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 110호 페미니즘 미디어 탐방 2018.07.31] 


    우리의 몸짓은 새로운 문화가 될 거야

    - ‘스튜디오 소문자에프’

     

    효비 (퀴어페미니스트)


     낡은 혐오를 직시하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는 때 입니다. ‘스튜디오 소문자에프’는 2016년부터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페미니즘을 이야기 해왔습니다. 최근에는 퀴어 웹 예능 <원, 투, 퀴어 앤 포!>를 제작하여, 다양한 젠더와 성 지향성을 가진 퀴어들이 단독 공연을 목표로 바이섹슈얼 여성 유튜버 ‘미사장’에게 댄스스포츠를 배우는 3개월 동안의 이야기를 유튜브에 업로드하기도 했습니다. 많은 퀴어페미니스트들에게 위로가 되어준 <원, 투, 퀴어 앤 포!>의 단독무대가 끝나고, 서울퀴어문화축제를 앞둔 시점에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스튜디오 소문자에프의 기획자 지혜원, 이미희, 송고은님을 만나, 지금까지와 앞으로의 활동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 좌측 필자 효비, 

    맞은편 왼쪽부터 스튜디오 소문자에프의 지혜원, 송고은, 이미희

     

    우리가 보고 싶은 것을 만들어요. ‘스튜디오 소문자에프’

     

    효비: 먼저, ‘스튜디오 소문자에프’를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혜원: 2016년에 페미니즘 시각예술 매거진 ‘소문자에프’를 만들면서 활동을 시작했어요. 손대는 콘텐츠가 많아지면서 현재는 스튜디오 형태로 운영하고 있고요. 지금까지 페미니즘과 퀴어 관련 굿즈 사업과 여러 가지 행사를 진행했고, 기성 미디어에서 대상으로만 존재했던 소수자의 위치를 주체로 전복시키는 콘텐츠 제작소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효비: 인쇄물, 웹 콘텐츠, 오프라인 행사까지 세분이 다 기획했다는 것이 놀라운데 기획이나 제작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미희: 혜원과 제가 원래 디자인을 전공했다보니 시류를 읽는 게 빠른 편이에요. 게다가 자체적으로 기획부터 디자인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아이디어를 결과물로 만드는 과정이 빠르게 진행되는 것 같고요. 그게 우리의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작년은 한창 유튜브라는 플랫폼이 떠오는 시기였잖아요. 우리도 그 시류에 합류해서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보자는 논의가 나왔고, 기존 프로젝트의 경험을 모아서 퀴어 웹 예능을 제작하게 되었어요.

     

    혜원: 웹 콘텐츠 제작에 도전하게 된 계기는 콘텐츠의 확장성 때문이었습니다. 페미니즘 시각예술 매거진 <소문자에프>, 페미니즘 페스티벌 <페밋!> 등 퀴어와 페미니스트가 즐길만한 콘텐츠를 만들며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어느 기점 이상 오디언스가 확장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페미니즘, 퀴어 콘텐츠가 주제의 특성상 한정된 채널에서 유통되며, 소비자층 또한 기존 소비자를 중심으로 확장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새로운 콘텐츠 유통 채널의 필요성을 느끼던 중, 유튜브라는 접근성 높은 플랫폼을 활용하여 더 넓은 소비자층을 타깃으로, 더 쉽게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원, 투, 퀴어 앤 포!>를 기획되었습니다. 저희도 워낙 여러 가지 콘텐츠를 많이 보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지금 이런 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평소에도 자주 하게 되고, 그게 기획으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의미 있는 행보, <원, 투, 퀴어 앤 포!>


    ▲ <원, 투, 퀴어 앤 포!> 타이틀 이미지

     

    효비: <원, 투, 퀴어 앤 포!>의 기획 배경에 대해 자세히 듣고 싶은데요. 춤과 퀴어, 웹 예능이라는 틀은 어떻게 구성되었나요?

     

    고은: 기존의 퀴어 관련 콘텐츠는 대부분 퀴어의 불행한 점을 부각하는 모습이 있었어요. 하지만 퀴어든 아니든 실제 사람들의 삶은 그렇게 단편적이지 않잖아요. 그래서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면 그게 오히려 입체적인 콘텐츠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기획 단계에서는 다큐멘터리 형식을 생각했지만 보는 사람들에게는 재미도 중요한 요소이다 보니, 거기에 좀 더 초점을 맞추게 됐고 다큐형 예능의 형태로 ‘퀴어 웹 예능’이라는 이름을 붙이게 되었죠.

     

    미희: 춤은 자신의 몸과 내면에 집중하게 해주는 매체잖아요. 그리고 특히 퀴어에게 ‘나' 자신이 되는 것과 몸은 중요한 이슈죠. 함께 춤을 추면서 있는 ‘나' 자신에 집중하고, 타인과 연대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의미 있는 경험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있는 그대로의 퀴어의 모습과 연대의 경험이라는 요소가 기획의도와 잘 맞았던 거죠.

     

    효비: 연습이 고되어 보이던데, 연습기간 동안 느낀 어려움은 어떤 것들이 있었나요?

     

    미희: 댄스스포츠라는 장르 자체가 3개월 안에 배우기에는 어려워요. 게다가 이번에 선보인 종목이 차차차, 왈츠, 삼바로 총 3가지 종목이었어요. 연습기간이 3개월이었는데, 사실 한 종목당 주 1회 정도 모일 수 있었던 셈이죠. 한 종목당 10번 정도의 연습을 통해 무대를 만들어내야 했기 때문에 고될 수밖에 없는 과정이었어요. 

     

    ▲ <원, 투, 퀴어 앤 포!> 중, 참가자들이 함께 운동하는 모습

     

    혜원: 짧은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무대를 완성한 참여자들의 모습이 감동을 주는 것 같아요. 기간도 짧고 넉넉한 연습실을 제공해드리지도 못해서 참여자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다들 너무 잘 해내주셨어요.

     

    미희: 참여자들과 함께 겪은 어려움으로는 신발과 의상 선정이 제일 컸어요. 공연장 대관, 신발, 의상 살 때도 참가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사전답사를 하는 등 많은 대비를 하거든요. 하지만 매장에 미리 성별에 관계없이 의상이나 신발을 고를 거라고 얘기를 했는데도 직원이 “왜 여성 분이 남자신발을 신으려고 하냐”는 식의 이야기를 하기도 했어요. 그 분들에게는 그 신발이 ‘리더 신발’이 아니라 ‘남자 신발’인거죠. 기분 나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런 것을 전복하려고 모인 사람들이었기 때문인지 유쾌하게 넘길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 지난 6월 16일 열린 <원, 투, 퀴어 앤 포!> 단독 공연

     

    효비: 기획자로서 느낀 <원, 투, 퀴어 앤 포!>의 한계 혹은 의의는 무엇인가요?

     

    고은: 한계라고 하면 역시 인력, 예산과 같은 현실적인 것들이 문제였어요. 영상콘텐츠 시장 자체의 문제이기도 한데, 창작자가 작업을 안정적으로 이어나갈 만큼 수익 모델이 다양하지 않거든요.

     

    혜원: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선 제작/후 판매 시스템으로 진행돼요. 활동을 계속하려면 후원이나 협찬, 광고 수익 같은 것이 필요한데 특히 퀴어 페미니즘 관련 콘텐츠에는 그런 것들이 안정적으로 제공되기 어렵죠. 다른 창작자들을 만나도 안정적으로 창작을 지속하는 데 어려움을 많이 느낀다고 이야길 들어요.

     

    미희: 유튜브에 업로드한 콘텐츠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광고를 붙이는 거예요. 그런데 유튜브는 영상 제목이나 해시태그로 ‘퀴어’라는 단어만 들어가도 광고가 붙지 않거나 제재를 받게 되거든요. 심지어 자세한 가이드라인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 제재를 피할 수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에요. 창작자들을 보호하고 독려하려면 매뉴얼이라도 제대로 명시했으면 좋겠어요.

     

    고은: 좋았던 건, 댓글 중에 “빻지 않은(*주1) 콘텐츠를 본 게 정말 오랜만“이라는 의견을 보았던 거였어요. 정말 뿌듯했어요. 그런 피드백에서 이 활동을 계속할 수 있는 힘을 얻는 것 같아요. 그래서 미처 보여드리지 못한 뒷이야기를 엮어서 디렉터스컷 영상을 제작할 예정입니다. 아직 계획 단계이긴 하지만, 수요가 있다면 그런 것도 수익모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미희: 이번 프로젝트에 그동안 노력한 결과가 축적되어 있다는 것에서 의미를 느껴요. 그간 한국형 예능의 포맷에 대한 문제제기가 많았잖아요. 불편하지 않은 예능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이만큼 콘텐츠를 만들어낸 게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세상에 없던 첫 “퀴어 웹 예능"이자 하나의 기획을 웹시리즈-MD상품-행사와 같이 다양한 형태로 파생시켜 본 사례이기도 하고요.

     

    ▲ <원, 투, 퀴어 앤 포!>의 공식 굿즈들



    서로가 서로의 기반이 되어 함께할 수 있기를

     

    효비: 지속가능한 창작이 목표이자 최대 과제인 것 같아요. 어떤 고민들이 있나요?

     

    고은: 아이디어는 계속 나오는데 다 감당할 수 없으니 자제하는 중이에요. 수익모델을 공고히 하고 진행하지 않으면 언제나 시도에 그칠 수밖에 없으니까요. 안정된 수익모델을 발판으로 작업을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는 중이에요.

     

    혜원: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어요. 저희도 아직 성장하는 중이니까요. 저희 콘텐츠를 알고 있는 사람을 만나면 정말 반가워요. 그런 데서 보람을 느끼고요. 앞으로 더 오래 활동하기 위해서 그런 분들이 저희 콘텐츠들을 많이 소비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미희: 사실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는 저희가 큰 도움을 받지 못해요. 말씀드렸듯이 수익모델이 안정적이지 않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인 소비를 해주셔야 저희가 계속 작업을 이어나갈 수 있습니다. 적극적인 소비...!

     

    혜원: 후로파간다 할 때 만났던 페미니즘 굿즈 제작팀 중에 행사 끝나고 후 3개월 만에 활동을 중단한 팀이 많은 걸 보고 아쉬움이 많았어요. ‘빻지’ 않으면서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려면, 그냥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보다 고려할 것이 훨씬 많고 품이 많이 들어가요. 그래서 사람들의 지지가 중요해요. 저희도 많이 부족하지만, 계속 노력하고 있다는 점만 사람들이 알아주면 좋겠어요. 

     

    미희: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보겠다고 시작한 활동이고, 더 발전할 필요를 느끼지만, 저희는 그저 한 개인이기도 하니까요. 성장할 시간도 필요한데 실수를 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것 같아요. 더 나은 콘텐츠를 지향하는 과정에서 지금 바로 완벽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없는 것을 조금만 이해해줬으면 좋겠어요.

     

    고은: 페미니즘에 대한 담론도 끝없이 쏟아지고, 논쟁도 치열한 만큼 이 현장이 정신적으로 무너지기 쉬운 환경인 것 같아요. 안정적으로 활동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계속 작업을 이어나가려면 많은 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 <원, 투, 퀴어 앤 포!> 썸네일 (ep.07)


    효비: 마지막으로, 어디선가 퀴어 페미니스트 창작자를 꿈꾸는 미래의 걸보스들에게 해 줄 말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미희: 우리도 ‘이렇게 해서 먹고 살 수 있는 걸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고, 사실 지금도 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활동 할 수 있었던 건 우리보다 먼저 이런 활동을 하던 사람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알고 보면 필드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거든요. 서로 연대하는 것이 중요해요. 그 연결망을 구축하는 일을 소문자에프가 계속 해 나갈 예정이고요. 더 많은 퀴어 페미니스트들이 서로 힘이 되어 같이 활동할 수 있게 되면 좋겠어요. □


    주1* '빻았다'는 표현은 주로 인터넷에서 사용되는 은어로,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콘텐츠를 일컫거나 그러한 언행을 하는 인물을 일컬을 때 사용되는 말입니다.


    더 많은 이야기는 <원, 투, 퀴어 앤 포!> 영상을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글쓴이. 효비 (퀴어페미니스트)



    선명한 효비자. 크마트 선슈머가 되고 싶은 자본주의의 노예.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세상에 불만이 많아서, 본격 프로불평러 나노 에세이 <오늘의 불평> 비정기 연재 중.

    Posted by ACT! actedi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