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 104호 페미니즘미디어 탐방 2017.07.14] 


    여성주의적 기록의 방식, 페미위키 - 페미위키 운영진 인터뷰


    인터뷰 참여자 : Viral, 탕수육 (페미위키 운영진)

    진행 및 정리 : 이세린 (전 구로FM 활동가), 김주현(ACT! 편집위원회)



     2017년의 페미니즘을 논할 때 인터넷이라는 공간을 빼놓을 수는 없다. 2015년, 한 여성 메르스 감염인에 대한 루머가 허위사실로 밝혀진 것을 계기로 인터넷 상의 여성혐오에 대한 반발이 터져 나왔다. 서로를 확인한 페미니스트들은 인터넷을 통해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력에 대한 분노를 나누고, 임신중단권을 비롯한 여성의 권리가 보장될 방법을 논의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경유하며 행동하는 지금의 페미니스트들이 만들어낸 것들 중 하나가 바로 작년 7월 문을 연 '페미위키'이다.


     위키란 불특정 다수가 내용이나 구조를 수정할 수 있도록 권한이 열려있는 웹사이트를 말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위키백과나 나무위키도 위키 사이트 중 하나다. 위키에서는 전문성에 관계없이 누구나 익명으로 수정을 할 수 있다. 누군가에 의해 수정·보완된 내용은 허가의 절차 없이 실시간으로 반영된다.(*주1) 때문에 위키는 '가장 인터넷다운' 기록 미디어라고도 말할 수 있다. 그만큼 인터넷 공간에서 사랑받으며 많이 인용되기도 한다.


     인터넷은 페미니스트 교류의 장이 되고 있지만, 한편으로 여성혐오의 온상이기도 하다. 페미위키는 그 속에서 기록 미디어로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고, 미디어운동과는 어떻게 만나게 될까? 페미위키에서 'Viral', '탕수육'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페미위키 운영진 두 분을 이번 ACT! 104호의 '페미니즘 미디어 탐방'에서 만나보았다. 페미위키에 참여하는 다양한 방식을 상상할 수 있는 인터뷰가 되기를 기대하며 글을 전한다.



     ▲ 페미위키의 로고 (클릭하면 페미위키 사이트로 연결됩니다)



    페미위키의 시작


    -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Viral : 페미위키 운영진 내에서 다른 분들과 함께 디자인을 하고 있다. 지난번 참여했던 페밋 행사에서는 페미위키 굿즈 판매를 하기도 했었다. 개인적으로 미술 분야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데, 관련 단어나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위키백과를 이용하곤 했다. 서브컬쳐에도 관심이 많아서 '엔하위키' 때부터 지금의 나무위키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봤었다. 변화를 지켜보면서도 직접 글을 써 볼 생각은 못 했었다. 페미위키에서는 보다 자유롭게 글을 쓰고 편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탕수육 : 90년대 말, 와드 커닝햄(Ward Cunningham)이 만든 최초의 위키 사이트를 접했던 기억이 난다. 처음에는 위키가 뭔지도 몰랐지만 누구나 편집할 수 있다는 점, 링크를 쉽게 걸 수 있다는 점 등의 개념을 배워가며 점차 매료되었다. 페미위키에서는 서버 관리를 맡고 있다.


     

     

     

    ▲ 지난 5월 13일에서 14일 열린 페미니즘 페스티벌 '페밋'. 신생 페미니스트 모임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페미위키도 참여형 부스로 참여하여 굿즈 판매와 함께 에디터톤을 진행했다. 사진은 페미위키 부스와는 무관함. (출처 : 탈영역 우정국)



    - 본인이 페미니스트라고 깨닫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탕수육 : 몇 년 전, 대학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당시 학생들과의 대화를 할 기회가 많았다. 학생들 덕분에 페미니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다 작년 '강남역 사건'을 계기로 무언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마침 페미니즘 위키를 만들자는 제안을 접하여 페미위키에 참여하게 되었다. 덕분에 좋은 분들 사이에서 영향을 받으며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Viral : 학교에서 페미니스트인 강사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 때 까지만 해도 페미니즘은 숏컷을 한 기센 여자들이 하는 일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다. 지금 이렇게 변화할 줄 알았을까(웃음). 메르스 갤러리나 메갈리아에 올라오는 글들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았던 기억이 있지만,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로 정체화하게 된 가장 큰 계기는 강남역 사건이다. 그동안 불쾌했지만 이유를 몰랐던 온라인에서의 여성혐오적 서술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이런 계기들로 여성을 상징하고 대상화하는 보다 큰 차원의 구조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 두 분은 사이트 운영진이기도 하지만 문서 작성에도 참여하는 것으로 안다. 페미위키에서 어떤 문서에 참여했고, 관심이 있는지 궁금하다.


    탕수육 : 페미위키는 기여자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전략적 집중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두 가지에 집중하고자 한다. 하나는 페미니즘 역사, 철학, 과학계의 여성혐오 등 비교적 시간이 지나도 가치가 유지되는 종류의 문서에 기여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젠더 이퀄리즘 날조 사건'(*주2)과 같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떠도는 여성혐오적 낭설들을 찾아서 바로잡아 이슈화하는 일이다. 이를 통해 페미위키를 더 널리 알리고 기여자를 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페미위키가 공론화한 '젠더 이퀄리즘 날조 사건'에 대해 나무위키 상에서도 토론이 진행되었고, 관련 문서가 만들어졌다. 자세한 내용은 나무위키의 해당 문서 참조. 페미위키에도 관련 내용이 정리되어있다.



    아카이빙에 대한 고민


    Viral : 저는 국내에서 미술, 그 중에서도 페미니즘 미술 분야의 서술이나 자료가 부족하다고 생각해 이 부분에 기여하려고 한다. 위키백과에도 짧은 서술이 대부분이다. 스스로도 아직 자료를 찾아가며 공부 중에 있다. 또한 '여성혐오 박물관'이라는 것을 구상했었는데, 각 사회 분야나 현장에서 펼쳐지는 여성혐오 케이스들을 박제해서 박물관처럼 페미위키에 전시해보고 싶다. 사회의 여성혐오를 유형별로 정리하고, 이에 어떻게 대응할 지와 같은 것들에 대해서도 함께 서술해본다면 어떨까. 

     이미지 아카이빙도 하고자 한다. 1월에 열렸던 세계 여성 행진을 비롯한 시위나 행사 현장의 모습도 그렇고, <시국페미> 같은 페미니즘 영화들도 그렇고, SNS를 기반으로 홍보나 기록이 이루어지다 보니 시간이 지나면 다시 찾기가 어렵다. 관련한 각각의 자료들이 하나의 문서를 기반으로 잘 모여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예전에 들었던 페미니즘 강의에서 여성주의자의 과제로 '아카이빙'을 언급했다. 당시엔 그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했다. 너무 많은 정보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기 때문에 요즈음 새삼 아카이빙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페미위키의 아카이빙 사례가 궁금하다.


    Viral : 성폭력 사건 공론화와 관련한 문서가 그러한 아카이빙의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OO계_내_성폭력' 공론화가 이루어졌을 때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있었던 기억이 난다. 미술계 안에서 종종 들리는 이야기도 있었고, 나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했던 피해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문화예술계처럼 자기 표현의 경험이 있거나, 트위터처럼 발화가 가능한 채널이 있는 사람들도 이 정도 상황인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겪는 상황은 얼마나 심각할까 하는 생각을 하며 마음이 좋지 않았다. 한편으로 이런 사건들이 아카이빙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기여자가 트위터에서 성폭력 관련 사실들을 페미위키에 쓰자고 얘기해준 적도 있었고, 피해당사자가 페미위키에 편집한 것으로 추측되는 내용도 있어 가슴이 아팠다. 실정법에 따르면, 설령 본인의 피해 경험을 직접 적더라도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할 수 있다. 지금도 가해자를 통해 신고가 들어와 기록을 내려야 했던 사례가 있다. 성폭력 친고죄는 사라졌지만,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여전히 법적으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탕수육 : 그런 측면에서 페미위키에서도 법률적 문제들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문제에 대해 자문 역할을 해 주실 수 있는 분과 만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 인터뷰에서 언급된 #OO계_내_성폭력과 관련한 페미위키 문서 상단. 자세한 내용은 미술계 성폭력 문서와 문단 내 성폭력 문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 미술계 성폭력 문서 바로가기

    - 문단 내 성폭력 문서 바로가기

     


    탕수육 : 한편으로 '아카이빙'이라는 행위 자체에 대해서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도서관이나 서점, 웹사이트 등에서 사용하는 분류 체계 자체가 지식의 축적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자본주의, 사회주의 등이 큰 분류를 차지하는 것에 비해 페미니즘은 다른 주제의 소분류로 파편화되는 경우가 많다. 파편화된 사건과 지식은 개인적이고 일회적인 것으로 치부되어 잊혀지기 쉽다. 아카이빙은 그런 의미에서 기록을 하는 것 뿐 아니라 그것을 잘 찾아볼 수 있게 정리하는 행위까지 포함한다고 생각한다. #OO계_내_성폭력 사례도 마찬가지다. 개인적이고 단발적인 피해로 치부되던 개별 사건들을 모으고 정리하면 성폭력과 가부장제라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낼 수 있다.


    Viral : 페미위키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해보면, 페미위키가 이론적인 용어를 처음 접하게 되는 창구로서 이용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때문에 이론적인 용어를 처음부터 잘 분류하고 목차를 정돈하는 것도 해야할 일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 페미위키와 다른 위키를 비교해보았을 때 눈에 띄는 점 중에 하나는 편집자의 관점으로 FPOV(Feminist point of view)를 제시한다는 것이었다. 페미니즘적 관점에서 서술하는 위키라는 것인데, 기존의 위키들이 NPOV(Neutral point of view), 즉 중립적 관점을 표방하는 것과 차별화된다. 때문에 '편향되었다'는 비판도 받고 있는 것 같다. 주관적인 서술을 촉진하지는 않을지, 페미니즘과 관련이 없는 문서는 어떻게 할 것인지 하는 고민 지점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Viral : 중립적 관점을 표방한다는 것이 비판 받는 의미로서의 '양성평등'이나 기계적 중립, 혹은 극단적으로는 "젠더 이퀄리즘"과도 닮아있다고 생각한다.(*주3) 그러한 의미로서의 중립은 곧 지금 존재하는 혐오와 차별을 답습하고, 우리를 둘러싼 사회의 논리나 구조를 비판 없이 수용한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위키백과의 참여자는 남성의 비율이 더 높다. (*주4) 이런 상황에서의 '중립'은 무엇일까. 다른 위키에 페미니즘적 내용의 서술이 들어갔을 때도, 꼭 반달리즘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그것을 '중립적으로' 만드려는 식의 시도가 있어 답답했다.

    한편으로 중립이 아니라 페미니즘적 관점을 표방하고 있는 것이 앞서 예기했던 '편한 환경'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소수자에 대한 차별에 대해 당사자로서 자신의 경험을 쓰고자 한다면, 그에게 '중립적 관점'을 요구하는 것이 서술에 어려움을 낳을 수 있다.


    탕수육 : Viral님 얘기에 동의한다. 덧붙이자면 나는 중립이란 실현 불가능하며 지향해야 할 방향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무엇이 중립인지를 소수의 편집자와 기자가 정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는 측면에서, 중립에 대한 강박은 엘리트주의적 사고와 관련이 있다. 저널리즘의 역사에 있어서도 '객관성'이란 절차의 객관성을 말하는 것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내용의 객관성만 강조되고 있다. 한편, 방송에 대한 공공성 요구는 전파의 희소성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희소한 공공재인 전파를 특정 방송국이 사용하도록 국가가 허용하였으니 공적 역할을 수행하라는 것이다. 전파와 달리 희소성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인터넷 매체에 공공성을 요구하는 것도 애초의 맥락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페미니즘과 관련 없는 문서'란 어떤 면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페미니즘은 하나의 인식론이자 세계관이라는 점에서 어떤 문서든 페미니즘적 관점을 담을 수 있다고 믿는다.



    운영에 대한 고민


    - 페미위키의 운영도 궁금하다.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도 있을 것 같다. 페미위키 운영진이 최근 군대 내 성소수자 색출 문제에 대해 입장을 낸 것도 인상 깊었다.


    Viral : 운영에 있어 매체로서의 아이덴티티와 단체로서의 아이덴티티 사이에 고민이 있었다. 우리가 단체가 아니라면, 단일한 입장을 가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다. 입장을 낼 때 반드시 페미위키 '운영진'이라고 구분하여 밝혔던 것도 그런 고민 위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여성들이 다양한 것처럼, 페미니즘의 모습도 다양하다. 페미위키에 그런 다양한 입장이 담겼으면 한다.

    후원의 문제에 있어서는, 페미위키가 선례가 별로 없는 사이트이기 때문에 모금에 있어 더욱 고민이 되었다. 개인의 홈페이지가 아니고 매체이면서, 어떤 측면에서는 사회운동적인 사이트이기에 복잡하다. 만들어진 지 1년을 맞는 상황에서, 비용적인 문제 뿐 아니라 참여자들이 지쳐가고 새로운 기여자 유입이 적어지는 문제도 있다.


     

    ▲ 페미위키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게재된 육군 A대위 징역형 선고에 대한 페미위키 운영진 입장문. 전문은 페미위키의 해당 게시글에서 읽어볼 수 있다.



    탕수육 : 운영 비용은 텀블벅을 비롯한 페미위키 굿즈 판매 수익에서 충당하고 있다. 애초에 법률자문 및 서버 운영비로만 사용할 것을 약속하고 진행한 후원이었으므로 정확히 용도에 맞춰서 쓰고 있으며 사용 내역을 위키에 모두 공개하고 있다. 간혹 추가로 돈이 필요한 경우 임시 운영진들의 사비로 충당한다. 대부분의 남초 인터넷 커뮤니티에 여성혐오가 만연한 상황이고 '페미니즘은 돈이 된다'며 비아냥거리고 있기 때문에 특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입장문을 내는 경우 '페미위키'의 입장이 아닌 '페미위키 운영진'의 입장임을 항상 명확히 밝힌다. 페미위키의 입장이라는 것을 운영진이 마음대로 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요즘은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많다. 현재의 임시운영진 체제를 선출운영진 체제로 바꾸고 권력을 최대한 분산하는 방향이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위키 문서 뿐 아니라 위키 소프트웨어도 오픈 소스 기반이고 페미위키의 모든 코드는 공개되어 있기 때문에 누구나 기능 개선을 제안할 수 있다.



    - 두 분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더욱 페미위키에 참여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어떻게 참여해야 할지 여전히 막막하다. 그런 의미에서 페미위키가 열었던 에디터톤 같은 행사가 좋은 기회였을 것 같다.

     


    ▲ 에디터톤(edit-a-thon)은 편집(edit)과 마라톤(marathon)의 혼성어로, 위키 편집자들이 모여 특정 주제나 콘텐츠를 함께 편집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진은 지난 3월 25일 페미니즘 카페 두잉에서 열렸던 위키백과와의 합동 에디터톤 '위키♥페미니즘 에디터톤' 현장.



    Viral : '위키 문법'이라는 것이 따로 존재하기 때문에 위키 편집에 대한 어려운 이미지가 있다. 친구와 함께 에디터톤을 방문한 분도 계시고, 한 번도 써보지 않으셨던 분들, 그리고 기존 기여자분들이 한 데 모였던 자리이기도 하다. 에디터톤 행사를 하게 되면 확실히 새로운 편집자가 늘어난다. 새로운 편집자분들 뿐만 아니라 기존 기여자분들에게도 좋은 자리라고 생각한다. 말하고, 듣고, 쓰는 경험은 연동되어있고, 사람들이 모였을 때 가지게 되는 힘도 있다. 그랬을 때 개인의 경험 또한 하나의 사례로서 이해될 수도 있는 것 같다.


    탕수육 : 페미위키 웹사이트 자체는 매체이자 기술이지만, 그 뒤에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커뮤니티가 있고 이게 페미위키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에디터톤은 홍보나 신규 유입이라는 측면 뿐 아니라, 페미위키 이용자들이 직접 만나고 결속하는 자리라는 점에서도 특히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 에디터톤은 사람들이 서로 이야기를 더 많이 나눌 수 있는 형식으로 구성되면 좋겠다.


      


    ▲ 지난 4월, 포럼과 함께 열렸던 페미위키 에디터톤 홍보물 및 현장 사진. 페미위키는 1주년을 맞아 유사한 행사를 준비중에 있다.



    기존 운동과의 접점


    -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페미위키와 미디어운동이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측면들을 고민하게 되었다. 위키의 구조 자체가 기존의 수용자를 콘텐츠 생산에 참여시킨다는 점에서 미디어운동과 공명하는 지점이 있다. 독립영화나 공동체미디어에 대해서는, 말씀해주신 것처럼 페미니즘적 문제의식을 가진 영화들을 아카이빙하는 한편 페미니즘적 비평을 모아볼 수 있을 것 같다. 미디어 교육에 있어서는 페미니즘적 문제의식을 가지고 만들어진 교육안들이 공유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위키를 독해하고 직접 편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일종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일 수도 있을 것 같다.


    탕수육 : 말씀하신대로 미디어 리터러시, 참여저널리즘 등의 측면에서 관련이 깊다고 생각한다. 위키에 참여한다는 것은 일상적 매체를 통한 읽기나 쓰기에 비해 더 다양한 경험을 준다. 출처를 꼼꼼하게 남겨 신뢰도를 확보해야하고, 다른 이의 글을 잘 수정하려면 비판적 읽기를 할 수 있어야 하며, 의견 충돌이 있을 때 유익한 결론에 이르기 위해서는 토론도 열심히 해야한다. 페미위키는 특히 두 가지 점에서 특별하다. 첫째, 운영진 선출 절차나 편집 규칙 등 각종 제도와 지침을 만들어가는 단계에 있는 신생 위키이기 때문에 하나의 작은 사회를 밑바닥부터 설계하는 것과 유사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둘째, 페미위키는 페미니즘 관점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일상에서 겪는 다양한 사회 문제를 기존과는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서술하는 연습을 할 수 있다.



    - 기존 페미니즘 운동과 페미위키가 만나는 지점도 필요한 것 같다. 위키를 잘 모르는 페미니스트들도 많다. 이들과 페미위키가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Viral : 중요하고 또 고민이 되는 지점이다. 페미니즘을 넘어, 이론이나 학계와 실제와의 거리를 줄이는 것이 위키의 역할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다양한 층위에 있는 분들이 위키에 기여해서, 대중적인 페미니즘과 함께 이론적인 고민도 다룰 수 있으면 좋겠다. 이를 위해서 에디터톤을 열 때 주제와 관련된 단체의 활동가 등을 초청하고, 에디터톤을 시작 전 발제와 토론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이후 관련된 활동에 관해서 문서를 편집하며 다같이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 최대한 다양한 페미니스트들을 만나고 싶다. 대학교의 총여학생회나 여성주의 교지, 여성주의 동아리 분들과도 가능할 것이다. 그 외에도 지방에 있어 접근성이 떨어지는 분들이나, 성노동에 참여하는 당사자 등 다양한 분들과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탕수육 : 페미위키가 더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 어떤 주제이건 구글에서 검색하면 제일 위에 페미위키 문서가 뜨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페미위키가 학계와 '넷페미'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면 좋겠다. 영문위키백과의 경우 각 분야의 저명한 교수와 연구자들이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는데 페미위키도 언젠가 그렇게 되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최근 트위터 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래디컬페미'(*주6), '쓰까페미'(*주5) 논쟁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다. 페미위키는 페미니즘의 다양한 관점을 포괄하고자 하기 때문에, 페미니즘 내에서의 논쟁에 대해 어중간한 서술을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를 들면 '워마드' 문서의 일부 내용은 워마드를 좋아하는 사람이나 싫어하는 사람이나 모두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페미니즘 내에서의 충돌을 다루는 방식이 이를테면 '일베' 같은 곳과의 충돌을 다루는 방식과 같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지향하는 바가 완전히 일치하지 않더라도, 한시적으로 또 전략적으로 함께 할 수 있는 지점들을 찾아보면 좋겠다.


    Viral : 같은 논쟁에 대해서 퀴어 당사자로서도 고민하는 측면이 있다. 'TERF(Trans exclusive radical feminism)'(*주7)나 '래디컬 페미니스트'로 스스로를 정체화 한 분들의 입장을 들어보면 어떤 주장인지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경계를 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인권이나 권리 주장이 정해진 파이 내에서 얼마나 지분을 차지할 것인가 하는 파워 게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권을 둘러싼 전반적인 사회적 합의의 수준이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페미니즘이라는 이념 혹은 사상이 궁극의 선이나 PC함(political correct, 정치적 올바름)과 등치 되는 경향 또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SNS를 기반으로 페미니스트가 게이와 연대해야 하는가 하지 말아야 하는가와 관련한 논쟁이 반복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국방부가 게이 대위를 색출하고 처벌한 사건과 해군 여성 대위가 성폭력으로 인해 자살한 두 사건을 두고 서로 대조하면서 우선순위를 따지는 방식으로 논쟁하고, 그 논쟁에 임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두 입장의 차이에 집중하여 싸우기보다는, 교집합이 되는 공통 주제를 가지고 함께 싸우는 것이 유의미하지 않을까. 계속해서 서로의 여집합을 발견하고 공격으로 삼는 방식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페미니스트가 아닌 이들이 이러한 논쟁을 조롱거리로 삼는 것 또한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있다.



     페미위키 운영진으로서 만난 Viral님과 탕수육님과의 인터뷰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넷페미'로서 같은 고민을 나누는 자리이기도 했다. 페미위키가 기존의 방식과는 차별화되는 우리 시대의 페미니즘 운동을 기록하는 공간이 되기를, 기존의 페미니즘 운동과 만나는 경유의 공간으로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 주목받지 못했으나 미디어운동의 역사에서 또한 존재했을 페미니스트들, 페미니즘적 문제의식, 페미니즘 콘텐츠를 기록하고 촉진하는 장이 되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이러한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페미위키가 오래도록 유지되기를 바란다. 페미위키에 운영진으로, 편집자로, 독자로 참여하고 있는 모든 페미니스트들에게 지지와 연대의 마음을 보낸다.


    인터뷰 일시: 2017년 6월 17일

    녹취와 속기를 토대로 순서 등을 재구성함


    *인터뷰 당시 탕수육님이 페미위키 운영자였지만, 현재는 개인적 사정으로 사임했음을 알립니다.


    *페미위키에서 운영진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관련 내용은 페미위키 사이트에서  '페미위키:페미위키 1년을 돌아보며' 글을 참조해주세요.



    주1. 실제로는 웹사이트에 따라, 사이트 내 문서와 관련한 상황에 따라 그 개방성의 정도나 반영 과정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위키 기반의 웹사이트, 특히 사전 형태의 위키 사이트가 목표하는 바를 서술하였다. 관련 내용은 위키백과의 관련 문서 참조.


    주2. ‘젠더 이퀄리즘 날조 사건’이란, 페미니즘을 대체하는 개념어로 ‘젠더 이퀄리즘’을 사용할 것을 주장하는 문서가 나무위키에 생성되면서 관련 근거가 날조된 채로 인터넷 상에 퍼진 사건을 말한다. 인터넷 상에서 여성혐오적 여론이 강화되는 데에 위키가 어떤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건이라 할 수 있다. 페미위키를 통한 공론화로 나무위키의 해당 문서와 관련 문서들이 수정되었고, 관련한 토론 또한 진전되었다. 인터넷 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는 페미위키의 힘을 목격할 수 있는 사건이었다. 사건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페미위키의 해당 문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주3. 관련 내용이 https://femiwiki.com/w/페미니즘이_아니라_양성평등 에 정리되어 있다.


    주4. 관련 내용이 https://femiwiki.com/w/위키백과의_젠더_편향 에 정리되어 있다.


    주5. 쓰까페미란 상호교차성 페미니즘(Intersectional feminism)을 지지하는 페미니스트들을 지칭하는, 주로 SNS에서 폄하 또는 자칭하는 의미로 사용되는 용어이다. 상호교차성 페미니즘은 차별에 있어 젠더 뿐 아니라 인종, 계급 등의 구조를 복합적으로 고려할 것을 강조한다. 때문에 ‘쓰까페미’라 불리는 이들은 여성 인권 문제가 아닌 사회 문제에도 연대해야 함을 강조하며, 기존 사회 운동에도 친화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주6. 래디컬 페미니스트(Radical feminist)는 여성 억압이 특정 여성 문제나 사회를 바라봄에 있어 핵심적임을 강조한다. 이 글에서 지칭하는 래디컬 페미니스트는 주로 SNS 논쟁 상에서의 맥락으로, 분리주의적 경향을 가지고 있어 여성운동 외의 사회운동과의 연대를 거부한다. 특히 성소수자 운동이나 퀴어 이론과 페미니즘을 분리하고자 한다.


    주7. TERF(Trans exclusive radical feminism)란 여성 성기와 XX 염색체를 가지고 태어나 ‘여성으로서의 경험’을 한 ‘시스젠더 여성’만이 ‘진짜 여성’이고, ‘시스젠더 여성임’은 특권이 아니며, 트랜스젠더 여성에 관한 운동 의제는 페미니즘 의제들로부터 분리되어야 한다는 일련의 주장을 가진 급진 페미니즘의 한 부류를 말한다. (출처: ‘진짜 여성’ 논쟁)


    [필자소개]

    이세린

    지역 공동체라디오에서 일했었고, 지금도 여전히 미디어 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 주변 사람들에게 '인터넷 인간'이라 불리는 SNS 중독자. 다양한 사회 운동을 좋아하는 페미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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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ACT! actedi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