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 109호 작지만 큰 영화관 2018.05.30.]


    다큐, 씹히다!


    정진아(부산 '다큐싶다' 프로그래머)


      1996년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렸다. 마냥 영화가 좋아서, 누구보다 영화를 좋아함에 열정적임을, 부산에서 국제영화제가 시작 된다는 것에 들 떠 즐거웠던 그 때. 변영주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낮은 목소리>를 영화제에서 만나게 된 것은 지금까지도 내게 있어 부산국제영화제가 존재하는 의미와도 같은 것이 되어있다. 다큐멘터리 영화라는 것을 극장에서 처음 본 것이 바로 <낮은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그 이전에도 다큐멘터리 영화들이 존재했었겠지만 접해보지 못했었다. 이후 영화제에서만 볼 수 있게 된 것이 다큐멘터리 영화가 되었고, 제법 다양한 형태의 국내외 다큐멘터리 영화들을 영화제를 통해서 보게 되었다. 그 뒤 독립영화 형태의 다큐멘터리 영화가 극장에서 개봉되는 것을 만나게 되는 건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였다. 개봉 영화의 울타리 안에 다큐멘터리 장르란 그렇게 20년 이상의 시간이 흐른 지금에도 녹녹치 않아 보인다.


    <어느 날 그 길에서> … <우리 학교>를 만나다.


      2006년 부산에 예술영화전용관이 생기면서 영화제가 아니어도 독립영화, 예술영화를 보게 되었고 독립다큐멘터리 역시 접하게 되었다. 많은 편수는 아니었지만 다큐멘터리 영화를 영화제가 아닐 때도 볼 수 있다는 건 신기루 같았다. 그렇게 목마름을 달래 줄 황윤 감독이 로드킬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어느 날 그 길에서>를 만나게 되었다. 2007년에는 남포동에서 200석 규모로 운영하고 있던 부산 국도예술관은 매일 매진 속에 재일동포와 이들이 다니는 ‘조선학교’ 이야기를 그린 김명준 감독의 다큐 <우리 학교>가 상영되고 있었다. 

      당시 관객이었던 내게 그 공간이 매진이 되어 꽉 찬 모습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영화를 보는 내내 눈물을 흘리며 모두가 함께 보게 만들고 싶다는 강한 의지마저 불태우게 된 작품이었다. 어떤 영화보다도 함께 공감하고 싶었고, 다큐멘터리 영화를 극장에서 본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 푼 다큐멘터리의 힘을 보여주고 싶은 영화가 되었다.

      내가 본 독립다큐멘터리 영화들은 말하고 있었다. 보게 되는 순간, 그 많은 생각과 의미를 함께 공감하고 싶었고,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 속에 아직 우리가 모르는 많은 일들과 의미들이 어떤 시선을 가지고 바라보는가에 따라 얼마나 많은 의미와 생각들로 다가 올 수 있는지를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큐멘터리란 극장개봉 영화 장르로써의 의미는 역시나 소외되거나 외면되어지고 있었다.


      극장 개봉과는 상관없이 독립다큐멘터리가 1년에 제작되는 편수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고, 단편까지 포함한다면 그 규모는 제작되는 영화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개봉되는 영화는 일부에 불과하고, 전국의 예술영화전용관들을 통해 상영이 되고 있었지만 너무나도 한정적으로 많은 독립다큐멘터리들이 영화제를 통해서 겨우 관객과 만날 수 있었다. 지역에서의 상영기회는 더 더욱 힘든 일이였다.

      이런 점에서 부산에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오지필름’의 활동은 많은 의미를 가진다. 개인적으로 지역이라는 표현을 좋아하지 않지만 차이는 분명히 존재해왔기에 그들이 부산이라는 지역에서의 활동을 고집함에 얼마나 많은 노력과 의지가 필요했는지는 그들이 지금까지 만들어 낸 작품으로 말하기 충분하다. 그렇기에 ‘오지필름’과 ‘국도예술관’이 함께 독립다큐멘터리 정기상영회 ‘다큐싶다’를 시작한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일지도 모르겠다.


    ‘다큐싶다’를 시작하다!



    ▲ 독립 다큐멘터리 정기 상영회 ‘다큐 싶다’ 상영 후 



      2014년 11월 오지필름과 국도예술관은 다큐멘터리 정기상영회 ‘다큐싶다’를 시작했다. 상영회 이름은 다큐멘터리를 ‘씹어보자’는 의미로 만들었다. 극장에 개봉 기회조차 없는 독립다큐멘터리 영화를 국도예술관이라는 ‘극장’의 공간에서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오지필름이 ‘프로그램’을 만들고 ‘관객’과 함께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고 감독과의 대화로 이야기하고 편안한 뒷풀이에서 못 다한 영화 이야기를 안주삼아 영화를 ‘씹다’! 다시 말해 관객과 감독, 제작진이 편하게 다큐멘터리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는 것이었다. 


      한 달에 한 번 돌아오는 상영회는 더딘 듯 빠르게 시간을 지나 2018년 현재 40회 이상의 상영회를 이어가고 있다. 관객이 많은 날도 있지만 적은 수의 관객이 있는 날도 많다. 2018년 1월 31일은 국도예술관이 문을 닫았고, 동시에 상영공간을 잃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상영회의 순간을 놓지 않는 것에는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이들이 존재하고 관객이 존재하며, 한 편의 다큐멘터리 영화가 가지는 힘을 우린 믿기 때문이다.


      ‘극장’이라는 공간을 잃었지만 그렇기에 상영회에 더 많은 의미를 더해야 한다는 것이 ‘다큐싶다’를 진행하는 오지필름과 국도예술관의 생각이다. 영화는 관객과 만나야 하고 그렇게 완성이 된다. 그리고 그 만남에 있어 ‘극장’이라는 공간은 꼭 필요한 곳이다. 공간을 잃은 ‘관객’이 어떤 행동을 보여줘야 하는지에 대한 의미와 생각의 과정이 독립다큐멘터리와 닮아있기에 당분간은 상영을 할 수 있는 공간들을 찾아 이동하며 상영회를 열고 ‘극장’이라는 공간을 잃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관객과 함께 생각하고 ‘씹을“ 예정이다. □



    ▮ 부산 '다큐싶다' 소개

    감독,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여주고 ‘싶다’

    관객,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고 ‘싶다’

    그리고 함께 씹고(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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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정진아 (부산 다큐싶다 프로그래머, 전 국도예술관 프로그래머)



    - 국도예술관 네이버 카페 닉네임 : 무극성. 국도홀릭 11년차 관객이자 9년차 프로그래머. "나는야 변태"를 외치며 변태는 좋아하는 것에 푹~ 빠져서 지칠 줄 모르게 즐거운 것이라 믿는다. 만화가를 꿈꾸지만 아직은 국도예술관에 빠져 티켓도 핸드메이드, 관객에게 줄 굿즈도 핸드메이드로 만드느라 야근을 즐기는(?) 변태다.


    Posted by ACT! actedi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