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 110호 작지만 큰 영화관 2018.07.31.]


    독립영화전용관 오오극장,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한종해 (오오극장 사무국장)



    욕망들의 생성으로 되돌아본 독립영화전용관 오오극장

      태초에 서로 다르지만 하나의 공통분모를 가진 욕망들이 있었던 것 같다. 그것이 지역 문화운동의 차원이었든(대구 민예총), 미디어운동의 차원이었든(미디어핀다), 아니면 영화제 전용 상영관 마련이었든(대구경북독립영화협회) 모두 하나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런 욕망들이 한동안 끓어오르다가 마침내 임계점에 이르러 분출하기 시작하자 주변의 다른 욕망들도 함께 분출하게 되어 마치 거대한 욕망들의 축제가 되어 버린 것 같았다.


      2012년 12월 대구 민예총이 주최한 ‘자급자족 자립예술’ 세미나 <대구의 결핍>의 네 번째 주제인 “대구독립영화전용관의 설립을 제창한다”에서 인디스페이스를 운영하는 단체 ‘독립영화전용관 확대를 위한 시민모임’ 원승환 대표의 발표에 대한 토론자로 앞의 세 단체가 참여하게 된 것은 이후 일어나게 될 모든 일들의 빅뱅으로 기억될 것이다. 한동안 이 주제에 대한 개별적 모색의 시기를 지나 2013년 11월에는 대구독립영화전용관 설립추진모임을 결성하게 되고 이후 사건은 누구도 되돌릴 수 없는 비가역적 흐름을 타고 2014년 10월에 현재 독립영화전용관 오오극장의 위치를 확정하고 공사와 준비 기간을 거쳐 마침내 2015년 2월 11일에 개관에 이르게 된 것이다.


      설립추진모임부터는 새로운 욕망이 결합하게 되었다. 동성아트홀을 중심으로 뭉친 영화 관객운동의 차원(동성아트홀릭)이 또 다른 흐름이었다. 이렇게 여러 욕망들이 개관 초기의 독립영화전용관 오오극장으로 모여들어 그들 각자의 영화관을 꿈꾸게 되었다.



    ▲ 독립영화전용관 오오극장을 배경으로 한 유지영 감독의 영화 <극장 쪽으로> 촬영 현장.



      독립영화전용관의 설립이라는 공통의 욕망을 실현한 욕망들은 곧 각자의 욕망으로 오오극장을 채우려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곧 독립영화전용관 오오극장의 시련이 시작되었다.


      박근혜 정부의 영화계 탄압 정책에 의해 영화진흥위원회의 예술영화전용관 운영지원 사업 대상에서 탈락하게 된 동성아트홀이 운영에 어려움을 겪다가 마침내 폐관 결정을 내리게 될 때였다. 아직 독립영화전용관이 설립추진위원회 단계에서 놓이던 시절부터 대구/경북 지역의 예술영화 관객들은 독립영화전용관 설립을 볼 권리의 확장이라며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그룹과 동성아트홀의 경영난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그룹으로 나뉘어 있었다. 지역 예술영화 관객들은 동성아트홀의 폐관 이후 현재 극장주이자 대구 광개토병원의 김주성 원장에게 인수되어 재개관되는 과정에서 부정적 그룹이 주류가 되었다. 주류 그룹들은 독립영화전용관 오오극장에 대한 비판과 공격, 보이콧 등의 행동을 보였고 소수 그룹은 새로운 관객운동을 주장하며 새로 개관한 동성아트홀과 오오극장 모두에 대해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미미한 수준이었다.


      독립영화전용관 오오극장 설립을 추진했던 단체는 셋이었지만 그것을 실질적으로 책임지고 주도했던 단체는 대구경북독립영화협회였고 대구 민예총과 미디어핀다는 이를 보조하는 단체였다. 설립 초기부터 극장의 운영을 위한 법인(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고, 이를 통한 오오극장의 공공적 운영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그 과정까지에 많은 갈등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개관 초기에 별다른 흥행작이 없었던 데다가 어려움을 덜어줄 예술영화 관객들의 보이콧 등으로 재정 상황이 매우 좋지 않은 상황에서 하루 열두 시간 극장 문을 열어야 하는 강행군 등으로 인해 카페 업무와 상영 업무를 담당하던 두 직원의 피로감은 갈수록 쌓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세 단체의 파견 직원은 각 단체의 고유 업무를 보면서 극장 운영에도 참여해야 함은 물론 적자가 계속되는 상황이어서 급여는 거의 챙겨가지 못하고 있었다.


      단체마다 서로 제각기 다른 욕망들로 인해 운영 회의는 갈등을 증폭시키는 역할만 했다. 이런 상황에서 주도 단체는 홀로 최종적인 의사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많았고 이로 인해 보조 단체들은 불만이 고조되어 운영에서 이탈하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마침내 2015년 9월에 대구경북영화영상협동조합이라는 법인이 만들어졌지만 그해 말 독립영화전용관 오오극장의 운영을 담당할 직원은 두 명만 남게 되었다.



    서로 다르지만 하나의 공통분모를 가진 욕망들


      개관 1주년이 지나고 얼마 되지 않아 단편영화를 전문적으로 배급하는 영화사 ‘오렌지필름’이 공동 기획전을 제안했다. 당시만 해도 독자적으로 기획을 만들기엔 여력이 턱없이 부족했던 오오극장의 처지에서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오렌지필름의 기획전은 단편영화 서너 편을 하나의 주제로 묶어 상영하고 감독이나 배우를 초청해 관객과의 대화를 가지는 방식의 나름 참신한 기획이었는데, 기획전의 고정 관객이 만들어질 정도로 호응이 대단했다. 이 기획전이 자리를 잡게 되면서 대구여성회와의 공동기획전 <보는 페미니즘>이나 오오극장 관객프로그래머 기획전도 하나하나 자리를 잡았다. 독립영화전용관 오오극장은 기획전을 많이 하는 극장이라는 인식도 함께 형성되었다.


      여기에 대구를 배경으로 제작된 영화 <수성못>을 계기로 함께 모여 작업을 했던 대구와 경북 출신의 감독들이 흩어지지 않고 대구경북독립영화협회와 독립영화전용관 오오극장를 기반으로 서로의 작품들을 협업해 만들면서 교류를 이어 갔다. 그 성과들이 2016년 말부터 나타나기 시작해 2017년 한 해 전국의 여러 영화제에서 경쟁작으로 상영되고 때로는 상을 타기도 하면서 그해의 뜨거운 이슈가 되었다. 오오극장 역시 이런 지역 출신 감독들의 작업에 호응해 신작들을 소개하고 전작과 묶어 특별전을 열거나 한해의 대구 독립영화 성과를 돌아보는 <연말정산> 등의 기획으로 뒷받침하려 애쓰고 있다.

    ▲ 2017년 오오극장 개관 2주년 특별전에서 강연을 위해 찾은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



      지역 단체들과의 영화적 교류도 몇 년 사이 많이 늘었다. ‘대구단편영화제’를 비롯해 지역의 소규모 영화제인 ‘대구사회복지영화제’, ‘대구여성영화제’, ‘대구청년영화제’, ‘대구퀴어영화제’ 등의 주상영관이 되었고, 대구사회복지영화제의 정기상영회나 대구시네마테크의 정기상영회 등에 프로그램 지원, 학생이나 주민 등 시민 제작 영상물 상영회 지원 등 지역의 시민사회와 지속적인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전태일시민노동문화제를 공동으로 주관하며 노동영화제를 기획하기도 했으며 2017년에는 노동영화제 개봉작인 최창환 감독의 <내가 사는 세상>(원제는 <백 프롬 더 비트>)에 대한 제작 투자도 했었다.


      지금은 이처럼 많은 욕망들이 독립영화전용관 오오극장을 떠받치고 있는 힘이 되고 있는데,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욕망들과 갈등을 빚기보다는 장자(莊子)의 용어로 ‘소요유(逍遙遊)’ 하는 지혜를 터득한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




    글쓴이. 한종해



    - 독립영화전용관 오오극장을 운영하고 있는 대구경북영화영상협동조합의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예술영화 보는 걸 즐기다가 영화관객운동을 꿈꾸기도 했었다. 그러던 중에 독립영화전용관 오오극장을 접하게 되었고 이곳이 욕망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라 생각하다가 우연찮은 기회에 함께 일하게 되었다.



    Posted by ACT! acteditor
    • 독자
      2018.08.02 14:07 신고

      글쓴이 이름이 잘못되어 있네요. 박종해 (오오극장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