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서울 ‘인디스페이스’에 이어 ‘작지만 큰 영화관’이 두 번째로 주목한 극장은 부산에 위치한 국도예술관입니다. 구 번화가에 위치에 있어 찾아가는 것도 쉽지 않지만, 매번 갈때마다 독특한 분위기와 프로그램으로 중무장한 소중한 영화관이죠. 2006년 부산 지역 최초의 예술영화전용관으로 탄생해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10년 이상 다양한 영화를 상영하는 푸근한 공간, 국도예술관의 이야기를 한 번 같이 들어보시지 않으시겠어요?




    [ACT! 106호 작지만 큰 영화관 2017.11.22]


    순간을 기억하는 방법 - 부산 국도예술관


    정진아(부산 국도예술관 프로그래머)



    ▲ 국도예술관은 2006년 부산 지역 최초의 예술영화전용관으로 개관한 이래 꾸준히 부산 원도심 지역에서 다양한 예술영화를 상영하고 있다.


     버스 정류장 약국 옆 골목을 따라 들어오면 오래된 작은 아파트 앞 구둣방 크기의 옷수선 가게가 있고, 그 맞은편에는 30년이 되어가는 미용실과 부식가게가 나란히 있다. 피아노교습소가 사라진 공간엔 얼마 전 게스트하우스가 자리 잡았고 작은 한복가게와 옷가게를 함께 운영하는 카페가 생겼다. 그렇게 조금 더 올라오다보면 간판색이 바래 형태만 남은 방앗간 앞엔 기계 돌아가는 소리엔 아랑곳 않는 동네 어르신들이 장기는 두는 작은 평상이 놓여있다. 이쯤이면 지금 이야기 하려는 국도예술관이 나와야하겠지만 아직 골목은 반도 지나지 않았다. 그렇게 작은 뮤지컬 사무실과 슈퍼, 분식집, 꽃집을 지나면 지하 목공방 맞은편에 국도예술관이 있다. 새삼 글로 쓰고 보니 이 아기자기 북적북적한 골목에 국도예술관이 있다는 건 당연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 골목을 9년 넘게 나는 출근하고 있다.

     2006년 부산 남포동에서 오픈한 예술영화전용관 국도예술관은 2008년 건물이 팔리면서 지금의 대연동으로 이전 재개관하여 올해로 개관 11년, 내년이면 재개관 10년이 되는 부산 최초의 예술영화전용관이다.

    ▲ 10년 이상 스크린에 예술영화를 비추는 국도예술관의 영사기.




    나는 ‘관객’이다

     나는 관객으로 처음 국도를 만났다. 이야기를 그리고 싶어 만화가를 꿈꿨고, 그렇게 미술을 전공한 뒤 사진 일, 디자인 일을 하며 꿈을 좇았지만 현실 앞에서 무력했고, 내가 만화를 계속 할 수 없는 이유를 찾아 정당화하기 바빠졌다. 현실과 타협하고 안주하면서 꿈의 위로장치로 국도를 찾았다.

     그렇기에 나에겐 위로의 공간이며 쉼의 공간이었던 국도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을 때 그저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이 일을 내가 할 수 있을까? 아니 해도 되는 걸까? 라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영화전공을 해야만 할 수 있는 일 일거라 생각했던 프로그래머라는 낯선 나의 새로운 직업. 과연 이 공간에서 관객들을 위해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영화를 잘 안다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많이 보는 것일 수도 있고 많이 아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국도예술관이라는 이 공간에서 제일 중요했던 건 영화를 안다는 것이 아닌 어떤 마음으로 영화를 만나려고 하는 것인가와 관객과 함께, 관객에 의해, 관객을 위해 존재 할 때만이 가치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내가 가질 수 있는 무기는 바로 나는 ‘관객’이라는 것이었다. 관객인 나의 프로그램들이 시작되었다.

     “왜? 극장에서 밤새도록 영화를 볼 수 없는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올빼미 상영회’를 통해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 밤 12시에 관객과 만나게 되었고, 독립영화는 지루하고 어렵다는 생각을 깨기 위해 한국 독립영화는 꼭 감독과의 대화(GV)를 진행하게 되었다. 그리고 2014년 11월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는 영화제가 아니면 상영기회나 개봉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적고 지역의 관객과 만날 기회는 더 어렵다는 것에 대한 고민이 독립 다큐멘터리 상영회 ‘다큐싶다’로 이어졌다.

    ▲ 부산 국도예술관 벽면. 각종 자체 프로그램과 티켓, 그리고 <캐롤>을 비롯하여 국도예술관을 거쳐간 다양한 영화의 포스터가 가득히 벽을 메우고 있다.




    다큐싶다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의 감독! 보여주고 싶다.
     관객! 보고 싶다.
     우린 함께 영화를 씹고(이야기하고) 싶다.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 상영회 ‘다큐싶다’는 부산에서 활동하는 다큐멘터리 창작집단 오지필름과 국도예술관이 함께 흥미로운 소재와 새로운 미학을 제시하는 독립다큐멘터리를 소개함으로써 독립 다큐멘터리에 대한 흥미를 공유하고 관람하는 문화를 만들고자 시작된 정기상영회다. 그리고 영화를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감독과의 대화, 관객리뷰와 비평을 통해 다큐멘터리를 바라보는 방법과 즐거움을 재창조 해나가는 작업이기도 하다.

     쉽지만은 않은 이 상영회를 벌써 3년째 진행하고 있다. 관객이 많은 날도 있고 말도 안 되는  관객 수를 기록하기도 한다. 관객이 없으면 그만둬야하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하겠지만 이상하게 걱정이 되지 않는 건 단 1명의 관객이라도 의미가 알고 동참해준다면 그걸로 충분하니 말이다. 이렇게 하나하나의 프로그램들은 관객에 의해, 관객을 위해 국도예술관의 힘이 되어 지금을 함께하고 있다.

    ▲ 멀티플렉스 극장들이 티켓을 버리고 '영수증'으로 입장권을 바꾼지도 오래되었지만, 부산 국도예술관은 여전히 매 작품마다 영화의 포스터를 활용한 티켓을 손수 만들고 있다.




    순간을 기억하는 방법

     기억이란 많은 것을 기억하고 있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아, 이 영화 정말 좋아.”라고 말하는 영화도 그 영화의 전부가 아니라 순간에 나를 사로잡은 한 부분이 전부가 되어 모든 것이 좋았던 순간으로 남아 우린 늘 그 영화는 ‘나에겐 좋은 영화’로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처음 국도예술관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 마음속으로 다짐과도 같은 생각의 기준이 하나가 있었다. 그건 “영원한 것은 없다”였다. 비관적인 마음이 아니라 우리는 소중한 것에 대해 영원함을 바라지만 그것은 영원하지 못하기 때문에 소중한 것일 수도 있고, 소중한 건 영원하지 못함을 알기에 바라게 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게 언젠가 끝은 온다. 그리고 아쉬워하겠지만 또 새로운 것을 찾게 되고 생겨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라본다.

     당장 내일이 될지 아니면 10년 100년이 될지 모르는 그 끝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 관객의 힘으로 관객과 함께한 국도예술관의 마지막은 관객과 함께 즐거워하고 관객들의 기억 속에 늘 행복했던 기억으로 웃을 수 있는 순간이 되기를 말이다.

     아비정전의 그 1분을 함께 기억하는 것처럼. 


    ▲ 국도예술관 입구에 걸린 안내판의 모습. 조금은 낡고, 오래된 영화관이지만 국도예술관에서만 볼 수 있는 작품을 보기 위한 관객들로 오늘도 극장의 영사기는 돌아간다.





    글쓴이 정진아(부산 국도예술관 프로그래머)

    국도예술관 네이버 카페 닉네임 : 무극성. 국도홀릭 11년차 관객이자 9년차 프로그래머. "나는야 변태"를 외치며 변태는 좋아하는 것에 푹~ 빠져서 지칠 줄 모르게 즐거운 것이라 믿는다. 만화가를 꿈꾸지만 아직은 국도예술관에 빠져 티켓도 핸드메이드, 관객에게 줄 굿즈도 핸드메이드로 만드느라 야근을 즐기는(?) 변태다.

    Posted by ACT! actedi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