다.
예전과 비교했을 때의 변화에 대해서 생활코딩의 측면에 이야기하면 이렇다. 처음 생활코딩을 시작했을 때 생활코딩은 순수하게 돈을 쓰는 활동이었다. 강의 의뢰가 있었지만 모두 거절했다.
명: 직업과 취미의 구분이라는 원칙에 의해서 그런 것인가.
이고잉: 그렇다. 취미인 생활코딩은 직업에서 번 돈을 쓰는 활동으로 규정했기 때문에 이런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하지만 생활코딩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었다. 자연스럽게 경제적인 한계가 왔다. 그래서 하나의 대원칙을 세우고 강의 의뢰를 수용하기 시작했다. 그 원칙은 수업 참가자에게는 강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강의로도 생활은 가능한 상태가 되었다. 원칙을 지키면서 생계도 유지할 수 있게 되었으니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물론, 참여자에게 강의료를 받는 강의에 대해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단지 나는 강의료가 없는 수업을 선택했을 뿐이다.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
▲ 오픈튜토리얼스가 후원회원을 모집하면서 밝힌 단체의 핵심가치는 위와 같다
(출처 : https://opentutorials.org/module/1588/12591)
수: 오튜의 핵심가치로 밝힌 항목 가운데 '영리와 비영리의 상호부조'란 문구가 눈에 띄었다. 여기서 영리 활동이란 어떤 양상일까.
이고잉: 예를 들어 나는 유투브에서 콘텐츠를 계속해서 제작해왔다. 유투브한테는 내가 좋은 생산자가 아닐 수도 있다. 내가 만든 콘텐츠에 광고를 싣지 않기 때문이다. 광고를 싫어한다기 보다는 광고가 달림으로써 가독성이 저해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투브 측에서는 광고 수익이 있어야만 그 거대한 인프라 유지가 가능하다. 하지만 나와 같은 생산자들은 직접적인 수익을 만들지는 않지만 플랫폼이 풍부해지는데는 조금이라도 기여한 바가 있을 것 같다. 우리의 문제의식은 여기서 출발한다. 우리는 직접적인 수익을 창출하지 않는 생산자에게도 경제적인 보상을 되돌려주는 모델을 찾아왔다. 이것이 가능해지려면 주주가 있으면 안 되겠다는 판단을 했다. 주식회사에서는 주주의 이익을 실현하는 것이 정의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냉정하게 숙고해서 선택한 조직의 형태가 비영리단체다.
▲ 오픈튜토리얼스는 올해 4월, 비영리단체로 등록이 완료되었음을 공표했다
(관련 링크 : https://opentutorials.org/module/1588/12342)
새로운 콘텐츠 생산 환경을 제공하는 플랫폼, 오픈튜토리얼스
명: 오픈튜토리얼스의 운영과 관련해 생산환경에 대한 계획을 밝힌 편지(*주2)가 구구절절 다가왔다. 콘텐츠 기금을 마련하고 집행하는 원칙들을 실질적으로 가능하게 하기 위한 생태계를 조성하고자 하는데 우선 토픽을 모듈로부터 독립시키는 작업을 선행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분은 얼마나 진행되었는가?
이고잉: 토픽독립이 생태계를 위해서 꼭 선행해야 할 과제는 아니다. 다만, 컨텐츠 생산도구의 측면에서 중요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능적 변화라서 진행하고 있는 목표다. 중대한 고비를 넘겼다. 조만간 토픽 독립이 가능할 것 같다.
명: 현재 오튜 사이트에는 생활코딩 말고도 다른 콘텐츠들이 존재한다. 오튜가 앞으로 기업적 질서가 아닌 대안적 질서로 운영되는 공간 중 중요하게 자리매김 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생활코딩만큼이나 묵직하게 자리잡을만한 콘텐츠가 부가적으로 필요할 것 같다.
이고잉: 오튜의 운영자들은 조급하지는 않다. 운영자들은 콘텐츠를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이 서비스는 일단 운영자들 스스로를 위해서 필요한 서비스이다. 만약 오튜의 운영자들이 단지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들이었다면 이 서비스는 예전에 사라졌을 것이다. 우리에게도 정말 필요하고, 좋은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면 어딘가에 있을 우리와 비슷한 사용자들에게도 필요한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운영자들은 여전히 각자가 생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조급해하지 않고 있다.
우리는 스스로를 식물에 비유하곤 한다. 동물은 기회를 찾아서 열심히 움직이는 느낌이고, 식물은 정해진 운명대로 서서히 형태를 변화해가는데, 오튜는 동물보다는 식물처럼 성장했으면 좋겠다. 기회의 포착에는 다소 어눌할지라도 가치를 추구하는데는 맹목적인 단체가 되었으면 좋겠다. 마치 거대한 나무처럼 특별히 존재감은 없지만 묵묵하게 서서 사람들에게 그늘도 제공하고, 바람도 막아주고, 청명한 푸른색도 선물해주는 그런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다.
명: 공감이 간다. 계속 그렇게 긴 호흡으로 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렇게 안가고 있는 게 지금의 산업이나 사회 운동 진영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고잉: 우선은 운영자들이 각자의 생계를 유지하면서 오튜의 취지에 적극 동감하는 개인 후원자를 착실히 모집할 생각이다. 정부지원과 같은 외부자금에 의존할 경우에 고정비의 위기가 올 수 있는 것 같다. 고정비는 건물비나 인건비와 같은 비용인데, 이런 비용은 한번 발생하면 나중에 줄이려 했을 때 여러 가지 비극적인 상황이 발생한다. 내가 경험했던 많은 기업들이 투자를 유치하고 급격하게 사업을 확장했다. 그 과정에서 고정비가 급격히 높아졌지만 사업이라는 것이 돈이 있다고 잘되는 것이 아니더라. 고정비는 높아졌는데 수익모델을 만들지 못하면 급격히 회사가 쇠락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 나는 이런 현상을 투자독이라고 부른다.
오늘날 프로그래머들은 혼자서 프로그램을 만들지 않는다. 수 많은 오픈소스를 결합해서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낸다. 즉 다른 소프트웨어에 의존하게 되는데 이 의존성의 문제는 프로그래머들이 가장 고심하는 문제다. 사실 문명이라는 것 자체가 의존성이라는 말의 다른 표현일 뿐일지도 모른다. 내가 프로그래머라서 더 그럴 수도 있는데, 의존성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어떤 일이든 의존성을 요하겠지만, ‘여기 의존해도 되는지, 안 되는지’를 판단하는 문제가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우리는 개인 후원자에게는 의존하자는 결정을 내렸다. 특히 오튜가 컨텐츠 플랫폼인 이상은 이 플랫폼의 운영을 적극적으로 지원을 하는 사용자의 가치는 정말 크다고 생각한다. 반면에, 기업이든지 정부의 지원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일단 우리의 관심사는 개인 후원이고 개인후원의 탄탄한 토대 위에서 기관들의 후원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명: 기금의 출처가 다원화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후원의 주체를 의식해서 사업의 폭이 제한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말씀하신 것 바에는 동의할 수 밖에 없다. 개인 후원이 가장 중요한 후원의 기반이 되니까.
어떻게 보면 크라우드 펀딩을 할 때 사람들을 네트워킹하고 조직화하는 측면과 유사한 점이 있지 않나?
이고잉: 우리가 고민하는 문제는 이런 것이다. "어떻게 하면 1원도 후원을 받을 수 있을까"
본래 후원을 소액으로 받긴 힘들다. 후원자를 관리하는 비용이 더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용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상호부조하고 싶다는 마음이 아닐까 싶다. 이런 마음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행이 오튜는 엔지니어 중심의 단체이다. 지금은 각자의 생계와 또 단체와 관련해서 우선 해결해야 할 여러 문제 때문에 여유가 없지만, 언젠가는 여유가 생기는 날이 오기를 바라고 있다. 그런 날이 온다면 우리가 스스로 필요해서 만든 도구를 다른 단체들도 사용할 수 있게 제공해서 도움을 주고 싶다.
명: 미디액트 입장에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사항이다. 어떤 예가 있을까?
이고잉: 예를들면 오튜는 지금 이런 상황이었다. CMS 서비스를 이용하는 후원회원들이 전체 140여명이고 한 분 한 분 다 전화를 했는데 정말 힘들었다. 물론, 후원자에게 전화를 하면 정말 반가워해 주신다. 하지만 나는 낮선 사람에게 전화하는 것을 무척 어려워한다. 그래서 이런 절차를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고 있다.
예를 들면, 후원자가 오튜에 CMS 후원신청을 하면 후원자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문자를 받은 사람이 링크를 클릭하면 그 사람만이 볼 수 있는 고유 페이지로 도착하고, 그 웹페이지에 레코딩 버튼이 있어서 그 버튼을 누르면 녹음이 시작된다. 후원자는 우리에게 확인해줘야 하는 부분을 읽고 저장버튼을 누른다. 그럼 녹음된 내용이 mp3 파일로 저장되어서 우리 서버에 저장이 되는 방식이다. 많은 단체들이 CMS로 후원을 받고 있는데, 꼼꼼하게 일을 처리하는 것이 쉽지 않다. 다른 단체들도 이런 도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보고 싶다.
명: 콘텐츠 얘기를 더 해보고 싶다. 오튜는 교육, 정보 제공 중심의 콘텐츠들 중심으로 구성된 것처럼 보인다. 콘텐츠의 외연이 확장될 가능성은 어느 정도 될까.
미디액트를 드나드는 이들 가운데는 독립영화를 하는 사람들이 있고 신문, 팟캐스트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마을미디어 주체들이 있다. 이들이 생산하는 콘텐츠가 오튜와 연결될 수 있는 지점은 뭘까 궁금해진다.
해외의 사례를 들어 정리해보자면 독립영화 인력과 개발자가 만나 해커톤이라는 단발적 프로젝트를 통해 만남이 이루어지기도 하는 데 이러한 기회가 만들어질 수 있을지. 또한 마을미디어 쪽 시민들이 코딩의 역할을 인지하며 할 수 있는 활동은 없을지. 마지막으로 마을미디어 활동가들이 운영 노하우를 게재하고 이들이 생산한 콘텐츠를 같이 스트리밍할 수 있는 창구로 오튜를 대할 수도 있지 않을지.
수: 예전에 민노씨 인터뷰에서 여러 사람들의 경험을 이론화하는 데 관심 있다고 말씀하신 것을 기억한다. 연계된 시스템 요소들의 인터페이스를 대중지식화하고 싶다고 밝히신 바 있는데 이걸 읽으면서 영화/ 마을미디어 매체에서 인터페이스에 해당하는 부분을 무엇으로 치환할 수 있을까 생각해봤다. 미디액트가 적극적으로 기획해서 제안해야 할 부분 같다.
이고잉 : 아마도 오튜에 강의 외에 다른 형식의 컨텐츠도 수용할 수 있는지가 궁금하신 것 같다. 오픈튜토리얼스는 처음부터 강의보다는 보다 포괄적으로 디지털 컨텐츠를 담는 도구를 지향해왔다. 물론 첫 번째 컨텐츠가 생활코딩이고, 서비스 이름도 튜토리얼이라서 강의 서비스로 인식되는 것은 자연스럽기는 하다. 우리는 처음부터 너무 포괄적인 컨텐츠를 수용하는 것보다는 우선은 수업이라는 형태의 컨텐츠로 시작해서 글이나 사전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컨텐츠를 수용하는 서비스로 나아가려고 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기능이 바뀔 수 있고, 이름도 바뀔 수 있다. 아마 언젠가는 미디액트가 함께 하는 생산자들도 오튜와 접점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
명: 지금 오튜에 영상 제작 노하우에 대한 콘텐츠는 있는가?
이고잉: <생활표현>이라는 수업을 개설해서 진행하다가 말았는데 언젠가는 다시 시작하고 싶다. <강의강의>라는 수업을 개설하려고 하는데 아마 이 수업에서는 영상으로 강의를 만드는 방법 등이 수업으로 올라오지 않을까 싶다.
명: 아주 초보적인 형태로는 미디액트에서 운영하고 있는 마을미디어 지원센터에서 정기적으로 소식지가 나오는데, 여기 실리는 마을 미디어 노하우 콘텐츠들을 오튜를 통해 게재해도 될 것 같다. 마을미디어를 국내에서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지부터 시작해서.
이고잉: 제일 중요한 것은 적합한 표현 수단을 찾는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오튜를 운영하긴 하지만 내가 만든 콘텐츠가 꼭 오튜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튜의 콘텐츠들이 CC 라이선스이기 때문에 강의 플랫폼에서 연락이 많이 온다. 콘텐츠를 쓰고 싶다며.. 어떻게 제휴를 하면 되느냐는 문의다. 그럼 그냥 가져다 쓰시면 된다고 답변한다. 투 트랙 전략일 수도 있는데, 내게는 플랫폼도 중요하지만 콘텐츠도 너무나 중요하다. 오튜가 써주는 서비스가 아니라, 쓰고 싶은 서비스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자연스럽게 오튜를 이용하고 싶어지는 시기가 함께 협업할 수 있는 때가 아닐까 싶다.
명: 현재 오튜에서 볼 수 있는 콘텐츠들이 상당수 있다. 수천 개가 되는데, 오튜의 철학을 근간으로 이것들을 재편하는 내부 질서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닌지 하는데. 에디팅의 원칙이 있는가.
이고잉: 아직 고민하고 있는 지점이다. 어떻게 편집할 것인가. 사람이 할 것인가 기계가 할 것인가의 문제도 고민하고 있다.
명: 일정한 알고리즘을 도입할 수는 있겠지만 사람이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고잉: 규모가 커진다면 사람과 기계가 협력해서 편집을 할 수 있도록 발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명: 유튜브의 경우에는 사람이 많이 한다고들 하더라
이고잉: 기계에게만 맡기면 크리티컬한 문제가 생기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기계가 발전하면서 사람의 역할이 축소되고 있기도 한 것 같다.
콘텐츠에 대한 관객을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숙제다. <생활텃밭>이라는 콘텐츠가 있다. 그런데 방문 수나 노출 기준을 궁금해하셔서 오튜의 구글애널래틱스를 볼 수 있게 해드렸다. 한편으로 생활코딩도 오튜 홈페이지에만 의존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말씀드렸다. 생활코딩의 경우 오픈튜토리얼스에서만 사람들과 만나는 게 아니라 페이스북 타임라인, 페이지, 그룹, 내 타임라인을 통해서 관객들과 만나는 것이다. 플랫폼 내부적으로는 어떻게 콘텐츠 생산자들에게 관객을 제공할 것인가, 어떻게 하면 콘텐츠 생산자들이 플랫폼 바깥쪽에서 관객들을 만나게 할 것인가가 고민 지점이다.
오픈튜토리얼스가 바라보는 생태계를 위해 필요한 준비들
명: 라이선스는 어떠한가.
이고잉: CC라이센스만 수용하고 있다.
▲ 2016년 생활코딩 전국 수업 현황
“춘천부터 시작해서 광주수업까지 총 96시간의 강의를 진행했고요. 총 275명이 수업이 참가했습니다. 매년 여름방학마다 이런 행사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업에 도움을 주신 분들이 너무 많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그림과 글 출처 : 이고잉의 페이스북 타임라인)
수: 후원회원들 조직하면서 리워드로 무료강의도 하고 강의 노하우, 오튜가 겪어온 변화, 서비스를 만들면서 겪은 일을 들려주신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내용을 알고 싶다.
이고잉: <비영리 단체 만드는 법>에 대한 강의도 만들려고 기획중이다. 오튜의 모토 중 하나가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남이 할 수 있게, 남이 할 수 있는 것을 내가 할 수 있게"다.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지만 배타적이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비슷한 업체가 여러 개 있으면 경쟁관계가 되어버리는데 오튜같은 플랫폼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오튜보다 오튜와 같은 것을 더 잘하는 플랫폼이 있다면 거기 편입해 들어갈 수도 있다. 꼭 우리가 한 것을 써야 한다는 생각을 갖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수: 오픈튜토리얼스의 계획으로 밝힌 생태계 구현은 버퍼(운영자들이 풀타임으로 일할 수 있는 정도의 재정적인 상태)기간이 끝나고 나서 시작될 수 있는 것인가.
이고잉: 일단은 운영자들이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우선 조성되어야 시작될 수 있기 때문에 아마도 버퍼 이후에나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명: 사업으로 창출한 수익으로 비영리 사업을 행하는 방법도 있다. 해외에는 이런 식으로 대안독립미디어 사업을 하는 이들이 꽤 있다. ‘The Intercept(*주3)’나, ‘Participant Media(*주4)’ 도 이러한 사례에 속한다. 두가지 방식이 있는 것 같다. 처음부터 비영리 사업을 하는 방법과 축적된 자산으로 이러한 사업을 하는 방법. 후자의 사례가 한국에는 잘 없는 것 같다.
이고잉: 오튜에 양질의 컨텐츠가 축적된다면 우리는 이 컨텐츠를 기반으로 강력한 비즈니스를 하려고 한다. 우리가 비영리 단체가 된 것은 이렇게 발생한 수익을 비영리 컨텐츠 생산자에게 되돌려주기 위해서이다. 지금은 후원에 의존해서 단체를 부팅 중이지만, 언젠가는 자립해서 여러 컨텐츠 생산자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하고 싶다.
수: 민간 재단도 미약하게나마 나오고 있는데 접촉은 없었는지.
이고잉: 맴버들이 모두 비영리 단체와는 인연이 없기 때문에 특별히 인연이 있는 단체는 아직 없다. NPO 지원센터와는 친분이 있는 편이다. 오히려 오튜는 기업들과 인연이 많다. 특히 생활코딩이 IT와 밀접하게 관계가 있기 때문에 IT 산업과는 여러 가지 관계를 가지고 있다. 어찌보면 민간단체들과 외연을 넓히는 것은 우리에게 장기적으로는 숙제가 될 것 같다.
명: 툴 개발도 생각 중인가?
이고잉: 고민하는 지점이다. 내가 쓰기 위한 코딩을 하는 것과 다른 사람이 쓸 수 있게 코딩을 하는 건 정말 다른 일이다. 내가 사용하기 위한 코딩을 넘어서는 순간 일이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진다. 다른 사람들을 위한 코딩은 치밀하게 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비용문제로 직결된다.
페이스북에서도 오픈 소스와 같은 좋은 사업들을 많이 하고 있는데 이런 프로젝트들이 가능한 이유를 추정해보면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 선발했던 인력에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 아닐까? 이를 활용해서 사회공헌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오튜도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
명: 현재 미디액트 홈페이지도 큰 문제이다. 10여년 전에 개발한 걸 그대로 쓰고 있는데.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고잉: 이런 일을 하다 보니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은데 비즈니스를 하려는 분들이 많이 오신다. 몇 가지를 여쭤보고 개발을 직접 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다면 기존의 도구들을 소개해드린다. 도구들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서. 개발은 못해드리더라도 도구는 소개해 드릴 수 있다.
단체에서 활용할 도구들은 충분히 존재한다. 이번에 후원자 모집할 때 썼던 양식들도 직접 만들까 고민하다가 이건 우리 업이 아니니까 이미 있는 도구를 쓰자고 결정했다. 적정기술을 선택하는 것은 참 중요하다. 우리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이기 때문에 갖고 있는 장점은 무엇이든 개발할 수 있다는 점이 아니라, 무엇을 개발하지 않아도 되는지에 대해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명: 코딩 관련해서 생활 코딩은 개인의 프로젝트로 한 것 아닌가. 플랫폼으로서의 오튜 얘기는 오늘 많은 걸 한 셈인데, 코딩과 관련한 사업을 확장한다거나 하는 계획은 별도로 없는지. 미국에는 소외 계층 코딩 교육을 위한 “Yes We code” 재단의 사례도 있는데.
이고잉: 내가 10년 동안 무엇인가를 열심히 하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확인해보고 싶다. 개인적 활동으로 남기고 싶은 마음이 크다는 뜻이다. 물론 순수한 개인은 없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얼마 전 청각장애인을 위해 자막을 제공하고 싶다는 제안이 들어왔다. 오프라인 강의를 하려고 해도 공간이 필요하고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에 언제나 도움은 필요하다. 이처럼 순수한 개인이란 없지만 기본적인 방향과 지향성은 개인적인 활동으로 머무르게 하고 싶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어디까지 체계화할 수 있는가를 보는 게 내 목표다.
명: 그런 고민이 툴과도 연결될 수 있다. 예컨대 교육과 콘텐츠들이 쉽게 가공될 수 있게 하는 툴들이 존재한다. 요즘은 카드뉴스를 쉽게 만들 수 있게 하는 툴들이 배포되는데 이와 같이 교육을 쉽게 하는 툴들이 나올 수 있다면 어떨지, 말씀하신 내용들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들을 궁구하다보면 자연히 툴 개발에 대한 구상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데.
이고잉: 저희가 지금은 토픽/모듈/코스 3단계의 거시적인 결합방법들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이 작업이 끝나면 각 단계별로 세부적인 확장이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영상을 위한 토픽, 상품 판매를 위한 토픽과 같은 것이 올 수 있을 것이다. 또 모듈은 지금의 튜토리얼 모듈 외에도, 쇼핑몰 모듈, 뉴스 모듈, 사전 모듈 같은 것이 가능할 것이다. 다만 이런 작업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여러 준비가 필요한데 지금은 그런 준비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말씀하신 형태의 도구들도 언젠가는 구현할 수 있는 여건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명: 지금은 오튜 측이 계획들을 게시글로 표현하면 댓글이 달리는 식으로 소통하고 있는데 지금은 워낙 큰 프레임들을 잡을 때라 이러한 방식을 넘어설 필요가 당장 없겠지만 어느 시점에서는 조직 바깥의 사람들이 의견도 낼 수 있는 새로운 의견 교환의 방법론이 필요하지 않을지.
이고잉: 궁극적으로는 오픈튜토리얼스가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서비스였으면 좋겠다. 운영자들은 공직자처럼 단체에 종사하고 의사결정은 컨텐츠 생산자와 소비자 그리고 운영자에 의해서 민주적으로 이루어지는 모습을 지향하고 있다.
명: 오튜의 지향이 소중하게 다가온다. 파트너쉽을 맺고 추후 여러 주제로 논의를 같이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오튜가 잘 되길 바란다.
이고잉: 감사하다. 이번 대화를 통해서 오튜가 일단은 지금 당장 잘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편으로 앞선 단체들의 고뇌도 들을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
한 시간 반 남짓 이루어진 인터뷰가 끝나고 나서도 오픈튜토리얼스를 통해 이고잉이 도달하기 바라는 '표준화된 인터페이스', 그리고 이를 미디액트의 활동에 적용시켜 볼 때 '지속가능성'이라고 표현될 수 있는 만남의 장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추후 관계를 계속 이어가고 진전된 논의를 펼쳐 이를 다시금 지면에 실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게 만드는, 헤어지기 직전의 담화였다. □
*주1 : 2011년 12월 30일 민노씨와의 인터뷰에서 이고잉은 생활코딩이 보다 많은 이들의 기술주체성을 고양시키길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주2 : 'opentutorials.org 비영리화'라는 제목으로 2016년 4월 15일 오픈튜토리얼스에 업로드 된 글
https://opentutorials.org/module/1588/12232
*주3 : The Intercept (https://theintercept.com/
*주4 : Participant Media (http://www.participantmed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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