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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102호 이슈와 현장] 시민방송 RTV, 이제 준비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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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7. 3. 9.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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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102호 2017.3.10 이슈와 현장]


시민방송 RTV, 이제 준비가 됐다


심명진 (ACT! 편집위원회)


2006년 제작된 영상을 꺼내본다. 메떨어진 영상이지만 영상이 담고 있는 내용은 놀랍도록 진보적이다. 영상은 참여와 접근, 다양성, 자기표현과 소통, 독립성, 민주주의와 자율성에 입각한 방송이 11년 전에 존재했음을 보여준다. 2017년의 RTV와의 만남은 이 영상에서 시작한다.



▲ RTV 개국 4주년 방송영상



■ 2000년대의 영광, 이상적이었던 당시의 공기


1969년 캐나다, 주류언론에 대다수의 시민이 소외됐다. 시민들은 직접 카메라를 들었다. 그렇게 시민들의 손에서 퍼블릭액세스 운동이 시작된다. 1970년대 미국, 운동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5,000개가 넘는 시민참여방송국이 만들어진다. 세계 곳곳에 퍼블릭액세스 방송국이 만들어졌다. 한국도 1995년 국민주방송설립운동을 진행해, 2002년 9월 16일 RTV 개국을 맞이한다. RTV는 한국의 유일한 시민방송으로 2~3년의 혼란기를 거쳐 2006년부터 다양한 성과를 냈다. 한국 퍼블릭액세스 운동의 영광스러운 결실이었다. RTV의 4주년 영상은 이 호시절의 RTV를 담고 있다. 


당시 RTV는 2006년 총 방송시간 25,000시간 중 시청자 제작 영상물을 20,000시간 방송했다. 2006년 5월 방송위원회 ‘시청자 참여 분야’ 공익성 방송 분야로 인정받고, 2006년 9월 한 달 시청자 제작자 250명이 참여해 시청자 제작 영상물 120여 편을 방영한다. 놀라운 성과였다. 영상 속 “2002년 50만 시청자로 시작해 2006년 450만, 2007년 1,000만 시청자 시대를 앞두고 있는 RTV”는 현실이었다. 정부의 지원은 풍족했고 방송환경은 좋아졌다. 마침 비슷한 시기 개관한 미디어센터는 많은 프로그램을 제작, 공유했다. 제작비 지원의 유인으로 많은 시민제작자들이 방송을 만들었다. 


그렇게 기대 가득했던 2006년, 정권이 바뀌며 지원 정책이 대폭 개편됐다. 연간 18억 선이던 지원액이 15억으로 줄었다. 2008년 이후 지원금은 모두 끊기고 그간 유지되던 프로그램들이 종영됐다. 그해 12월, 24명의 근무자가 전부 정리해고 됐다. 이후 직원들은 자원활동으로 채널을 유지하는 등 힘든 시간을 보낸다. 상황은 갈수록 나빠졌다. 20명이 넘던 직원은 6명으로 2명으로 줄었다. 지금 그 방송국은 어떻게 되었을까? 2017년의 RTV를 찾았다.



■ 국내 유일의 퍼블릭 액세스 채널


RTV는 불광동 서울혁신파크에 입주해 있다. 그간 서울역에서 구로, 구로에서 불광으로 사무실 이전이 있었다. 스튜디오와 부조정실, 자료실과 교육실을 보유한 번듯한 방송국은 점차 규모가 줄었다. 사무실을 찾은 2월 15일, 6명의 직원들이 잘 정돈된 사무실에서 조용히 각자의 일을 하고 있었다. RTV는 최근 홈페이지 개편을 마치고, 파일럿 프로그램을 발표하며 활동을 재개했다. RTV의 김현익 사무국장은 “불씨를 살린 정도이고 아직 요리가 안 된 상황”이라며 겸손하게 2017년의 RTV를 소개했다.



▲ RTV 김현익 사무국장


김 사무국장은 2014년 4월부터 근무를 시작했다. 그는 “당시 RTV는 재정 악화로 인한 국세미납으로 2009년부터 5년 동안 지원사업을 못했다. 지원자격이 되지 않았다. 확인해보니 과오납부 세금이 있었다”며 “그것을 찾아 3년의 부가세를 환급받고 미납 국세도 모두 납부했다. 매달 나가는 비용이 줄면서 재정 개선의 실마리를 찾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인력이 없어 민간기금도 지원을 못하던 상황이었으나 국세 미납 문제가 해결되면서 인력도 확보했다. 뉴딜 일자리를 통해 2명, 아름다운재단 사업을 통해 1명, 자체 사업비로 1명, 총 4명이 들어왔다.


지금까지 못했던 외부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2008년 이후 비영리 기관으로서 지원금이 끊기고 지원조차 못하는 상황이었다. 김 사무국장은 “호흡기를 부착한 채 숨만 쉬는 식물인간 상태였다. 이제야 그 호흡기를 떼어내고 스스로 숨을 쉴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아직 걸을 수준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2013년, RTV는 춘천 MBC 박대용기자의 ‘RTV 살리기 운동’으로 소생의 기회를 맞았었다. 후원회원도 생기고 재방송으로 채워지던 편성에 신규프로그램이 들어왔다. 제작비 지원이 어려워 시민이 제작한 컨텐츠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RTV는 시민들의 ‘만들 권리’와 ‘알릴 권리’ 중 ‘알릴 권리’에 집중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유사보도 가이드라인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후원금으로 제작된 대안언론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이를 비판적이게 보는 시선도 있었지만, 존폐기로에서의 유일한 선택지였다. 3년이 지난 지금도 RTV의 현 상황이 퍼블릭액세스 정신에 부합하는지 고민이 지속되고 있다. 그래서 막 활동을 재개한 RTV의 시도는 더욱 가치 있다.


작년부터 여력이 생긴 RTV는 서울시와 아름다운재단의 지원금을 받아 사업을 진행했다. 서울시의 비영리민간단체 지원사업을 통해 비영리단체와 청년 영상제작자를 매칭해 컨텐츠를 제작, 방영했다. 그리고 아름다운 재단의 지원사업을 통해 시사공익분야의 1인 미디어활동가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프로그램 ‘미들’을 진행했다.



▲ 1인 미디어 발굴 육성사업 ‘미들’


RTV는 ‘미들’을 통해 미디어 몽구, 길바닥 저널리스트, 미디어 뻐꾹, 쿠마 등의 영상을 방송한다. ‘미들’은 현장 미디어활동가들의 어려운 활동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교육과 후원을 연결하고 CMS를 통해 정기 활동비를 확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미디어활동가를 육성하기위해 ‘미들’ 2기를 모집한다. 모집은 4월에 예정되어 있다. 김 사무국장은 프로젝트를 통해 “시민제작자, 미디어활동가에게 미디어교육을 제공하고 현장에 들어가기까지의 문턱을 낮춰 제작자를 양성하고 컨텐츠 확보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존 RTV의 한계는 방송이 되어도 보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다. 김 사무국장은 이에 대해 “어려운 접근성과 낮은 파급력도 해법을 찾는 중”이라며 2월 중순 홈페이지 개편과 실시간 방송 현황을 소개했다. 인터넷과 모바일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24시간 방송 시청이 가능해졌다. 직접 홈페이지를 사용해보니 직관적으로 디자인돼 프로그램을 찾고 시청하기 용이했다. 


최근 변화된 미디어 환경에 발 맞춰 SNS 활동도 늘려나가고 있다. RTV는 이번 탄핵촛불집회에서 ‘시민발언대’를 운영했다. 메인 무대와 거리가 멀어 화면도 소리도 접하지 못하는 시민들에게 발언대를 제공했다. 긍정적인 평이 많았다. 기존의 활동은 시민들에게 보이지 않는 분야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었지만, 이번엔 TV 밖에서 RTV의 활동을 보고 경험할 수 있었다. 김 사무국장은 “시민이 주인 된 무대는 시민방송의 목적과 부합해 좋은 시너지를 냈다”며 “RTV의 페이스북 계정에서 유독 많은 공유와 댓글을 이끌어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 2016년 11월 26일 종로 YMCA 앞 RTV 시민발언대 


현재 RTV는 뉴스타파와 고발뉴스, 한겨레TV, 팩트TV 등 진보언론의 채널로 인식되고 있다. 김 사무국장은 “RTV는 시민들이 원하는 진보종편의 모습과 기존의 퍼블릭액세스로서의 역할 중 어느 쪽을 우선적으로 갈지 고민을 하고 있다”며 “두 역할을 모두 추구하지만 환경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라 답했다.



■ 365일 24시간 실시간 스트리밍


RTV는 2006년 참여와 접근, 다양성, 자기표현과 소통, 독립성, 민주주의와 자율성의 5대 편성원칙을 수립했다. 2017년의 RTV도 편성원칙을 지켜나가기 위해 노력중이다. 최근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된 ‘느:림표’는 다양성과 자기표현의 원칙에 충실하며, ‘국회토론회’는 프로그램을 통해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려는 시도다. 



▲ 2017년 2월 3일 첫 방송된 ‘느:림표’


지금 RTV의 편성에 대해 최진 기획실장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최 기획실장은 “RTV는 독립언론과 시청자제작, 마을미디어, 대학생 제작 영상, 1인 미디어, 강연, 문화 등으로 편성이 이뤄져 있다”고 소개했다. 물론 여전히 진보/독립언론의 시사교양프로그램이 시청자 참여프로그램과 문화 프로그림의 세배로, 다양성 확보가 필요하다. 하지만 최 기획실장은 “컨텐츠 수급로 확보, 참여 저조, 미디어 환경 변화로 시민들이 제작한 영상을 수급하기가 쉽지 않다”고 전하며 “영상제작 공동체와 사회적기업 등과 협업도 고려하지만 재정확보의 어려움, 영상전문인력의 부족 등으로 막상 제안이 들어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아쉬움을 전했다. 시청자 참여프로그램에 제작비를 제공하려면, 비영리기관인 RTV는 국가의 보조금을 받거나 후원금과 광고수익으로 재정 자립을 해야 한다.


아직도 송출대행료 미지급으로 인한 6억의 부채가 남아있다. 기술경쟁력 약화도 악재다. 올해 UHD 지상파 본방송이 시작되지만 RTV는 여전히 SD로 방송된다. HD방송 송출료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양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2006년의 RTV를 되찾아야 할 이유는 확실하다. 당시 영상이 주지하듯 “주류방송에서 소외된 그룹들을 방송 주체로 내세워 시민사회의 권익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지역사회와 미디어활동가들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제작 방영”하는 방송국이기 때문이다. 또한 인터넷과 모바일 접근이 어려운 국민들이 TV로 시청할 수 있는 유일한 시민을 위한 채널이도 하다. 2017년 현재 RTV의 가시청 인구는 600만 가구에 달한다.



▲ RTV 시청가능 지역



김 사무국장은 “RTV가 오해를 받고 있는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2006년 정책이 부당하게 개편되고, 2008년 공익채널에서 탈락되어 지원금이 모두 끊기고, 2013년 국민방송의 필요에 대한 목소리가 커질 때에도 RTV는 주된 논의의 대상에서 제외됐다. 같이 고민을 시작하고, 다양한 시도를 함께 진행하며 우리의 논의 안에 RTV를 포함시키면 어떨까. 


2006년 시민의 프로그램으로 채워졌던 그 공간을 다시 시민이 채워야한다. RTV의 방송은 인터넷과 모바일 홈페이지, 유튜브에서 365일 24시간 쉽게 만날 수 있다. 방송통신심의규정, 저작권 가이드라인만 지키면 “시민이 제작한 어떤 프로그램도 환영한다”는 최진 기획실장의 말을 대신 전한다. 준비된 RTV가 시민의 영상을 기다리고 있다. □




▲ RTV 실시간 방송영상



[참고자료]


RTV 공식 홈페이지 [클릭] http://rtv.or.kr


2006년 2월 3일, <시민방송 RTV 2006년 봄 개편에 대하여>, <ACT!> 31호, 김천직 RTV 편성팀장 [클릭]


2008년 11월 28일, <'퍼블릭액세스' 시민방송 RTV 스튜디오를 가다!>, <오마이뉴스>, 이장연 기자 [클릭]


2009년 1월 7일, <한국 RTV, 외국인 눈엔 경이로웠다>, <미디어스>, 엘리 레니/호주 미디어활동가 [클릭]


2009년 4월 3일, <방송통신 ‘정권주권’ 시대, 숨통 막힌 시민방송>, <한겨레>, 허재현 기자 [클릭]


2013년 2월 1일, <RTV의 맥박이 다시 뛴다!>, <미디어스>, 한수경 언론학 박사·마이그린뉴스 발행인 [클릭]


2013년 4월 12일, <미디어운동의 새로운 프레임과 전략 수립을 위하여>, <ACT!>, 79호, 박민욱 편집위원 [클릭]


2014년 11월 26일, <RTV의 미래, TV를 버려야 답이 나온다>, <미디어오늘>, 이정환기자 [클릭]



[필자소개]

심명진

사는 게 재미있다. 인권, 페미니즘, 노동, 약자, 연대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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